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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03화 (203/442)

203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대부인

소우의는 온 힘을 다해 그날을 잊으려고 했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급히 손을 뻗어 대부인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어머니, 냉큼 사람을 더 불러들여 목운요를 묶어 버리세요!”

대부인 또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목운요, 원래는 네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는 조금의 반성도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인 것 같구나. 네가 먼저 도리를 저버린 것이니 내가 심했다고 미워하지나 마라.”

대부인은 곧장 밖을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

“여봐라!”

그러자 무기를 든 시위들이 몰려와 차가운 얼굴로 목운요와 소청을 쏘아봤다.

대부인은 이를 악물었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목운요를 확실하게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살려 두면 분명히 후환이 끊이지 않을 터였다.

“목운요와 소청을 잡아라. 반항한다면 죽여도 좋다!”

목운요는 냉랭한 눈으로 대부인을 째려봤다.

‘죽여도 좋다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다니, 과연 맹씨 가문 사람이군.’

시위들의 실력은 하인들과는 차원이 달라 사금 일행만으로는 맞서기에 무리가 있었다. 사금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부상을 당했다.

목운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소청의 곁을 지키며 시간을 쟀다. 그리고 때가 되자 사금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에 사금의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그녀가 소우의가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향했다.

대부인이 준비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지켜보던 소우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제 막 회복한 팔이 ‘쩌걱’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소우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놀란 대부인은 소리를 지르며 소우의를 부축했다.

“우의야! 괜찮니? 여봐라, 어서 의원을 불러와라! 어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팔이 다시 부러져 버렸다. 이 팔이 불구가 되어 버린다면 소우의의 여생은 처참할 터였다.

“목운요! 내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인은 살이 엘 듯한 살벌한 눈빛을 한 채 시위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계집 네 명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느냐? 저 상것들을 깡그리 죽여도 좋으니 망설이지 말고 공격해라!”

사금 일행은 결국 시위들을 버텨 내지 못하고 구금당했다. 기세등등해진 시위들은 목운요와 소청까지 포승줄로 포박했다.

대부인은 앞으로 나와 목운요의 뺨을 내리쳤다.

짝-!

“빌어먹을 것! 네가 우의의 팔을 부러뜨렸으니, 난 네 목숨을 죗값으로 받아야겠다!”

그에 목운요는 차갑게 웃으며 대부인을 노려봤다. 포박당한 자답지 않게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큰외숙모, 저는 큰외숙모께서 절 이렇게 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왜 알면서도 이곳까지 찾아왔겠습니까?”

대부인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냐?”

“어쨌든 한 식구인데, 큰외숙모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걸 한 번쯤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세 치 혀로 눈속임할 생각 마라! 내가 그딴 헛소리에 넘어갈 것 같으냐? 여긴 소씨 가문이다. 경릉성처럼 보잘것없는 곳이 아니야! 네가 돈을 써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천박한 곳이 아니란 말이다! 너같이 미천한 출신은 서릉에서 성공할 수 없어!”

목운요는 코웃음을 쳤다.

“맞습니다. 전 촌구석 출신이죠.”

“자고로 사람은 제 팔자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볼품없는 참새의 팔자를 타고난 사람은 아무리 좋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도 봉황이 될 수 없는 법이지!”

“충고 감사합니다.”

목운요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느긋이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저는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인 적이 없답니다.”

“하! 네 팔자를 거부한다면 뭐 어쩔 셈이냐? 지금 널 구하러 올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다른 사람이 구해 주기를 기다리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만 믿어요.”

대부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목운요가 분명 수작을 부리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아랫것들에게 목운요를 끌고 가 없애라고 명하려던 찰나,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대부인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대문이 활짝 열렸다.

문 앞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의 소문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관리를 대동한 심병괴가 있었다.

“이게 무슨…….”

“소저!”

상처 입은 금란과 금교가 달려와, 목운요와 소청을 옭아맨 밧줄을 풀려고 애썼다.

대부인은 침착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소문원에게 예를 갖췄다.

“나리, 운요 이것이 우의의 팔을 부러뜨리고 제 마마를 다치게 했어요. 보화사에서 돌아오면 질책만 하고 끝내려고 했습니다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더니 하인들을 시켜 제 사람들을 공격하고, 우의의 팔을 한 번 더 부러뜨렸어요. 우의는 정신을 잃고 의원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저도 다른 방도가 없어서 시위들을 불러 목운요를 막으라고 한 겁니다.”

대부인의 말을 들은 소문원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심병괴에게 말을 건넸다.

“심 대인, 분명히 오해가 있었을 겁니다. 별것 아닌 집안일 이야기가 순천부에까지 전해진다면…….”

심병괴는 매서운 눈빛으로 주변의 하인들과 시위들을 쏘아보았다.

“소 대인, 이것이 단순한 집안일이 맞습니까?”

소문원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운요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교양이 없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인이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려 한 것입니다. 그보다 이곳은 상서부의 안채입니다. 이런 곳에 기별도 없이 들어오신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되시지 않습니까?”

심병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는 순천부를 관리하는 자로서, 소 대인보다 직급이 낮습니다. 황상께 보고를 올린 후 윤허가 떨어져야만 조사를 시작할 수 있지요. 하지만 상황이 긴박하다면 말이 달라집니다. 인명이 위험한 사건이라면 우선 사건부터 처리한 후에 입궁하여 황상께 아뢰며 사죄해야지요.”

금란과 금교는 심병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심 대인, 저희 자매도 찾아 주십시오! 운춘이라는 여인인데, 목 소저께 은표를 전하러 왔다가 소씨 가문에 갇혀 생사를 모르는 상황입니다. 부디 운춘의 행방을 밝혀 주십시오.”

대부인은 놀란 눈으로 목운요를 바라봤다.

‘설마 이것을 계획하고 제 발로 나를 찾아온 건가? 이게 모두 목운요가 꾸민 일이라고?’

그때, 목운요가 고개를 들어 다급히 물었다.

“운춘이 이곳에 왔었다고?”

금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저.”

소문원은 대부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부인, 운춘은 누구요? 부인이 아는 사람이오?”

대부인은 옆에 있던 제 마마를 쳐다봤고, 제 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제야 안도감을 느꼈다.

“운춘이라는 이가 여기에 찾아온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 그저 좋은 마음으로 며칠 머물다 가라고 쉴 곳을 내주었을 뿐입니다. 제 마마, 가서 운춘을 데리고 오세요. 지금 누가 거짓을 말하는 건지 심 대인께 똑똑히 보여 드려야겠습니다.”

제 마마가 재빨리 운춘을 찾으러 가자, 금란과 금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도 함께 가겠어요. 제 마마가 어떤 수작을 부릴지 누가 알겠습니까?”

대부인은 크게 호통쳤다.

“무엄하다! 주인을 모시는 노비가 가문의 규율도 모르는 것이냐? 너희도 목운요를 닮아 콧대만 높아졌구나!”

하지만 금란과 금교는 그런 대부인의 말을 무시한 채 제 마마를 뒤따랐다.

“가문의 규율도 지키지 못하는 시녀라니, 진상이 밝혀지면 반드시 가문에서 쫓아낼 것이다!”

대부인은 차가운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운춘이 돌아온 후 목운요를 손봐 줄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금란과 금교가 상처투성이인 운춘을 부축하며 돌아왔다.

운춘의 손목에는 오랫동안 밧줄에 묶인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고, 곳곳의 살가죽이 벗겨져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야말로 사람을 질겁하게 만드는 모양새였다.

운춘은 목운요를 본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소저……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소저를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습니다.”

목운요는 재빨리 운춘을 부축했다.

“운춘이 큰외숙모께 어떤 잘못을 했기에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으신 겁니까?”

대부인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난 운춘을 건드리지 않았어!’

상황을 지켜보던 심병괴는 고개를 돌려 소문원을 보았다.

“소 대인, 아무리 시녀라지만 너무 가혹하신 것 아닙니까?”

소문원은 화가 났지만, 보는 이가 많아 관대하고 도량이 넓은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소씨 가문은 선하다고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에 오늘 일이 잘못 알려지면 이제까지 이뤄 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터였다.

“이게…….”

대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목운요를 쏘아보았다.

‘이건 모두 다 저년의 짓이라고!’

심병괴가 운춘을 보며 말했다.

“운춘, 제대로 답해 주시지요. 어쩌다 이렇게 다친 겁니까?”

“소인은 하운방과 불선루의 수익을 목 소저께 드리려고 경릉성에서 소씨 가문까지 왔습니다. 한데 목 소저께서 부재중이라 대부인을 뵙게 되었지요. 대부인께선 은표를 제 대신 목 소저께 전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소인더러 목 소저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소씨 가문에 머무르라고 하셨습니다. 해서 저는 제 마마를 따라 방으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를 묶고 매질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운춘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소씨 가문으로 온 걸 알고 제 마마를 미행하던 금란과 금교도 들켜서 같이 잡히고 말았죠. 다행히 소인이 무술을 좀 배운지라 필사적으로 반항하여 금란과 금교는 도망갈 수 있었고, 겨우 순천부에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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