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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46화 (246/442)

246화 월왕이 잘못을 인정하는 방법

월왕이 입을 열었다.

“저는 부황을 뵙자마자 죄를 인정했습니다. 제가 지은 죄가 무겁다고 말씀드렸지요. 부디 벌을 내려 주십시오.”

“이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냐? 넌 이런 식으로 잘못을 인정해?”

황제가 더욱 분노했다.

“넌 황자다. 네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황실의 체통을 대변한다. 그런 네가 이품 고관의 저택에 쳐들어가? 이게 소문이라도 나면 조정에 어찌 발을 붙이겠느냐?”

“소자는 부황의 근심을 덜어 드린 것입니다. 일개 신하를 두려워할 까닭이 있습니까?”

“저놈의 성격을……!”

황제가 대로한 것을 보고, 장공주가 냉큼 황제를 끌어당겼다.

“됐습니다. 군월의 성격을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폐하와 똑같이 좀처럼 굽힐 줄을 모르는 성격이죠.”

“짐은 너무나도 화가 납니다. 목운요를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오늘 관원의 저택에 쳐들어갔으니, 내일은 목운요를 위해 관원을 때려죽여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황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목운요라는 아이가 마음에 들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 아들을 더 아끼는 건 당연했다. 만약 목운요 때문에 월왕이 망가진다면, 황제는 기꺼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 악역이 될 의향이 있었다.

월왕이 고개를 들었다.

“소문원이 간악스러운 방법으로 소 부인과 목운요를 붙잡지만 않았어도, 운요는 무사히 소씨 가문을 떠났을 겁니다. 그랬으면 제가 쳐들어가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겠죠. 부황께서도 운요의 성격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는 매사에 솔직하며,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소씨 가문이 먼저 운요가 사람을 죽였고 하인과 놀아났다고 모함했습니다. 그것이 모두 모함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운요는 가문을 떠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소문원이 대문을 걸어 잠그고는 궁수들에게 소 부인과 운요를 죽이라고 명했지요. 만약 소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목운요는 이미 저승길에 올랐을 겁니다.”

황제는 인상을 썼다.

“아무리 그래도 막무가내로 행동해선 안 됐다.”

“오늘 제 행동이 무례했다는 것은 소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목운요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목운요는 황명에 따라 서릉에서 자수법을 전수하려고 이미 많은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백성들이 너도나도 이를 기대하고 있는데, 목운요가 변고라도 당한다면 백성들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예전에 고모님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죠. 고모님께서도 상을 내린다고 하셨는데, 소씨 가문 사람들의 손에 죽어 버리면 고모님의 말씀이 신용을 잃게 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월왕의 말을 들은 황제는 정말이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님, 저 녀석 말하는 것 좀 보십시오. 제가 찾던 도리는 저 녀석이 다 따지고 앉아 있군요.”

장공주는 웃으며 황제를 달랬다.

“군월의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어요. 막무가내이긴 했지만,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죠. 이번에 소씨 가문은 정말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난폭하게 굴었습니다. 또한 소문원은 일개 이부 상서이면서 집에서 사병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훗날 반역을 일으켰을지 모릅니다.”

장공주는 본디 성정이 온화했다. 설령 누군가의 잘못을 알아도 잘못을 지적할 뿐 단죄하진 않았다. 그런 장공주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황제의 얼굴에도 수긍의 빛이 떠올랐다.

“누님 말이 맞습니다. 소씨 가문은 아주 양심도 없습니다.”

그때, 환관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황상께 아룁니다. 이부 상서 소 대인과 그의 부인이 알현 요청을 해 왔습니다.”

황제는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빨리도 찾아왔군. 보지 않을 테니 돌아가라고 전해라. 그리고 심병괴에게 소씨 가문의 살인 사건을 최대한 빨리 조사하여 보고를 올리라고 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소 대인, 돌아가십시오. 황상께서 뵙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그에 소문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혹시 다른 대신들과 접견 중이신 겁니까? 그런 것이라면 이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황상께서 누굴 만나시는지는 알려 드릴 수 없으니 그만 돌아가십시오.”

환관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소씨 가문에서 아주 큰 사건이 일어나 떠들썩하니, 앞으로는 그들을 신경 쓰지도 말아야 했다. 소씨 가문과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소문원은 곧 이를 악물며 밖으로 나갔다.

맹 씨는 뒤에서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황상께서 나리를 보지 않겠다고 하시다니. 황상을 만날 수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나리와 노부인을 대신해 벌을 받아야 할까요?”

소문원이 고개를 돌려 맹 씨를 매섭게 노려봤다.

“입 다무시오!”

이곳이 황궁만 아니었으면 맹 씨의 뺨을 쳤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비웃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저는 오랫동안 나리와 함께하면서 가문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한데 나리와 노부인이 가장 먼저 저를 버리고 죄를 뒤집어씌우실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황상과 장공주 전하를 속인다고 해서 그분들이 정말로 속아 넘어갈 것 같나요? 정말이지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요!”

이에 소문원은 맹 씨를 끌고 가서 마차 한구석으로 내던졌다.

“지금 소씨 가문은 생사의 갈림길 위에 서 있소. 빈정댈 시간이 있으면 좋은 방법이나 생각해 보시오. 가문이 무너지면 우의와 청오도 가문과 함께 무너지는 거요. 당신도 다를 게 없겠지.”

“이제 제가 살길도 남지 않았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겠어요?”

맹 씨는 소씨 가문이 어떻게 되든 이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나리와 노부인은 왜 그렇게 소청과 목운요를 가문에 남게 하시려는 겁니까? 가문을 떠나고 싶어 하면 그냥 보내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부인이 뭘 안다고!”

소청과 목운요는 소씨 가문에 꽂힌 날카로운 검과 같았다. 이 날카로운 검을 뽑아내지 않으면 소씨 가문은 하루도 평안한 날이 없을 것이었다. 특히나 목운요가 진상을 알게 되는 날엔 날카로운 검이 가문을 산산조각 낼 터였다.

“나리와 노부인이 숨긴 비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소씨 가문은 곧 끝장날 테니까요.”

소문원은 가문을 살릴 방법을 찾으려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마지막까지 절대로 쉽게 무릎을 꿇을 순 없었다.

* * *

소문원은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하인에게 따져 물었다.

“청오는 돌아왔느냐?”

삼황자와 함께 사냥터 행궁을 보러 간 소청오가 곧 돌아올 시간이었다.

“방금 돌아오셨습니다.”

“알겠다. 지금 당장 나를 찾아오라고 전해라.”

한편 소청오는 서릉에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소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를 보며 비난했고, 끊임없이 쑥덕거렸다. 그중에선 소씨 가문이 목 소저를 박해했다는 말도 이따금 들려왔다.

소청오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소씨 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하인에게서 오늘 일어난 일을 전해 듣고 나자 눈앞이 깜깜해졌다.

“도련님, 나리께서 돌아오셨으니 어서 뵈러 가십시오.”

소청오는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다. 곧 가마.”

소청오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소문원이 빠르게 말을 시작했다.

“청오, 즉시 육공주를 뵈러 가라. 육공주께 우리 가문을 좀 변호해 주시라고 부탁하거라.”

소청오에게 한눈에 반한 육공주는 그가 아니면 아무에게도 시집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너져 가는 소씨 가문을 일으킬 수 있는 이는 오직 육공주뿐이었다.

“아버지,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냥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아버지와 할머니는 왜 이렇게까지 소청 고모님과 목운요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겁니까?”

소문원의 낯빛이 일순간 가라앉았다.

“그런 것을 따질 때냐? 지금은 소씨 가문의 상황을 돌려놓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소청오는 평소처럼 소문원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자기 뜻을 꿋꿋이 지키며 고개를 저었다.

“제게 진실을 말해 주지 않으신다면 육공주 전하를 만나러 가지 않을 겁니다.”

“너……!”

소문원은 금방이라도 소청오의 따귀를 내리칠 기세였다. 하지만 소청오의 굳건한 눈빛을 보자 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잠시 후, 소문원은 올렸던 팔을 떨구며 낙담한 표정으로 무너지듯 의자에 앉았다.

“이 일에는 커다란 비밀이 연루되어 있기에 나와 네 할머니만 알고 있다. 원래 네게는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말해 줄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 지경까지 돼 버렸으니 어쩔 수 없겠구나.”

“아버지, 대체 이유가 뭡니까?”

소문원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막막한 듯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전에 우리 가문이 무너진 적이 있었다. 그땐 네 조부께서 고생하시어 가문을 지켜 내셨지. 당시는 황자들이 황위를 두고 싸움을 벌이느라 서릉이 크게 혼란했다. 우리 소씨 가문은 진왕(秦王)을 지지하고 있었다. 서릉에 변이 일어나자 네 조부께선 진왕의 명을 받아 장공주를 포위하여 공격하셨지. 그 과정에 장공주의 딸을 데리고 도망치는 마마를 만나서, 그들을 잡아 공을 세우려 하셨다.”

소청오는 속으로 떨기 시작했다.

“장공주 전하의 따님이라면…….”

“그래. 그런데 예상과 달리 진왕은 싸움에서 패했고, 지금의 황상께서 황위를 차지하셨다. 그래서 네 조부와 조모는 더 대담한 방법을 생각해 내셨지. 장공주의 딸인 허연한(许烟寒)을 소씨 가문의 앞날을 위해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장공주의 딸에게 소청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시골로 보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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