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교여독비-168화 (168/442)

168화 또다시 도발하는 맹언연

“맹 부인은 참 복도 많으십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선녀같이 아리따운 딸을 두셨으니 이게 복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다들 중추절 연회에 소우의가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과연 누가 소우의와 겨룰 수 있겠는가?

다들 칭찬 일색이자 소우의는 다소 민망한 얼굴로 부인들께 거듭 절을 올렸다.

“과찬이십니다.”

대부인은 뿌듯한 얼굴로 소우의에게 옆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부인들, 칭찬이 과하십니다. 우의, 이 아이가 낯이 얇아서 계속 칭찬을 듣다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으려 할 겁니다.”

한편 옆에 앉아 있던 금 부인은 소우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애써 숨길 수밖에 없었다.

‘동생과 운요는 여기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그때, 갑자기 하인이 들어와서 아뢰었다.

“소 부인과 목 소저가 오십니다.”

사람들은 서둘러 문 입구를 쳐다보았다.

목운요는 소청의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천천히 안뜰로 들어오던 그녀는 한눈에 금 부인을 알아보고 눈빛이 점점 밝아지더니,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금 부인은 그런 목운요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운요가 참 많이 자랐네. 특히 예전보다 훨씬 수려한 분위기가 풍겨. 저 애가 다 자라고 나면 어떨지 참 궁금하구나.’

목운요는 소청과 함께 앞으로 가서 절을 올렸다. 목운요의 수려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사람들은 찬탄해 마지않았다.

“이분이 목 소저이십니까?”

‘시골에서 자란 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 보니 절대 평범한 집에서 자란 것 같지 않아. 이런 아이가 어떻게 시골에서 자랐다는 거지?’

“목운요가 부인들을 뵙습니다.”

“목 소저, 예의는 그만 거두셔도 됩니다.”

목운요는 물빛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다. 치마 위에는 소우의의 옷과 같이 모란이 수놓아져 있었지만, 화려하기보단 은은한 느낌이었다. 머리 장식은 꽃무늬가 새겨진 비취옥 비녀로, 비교적 간단한 편이었다.

눈에 확 띄진 않았지만, 보기에 매우 자연스러웠다. 사람을 매우 편안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었다.

소우의가 세상에 남은 단 한 명의 절세가인 같은 아름다움으로 주변의 꽃을 시들게 한다면, 목운요는 산수 정취처럼 생동감이 넘치고 부드러움이 흘렀다.

게다가 소우의의 옆에 있어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목운요는 더욱 생기가 넘쳤고 우아한 자태를 숨기지 못했다. 온몸에 아름다움이 충만하니 사람들은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목운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금 부인을 향해 갔다.

“소녀, 의모님을 뵙습니다.”

금 부인은 온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목운요를 일으켜 세웠다.

“요아야, 평안히 지내고 있니?”

소씨 가문과 소청, 목운요의 관계를 들은 후, 금 부인은 두 사람이 얼른 서릉에 오길 바랐다.

한데 그들이 서릉에 도착하고 금 부인이 방문하기도 전에, 돌연 목운요가 맹씨 가문의 소저에게 뺨을 맞은 일이 발생해 버렸다.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알아보니 목운요가 가여워 마음이 아팠다.

목운요의 얼굴에 상흔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걸 확인하자, 그제야 불안하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서릉에 온 후로 외할머니와 숙모께서 저와 어머니를 극진히 돌봐 주셨어요. 별일 없이 아주 잘 지냈답니다.”

목운요는 어떤 그늘도 없는 사람처럼 달콤한 미소를 보였다.

금 부인은 그런 목운요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럼 됐다.”

이곳 서릉에 오자마자 두 사람은 의지할 데 하나 없이 괴롭힘이나 당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황상의 부름을 받았다. 황상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괴롭힘을 당해 죽었을지도 몰랐다.

마음이 따뜻해진 목운요는 금 부인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소우의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운요 동생, 예전에 내가 동생에게 많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다고 말했죠? 오늘이 그날인 것 같네요. 함께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어떤가요?”

목운요는 소청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머니, 그럼 의모님과 함께 계세요. 저는 큰언니와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그래.”

금 부인은 목운요에게 소청을 잘 돌보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목운요는 금 부인의 끄덕임을 본 후에야 마음을 놓고 소우의를 따라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밖에는 가지각색의 국화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진귀한 품종의 국화들이었다.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아름답게 만개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곧 정자에 앉아 꼴사나운 표정을 하고 있는 맹언연이 눈에 들어왔다. 목운요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불과 얼마 전에 모욕을 당해 놓고는 다시 소씨 가문에 찾아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맹언연도 목운요를 발견하고 악독한 눈빛을 번쩍였다.

소우의는 정자로 걸어가 몇몇 소저들과 인사를 나눴다.

“운요 동생, 소개해 줄게요. 언연은 동생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따로 소개하지 않죠. 이쪽은 대학사부(大学士府)의 적녀 장완(章婉) 소저라 해요. 그리고 이쪽은 한림원(翰林院) 장원(掌院)의 적녀 주우농(周雨浓) 소저예요. 두 분 모두 동생보다 나이가 많으니 언니라고 부르도록 해요.”

목운요는 앞으로 나가 예를 갖췄다. 하지만 소우의가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을 바로 ‘언니’라 부르지는 않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맹 소저, 장 소저, 주 소저를 뵙니다.”

예를 갖춘 후, 목운요는 장완을 바라보았다.

장완은 소청오와 정혼한 사이여서, 약속대로라면 연말에 두 사람은 혼례를 올려야 했다. 하지만 구월 가을 사냥에서 회양(淮阳)의 육공주가 소청오를 마음에 들어 했고, 소청오와 혼인하지 않으면 출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로 인해 장완과 소청오의 연은 끝나게 되었다.

“목 소저, 예를 거두세요. 소저의 명성은 일찍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뵈니 듣던 대로 아름다우시네요.”

장완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선이 부드러운 용모였는데, 말투는 용모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온화했다. 그런 모습으로 웃으며 이야기하니 벌써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한편 맹언연은 적대심을 가릴 생각조차 없이 차갑게 웃었다.

“얼굴의 상처는 다 나았습니까? 생각해 보니 이상하더군요. 그날 목 소저를 때릴 때 그렇게 세게 내리치지 않았는데 얼굴에 시퍼런 멍이 남다니 말이에요. 그 멍이 꽤 오래갔다죠?”

맹언연은 목운요가 사람들의 동정표를 받기 위해 뒤로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했다.

목운요는 건조한 눈으로 미소 지으며 맹언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 피부가 많이 여립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조심하려고 하죠.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은 뺨을 맞아도 자국이 남지 않겠지만 저는 좀 다르네요.”

맹언연은 죽일 듯한 기세로 목운요를 노려봤다. 그 눈빛은 보는 사람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정도였다.

‘빌어먹을 것. 저 말은 자기 얼굴은 여리고, 내 얼굴은 두껍다는 거잖아?’

맹언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나서야 이성을 되찾았다.

“역시 운요 동생의 말솜씨를 따라갈 사람은 없는 것 같군요. 평소에 글공부를 많이 하나 봅니다?”

얼굴의 상처로 구실을 잡지 못한다면, 목운요의 출신을 깔보면 되는 것이다.

목운요는 정말이지 맹언연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맹언연에게 가장 좋은 처신은 그저 얌전히 맹씨 가문에 있는 것이었다. 사건이 잠잠해진 후에 바닥으로 떨어진 제 명성을 되찾을 방법이나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돌연 연회에 나타나서 자기 체면을 깎아 먹는 행동을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맹 소저도 아시겠지만 저는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글공부를 많이 하진 못했어요.”

두 사람을 지켜보던 장완은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하지만 말투만큼은 여전히 온화했다.

“정원의 국화가 보기 좋게 폈네요. 특히 요태옥봉이라는 국화가…….”

그러나 맹언연은 장완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목운요를 비웃기만 했다.

“운요 동생이 요태옥봉이라는 꽃을 알기나 하겠습니까? 들판에 널브러진 야생 국화나 본 정도겠죠. ‘묵모란(墨牡丹, 국화의 일종)’이라고 하면 검은 모란꽃이라고 생각할걸요?”

목운요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맹언연을 차분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나면서부터 모든 걸 아는 자는 없습니다. 저는 어려서 이렇게 진귀한 국화들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맹 소저께서 한 수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장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목운요와 맹언연의 사건은 이미 모든 이가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는 두 사람이 연회에서 싸우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지금 보아하니, 목운요는 경중을 아는 사람 같았다. 아무리 자신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말을 해도 전혀 화내지 않았다. 반면 맹언연은 목운요와 반대로 아주 천박한 모습이었다.

맹언연은 차갑게 웃었다.

“내가 한 수 가르쳐 줘도 동생은 못 알아들을 겁니다. 내가 동생과 나눌 얘기가 있겠습니까? 촌구석에서 자라는 야생 국화의 색깔에 대해 논하기라도 해야 하나요?”

그 순간, 목운요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꽃은 각자 좋아하는 방식으로 감상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진귀한 품종을 좋아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할 수도 있죠. 맹 소저의 말을 듣고 있자니, 농민들을 깔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자고로 물을 마실 때도 그 근원을 생각해야 하거늘, 맹 소저께선 농민들 덕분에 편히 지내시는데 어찌 말끝마다 사람을 무시하시는지요? 너무 염치없다 생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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