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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21화 (221/442)

221화 황제의 매질

식사를 끝낸 후, 황제는 곧장 막사로 돌아갔다.

장공주는 막사를 나서는 황제를 보며 미소 지었다. 곡 마마가 그런 그녀에게 공손히 찻잔을 내밀었다.

“이번 일은 아마 진왕 전하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진왕이 제 감정 하나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다니……. 어차피 잘됐네. 군월이 월서로 떠나지 않겠다고 했으니 신하들에게 자기 존재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어. 무시당하려고 월서에서 칩거하다시피 산 게 아니니 말일세.”

“이번에 월왕 전하께서 움직이신 게 목 소저를 위해서인 것 같던데…….”

장공주가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복인지 화인지 잘 모르겠군. 자네 생각에 목운요는 어떤 것 같나?”

“제 생각에 목 소저는 보기 드물게 영특하고 비범한 사람 같습니다. 성정도 모난 구석이 없는 것 같고, 지혜로우며 결단력이 있죠. 쉽게 봐선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장공주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맞는 말일세. 다만 목운요가 형세를 잘 보고 사리 분별을 잘해 줘야 할 텐데 말이야. 만약 그렇지 않으면 군월이 나를 미워해도 목운요를 월왕부로 들일 생각이 없네.”

“공주 전하께선 말만 무섭게 하시지, 사실 가장 마음 약하신 분 아닙니까. 월왕 전하께서 도움이라도 청하신다면 이것저것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도와주실 테죠.”

주종관계라고는 하나 서로 깊은 정이 있었기에 곡 마마는 말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다.

장공주는 더 짙게 웃음 짓더니 손목에 있는 옥팔찌를 문질렀다.

“이유를 설명할 순 없다만, 목운요가 군월에게 화를 불러와도 나쁜 소리 한마디 못 할 것 같기는 해.”

“어쩌면 이런 것이 인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 소저가 복이 있어 공주 전하의 눈에 든 것이지요.”

“사람을 보내 지켜보라고 하게나. 이틀 동안 소란이 일어났으니 남은 며칠은 사고가 생기면 안 되지.”

“명 받들겠습니다.”

* * *

목운요는 막사 안에 앉아 월왕을 혼내는 유왕을 보고 있었다.

“넷째야, 너도 참 경솔하구나. 맹한동을 어찌 그리 대놓고 괴롭혔느냐? 그를 죽였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너에게는 잔인하고 포악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염려 놓으십시오. 별것 아닙니다.”

“왜 맹한동을 건드렸어? 놈이 뭘 잘못했기에?”

그에 목운요가 자리에서 일어나 면목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맹한동이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 다행히 월왕 전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죠.”

유왕은 잠시 넋이 빠졌지만, 얼른 정신을 다잡았다.

“그런 일이 있었군. 좋아! 잘했다! 맹한동, 그딴 놈이 감히 내 동생 무서운 줄 모르고 기고만장했으니 죽어도 싸지!”

그러나 월왕의 낯빛은 여전히 어두웠다.

“놈에게 겁을 주려고 한 것은 맞지만,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제대로 조사해야 합니다.”

유왕은 침착해 보이는 목운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목 소저에게 좋은 방법이라도 있소?”

“당치도 않습니다. 제가 어찌 함부로 황실의 일에 끼어들겠습니까?”

“그래, 이번 일은 내가 사람을 보내 조사하라고 하겠다. 단서가 나오면 바로 두 사람에게 알려 주마.”

월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이 고생이 많으십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운요를 막사에 데려다주겠습니다.”

“알겠다. 어서 목 소저를 바래다줘라.”

유왕의 두 눈에 웃음기가 서렸다.

‘넷째는 마음이 없으면 상대를 신경도 안 쓰는데, 마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만 빠져드는구나.’

* * *

목운요와 월왕이 무사히 황상의 막사를 빠져나오자 사냥터는 떠들썩해졌다. 막사로 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살펴보았다. 목운요는 그저 조용히 월왕의 옆을 지키며 주변의 눈총을 무시했다.

막사 앞에 다다르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반드시 조심하셔야 해요. 어째 이번 사건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월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목운요는 막사로 들어가 오늘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생각해 봤다. 그러던 와중, 금란이 쪽지 하나를 건넸다.

“소저, 육냥이 몰래 보내왔습니다.”

목운요는 쪽지를 펼쳐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곧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차갑게 변해 갔다.

‘진왕…… 역시 그 사람이었어.’

“소저, 육냥이 배후를 찾았답니까?”

목운요는 쪽지를 찢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맹한동이 목운요를 향해 활을 쏜 것도 진왕의 부추김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자신과 월왕이 떠난 후에 진왕이 맹한동을 죽이며 이 연극을 꾸몄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월왕 전하께 전하고 올까요?”

“아뇨. 육냥이 알아냈을 정도면 월왕 전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그동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더니 진왕께서 아주 대담해지셨나 보네요. 이번에는 호되게 당해야 하니 그저 조용히 지켜보죠.”

“네, 소저.”

* * *

한편, 삼황자 영군진은 막사 안에서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닥에 꿇어앉은 몸종 두 명은 고개를 처박고 쥐 죽은 듯 숨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는데 어찌 크나큰 구멍이 생긴 것이냐? 맹한동의 상투관이 부서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느냐?”

“죄송합니다. 상투관이 월왕의 결백을 입증할 단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진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됐다. 그저 부황께서 월왕을 어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니. 설마 정체를 들킨 건 아니겠지? 난 막판에 피 볼 생각은 없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진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황자들을 막사로 소집한다는 황상의 명이 떨어졌다.

진왕이 황제의 명을 전하러 온 이 공공에게 돈주머니를 건네며 물었다.

“부황께선 어인 일로 황자들을 모이라 하셨는가?”

이 공공은 조심스럽게 돈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황상께서 월왕 전하를 모함한 자를 찾으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미소 짓던 진왕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고, 입꼬리도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것참…… 다행이군.”

* * *

같은 시각, 황제의 막사엔 의덕 장공주도 있었다. 하나둘 막사에 도착한 황자들은 황제와 장공주에게 예를 갖췄다.

황제는 일어나라는 말 대신 차가운 눈빛으로 황자들을 노려보았다. 황자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 꿇고 있었다.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나갈 무렵, 황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짐이 넷째를 모함한 배후자를 알아냈다.”

그 한마디에 황자들의 표정이 제각각 변했다.

대황자 릉왕이 가장 먼저 말문을 뗐다.

“이제 막 월서에서 돌아온 넷째를 모함하다니, 그야말로 악랄한 자입니다. 부디 이번 일을 철저하게 조사하시어 넷째의 억울함을 풀어 주십시오.”

유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릉왕의 말에 동의했다.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에 우연히 증거를 찾았기에 망정이지, 증거가 없었다면 넷째가 오명을 쓸 뻔했습니다. 그랬으면 부황께선 넷째의 사정을 봐주지 못하게 되셨겠죠. 셋째야, 넌 그 배후자를 어찌 벌하면 좋겠느냐?”

진왕은 속으로 덜덜 떨며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 황제의 얼굴은 그저 깊은 바다와 같아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저도 큰형님과 둘째 형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이번 일로 아주 실망이 크다. 명색이 황실의 사람이거늘, 그놈은 절대 큰 그릇이 못 된다!”

진왕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설마 부황께서 정말 알아내셨나?’

황제는 음모를 꾸민 자가 큰 그릇이 못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보위와는 영영 멀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황제는 황자들의 얼굴을 세세하게 살피다, 문어귀에 서 있는 금위군을 불러들였다.

“오늘 짐은 황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아비다. 아들이 돼먹지 못했으니 아비 된 사람으로서 자식이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게 지도해야지.”

황제는 이 정도까지 말하면 진왕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왕은 저와는 완전히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모르는 척했다.

“여봐라, 회초리를 가져와라!”

“네!”

막사에 들어온 금위군들이 황자들을 포박하고 상의를 벗긴 후, 회초리를 들고 명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이내 황제가 노기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매질하라!”

황제의 명이 떨어지자 금위군들이 회초리로 황자들의 등을 매섭게 내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튀기 시작했다.

황제는 황자들의 안색을 하나하나 살폈다.

대황자의 얼굴에는 불평이 가득했다. 무고한 자신이 매를 맞아 억울한 모양이었다.

이황자는 이를 악문 채 신음을 흘렸다. 삼황자도 꾹 참았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오직 넷째만이 차가운 낯빛이었다. 마치 혼자서만 매질을 당하지 않는 것처럼 얼굴에서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황제의 손가락이 떨렸다.

‘저 녀석…….’

금위군이 서른 대를 때린 후에야 황제는 멈추라고 명했다.

“너희의 잘못을 알겠느냐?”

대황자는 황제의 물음에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황,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부황께서 노하실 일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황제는 여태껏 소리 한번 내지 않은 삼황자 진왕을 쳐다봤다.

“셋째, 너는 네 잘못을 알겠느냐?”

진왕은 고개를 들어 위엄 있는 황제의 얼굴을 바라봤다.

“부황, 고정하십시오. 몸이라도 상하시면 어찌합니까? 저희의 잘못 때문에 몸이 상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상황에서도 진왕이 사실을 고하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황제는 크게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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