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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311화 (311/442)

311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 * *

한편 대청에서 기다리고 있는 릉왕과 진왕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 한 시진이나 지났건만, 옷 갈아입으러 간다던 세 사람이 아직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채에서 나오던 유왕은 월왕, 목운요와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먼 길 오느라 시간이 좀 길어졌네. 형님과 아우도 이해하겠지.”

목운요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두 사람을 따라 대청으로 향했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릉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옷을 다 갈아입었구나. 혹시 하인들이 미리 옷을 챙겨 두지 않아 새로 만들어 입은 건 아니겠지?”

유왕이 자신이 입은 화려한 장포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형님, 혹시 하인이 차를 대접하지 않아 이리 화가 나신 건가요? 제가 톡톡히 혼낼 테니 화 푸십시오.”

릉왕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다 월왕과 나란히 서 있는 목운요를 보자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강둑 재건에 대해 상의하기 위한 자리인데, 온한 군주께서는 자리를 피하는 게 좋지 않겠나?”

목운요는 눈을 깜빡이며 작게 미소 짓다가 릉왕을 보며 대답했다.

“네. 큰외당숙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전 이만 가서 쉬겠습니다.”

바로 그때, 빗길을 뚫고 도착한 제운이 목운요의 앞으로 와 급히 인사를 올렸다.

“군주를 뵙습니다. 군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운은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발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목운요가 그를 일으키며 물었다.

“제 대인, 지금 강둑에서 오시는 건가요?”

“네, 방금 순찰을 마치고 왔습니다. 수해 후 내리는 첫 비라 수위가 그리 많이 오르진 않았습니다만…… 강둑이 워낙 심하게 무너졌던 터라, 수위가 조금이라도 더 오르면 아마 버텨 내지 못할 듯합니다. 하늘이 백성들을 보살펴 빨리 비를 그치길 바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릉왕이 갑자기 헛기침 소리를 냈다.

“어험!”

감히 자신을 보고도 인사를 올리지 않다니?

제운이 그제야 돌아보며 인사를 올렸다.

“소신 제운이 릉왕 전하, 유왕 전하, 진왕 전하, 월왕 전하를 뵙습니다. 급하게 군주께 아뢰느라 인사가 늦어진 점 사죄드립니다.”

유왕이 다가가 제운을 일으켰다.

“외삼촌, 어서 일어나십시오. 한 가족이니 예를 거두셔도 좋습니다. 지금 여긴 서릉이 아니니 신분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에 릉왕은 속에 열불이 났다. 유왕이 일부러 저러는 게 틀림없었다.

한편 진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 대인께서 급히 온한 군주를 불러 세운 이유가 뭐죠?”

혹시 목운요가 강둑 재건에 도움을 준 걸까?

“진왕 전하께 아룁니다. 조정에서 보내는 물자가 도착하려면 한참 걸리다 보니, 수로와 강둑 보수에 드는 비용과 물자를 하운방과 불선루로부터 미리 받았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온한 군주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 군주께선 절대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였다.

진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제 대인 말씀이 맞습니다. 온몸이 비에 젖었으니 우선 옷을 갈아입으신 다음 상의하시죠.”

“네.”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온 제운이 강둑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강둑이 무너지면서 어쩔 수 없이 재건해야 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물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피해를 입은 임강성 백성들은 인력으로 투입할 수가 없고, 또 폭우 때문에 수로 상황 파악이 어려워 물자를 운송하는 배들도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운은 설명하면 할수록 근심이 더해 갔다.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강둑 재건을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똑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

제운의 설명을 듣고 목운요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사이 유왕이 입을 열었다.

“정 방법이 없으면 백성들을 다른 곳으로 옮깁시다. 그래야 장마철이 왔을 때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지요.”

“고향 땅을 떠나기란 쉽지 않지요. 게다가 백성을 옮기는 데에 드는 인력과 물력이 더 많을 겁니다. 그건 언제까지나 최후의 방법입니다.”

유왕은 어금니를 깨물며 태연한 모습의 릉왕을 향해 물었다.

“형님, 표정에서 자신이 넘쳐 보이시는데 혹시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릉왕이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부황께서 제 대인께 전적으로 일을 맡기시지 않았느냐.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제 대인의 결정에 맡겨야지.”

보아하니 제운, 이자도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강둑을 보수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사람들의 원망을 사는 죄인이 되겠지. 그때가 되면 위국후도 평생 동안 쌓은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유왕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지금 하신 말씀을 그대로 부황께 전달할 테니, 형님께 무슨 좋은 수가 있는지 보여 주시죠.”

“너……!”

릉왕이 버럭 화를 냈다.

“뭐라 해도 난 손윗사람이다! 감히 그런 식으로 나한테 말을 해?”

“예의 같은 건 서릉으로 돌아가서 따지시죠. 여기에서 가장 우선은 백성들입니다. 아무 도움도 못 될 것 같으면 일찌감치 서릉으로 돌아가세요. 괜히 거슬리게 하지 말고요.”

“감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유왕은 릉왕과 진왕이 심히 눈에 거슬렸다. 그들의 신분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한 대 치고 싶었다.

월왕은 아무 말 없이 수문도(水文圖, 물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작성하는 주제도)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목운요를 응시하다 낮은 소리로 물었다.

“요아, 뭐가 보이느냐?”

목운요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임강 수로가 지나치게 구불구불해 강둑 재건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목운요의 말에 제운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목운요를 보았다.

“군주, 지금 수로가 구불구불하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네, 왜 그러시죠?”

제운은 곧장 수문도를 가져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수로가 구불구불해서 어렵다……. 그럼 굽은 부분을 잘라 직선으로 만들면 되지요! 바로 그겁니다!”

제운이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목운요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군주께 감사드립니다. 나머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목운요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일으켰다.

“제 대인, 예를 거두세요. 전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요.”

“군주께서 무심코 내뱉으신 말이 소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신, 필히 이 공로를 폐하께 아뢰겠습니다.”

제운은 곧바로 공사 인력들을 모아 비를 뚫고 강둑으로 향했다.

이에 언짢아진 릉왕이 옷깃을 날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의할 일이 없으면 나는 이만 가서 쉬겠다.”

그러고는 곧장 대청을 나갔다.

진왕도 일어서면서 목운요를 향해 말했다.

“운요, 참 총명하구나. 내가 보기에 서릉의 그 어떤 여인보다도 뛰어나다.”

“칭찬이 지나치십니다.”

진왕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월왕을 쳐다보았다.

“넷째 아우, 강둑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서 한번 가 볼까 하는데, 길을 안내해 줄 수 있겠나?”

그러자 유왕이 앞으로 나섰다.

“셋째 아우, 여기 모든 일은 나와 외삼촌이 맡아 하고 있거든. 강둑에 가고 싶은 거면 내가 사람을 시켜 안내하지.”

“그럼 형님께 부탁하지요.”

이내 대청에는 목운요와 월왕 두 사람만 남았다.

“사야, 진왕 전하께서 무슨 꿍꿍이인 걸까요?”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했는지, 요 며칠 사람을 시켜 나를 지켜보고, 하운방과 불선루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더군. 어지간히 골치 아픈 게 아니야.”

목운요의 눈빛이 순간 냉랭해졌다.

“사야,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전에 찾아낸 소금세는 전부 가짜였죠. 그럼 진짜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나도 계속 알아보고 있으나 도통 알 수가 없구나.”

그 많은 은이 갑자기 증발하기라도 한 듯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목운요는 조심스레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혹시 벌써 서릉으로 옮겨진 게 아닐까요?”

“그 많은 양을 서릉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을 거다. 진왕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소리 소문 없이 옮겨 갈 순 없을 터…….”

그 순간, 월왕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눈을 빛냈다.

“혹은 우리 모두 속은 거지. 사건이 폭로되고 나서 가짜 은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소금 상인들이 가짜 은으로 세금을 피한 거라면, 진짜 세금은 은표로 바꿔 서릉으로 보냈을지도 몰라.”

목운요는 갑자기 걱정이 깊어졌다.

“그런 거라면 알아내기가 더 어렵겠네요. 은자는 무거워서 숨기기 어려웠을 텐데, 은표는 잘만 숨겨 두면 절대로 발각될 수 없으니까요.”

월왕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긴 하지.”

목운요는 잠깐 고민하더니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사야, 지금 황자들 모두 강남에 와 있으니 서릉에서 뭘 꾸미기가 훨씬 수월하겠죠?”

“네 뜻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이번 일로 저도 꽤 많은 손해를 봤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돌려받아야 해요. 사야께서 서릉에 있는 수하에게 잘 알아보라고 하세요. 가장 먼저 전장(钱庄, 개인이 운영하는 금융 기관)부터 알아보고요.”

진왕이 정말 은표를 손에 넣었다면 일부는 은자로 바꿔 전장에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 그렇게 하마.”

그렇게 밤중에 말 한 필이 빠르게 달려 조용히 서릉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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