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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47화 (247/442)

247화 타인에 의해 설계된 인생

“그럼 소 부인이…… 할머님의 자식이 아닌 장공주 전하의 자식이란 말씀입니까?”

소청오는 목을 몇 번 가다듬은 후에야 힘들게 질문을 뱉었다.

소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원래는 시간을 끌어 장공주를 더 초조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장공주가 불안에 떨 때 아이를 돌려보내면 우리에게 고마워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순조롭게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장공주가 우리 가문을 동정하도록 네 조모께선 거짓으로 딸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를 돌려보내기도 전에 우리 가문이 황상의 관심을 받았다.”

소청오는 그 뒤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가문이 황상의 눈에 들었으니 더는 장공주 전하의 아이를 이용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군요.”

“맞다. 원래 네 조부께선 이 일을 완전히 묻어 버리기 위해 소청을 죽여서 증거를 인멸할 생각이셨다. 하지만 네 조모께서 동의하지 않으셨지. 먼 훗날 가문에 풍파가 일어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소청을 시골에 두고 잘 키웠다. 소청이 다 자란 후에는 목성에게 시집보내셨지.”

소청오는 제 귀를 의심했다.

“목성요? 그자도 할머니께서 보낸 사람이었습니까?”

“그래. 소청의 신분을 훗날 잘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어찌 아무에게나 보내겠느냐? 목성은 고아였다. 우리 가문에 은혜를 입어 충성심이 엄청났지. 그래서 네 조모께서 안심하고 목성을 보내신 것이었다. 그런데 역시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더구나. 목성이 진심으로 소청을 사랑해 버린 데다가, 소청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했으니. 결국 소청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어 어쩔 수 없이 놈을 없앨 수밖에 없었다.”

소청오는 너무 놀라서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럼 목성의 어머니인 이 씨는요? 그 사람도 계획의 일부였습니까?”

“소청에게 접근시키려면 목성에게 적당한 신분이 필요했는데, 마침 이 씨의 가문과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서 목성을 이 씨의 아들로 만든 것이다. 진짜 신분을 숨기기 위해 꽤 공을 들였지.”

“그다음엔요?”

“목성을 죽인 후, 나와 네 조모는 소청과 목운요도 없애려 했다. 그런데 우리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장 채주 사건이 일어나, 목운요가 소청을 데리고 하언촌을 떠나 버렸다. 그들을 다시 찾았을 땐 하운방이 이미 크게 위세를 떨치고 있어서 수를 쓰기 어려웠다.”

소청오는 자세히 기억을 더듬다 돌연 고개를 들었다.

“제가 경릉성에 있을 때 하운방에 큰불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그 화재 사건도 우리 가문과 연관이 있었던 것입니까?”

“내가 사람을 보내 불을 지르라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명이 어찌나 질기던지. 하운방과 불선루가 황상의 편액까지 하사받자 점점 더 두 사람을 처리하기 곤란해졌다. 결국 나와 네 조모는 소청과 목운요를 가문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편이 더 통제하기 쉬우리라고 판단했다. 한데 그 두 사람이 가문을 망쳐 버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소청오가 넋을 놓은 채 중얼거렸다.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소청과 목운요는 우리 가문의 조종을 당했겠군요…….”

“그래.”

소청오는 이해가 가지 않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고, 장공주 전하는 과거의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소청을 친혈육처럼 대하지 않는 겁니까? 소청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 우리가 잘해 주기만 하면 감지덕지하게 여겼을 텐데요.”

“나와 네 조모도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누군가 은밀하게 목성의 사인을 조사하고 있더구나. 심지어 우리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산파의 가문을 없앤 것도 들키고 말았다. 목성이 어떤 단서들을 남겼는지 알 수도 없고, 목운요가 장공주와 접촉하고 있으니 언제 사실이 탄로 날지 모르지 않느냐? 그래서 괜한 모험을 하기보다는 되도록 빨리 두 사람을 죽이기로 했다.”

소청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문득 목운요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는 그때 목운요가 자신을 적대한다고 느꼈다. 당시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목운요가 무언가 알아낸 것은 아니었을까?

소문원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고요한 말투에서 한기가 흘렀다.

“소청과 목운요는 목에 걸린 생선 가시 같은 존재다. 빼내지 않으면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어. 그 두 사람 때문에 네 동생 우의도 온갖 고생을 했고, 네 모친의 명성도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소청과 목운요 때문에 소씨 가문이 위아래로 모두 평안하지 못한데 어찌 죽이지 않고 살려 두겠느냐?”

소청오가 어렵게 목소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그리 충동적으로 집 안에서 사람을 죽이려 하시다니요.”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아느냐?”

소문원이 분개하며 말을 이었다.

“우를 이용해 목운요를 확실히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목운요는 멀쩡하게 빠져나가고 되레 우리가 궁지에 몰렸어. 조사가 시작되면 우리 가문의 명예는 나락으로 떨어질 거다. 이건 목운요와 우리 가문,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야!”

소문원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이마에 꿈틀대던 핏줄을 가라앉혔다.

“청오야, 일이 이렇게 됐으니 너도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지 알겠지?”

눈을 부릅뜬 소청오의 머릿속엔 목운요의 얼굴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일의 증거가 아직 남아 있습니까?”

“당시 네 조모의 출산을 꾸며 준 산파가 있었지. 그 산파의 일가족은 몰살했고, 소청을 보호하려던 마마도 땅에 묻었다. 명백한 증거들은 모두 사라진 셈이지. 다만 목성이 살던 곳에 단서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명백한 증거만 없으면 됐습니다. 이제 와서 더 얘기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가문을 안정시키는 겁니다. 제게 모든 사실을 알려 주셨으니 앞으로는 두 사람에게 독단적으로 손을 쓰지 마십시오. 제가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낸 거냐?”

소청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께선 가문을 보호하기 위해 목운요에게 손을 쓰셨겠지만, 그 결과를 보십시오. 목운요에게는 아무 탈도 없고 오히려 우리 가문만 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살인 사건을 무마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겁니다.”

그 순간, 방문이 확 열렸다. 대부인 맹 씨가 소문원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두 눈이 붉은 것이 부자의 대화를 들은 듯했다.

소문원이 벌떡 일어났다.

“부인?”

대부인이 뒤돌아 방문을 닫았다.

“다 들었으니 더 이상 숨기지 마십시오. 소씨 가문이 대담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간이 컸을 줄은 몰랐습니다. 장공주 전하의 아이를 숨긴 것도 모자라 소씨 가문의 혈육으로 꾸민 겁니까? 게다가 소청을 찾은 후에도 잘 대해 주기는커녕 죽이려고 들다니, 이런 가문이 어찌 수년 동안 조정에 발을 들였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그리도 멍청합니까?”

“그 입 다무시오! 당신도 이젠 소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시오. 소씨 가문이 무너지면 당신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오!”

대부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코웃음을 쳤다.

“청오야, 너는 어쩔 생각이냐?”

소청오가 손을 뻗어 미간을 어루만졌다.

“아버지께서는 진왕 전하를 찾아가 보시지요. 저는 육공주 전하께 가 보겠습니다.”

대부인이 눈썹을 찌푸렸다.

“진왕 전하는 요즘 황상께도 냉대받으시는데 소씨 가문의 일에 개입하려 하시겠느냐?”

“진왕 전하의 배후에는 황상의 총애를 받는 진비(珍妃) 마마가 계시니 괜찮을 겁니다.”

“일단 목운요와 소청을 다시 데리고 와선 안 된다.”

대부인의 말에 소문원이 그녀를 꾸짖었다.

“그 둘이 살아 있으면 그날 일이 밝혀질 위험이 있다지 않았소!”

대부인이 이를 악물었다.

“우리끼리 말싸움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그럴 기력이 있으면 노부인이나 찾아가 보세요. 하인이 말하길, 노부인께서 중풍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움직이지도, 말씀하지도 못하고 침상에 누워 계신다더군요.”

이에 소문원은 급히 일어나 영화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노부인은 소씨 가문의 기둥이었다. 기둥이 쓰러진다는 말은 하늘의 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영화원에 도착하니 온 마마와 임 의녀가 탕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

노부인 손 씨는 소문원을 보자마자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허공에 손가락질했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모습이었다.

소문원은 황급히 나아가 노부인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천천히 말씀하십시오.”

“어, 억…….”

노부인은 온 마마와 임 의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사실 조금 전에 임 의녀가 노부인의 목에 은침을 놓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었다. 약삭빠른 두 사람이 목운요에게 매수된 터라 노부인은 절대로 도망칠 수 없었다.

소문원은 노부인이 계속 온 마마를 주시하자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온 마마, 어머니께서 왜 이러시는 거요?”

온 마마가 탕약을 들고 왔다.

“노부인의 성정이야 잘 아시지 않습니까. 병이 위중한 데다 말도 못 하고 누워 있을 수밖에 없으니 초조하신 것 같습니다. 제대로 진찰을 받으실 수 있도록 부디 태의를 불러 주십시오.”

소문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머니, 지금 저희 처지가 좀 난처해져서 태의를 부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밖에서 의원을 불러오겠습니다. 몸조리를 잘하셔서 얼른 일어나셔야 합니다.”

“어르신, 이건 임 의녀가 만든 탕약입니다. 따뜻할 때 먹여 드려야 합니다.”

노부인 손 씨의 얼굴에 공포심이 번졌다.

온 마마와 임 의녀가 목운요에게 매수된 것을 아는데 어떻게 두 사람이 준비한 탕약을 먹겠는가? 노부인은 격렬하게 손을 휘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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