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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 (52/92)

52화.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2021.10.29.

  테라비스가 한참이나 웃고 있는 동안, 에델라는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그렇게 웃을 일인가? 에델라는 그래도 테라비스를 낳아준 어머니인데 자신이 너무 심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흠, 흠흠!”

그리고 한참이나 웃고 나서야 테라비스는 자세를 바로 했다. 얼마나 웃었던지 목구멍이 말라서 까끌까끌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럼 이건 주인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으니, 당신이 가져야겠군.”

“이게 뭔데?”

테라비스가 상자를 내밀자 에델라는 자연스럽게 받았다.

“어머니가 갖고 싶어 했던 그 블루다이아몬드.”

“그걸 샀어?”

“응.”

“어머니께 사주기 싫다고 그렇게 단호하게 말했잖아.”

“그렇긴 한데…….”

테라비스는 차마 이것을 사다 주지 않으면 레베카가 널 말려 죽일 것 같아서 사 왔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에델라는 자신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테라비스의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문제를 만든 것은 테라비스의 어머니였고, 그건 테라비스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중간에서 억울하게 낀 에델라가 아니라.

“어쨌든, 샀어.”

테라비스는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럼 반품해.”

에델라는 도로 테라비스 쪽으로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이미 산 것을 어떻게 반품해?”

“가능해. 분명 엄청 비싼 물건일 텐데, 필요도 없는 비싼 물건을 굳이 집에 둘 필요 없잖아.”

“필요가 없긴 왜 없어? 네가 쓰면 되잖아.”

“됐어. 난 이렇게 비싼 물건 필요 없어.”

“물론 그렇긴 하겠지. 네 미모 정도라면 이런 비싼 것이 없어도 다들 예쁘다고 할 테니까.”

순식간에 테라비스의 입에서 튀어나온 낯간지러운 칭찬에 에델라의 눈이 커졌다. 테라비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알고 있었다. 할 말 다 하는 이 여자는, 자신을 칭찬하면 입을 다물어버린다는 것을.

“하지만 어여쁜 미모에 반짝이는 보석을 더하면, 더 예쁠 거야.”

테라비스가 상자를 열자, 에델라의 눈이 자연스럽게 상자의 안을 향했다. 그곳에는 청아한 색상의 블루다이아몬드로 만든 귀걸이와 목걸이, 그리고 반지가 들어 있었다.

“자, 어서.”

테라비스는 그중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잠깐만, 테라비스. 난 필요 없다니까?”

“에델라. 당신이 하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말이야. 이런 보석류는 좀 사용한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아. 보관만 잘한다면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그 값어치를 더 인정받을 수도 있지.”

테라비스가 에델라의 뒤로 돌아가 목걸이를 채워주는 동안, 에델라가 할 수 있는 것은 목을 돌려 테라비스를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아직 블루다이아몬드의 나머지가 들어 있는 상자를 그녀가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비싸다는 것을 떨어뜨릴까 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거기다가 조금 전 테라비스가 보관을 잘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으니 더 그랬다.

“그러니까, 곧바로 반품하지 않고 잘 사용하고 나중에 되팔 수도 있다는 거지. 오히려 당신이 이걸 하고 나가서 다른 사람들이 탐낸다면 값어치가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말이야.”

테라비스는 귀걸이 한쪽을 꺼내 에델라의 귀에 걸어주었다. 커다란 손으로 조그만 에델라의 귓불에 그것보다 더 조그만 귀걸이를 거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테라비스는 해냈다. 테라비스가 만지작거린 탓인지 에델라의 귓불은 살짝 분홍색으로 물들었고, 그래서 블루다이아몬드의 청아한 파란색이 더욱 돋보였다.

“거짓말! 어떻게 사용한 물건이 값어치가 더 올라갈 수가 있어?”

에델라가 항변의 말을 하는 동안, 테라비스는 다른 한쪽 귀에도 귀걸이를 걸었다. 두 번째라 그런지 이쪽은 조금 더 수월했다. 에델라는 그의 말을 의심하느라 자신의 양쪽 귀에 그 비싼 블루다이아몬드 귀걸이가 걸린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는 거지. 그 값어치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테라비스는 마지막 남은 반지를 상자에서 꺼냈다.

“청혼할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용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야.”

그리고 그는 상자를 들고 있지 않은 에델라의 다른 손을 잡았다. 마침 에델라가 결혼반지를 끼고 있지 않은 오른손이었다.

“당신을 이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테라비스는 천천히 에델라의 오른손 약지에 블루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웠다. 반지가 중간쯤 들어갔을 때, 에델라의 손이 움찔 떨렸다. 분명 지금의 테라비스는 자신은 잘 모르는 다이아몬드에 관해서 설명해주는 중이었다. 그러니 방금 그가 한 말은 그저 설명이었다. 테라비스가 에델라에게 진짜 청혼하는 것이 아니었고, 지금 이 반지가 그런 의미를 담은 반지도 아니었다. 그걸 알면서도 에델라의 심장이 마구 쿵쾅거리고 있었다. 마치, 테라비스에게 청혼이라도 받은 것처럼.

‘어떻게 해!’

에델라는 이대로 손을 잡아 빼고 싶었다.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테라비스가 자신의 손에 온전히 반지를 끼워주는 것을 보고 싶기도 했다. 반지를 끼우는 테라비스의 손은 너무 느렸고, 에델라를 감질나게 했으며, 동시에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테라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지? 이 느낌은?’

손이 떨려서 에델라의 손에 빠르게 반지를 끼워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손을 전진했고, 에델라의 손마디에서 반지가 잠깐 멈췄을 때는 저도 모르게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에델라의 손가락 끝까지 반지를 끼워 넣었을 때는, 뭔지 모를 뿌듯한 만족감까지 차올랐다. 마치, 에델라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것은 결혼반지가 아니었고, 이미 테라비스는 에델라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느낌이 달랐다. 계약을 위한 결혼식에서 끼워준 반지는 가짜였고, 지금이 진짜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쁘다.”

저도 모르게 테라비스는 그 말을 중얼거렸다. 블루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에델라의 손이 예뻐서였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에델라의 손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해 온 집안일로 손은 거칠었고, 바느질을 많이 해서인지 오른쪽 엄지와 검지는 살짝 비뚤어져 있었다. 한 번도 단장해본 적 없는 손톱은 울퉁불퉁했고, 바싹 깎아져 있어서 뭉툭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테라비스의 눈에는 마법처럼 그 손이 예뻐 보였다. 그리고 그가 눈을 들었을 때, 그보다 더 예쁜 것이 테라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에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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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그대로 힐끗. 로즈는 마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분명 조금 전에 로즈에게 제법 로맨틱한 고백을 했는데 그의 얼굴에서는 로맨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 고백할 때도 그랬듯이 말이다.

“그거, 진심이신가요?”

고개를 바로 한 로즈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그리고 마틴 역시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원래 늘 그런 식이신가요?”

“어떤 식 말씀이십니까?”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는 편이신가요? 뭔가 밑밥을 깐다거나, 어떤 낌새를 피운다거나 하는 일 없이요?”

“…….”

로즈의 말에 마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스스로 자신이 그런 편이었나를 되돌아보는 중이었다.

“에몬테 님이 말씀하시는 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항상, 늘, 너무 갑작스러우시잖아요. 지난번에 저한테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을 때도 그렇고요. 보통은 미리 뭔가 언질을 주지 않나요?”

“그래야 하는 겁니까?”

“아니,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지난번에 저한테 좋아한다고 말씀하시고 나서도 아무런 행동도 없으셨잖아요?”

“어떤 행동 말씀이십니까?”

“뭐, 예를 들면, 저를 만나러 온다거나, 어떤 어필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거요.”

로즈는 마틴에게 설명하면서 점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 마치 자신이 마틴이 만나러 오길 기다렸다거나, 어필하기를 기다렸던 사람 같지 않은가? 물론, 그 이후로 마틴이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다들 그럴 테니까. 하지만 마틴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로즈는 헛갈리기 시작했었다. 그 고백이 진짜였는지 의심스러웠고,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고백은 이성에게 한 것이 아니라, 범인류애적인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평소에는 마주치지도 않으시면서, 한번 마주치면 이렇게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시니 제가 좀 당황스러워서요.”

“보통, 그런 겁니까?”

“보통, 그럴걸요?”

그리고 로즈가 먹을 맥주를 한 잔 가득히 들고 가게 한복판에 선 마스터는 둘의 문답을 들으며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가 아끼고 아끼는 단골이 처음으로 데리고 온 남자였다. 그것도 귀엽다고 했던 그 부단장이라는 사내였다. 처음에 손수건을 꺼냈을 때, 제대로 된 사내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걸 자신이 깔고 앉는 것을 보고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품에서 두 번째 손수건을 꺼내 컵을 감싸는 것을 보고는 수족냉증이 있나 보다 생각했고, 몸이 튼튼하지 않은 남자가 과연 로즈와 사귈 자격이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로즈와 마틴이 말도 안 되는 답답한 문답을 시작하자, 명치가 꽉 막힌 기분이었다.

‘안 된다! 우리 귀엽고, 예쁘고, 멋지고, 훌륭한 단골을 저런 허약한 미친놈이랑 연애하게 둘 수야 없지!’

마침내 마음의 정리를 끝낸 마스터는 이 맥주를 주고, 로즈에게 저놈은 영 아니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랐습니다.”

마스터가 그렇게 결심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마틴이 입을 열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게 처음이라서, 보통이 어떤 건지 제가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마스터를 우뚝 멈춰 서게 했다. 술집 경영 20년의 경험이 지금 저 테이블에 가면 안 된다는 신호를 울리고 있었다.

“저는 그저 제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에 말씀드린 건데, 그게 타이밍이 나빴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니, 뭐, 그게, 사과할 것까지는 아닌데요.”

“그리고 에몬테 님께서는 제가 적극적으로 어떤 밑밥이나, 어떤 낌새나, 어떤 행동을 취하길 바라셨던 것 같은데, 미처 몰랐던 것도 사과드리겠습니다.”

“아, 아뇨. 제가 말씀드린 것은 그게 아니고요!”

역시나 아까 자신이 했던 말이 무슨 행동을 바라는 것처럼 들렸다고 생각한 로즈는 당황해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앞으로는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마틴의 목소리는 매우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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