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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04화 (204/442)

204화 이십만 냥의 행방

소문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잘못하지 않았다면 어찌 부인이 널 벌했겠느냐? 게다가 연약한 여인 단둘이 어떻게 우리 집을 탈출할 수 있단 말이냐.”

그에 목운요가 고개를 들어 비통한 얼굴을 했다.

“시위들이 큰외숙모의 지시를 받고 모두 동원으로 와 있었으니 수비가 소홀해진 덕이었겠지요. 그보다 중요한 건 큰외숙모께서 왜 사람을 시켜서 제 하인들에게 벌을 주셨느냐는 겁니다. 그 가혹함의 정도가 지나쳐서 사람 목숨을 빼앗을 뻔했습니다……!”

“운요야, 대부인은 너를 잘 지도하여 서릉의 규율을 알려 주려는 것뿐이다. 네 큰외숙모의 정성을 헛되이 하지 말아라.”

목운요는 차갑게 웃었다.

“정성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큰외숙모께선 평소 우의 언니께도 규율을 가르치신답니까? 제가 신분이 높진 않아도 바보는 아닙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우의 언니를 다치게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의 언니와 제 마마는 제가 언니의 팔을 부러뜨렸다고 위증해서 제게 죄를 뒤집어씌웠지요. 전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큰외숙모께 끌려왔습니다. 그리고 큰외숙모께서는 시시비비도 가리지 않은 채 저를 포박하셨습니다. 만약 심 대인께서 제때 오지 않으셨다면 저와 어머니는 참혹한 꼴을 당했을 겁니다.”

“운요야, 아직도 어리석게 고집을 부리는 것이냐? 우의의 팔은 분명 네가 부러뜨린 것이다.”

“무슨 증거라도 있습니까?”

“제 마마가 바로 그 증인이다!”

그에 목운요는 한껏 목청을 높였다.

“그 논리대로라면 큰외숙모께선 절 죽이려고 하신 거 아닙니까? 하운방과 불선루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독식하려고요!”

“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이느냐!”

소리를 지르는 대부인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뭔가 켕기신 것 같습니다? 제 추측이 맞은 거지요? 운춘을 가두고 제게 오명을 뒤집어씌운 채 저와 어머니를 죽이려 하셨겠지요. 제 돈을 가로채기 위해서 말입니다. 처음부터 저희를 데려오신 것도 다 철저한 음모 아닙니까?”

“너,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라. 상서부 대인이 네 코 묻은 돈을 탐낼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러자 운춘이 몹시 분개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제가 이번에 들고 온 돈은 이십만 냥입니다. 적은 돈이 아닙니다!”

‘이십만…… 냥?’

소문원이 고개를 돌려 대부인을 보았다. 중추절에도 그녀는 집안의 수입이 줄었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 설마 정말로 대부인이 은자 이십만 냥을 챙기려고 이런 수단을 쓴 거라면 큰 소란이 일어나더라도 목운요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게 낫지 않을까?

다만 지금은 그 문제를 깊게 파고들기 전에 소씨 가문이 혐의를 벗는 게 급선무였다.

소문원은 원한에 가득 찬 목운요를 바라보았다.

“운요야, 소씨 가문의 모두는 너와 네 어미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 외삼촌은 슬프구나.”

그때, 순천부의 관리 한 명이 달려와 심병괴에게 급히 보고를 올렸다.

“심 대인, 감옥에 갇혀 있던 왕주가 또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자신의 모친과 유 노파는 분명 입막음을 위해 살해당한 거라고 야단입니다.”

“증거가 있다더냐?”

“일전에 소씨 가문의 동원에서 일하던 시녀가 큰 공자님을 꼬시려고 하다 벌을 받고 소씨 가문에서 쫓겨났답니다. 그 시녀는 왕주의 모친과 유 노파에게 곤장을 맞았는데 보기엔 멀쩡했지만, 몸 안이 크게 상하여 평생 임신을 하지 못할 거라고…….”

순간 대부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쯤 되자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소문원의 낯빛도 마찬가지였다. 목운요가 소씨 가문을 이렇게 뒤집어 놓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 대인, 왕주는 평소 술만 마시고 계집질에 도박을 일삼으며 제대로 된 직업 하나 없는 놈입니다. 그런 약삭빠른 놈의 말은 믿을 게 못 됩니다.”

그때, 별안간 목운요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몸을 휘청였다. 금란과 금교가 서둘러 다가와서 부축했다.

“소저, 괜찮으십니까?”

“왕 노파와 유 노파가 소저께도 곤장을 때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 소저의 몸은…….”

금란이 말을 맺기도 전에, 목운요가 완고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소씨 가문으로 온 지 이틀 만에 그 두 사람에게 곤장을 맞았지요. 하지만 고작 곤장 몇 대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금란이 몹시 분개하며 말했다.

“만약 모함을 벗지 않으셨다면 소저께선 곤장 스무 대를 맞으셨을 겁니다! 그렇게 됐다면 몸이 완전히 망가지셨을 거라고요!”

소문원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앞서 소씨 가문의 모두가 목운요를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목운요가 가문에 온 지 이틀 만에 곤장을 맞았다는 사실이 탄로 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맹씨 가문 적녀의 따귀를 때린 일은 아직도 백성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였다. 심병괴도 이를 들어 본 적은 있지만, 목운요가 그날 모함을 당해 곤장을 맞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때마침 소우의를 살피기 위해 황근(黄勤) 의원이 약상자를 들고 급히 찾아왔다. 그는 마당에 벌어진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금란은 황 의원을 보자마자 예의를 차릴 새도 없이 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의원님 맞으시죠? 어서 저희 소저 맥 좀 짚어 주십시오. 몸에 어디 상한 곳은 없는지 잘 좀 살펴봐 주세요.”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황근은 자못 당황한 표정이었다.

“낭자, 체통 없이 사람을 이리 끌고 가시면 어찌합니까? 그만 놓아주십시오.”

대부인은 우의가 걱정스러웠지만, 심병괴가 있어서 황근을 채 갈 수가 없었다. 목운요를 먼저 진맥하도록 두지 않으면 그녀를 가혹하게 대했다는 말에 힘을 싣는 격이었다.

목운요는 안색이 창백했지만, 표정만은 침착했다.

“황 의원님, 제 시녀가 예의 없이 군 점 용서해 주십시오. 그 아이는 그저 제가 너무 걱정되어 저러는 것입니다.”

황 의원은 그제야 좀 진정된 듯했다.

“소저께선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옆에 있던 금란이 조급하게 입을 뗐다.

“소저께서 며칠 전에 곤장을 맞으셨는데 몸에 어디 후유증은 없는지 살펴봐 주십시오.”

황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뻗어 맥을 짚었다.

진맥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소청은 무척 긴장되었다. 그녀는 목운요에게 다가가 진맥받고 있지 않은 손을 꼭 붙잡았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목운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청을 안심시켰다.

곧 황 의원이 손을 거두고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며칠 전에 곤장을 맞으셨다고요?”

“네.”

“어쩐지……. 현재 건강이나 기력도 보통 사람보다는 현저히 약합니다. 몸 내부가 손상됐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눈에 띄진 않더라도 훗날…… 온전치 못한 아이를 낳으실 수도 있습니다…….”

목운요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의원님, 고작 곤장 몇 대인데 그리 심각하단 말입니까?”

“몇 대를 맞았는지는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때린 방식입니다. 교묘하게 때리면 한 대만으로도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지요.”

대부인은 눈을 부릅뜨더니 황 의원을 엄하게 쏘아보았다.

“황 의원, 제대로 진단하신 게 맞습니까?”

황근은 의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하여, 소씨 가문에서 누가 아프기만 하면 가장 먼저 모셔 오던 의원이었다.

“만약 믿지 못하시겠다면 다른 의원을 불러서 진맥해 보셔도 됩니다. 목 소저께서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몸조리를 아주 잘해야 합니다. 나중에도 완전히 회복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대체 어디서 곤장을 맞으셨길래 이리 험하게 당하신 겁니까? 그래도 너무 염려친 마십시오. 늘 공정하고 너그러우신 대부인께서 분명 잘 도와주실 겁니다.”

황근은 소씨 가문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모양이었지만 대부인은 외려 화가 나서 목이 멜 지경이었다.

목운요는 눈물을 닦으며 더욱 처연한 얼굴로 했다.

“의원님, 충분히 몸조리를 잘한다면 회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됩니까?”

“그건…… 일이 할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운요가 참담히 웃었다.

“그저 가족을 찾으러 서릉으로 온 것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이를 꽉 깨문 대부인은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운요야, 이건 분명 중간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구나!”

목운요는 꼿꼿하게 섰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만은 그칠 줄을 몰라 그 슬픔과 절망이 생생히 전해졌다.

“저희 두 모녀는 이곳으로 온 후로 소씨 가문에 어떤 폐도 끼친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여긴 제 외가댁일 뿐입니다. 어머니와 저는 목씨 가문 사람이죠. 그러니 저희는 이만 이 집에서 나가겠습니다.”

소문원은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황 의원의 진단은 거대한 바위처럼 소씨 가문을 무겁게 짓누를 것이다. 황 의원의 말대로라면 왕 노파와 유 노파가 목운요에게 악랄한 수를 썼다는 것인데, 이건 도통 말이 되지 않았다. 주인이 시키지도 않은 짓을 어찌 감히 하인이 한다는 말인가?

“운요야, 네 부친도 안 계신데 너와 네 어머니가 밖에서 지내면 외할머니께서 걱정하실 거다.”

“저희는 계속 서릉에 머물 겁니다. 외할머니께서 걱정하신다면 자주 찾아와 문안을 드리겠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이다.”

지금 소청과 목운요가 나가게 내버려 둔다면 서릉 전체가 소씨 가문을 손가락질할 터였다. 소문원은 뚜렷한 생각이 없어 보이는 소청을 바라보았다.

“청아, 운요가 아직 어려서 너무 충동적인 것 같구나. 외지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는 네가 잘 알지 않느냐? 운요가 멋대로 말하지 못하도록 좀 설득해 보아라.”

소청은 목운요의 옆에 굳건히 서서 아픈 목에도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저희는 나가겠습니다.”

목운요는 소청이 계속 목을 쓰지 못하도록 황급히 막았다.

“이번에 보화사에서 큰불이 났을 때 어머니께선 거의 목숨을 잃으실 뻔했습니다. 다행히 도망쳐 나오시긴 했지만 독한 연기 때문에 목에 화상을 입으셨지요. 지금도 말씀하기 어려우시니, 부디 어머니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큰외숙모님, 운춘이 전달한 은표 이십만 냥을 돌려주시겠습니까? 그건 서릉에서 하운방과 불선루를 열 때 쓰려고 각지에서 모아 온 것입니다.”

대부인은 목운요에 대한 증오로 심장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심병괴가 지켜보고 있어서 아무 짓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뻣뻣하게 방 안으로 걸어가 돈을 그대로 돌려줬다.

그런데 일순간 상자를 열어 본 목운요의 표정이 돌변했다.

“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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