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교여독비-155화 (155/442)

155화 약의 정체

목운요의 눈에서 차가운 한기가 날카롭게 번득였다.

첫 곤장에서 어림짐작하고 있었던 바를 두 번째 곤장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오장육부를 상하게 하여 앞으로 자식을 못 낳게 하려는 수작이군.’

그때, 별안간 맹언연이 일어나서 처량한 비명을 내질렀다.

“내 다리가 왜 이러지? 아이고! 아이고, 아파!”

두 하녀가 놀라 서둘러 동작을 멈추었다.

임 의녀는 곧장 맹언연을 부축했다.

“맹 소저, 무슨 일입니까?”

맹언연의 안색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맹언연은 퍼뜩 고개를 들고 두려운 눈빛으로 임 의녀를 보았다.

“방금 내게 바른 약이 무엇이지? 왜 다리가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픈 거야?”

임 의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더니 공손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저 화상을 치료하는 약을 썼을 뿐입니다.”

“윽…… 그럴 리 없어. 어서 약을 닦아라! 아파 죽겠다!”

임 의녀가 맹언연을 부축하는 손에 힘을 주었다.

“맹 소저, 잊으셨습니까? 다리에 상처가 났으니 함부로 약을 닦아 내면 흉터가 생길 것입니다.”

임 의녀는 맹언연을 의자에 눌러 앉혔다.

맹언연은 애써 참으려 했지만, 고통이 점점 더 강해져 마치 날카로운 칼로 다리를 헤집는 것 같았다.

“아니야, 못 참겠다. 빨리 그 약을 닦아 내. 어서! 아파 죽을 것 같으니까, 빨리!”

“맹 소저!”

임 의녀의 부름에도 맹언연은 일어나서 두 다리를 주물렀다.

목운요는 그 모습을 보며 임 의녀를 향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어서 사람을 불러 맹 소저를 진정시키지 않고 뭐 하나요? 다리에 상처가 났는데 저렇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되죠.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의녀님이 다 책임질 수 있겠어요?”

임 의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옆에 있던 하녀를 재촉했다.

“맹 소저께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시게 도와줘요.”

목운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점점 엉망이 되어 가는 맹언연의 몰골을 바라보았다.

소씨 가문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 와 다행이었다. 각종 가루약은 그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을 벌써 쓰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목운요는 예로부터 눈치가 빨랐다. 맹언연은 차를 우려 달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수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목운요가 차를 내오니 더욱 긴장한 눈빛이 되었다.

목운요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맹언연의 차에 수를 써 두었다. 피부에 닿아도 별 손상을 가하진 않지만, 통증을 유발하는 화염초(火炎草)를 넣어 둔 것이다.

화염초는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금은화(金银花)와 접촉하면 안 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두 성분이 만나면 성질이 상충하여 통증이 극심해졌으며, 반드시 식초에 담가야만 약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그런 목운요조차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임 의녀가 그녀의 결백을 증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맹언연의 편에서 서서 그녀를 모함한 것이다.

게다가 곤장을 치는 하녀들마저 필요 이상의 중상을 입히려 했다.

‘소씨 가문은 왜 나에게 번번이 악랄하게 굴까? 아무리 내 출신이 흠이 된다고는 하지만, 내게도 버젓이 같은 가문의 피가 흐르는데 어쩜 이리 악독한 거야?’

강제로 의자에 앉혀진 맹언연은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두 하녀의 힘을 당해 내진 못했다. 날뛰면 날뛸수록 고통은 더 커지기만 했다.

맹언연은 고통에 신음하며 임 의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임 의녀! 내게 바른 약이 대체 뭐지?”

통증이 갑자기 뼈를 후벼 파는 것처럼 몇 배로 심해져 있었다.

‘임 의녀가 내게 처방한 약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한편 임 의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맹 소저, 제가 바른 것은 열을 내리고 상처를 진정시키는 약입니다. 화상 입었을 때 흔히 처방하는 보편적인 약입니다…….”

맹언연은 고통으로 거의 미쳐 가고 있었다.

“날 풀어 줘! 물로 씻어야겠어. 다리가 아파 죽겠다고!”

목운요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살짝 창백한 얼굴에 눈부신 미소가 번졌다.

“임 의녀는 외할머니를 모시는 사람으로, 의술이 아주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약을 절대 잘못 사용했을 리 없습니다.”

맹언연도 이 말을 평소에 들었더라면 충분히 동의했을 테지만, 지금은 통증으로 이성을 잃은 채였다.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분노에 찬 눈으로 임 의녀를 노려보았다.

“네가 쓴 약에 문제가 있는 거야!”

‘아까 나를 감싸 준 것을 호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남몰래 날 해치려던 것이 틀림없어. 일부러 해로운 약을 써서 내 다리를 상하게 만들려는 수작이야!’

목운요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

“맹 소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화상에 바르는 약이라지 않습니까. 평범한 의원도 만들 수 있는 보편적인 약인데, 임 의녀가 어찌 손을 썼겠습니까?”

맹언연은 더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자신의 다리에 정말 큰 문제라도 생길까 봐 겁이 났다. 결국 그녀는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화상은 무슨 화상! 원래 내 다리에는 아무 상처가 없었어! 임우함이 멀쩡한 내 다리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준 거지. 틀림없이 나를 해치려는 수작이야! 이 손 놔! 목욕을 할 테니 어서 가서 물을 준비해! 목욕을 하겠다고!”

소우의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에 넋을 잃고 말았다. 좋은 빌미를 잡아 목운요의 기를 죽여 놓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변고가 일어날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제 소란이 너무 커져서 더는 사건을 숨길 수 없었다. 예상대로 머지않아 대부인이 사람을 데리고 찾아왔다.

“녹의 소전각은 본래 조용한 곳인데, 오늘따라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지?”

목운요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평소엔 조용한데 하필 오늘 시끄럽다니, 내가 온 후로 이렇게 됐다는 뜻인가? 내가 집안을 시끄럽게 하는 골칫거리라고 여기고 있구나. 회귀 전의 나는 너무 어리석어 이렇게 명백한 조롱도 알아듣지 못했지.’

대부인 맹 씨는 안에 들어오자마자 두 하녀가 맹언연을 의자에 붙들어 놓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안색이 확 변했다.

“간이 얼마나 크면 감히 맹 소저에게 그리 무례하게 구느냐? 얼른 그 손 놓지 못할까!”

그에 소우의가 서둘러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두 하녀가 먼저 대부인의 위엄에 겁을 먹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맹언연은 방해가 사라지자 벌떡 일어나 치마를 찢었다.

“아이고, 아파! 물은? 빨리 물을 가져와! 약을 씻어 낼 거야!”

“……!”

대부인 맹 씨는 놀라서 급히 소청오를 바라보았다.

“너는 얼른 나가 있어라!”

맹언연은 맹씨 가문의 적손녀였다. 맹언연의 옷차림이 흐트러진 모습을 소청오가 본다면 맹씨 가문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소청오가 맹언연을 아내로 맞아야 할 수도 있었다. 대부인이 평소 조카딸을 아끼기는 하지만 이런 아이를 며느리로 맞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때, 돌연 목운요가 목소리를 냈다.

“오라버니, 어디 가십니까? 오늘 일이 제대로 풀리기 전까진 누구도 여길 떠날 수 없습니다.”

대부인 맹 씨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목운요에게 꽂혔다.

“운요 너, 무슨 소란인 것이냐?”

자리에서 일어난 목운요는 뺨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가볍게 넘겼다. 그러자 빨갛게 붓고 푸르게 멍든 얼굴 반쪽이 드러났다. 멀쩡하고 고운 반대편 뺨과 비교되어 더욱 섬뜩한 모습이었다.

대부인 맹 씨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우의를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렇게나 무분별하게 손을 썼을 줄이야! 소문이라도 퍼지면 우리 가문의 체면이 뭐가 되겠니?’

소우의는 마음속 고충을 이루 말할 수 없어, 손수건만 꽉 움켜쥐었다.

그녀도 목운요를 상대할 계책을 천천히 꾸며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분별없이 서두르다 일을 그르쳐선 안 되었다. 한데 소동이 조금씩 통제를 벗어나더니 지금 같은 난장판이 될 줄이야. 정말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맹 씨는 인내심 있게 속에서 화를 삭이다가, 소청오가 목운요의 말에 휘둘리자 그를 노려보았다,

“넌 어서 가지 않고 무엇하느냐? 네 사촌 동생이 많이 놀라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상황이 진정되면 이따 다시 부르마.”

목운요는 그런 대부인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큰외숙모께서 방금 오셔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청오 오라버니는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셨습니다. 오라버니가 계셔야 일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습니다.”

“운요야, 너도 잠시 이성이 흐려진 것 같구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네가 이 집에 왔을 때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반갑게 맞아 주었어? 너를 위해 우의가 일부러 맹 소저를 초대해 이야기 나눌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인데, 어찌 감사할 줄은 모르고 하는 말마다 허튼소리야?”

그에 목운요의 눈에서 결연한 빛이 반짝였다.

“큰외숙모께선 이 분쟁을 조정하고 싶으신 것 압니다. 그러나 할 말은 하겠습니다. 맹 소저는 스스로 찻잔을 엎고는 제가 그런 것이라고 누명을 씌웠습니다. 그 후에는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고 속이고, 그 벌로 제 두 다리를 부러뜨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이게 어찌 작은 일이겠습니까. 오늘 일은 공정하게 결론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대부인 맹 씨는 차디찬 눈으로 목운요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낱 시골뜨기 계집애가 할 법한 말이 아니었다.

“그럼 네 생각엔 어찌하면 좋겠니?”

하지만 머지않아 찬 눈빛은 점점 옅어지고, 대신 귀찮은 듯 얕보는 기색이 자리 잡았다.

목운요와 소청이 서릉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목운요가 아무리 맹랑하다 해도 일개 어린 소녀였다. 그러니 일개 시골뜨기 소녀가 소씨 가문의 천하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목운요는 대부인의 말에 담긴 냉혹함을 알아채지 못한 듯 곧바로 말문을 뗐다.

“첫째, 방금 맹 소저는 다리에 화상을 입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임 의녀는 왜 맹 소저와 함께 우리를 속인 겁니까? 둘째, 맹 소저는 화상을 입지도 않았는데 그 빌미로 제 뺨을 때리고, 또 하녀를 시켜 저에게 곤장을 내렸습니다. 이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합니까? 셋째, 저와 어머니는 소씨 가문에서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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