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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투자와 투자 (82/92)

82화. 투자와 투자2022.02.11. 

16590717210814.jpg‘저 미친놈.’

벨본은 속으로 생각했다.

16590717210814.jpg‘징그럽게 돈이 많은, 사랑스러운 미친놈!’

벨본은 지금 당장 테라비스를 껴안고, 그에게 키스를 날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16590717210821.jpg“제가 좀 더 투자해야 처외삼촌의 면이 설 텐데, 약소한 금액이라 죄송하군요.”

16590717210814.jpg“아, 아니! 괜찮네! 물론, 그래. 물론, 더 투자하면 좋겠지. 확실한 투자처라서 2~3년 안에 2배가 될 게 뻔한 투자이니, 아주 좋은 기회거든. 하지만 지금 돈이 그것밖에 없다니, 어떻게 하겠나? 그 금액이라도 하는 게 좋겠지.”

벨본은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꾹 참으며 말을 이었다. 입꼬리가 자꾸 귀에 걸리려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지만.

16590717210821.jpg“그런데 어디에 투자를 하는 거죠? 물론, 처외삼촌을 믿고 하는 거긴 하지만, 제 돈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가 되는 건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16590717210814.jpg“아! 그건 내가 지금부터 자세하게 알려주지.”

벨본은 기나긴 설명을 하기 위해서 미리 술로 목을 축였다. . . .

16590717210821.jpg“그렇군요.”

벨본의 긴 설명이 끝나고 나자 테라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쉽게 말해서 커다란 리조트를 만들 계획이었다. 돈을 물 쓰듯 쓰는 부자들을 위한 최고급 리조트. 이미 위치도 다 정해져 있었으며, 지금 가장 잘나가는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놓았고, 이미 소문이 나서 매우 값비싼 고급 회원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했다. 거기다가 지금 투자를 확정한 사람들에게는 이 리조트의 평생 회원권이 부여되는 특전까지 있다는 이야기는 거의 횡재를 한 것이라는 말투로 말했다.

16590717210814.jpg“지금 이미 부지에 설계도까지 다 뽑혀 있으니, 건축에 조경까지 2~3년이면 충분할 거야. 그래서 내가 투자금이 2배가 되는 데에 그쯤 걸린다고 한 건지. 이건 최소한일 뿐이야. 틀림없이 손님이 몰려들 텐데, 3배 4배를 건져가는 것도 그냥 시간문제지!”

벨본은 매우 단호하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16590717210821.jpg“그럴 것 같네요.”

그리고 테라비스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해주었다.

16590717210821.jpg“처외삼촌께서 그렇게 확인해주시니, 저도 투자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뭐? 13억에서 더 투자한다고? 벨본의 눈이 번쩍 뜨였다.

16590717210814.jpg“투자할 돈이 더 있단 말인가?”

16590717210821.jpg“시간이 있다면, 이것저것 처분해서 돈이야 더 만들 수 있지요.”

16590717210814.jpg“처분이라면?”

16590717210821.jpg“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라든가, 수집품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팔면 돈이 더 될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런 것들은 사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서요.”

16590717210814.jpg“그, 그렇겠지.”

16590717210821.jpg“혹시, 시간이 넉넉하다면 제가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6590717210814.jpg“그건 좀 곤란하네. 얼른 공사가 시작되어야 하는 일인지라, 기다리기는 어렵네.”

사실은 예로니아 백작의 닦달을 더 견딜 수 없었고, 에델라가 자신을 찾아와서 당장 없었던 일로 하라고 할까 봐, 벨본은 더 기다릴 수 없었다.

16590717210821.jpg“아니면, 상단의 여유자금을 좀 투자하면 좋을 텐데…….”

16590717210814.jpg“상단에는 여유자금이 있는 건가?”

16590717210821.jpg“물론이죠. 저희 상단이 그렇게 작은 상단이 아닙니다. 다만, 부단장이 워낙에 깐깐해서 말이지요. 위험을 무릅쓰려고 하지 않는 타입인 데다가, 이번에 새로 배를 건조하려고 하는데 그 비용이 워낙에 많이 들다 보니 요즘 어지간한 일은 예산 배정을 해주지 않는답니다.”

16590717210814.jpg“배가 매우 비싼가 보군.”

16590717210821.jpg“규모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번에 건조하려는 배는 매우 큰 것이라서 말이지요.”

16590717210814.jpg“얼마나 큰 배인데?”

16590717210821.jpg“얼마나 큰지 말하면, 처외삼촌께서 아실까요? 배에 대해서는 잘 모르실 텐데요.”

테라비스는 빙긋이 웃었다. 그 미소에는 다분히 벨본을 깔보는 것 같은 의도가 들어 있었다. 거기다가 그런 것은 묻지 말고 그냥 술이나 마시라는 듯, 테라비스는 벨본의 잔을 채워주었다. 평민에게 깔봄을 당했다는 생각에 살짝 벨본의 배알이 뒤틀리려고 했지만, 그래도 테라비스가 따라준 술은 입가로 가져갔다.

16590717210821.jpg“아, 금액으로 말씀드리면 대충 아실 것 같기도 하네요. 대략, 200억 루나가 들어가는 배입니다.”

주르륵. 벨본의 입에서 채 삼키지 못한 술이 흘러나왔다.

16590717210821.jpg“이런, 처외삼촌. 취하셨나 봅니다?”

테라비스는 혀를 차며, 테이블에 놓여 있던 냅킨을 벨본에게 건넸다.

16590717210821.jpg“지금 선금 100억 루나를 걸어놓고 건조는 시작한 상태인데, 현재 상단에 있는 돈은 대략……. 45억 루나 정도인 것 같군요.”

이번에도 돈의 단위가 너무 컸지만, 벨본은 놀라지 않았다. 200억 루나를 들은 뒤로는 더 놀랄 것이 없었다.

16590717210821.jpg“우리 부단장이 조금만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그 45억 루나도 처외삼촌께서 권유하시는 투자처에 투자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16590717210814.jpg“유, 융통성이라는 것은 본래, 점점 생기기 마련 아니겠나? 내가 그 부단장이라는 사람을 만나보면 어떻겠나?”

16590717210821.jpg“마틴을요? 절대 대화가 통할 사람이 아닙니다. 얼마나 원리원칙에 똥고집인지…….”

16590717210814.jpg“아니, 그래도 조카사위의 상단이 아닌가? 자네가 단장이고 말이야. 자네가 결정권이 있는 것 아닌가?”

16590717210821.jpg“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회계나 재무 부분은 부단장에게 거의 일임을 해서 말이죠. 깐깐한 만큼, 정확하고 또 일을 엄청나게 잘하거든요. 아! 술을 다 쏟으셔서, 잔이 비었군요.”

테라비스는 이제 알았다는 듯, 벨본의 잔을 채워주었다. 벨본은 목이 타서 다급하게 입에 술을 쏟아 넣었다.

16590717210814.jpg‘어떻게 하면 저 45억을 내가 먹을 수 있지? 아니지, 13억에 45억이 더해지는 것이니 총 58억! 58억 루나를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아깝다!’

16590717210821.jpg“아! 그렇지. 처외삼촌께서 좋은 투자처와 함께 좋은 투자자들도 알고 계신다고 하셨지요?”

16590717210814.jpg“무, 물론이지.”

16590717210821.jpg“그럼 저희 상단의 배 건조에 투자할 사람도 있을까요?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요.”

16590717210814.jpg“문제가 해결되다니?”

16590717210821.jpg“처외삼촌께서 말씀하신 리조트에는 비견할 수 없겠지만, 저희 측에서 은행 이자보다는 몇 배나 더 이윤을 안겨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대략…… 10억 정도 투자한다고 하면, 1년에 이자 2억과 원금 2억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16590717210814.jpg“그, 그렇게나 많은 이자를 줄 수 있을 정도인가?”

16590717210821.jpg“당연하죠.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돈을 벌었겠습니까?”

테라비스는 호탕하게 웃으며 어느새 비어 있는 자신의 잔과 벨본의 잔을 채웠다.

16590717210821.jpg“뭐, 처외삼촌께서 말씀하신 1년이면 두 배가 된다는 리조트 투자보다야 못하겠지만, 무역업도 제법 쏠쏠하답니다. 보통 배가 한 번 들어올 때 마진율이 30~50% 정도이니 평균 40%로 잡고, 투자자와 상단이 각각 절반씩 20%씩 나눈다고 가정하면 그 정도 이익금을 챙길 수 있을 겁니다.”

벨본은 테라비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되기만 한다면 이거야말로 절호의 투자 기회였다. 그가 말했던 원금의 2배를 몇 년 안에 회수할 수 있는 리조트 따위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테라비스는 존재하는 사람이었고, 붉은바람 상단 역시 존재하는 상단이었다. 그것도 제 눈으로 확인까지 한. 가상의 리조트 따위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16590717210821.jpg“어떻습니까? 만약 처외삼촌께서 저희 상단 배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아 주신다면, 배 건조를 위해서 모아둔 돈은 남는 돈이 되니 그 돈을 처외삼촌께서 말씀하신 리조트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텐데요.”

16590717210814.jpg“그러니까 자네 말은, 내가 자네 상단의 배에 투자할 투자금을 모아오면, 그 금액만큼 리조트에 투자하겠다는 건가?”

16590717210821.jpg“네. 바로 그겁니다. 저희 배의 이윤은 대략 20%이지만, 처외삼촌께서 말씀해주신 리조트는 거의 50%의 이윤이 생기니, 당연히 그쪽에 우선 투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테라비스는 어린애도 다 알 산수라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벨본의 계산은 그것보다는 더욱 복잡했다.

16590717210814.jpg‘확실히 좋은 투자 기회긴 한데, 나는 돈이 없단 말이지. 게다가 리조트가 사기라는 것이 들통이 나기 전에 튀어야 하니, 이자를 받고 몇 년씩 루젠타에 머무를 수도 없고 말이야.’

목이 탔다. 벨본은 어느새 채워져 있는 자신의 잔을 또 훌쩍 비웠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계산은 잘되지 않았고, 머리는 흐릿했지만 이게 큰돈을 벌 기회라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16590717210814.jpg‘그럼 일단 13억을 받아서 배에 투자하면……. 아니지, 아니야. 그대로 들고 튀면 100%인데, 뭐하러? 그럴 필요는 없지. 가만? 내가 루젠타에서 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긴 있나?’

16590717210821.jpg“아, 그리고 말입니다.”

테라비스는 느긋하게 술잔을 기울이다, 마치 이제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16590717210821.jpg“지난번에 장인께서도 처외삼촌께 투자를 맡기셨다지요? 저 산 위에 저택을 담보로 말입니다.”

16590717210814.jpg“어……. 그렇지.”

그것은 테라비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슬쩍 보여주고 나서 잊고 있었던 물건이었다. 사실 벨본은 15년 전에 예로니아 저택을 팔려고 했었다. 하지만 테라비스가 오늘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부동산이라는 것은 그렇게 이른 시일 안에 주인을 만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안 그래도 이번에 돌아올 때, 예로니아 저택의 소유권 문서를 가져온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이번에야말로 이것을 팔아치워 돈을 챙기기 위해서. 참으로 알뜰한 벨본이었다.

16590717210821.jpg“그것도 리조트에 투자하실 생각이십니까?”

16590717210814.jpg“그건…….”

벨본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리조트에 투자할 것이라고 하면, 테라비스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지금 은밀하게 살 사람을 구하고 있으니, 누군가가 사겠다고 나서면 바로 현금화를 할 수 있었다. 원래는 그러려는 계획이었다.

16590717210821.jpg“그것도 저희 배에 투자하면 어떻겠습니까?”

16590717210814.jpg“자네의 배에?”

16590717210821.jpg“처외삼촌께서 권유를 해주셨으니, 그 리조트가 확실한 물건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현재 사는 집인데 남에게 담보로 하기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16590717210814.jpg“그, 그런 게 좀 있긴 하지. 아무래도 거주하는 집은 안전한 것이 좋겠지.”

16590717210821.jpg“그러니, 저희 배에 투자하시라는 거지요. 혹시, 아주 혹시 뭔가 잘못되더라도 제가 설마하니 장인과 장모를 집에서 내쫓겠습니까?”

사실, 예로니아 백작 내외가 집에서 쫓겨나더라도 벨본은 아무 상관 없었다. 그런 걸 생각했으면, 애초에 15년 전에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16590717210821.jpg“제가 집값은 넉넉히 쳐 드리겠습니다.”

16590717210814.jpg“얼마나……?”

16590717210821.jpg“그 저택이 얼마나 값이 나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낡고 오래되었으니…… 한 10억 루나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10억 루나.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야말로 벨본의 눈이 뒤집혔다.

16590717210814.jpg“그렇게 하지.”

술에 취해서 꼬부라진 혀로 벨본은 그렇게 말했다.

16590717210821.jpg“역시! 제 말을 따라 주실 줄 알았습니다. 자! 그런 의미로 건배를 할까요?”

테라비스는 웃으며 술을 따랐다. 그리고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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