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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195화 (195/442)

195화 복수는 직접!

소우의는 목덜미에서 통증이 느껴지자 점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땐 너무 당황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아무리 당황해도 사람의 반응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목운요의 눈빛이 살기로 가득했다.

“언니가 정말 계속 자고 있었다면 저희 어머니께서 방으로 돌아오셨는지조차도 몰랐겠죠. 당연히 어머니께서 방에서 탈출했느냐고 물을 수도 없었을 테고요!”

소우의는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칼날이 목에 바짝 붙어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리고 난 동생의 사촌 언니이자, 소씨 가문의 적녀예요. 만약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동생을 가만둘 거 같아요?”

낮게 웃는 목운요의 눈에 악독한 눈빛이 차올랐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거예요?”

소우의는 목운요가 지레 겁먹은 줄 알고 차갑게 웃었다.

“사실을 말한 거죠. 소청 부인이 할머니의 친딸이라곤 하지만 오랜 세월 밖에서 지냈으니 가족 같은 감정이 어디 남아 있겠어요? 만약 날 건든다면 할머니께 모두 고할 거예요. 할머니께서 날 도와주실지, 아니면 가문에 기생하는 비천한 외손녀를 도와주실지 어디 한번 지켜보든지요!”

목운요는 작게 혀를 찼다.

“하마터면 언니를 살려 줄 뻔했네요. 그렇게 앙심을 가득 품었다면 끝을 봐야겠죠.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럼 괜찮죠?”

소우의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맑은 눈동자에 마치 시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이런…….”

목운요는 고개를 들고 창가를 보았다. 하늘이 벌써 밝아지고 있었다.

“벌써 해가 뜨려고 하네요. 이제 더는 군말할 시간이 없겠어요.”

“뭘 하려는 거죠?”

“전 일을 질질 끄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요. 원한에는 무게가 있어서, 쌓이고 쌓이면 사람도 무너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저는 원한이 생기면 바로 복수한답니다. 언니가 감히 어머니의 목숨을 뺏으려 했으니, 그 원한을 바로 갚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목운요는 거기까지 말하곤 옆에 있던 이불을 끌어당겨 소우의의 얼굴에 덮었다. 소우의의 손은 이불 밖으로 반쯤 튀어나와 있었다. 목운요는 드러난 팔을 무릎으로 짓눌렀다.

‘뚝’ 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윽……!”

소우의는 극심하게 발버둥 쳤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이불에 코와 입이 막혀 그럴 수가 없었다.

소우의가 거세게 몸부림치자 목운요도 힘이 다해 옆으로 떠밀렸다. 이에 곧장 사서와 사화가 다가와 소우의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목운요는 손수건을 꺼내서 비수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하게 닦아 냈다. 그리고 소우의의 다리를 밧줄로 동여맨 뒤 미소 띤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소우의는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줄줄 났다. 소우의의 표정이 공포에 질려 일그러졌다.

“목운요…… 이 악마!”

목운요는 침대맡에 앉아서 소우의를 훑어보았다.

“사서, 사화. 큰언니 좀 잘 모셔다드려. 어쨌든 상서부의 적녀시니 너무 체면 없이 죽진 않도록 시체는 온전히 남겨 두고…….”

“으……. 으윽…….”

소우의는 두려운 표정으로 발버둥을 쳤다. 용서를 구하고 싶었지만 다시 입이 꽉 막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내 사서와 사화가 이불로 소우의의 머리를 덮었다.

한참 뒤, 소우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사서와 사화는 이불을 젖히고 손으로 소우의의 목 주변을 짚었다.

“기절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소 꺼림칙한 듯 소우의의 다리 위로 이불을 덮었다. 하체 쪽의 축축한 부분을 가린 것이었다.

누군가 지금 소씨 가문 큰 아가씨의 모습을 본다면 석 달 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아 밥도 못 먹을 터였다.

목운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줄에 묶여 꼼짝도 하지 못하는 제 마마 앞으로 다가갔다.

“언니를 금지옥엽처럼 키운 큰외숙모가 더러운 일을 언니에게 직접 시키진 않았겠죠. 하지만 마마는 다릅니다. 저희 어머니를 곁채로 유인하여 불을 지른 거, 모두 제 마마가 한 짓이죠?”

제 마마는 무서워서 몸을 덜덜 떨며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웁…….”

“무얼 하려 했는지 맞혀 볼까요? 큰외숙모는 불한당 십여 명을 매수했어요. 잔인한 짓도 서슴없이 하는 교활한 자들로요. 아, 큰외숙모는 마마에게 두 가지 계획을 말했을 거예요. 첫 번째 계획은 기회를 노려 우리를 불한당 놈들에게 데리고 가서 유린당하게 하는 거였어요. 그러면 차라리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요. 두 번째 계획은 저와 어머니를 떨어뜨려 놓는 거였어요. 이 방화 사건처럼요! 뜻밖의 큰불은 시체를 없앨 수 있죠. 이거 정말 악독한 심보 아닙니까?”

제 마마는 겁에 질린 눈으로 목운요를 바라보았다.

그에 목운요는 사서에게 제 마마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라고 손짓했다. 제 마마는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사서의 손날이 곧장 목으로 날아왔다.

극심한 고통에 제 마마는 허리를 수그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제 마마는 큰외숙모와 함께한 세월이 기니 똑똑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제가 소리를 지르게 가만히 놔둘 줄 알았나요?”

제 마마는 목운요를 향해 용서를 빌었다. 얼굴이 식은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매우 처참한 몰골이었다. 목운요가 이렇게 사악한 악귀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면 틀림없이 이번 일을 심사숙고했을 터였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면 이번 한 번만은 목숨을 살려 주죠. 어떤가요?”

제 마마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큰 아가씨까지 건드린 악귀가 어찌 일개 하인의 목숨을 아까워하겠는가? 지금 살려면 목운요가 시키는 건 뭐든 해야 했다.

“제 추측이 맞나요?”

제 마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차이는 있었지만, 모녀를 처리하려던 대부인의 계획은 목운요의 추측대로였다.

목운요가 차갑게 웃으니 주변의 분위기가 순간 서늘해졌다.

“큰외숙모는 불한당들을 고용한 것 외에도 내가권 고수 두 명을 더 끌어들였더군요.”

‘내가권 고수?’

제 마마는 순간 멍해져서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보통 무예의 고수들은 조정의 일에 연루되길 꺼렸다. 그것을 개의치 않는다 해도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썼을 리 만무했다.

‘대부인이 아니라면 누가 몰래 손을 쓴 거지?’

목운요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벌써 하늘이 밝아져서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사서, 사화. 시작해.”

“네, 소저.”

사서는 제 마마를 기절시켜 침대맡으로 끌고 갔다. 둘은 제 마마가 소우의의 팔을 부러뜨린 것처럼 연출한 후에 목운요와 함께 신속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곁채에 도착하니 소청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제야 안심한 목운요는 목욕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새 한숨도 못 잔 탓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옷을 입는데 팔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쿡쿡 쑤셨다.

사기가 다가와서 목운요를 부축했다.

“소저, 괜찮으십니까?”

“응, 괜찮아. 그보다 사금, 내게 사고가 났다고 말하러 온 그 스님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려 줄 수 있겠니? 초상화를 가지고 보화사의 관사 스님을 찾아가서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잡기 어려울 거란 건 알았지만 목운요는 그래도 한번 운에 맡기고 싶었다.

“네. 그럼 소인은 그림을 그리러 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아니다.”

옆에서 사서가 넌지시 물었다.

“사황자께서 어디 계시는지 찾으시려는 겁니까?”

목운요가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월왕께서 어디 계시는지 혹시 아는 사람 있어?”

“보화사의 가장 동쪽 곁채에 계십니다. 보통 그쪽 곁채는 참배하러 온 사람에게는 개방하지 않습니다만, 공주 전하께서 거기 머무셔서 사황자께서도 바로 그 옆에 머무십니다.”

목운요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귓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알겠다. 이따 어머니께서 일어나시면 말씀을 드리고 가 봐야겠어.”

그때, 밖에서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목운요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청오가 와서 방문을 두드렸다.

“소저?”

사서가 다소 걱정되는 듯이 물었다. 자신들이 소우의와 제 마마를 죽이지 않았으니 분명 두 사람은 소청오에게 있는 그대로 말했을 터였다. 그러니 지금 성가시게 찾아왔으리라.

“어머니께서 아직 주무신다. 잠을 방해하면 안 되니 내가 직접 나가야겠어.”

방문을 나가 보니 차갑게 굳은 얼굴의 소청오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자세는 꼿꼿했지만, 온몸에서 냉랭한 기운이 풍겨 말 못 할 압박감이 느껴졌다.

“오라버니를 뵙습니다.”

소청오는 진지하게 목운요를 훑어보았다. 목운요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 하나라도 허투루 놓치지 않으려 했지만, 옅은 미소 외에는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우의의 팔이 부러졌소. 너무 놀랐는지 지금 몸져누웠고 말이오.”

목운요는 놀라서 눈을 치켜떴다.

“어제만 해도 괜찮지 않았습니까? 하룻밤 사이에 팔이 부러지다니요?”

소청오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한층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우의는 목 소저가 자신의 팔을 부러뜨렸다고 했소. 게다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도 들었소만.”

목운요는 눈을 깜빡이더니 금세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저는 어머니를 보살피느라 밤새 방 밖을 나온 적이 없습니다. 언니가 너무 놀라 잠시 정신이 흐릿해진 모양입니다.”

“제 마마도 목 소저를 지목했소!”

“전 오히려 제 마마가 의심스러운데요? 우의 언니를 밤새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 외숙모께서 책임을 물을까 겁이 나 잔꾀를 생각해 낸 거 아닙니까?”

소청오는 목운요를 한참 보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목 소저도 소씨 가문의 사람이오. 응당 한 사람의 영광은 모두의 영광이고, 한 사람이 망하면 모두가 같이 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오.”

“오라버니는 농담도, 참. 제 성은 목씨이지, 소씨가 아닙니다.”

목운요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소씨 가문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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