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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40화 (240/442)

240화 결백을 증명하다

“실망? 두 분이 제게 실망이라는 단어를 운운할 자격이 있나요?”

대부인의 미간에 깊게 주름이 잡혔다.

“목운요, 그게 무슨 뜻이냐? 우리 가문은 너를 데려온 후로 끔찍하게 아꼈다. 네게 가장 좋은 제월각을 내주고, 하운방과 불선루가 개업할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그래도 부족한 것이 있느냐?”

목운요가 웃음을 멈췄다. 두 눈은 더욱 차가워져 있었다.

“아주 치밀하게 계산하셨네요. 아주 흠잡을 데 없이 완전무결한 음모입니다. 특히 신책이 마지막에 했던 말은 정말이지 대단했어요. 제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전 살아남지 못할 테지요. 하지만 그가 놓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신책은 제 어깨에 꽃 모양의 붉은 점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정말일까요?”

목운요의 말을 들은 손님들의 눈이 둥그레졌다. 또 반전이 있단 말인가?

의기양양하던 대부인의 눈빛에서 점차 자신감이 사라지고, 짙은 불안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방금 외할머니와 큰외숙모께서 제게 실망했다고 말씀하신 것은, 제 몸에 꽃 모양의 붉은 점이 있다고 이미 확신하고 계셨기 때문이겠죠? 참 이상합니다. 제 몸에 점이 있다는 것을 두 분은 어찌 아셨습니까? 혹시 일부러 사람을 보내 알아보라고 하셨나요?”

목운요는 신책의 말을 듣자마자 예전 일이 떠올랐다.

서릉에 처음 왔을 때, 할 일이 없고 무료하여 물에 닿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 연지를 만들어 어깨에 꽃을 그리고 목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유 마마 혹은 다른 사람이 그 연지를 우연히 본 모양이었다. 그리고 당시 본 것을 오늘 비장의 무기랍시고 내놓은 것이었다.

“예전에 너와 네 모친의 신원을 조사하면서 발견했다…….”

“참 어이가 없군요. 대체 어떤 사람을 보내 조사를 하라고 시키신 겁니까? 옷을 벗어야 보이는 점과 같이 사적이고 은밀한 것까지 알아내시다니요.”

대부인은 말문이 막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목운요는 비웃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옷을 벗어 제 어깨에 점이 있는지 보여 드리면 되나요?”

대부인은 주먹을 꽉 쥐며 노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머님…….”

방금 전 신책이 점을 입에 올리며 쐐기를 박을 때까지만 해도 노부인은 굉장히 평온한 모습이었다. 한데 생각과 달리 순식간에 목운요에게 약점을 잡혀 반격당해 버렸다.

노부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수많은 손님이 지켜보고 있으니 이번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소씨 가문에 큰일이 날 수 있었다.

노부인은 목운요를 죽이기라도 할 듯이 노려봤다. 두 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고, 거기에는 짙은 두려움과 공포심도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목운요를 죽이고 싶었다. 목운요가 ‘그 사람’과 닮아도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날카로운 기운과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지혜까지 닮아 있었다. 아주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그 속에서 살길을 찾아 상황을 역전시켰다.

목운요는 몸을 곧게 세웠다. 얼굴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은 것 같았다.

“외할머니, 큰외숙모. 제 맨어깨를 확인하실 건가요?”

대부인은 이를 악물며 떨었다. 예전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머릿속에 연달아 떠올랐다. 목운요를 두 번 다시 재기하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을 때마다, 목운요는 오히려 자신을 호되게 짓밟았다. 설마 이번에도 똑같단 말인가?

노부인은 온화한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하여 웃어 보였다.

“나와 네 큰외숙모가 널 믿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저 이번 사건에 우가 목숨까지 잃었으니 어쩔 수 없이 따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목운요는 소리 내어 웃었다. 눈가엔 눈물 자국이 보였다.

“일찌감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외할머니와 큰외숙모께는 그저 시골에서 올라온 비천한 계집일 뿐이죠.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확인하십시오. 어깨에 점이 없으면 제 결백이 증명되는 것이지요?”

그때, 금 부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요아야, 난 언제나 널 믿는단다. 점이 없으면 당연히 신책이 허튼소리를 한 것이겠지. 그렇게 되면 이번 일을 네 의부께 전할 것이다. 황상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여 네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할 것이다.”

목운요는 글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마침 초 부인께서도 자리에 계시는군요. 초 부인께서는 성품이 올곧은 분이시니, 절대로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않으실 테지요. 그러니 초 부인께서 저를 검사해 주십시오. 외할머니, 큰외숙모, 이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으시지요?”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의 안색이 어두웠다.

이내 목운요는 초 부인과 함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도착한 후, 목운요가 초 부인에게 예를 갖췄다.

“초 부인을 뵙습니다. 오늘 부득이하게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예를 차릴 필요 없다. 예전부터 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 말이야. 원래는 오늘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는데, 일이 몹시 어그러져 버렸구나……. 나중에 우리 저택에 초청할 테니 한번 찾아오겠느냐?”

초 부인에게선 온통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진왕처럼 겉치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럼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

초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결백을 믿지만,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는 어깨를 봐야겠구나.”

목운요는 곧장 옷을 끌어 내렸다. 그러자 뽀얗고 부드러운 양쪽 어깨가 나타났다. 꽃 모양의 붉은 점은커녕, 붉은 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초 부인의 마음에 확신이 섰다.

“억울한 일을 당했구나.”

목운요는 옷을 끌어 올리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결백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억울함은 참을 수 있습니다.”

곧 초 부인과 목운요가 방에서 나왔다. 초 부인은 바로 입을 열었다. 부드럽지만 또렷한 목소리였다.

“목 소저는 결백합니다.”

대부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외할머니, 큰외숙모. 신책이 악의를 품고 저를 모함하려 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유 마마를 계속 심문해야 알 수 있겠습니다.”

대부인의 얼굴에서 혈색이 없어졌다. 대부인은 노부인을 바라보며 그녀가 어서 좋은 방법을 찾아내 주길 바랐다.

한데 그때, 노부인의 안색이 바뀌더니 그녀가 대부인의 손을 떼어 냈다.

“맹 씨, 유 마마는 맹 씨의 하인이 아닌가? 유 마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주인이란 자가 모르고 속아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난번 목운요가 소씨 가문에서 떠나겠다며 난리를 쳤을 때, 노부인은 대부인에게 누명을 씌웠다. 설마 이번에도 자신을 버릴 생각이란 말인가?

전에 대부인이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던 것은, 목운요에게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소우의 시중을 들던 하인들이나 신책, 혹은 유 마마에게 가혹한 고문을 한다면 모두 견뎌 내지 못하고 자백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정말로 망하는 것이었다.

노부인은 가라앉은 안색으로 대부인을 훑어봤다. 그 시선은 경고였다.

“이번 사건은 너무 끔찍해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손님들을 배웅하고 다시 심문하는 게 좋겠구나.”

주위는 고요해졌고, 손님들도 더는 수군거리지 않았다. 노부인과 대부인의 태도를 보아하니 이미 어떤 상황인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목운요를 파멸시키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된 계략이었다. 목운요를 함정에 빠뜨린 이유는 독사 부인이라 불리는 대부인의 별명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목운요가 지혜로워 두 사람이 놓은 덫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사건의 진상은 얼추 드러났지만, 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소씨 가문은 권력이 있는 집안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면, 목운요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소씨 가문을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목운요가 입을 열었다.

“외할머니, 손님 여러분께 이번 일의 증인이 되어 주십사 청하고 싶습니다. 조급하게 손님들을 돌려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노부인은 다소 굳어진 눈으로 목운요를 바라보았다.

“운요야, 억울한 건 알겠지만 이리 많은 손님 앞에서 떼를 써서야 되겠느냐?”

“우 언니가 죽었고, 집안의 하인들이 모두 작당하고 저를 모함합니다. 외할머니 눈에는 이게 떼를 쓰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목운요가 매우 공손한 얼굴로 예를 올렸다.

“이건 이치에도 맞지 않고, 설명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전 오늘 반드시 진실을 밝혀서 제 결백을 증명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우 언니도 편히 눈감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부디 막지 말아 주십시오.”

“내 말을 못 들은 게냐?”

노부인의 눈에 경고의 빛이 짙어졌다. 눈빛으로 목운요를 위압하려는 것이었다.

“제가 이 일을 조사할 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후에 외할머니께서 내리시는 처벌을 모두 받겠습니다.”

목운요가 완고한 얼굴로 얘기를 마치더니 이부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작은외숙모, 언니의 원수를 갚고 싶지 않으십니까? 어서 유 마마를 심문하지 않고 뭐 하십니까?”

그에 이부인도 목운요를 따라서 노부인을 향해 예를 올린 후, 시위에게 서늘하게 명했다.

“쳐라!”

유 마마가 놀라 몸을 덜덜 떨더니 자기도 모르게 대부인을 바라봤다. 마치 구해 달라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대부인은 유 마마의 눈빛을 빠르게 피하며 속으로 무척 분노했다. 제 마마가 운춘을 때린 죄로 끌려가 곁에 쓸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 마마한테 이 일을 맡긴 것인데 이렇게 덜미를 잡힐 줄이야!

유 마마는 본래 약한 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하는 줏대 없는 자였다. 역시나 그녀는 곤장 몇 대에 통곡하며 자백하기 시작했다.

“이부인, 모두 대부인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저는 그저 주인의 명을 따랐을 뿐이에요. 그 밖의 일은 하나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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