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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52화 (153/158)

(EP.152)폭주

있을 수 없는 일.

샤사르는 그렇게 판단했다.

바이올렛을 어떻게 이리도 빠르게 제압했나.

‘아니, 죽었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화이트 클리포트가 구태여 바이올렛을 살려둘 이유는 없을 테니까.

죽였을 가능성이 더 높겠지.

‘……죽은 건가.’

바이올렛이 죽었다.

그를 생각하자, 샤사르는 속이 뒤틀리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모든 게 어그러졌다.

언젠가 한 차례 생각했던 적이 있는 것이기도 했다.

화이트 클리포트.

그리고 아셰라.

이 둘 때문에.

이 두 놈들 때문에, 모든 계획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돼서는 안 됐다.

애초에 금의 마왕이 죽은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12마왕이라는 이름은.

그 왕좌에 앉은 마법사들은, 그렇게 간단히 죽어나가서는 안 되었다.

그래야 하는데.

그래야만 했는데.

……어째서.

콰직!

“……!”

샤사르는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상념을 길게 이어나갈 여유도 없었다.

이미 청백색의 창은 그 자신의 내부를 완전히 뒤집어엎고 있었다.

그야말로 처참하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치 진정으로 죽음을 향해 이르게끔 하겠다는 듯이.

─죽는다.

샤사르는 그런 직감을 느껴야만 했다.

‘있을 수 없다.’

동시에,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어날 리 없는 일.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죽음’이라는 것은, 애초에 생각지도 않은 문제였다.

누가 그 자신을 죽일 수 있겠나.

그 누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 수 있겠는가.

그건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령 그게 아셰라라 할지라도.

샤사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죽는다고?’

내가?

이, 적의 마왕 샤사르가?

고작해야 채 20년도 살지 못한 어린 놈에게?

“…….”

……그래선 안 되지 않겠나.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니겠나.

‘그렇지.’

그런 거다.

이건 잘못된 거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는 일이었다.

자신에게는 목적이 있었다.

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적이.

그 원대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무슨 짓이라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렇기에 계획을 세웠다.

12마왕이라는 동료를 모았다.

아셰라라는, 특별한 마나를 소유한 유일한 소녀를 만났다.

거의 모든 게 끝에 다다랐다.

이제 아셰라만을 잡으면.

그녀만을 손아귀에 넣으면, 모든 게 그 자신이 바라는 대로 진행될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라──!”

“……!”

콰아아아아아아아!

마나가 형태를 이루며 사방을 강타했다.

공간 그 자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슨.”

화이트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뜨였다.

동시에 쥐고 있던 창의 손잡이를 놓는다.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실책이었으나.

적어도 이 순간, 화이트는 그러한 것들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쿠궁, 쿠구궁…….

……지금, 샤사르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그게 의미하는 바는.

“……폭주라고?”

어느 모로 보나, 명백하게 마나의 폭주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화이트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그리고, 직후였다.

콰과과과과광!

“……큭!”

폭발이 터져 나왔다.

마나가 살벌한 붉은빛을 발하며, 사방을 있는 대로 찢어발기고 있었다.

……본디 마나가 이러한 사납고,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하나뿐이었다.

마나의 폭주.

마법사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명확한 최악의 사태.

그것이 평범한 마법사도 아니고,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마왕이 일으키는 폭주라면.

그게 초래할 현상은, 과연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을까.

“──.”

생각이 길어지려 했으나.

판단을 내리는 것은 빨랐다.

이어지려는 상념을 강제적으로 끊어낸다.

막아야 한다.

생각하는 것은 오직 그뿐이었다.

화아악!

심장에 맺혀 있는 아홉 개의 서클을 과부하시켜, 전력을 다해 회전시킨다.

마나를 전신으로 옮긴다.

몸의 구석구석으로 이동한 마나는, 이내 형체를 이루어 일렁이기 시작한다.

화이트의 표정 위로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샤사르의 마나가 폭주하면, 최소로 잡아도 제국의 반절이 날아간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예측은 불가능했다.

애초에 9서클의 대마도사라는 존재의 폭주는, 그리 간단히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없어진 시간대.

그러니까, 회귀 이전.

12마왕들의 계획대로, 아셰라가 폭주를 일으키자 대륙은 어떻게 되었는가.

모든 게 종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멸망이 내려앉았다.

……물론 그건, 타락의 술식이라는 부가적인 요소가 간섭한 결과이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사태를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막아야 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리고 그건, 화이트뿐만 아니라 아셰라 역시도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어리석기는……!”

샤사르를 향해 짓씹듯 내뱉으며, 그녀가 완드를 으스러질 듯이 거세게 움켜쥐었다.

이어서 술식을 맺는다.

그려내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결계를 위한 마법진.

폭주는 이미 일어났다.

어떻게 해서, 대체 무슨 수를 사용했기에 9서클의 최정상에 오른 샤사르가 폭주를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셰라가 선택한 방법은 그중에서도 결계를 이용한 폭주의 억제였다.

일차적으로 결계를 펼친다.

동시에, 그 결계로 샤사르를 가둔다.

마나의 폭주가 일어나기 시작한 그를 한낱 결계로 가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일단 결계로 그를 감금하고.

그다음 수는, 우선 그를 억제하고 난 뒤에 생각한다.

그만큼 시간이 없었다.

아셰라의 눈빛이 사납게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마법진이 그려졌다.

우웅!

펼쳐지는 결계는, 이윽고 샤사르를 감싸기 시작한다.

폭주하는 그는 이미 붉은빛의 폭풍에 휩싸여서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으나.

대략적으로나마 위치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계가 내려앉는다.

이어서, 어떻게든 샤사르의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에 성공했다.

이를 악물며, 아셰라가 거칠게 외쳤다.

“제자님, 지금!”

“……!”

짤막한 한마디였다.

그렇지만 화이트는 그 뜻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기에.

움직인다.

결계를 향해 접근한다.

마나의 폭주.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간에 초기에 진압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그야말로 막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도달하게 되고 말 테니까.

콰득!

어느새 만들어진 청백색의 창을, 화이트는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눈빛이 선명한 푸른빛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

보인다.

결계의 틈새.

그 안쪽에, 한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흐릿하게나마, 어떻게든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에 할 일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다.

‘죽인다.’

다른 생각은 필요 없었다.

오직 그것만을 떠올리고, 실행에 옮기면 될 문제였다.

제압하겠다느니, 혹은 무언가를 위해 우선은 살려두겠다느니, 그런 얕고 가벼운 생각을 품을 때가 아니었다.

일격에 죽여야만 했다.

샤사르를 죽이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단순히 이 자리에 모인 이들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막아낸다.’

어떻게든.

콰아아아아!

끌어올린 마나를 전부 창에 흘려 넣는다.

여유를 부릴 틈도 없으니, 진정한 의미에서 전력을 다해.

그리고, 찌른다.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망설임은 없었다.

일 초의 머뭇거림이 어떤 현상을 초래할지, 화이트는 잘 알고 있었다.

푸욱!

창이 결계를 파고든다.

아셰라가 열어둔 빈틈이었다.

그리고 그 틈새로 파고들어간 청백색의 창은, 정확하게 샤사르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졌다.

“……죽고 싶다면 혼자 죽어라. 대륙을 끌어들이지 말고.”

싸늘하게 내뱉으며, 화이트가 청백색의 창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손가락을 튕긴다.

딱!

그게 곧 신호가 되었다.

이미 마법진은 그려놓았다.

술식이 전개된다.

창에 새겨놓았던 마나가 터지기 시작할 것이다.

샤사르를 집어삼키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겠지만.

그로 인해 제도는 처참하게 박살 나게 되겠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죽여야 했으니까.

‘제발, 죽어라.’

으득-

이를 악물며, 화이트는 염원했다.

이 공격으로 폭주가 멈추기를.

제발, 확실하게 죽음에 이르러 주기를.

눈을 질끈 감으며, 화이트가 재빠르게 뒤로 몸을 물렸고.

─────!

직후, 거대한 섬광이 시야를 아득하게 물들였다.

폭발이 일었다.

*****

폭발은 확실히 강력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려낸 마법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위력을 자랑했다.

다만.

“……이런, 젠장.”

그럼에도, 부족했다.

샤사르의 폭주.

정확하게는 그의 마나가 폭주하는 것을, 완벽하게 억누르는 것에는 실패했다.

“──.”

샤사르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그렇지만, 마나는 이미 멋대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아를 가진 듯이.

샤사르의 의지를 대신하겠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이, 마나는 사방을 향해 퍼져 나가고자 했다.

“아…….”

그리고, 아셰라는 직감했다.

─끝이라고.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샤사르를 완벽하게 죽이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그럼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남은 건 그저 하나였다.

9서클의 대마도사, 그중에서도 최상위권이라고 평가되는 적의 마왕 샤사르.

그의 마나가 통제를 잃고 폭주하기 시작할 것이다.

막는 건 불가능했다.

아셰라의 표정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화이트 역시 낭패감을 떠올렸다.

……한때, 아셰라가 타락에 이르러 폭주했을 시.

대륙의 수많은 강자들이 덤벼들었으나, 그녀 하나를 제압하지 못해 끝내 세계는 멸망에 이르렀다.

그때와는 조금 경우가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하나.

이번에도, 그리 좋은 결과를 낳게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뿐이었다.

“…….”

화이트의 낯빛이 굳어졌다.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되어 있었다.

고민을 길게 이어나갈 시간도 없었다.

재빠르게,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화이트가 힘겹게 입술을 떼어냈다.

“……물러나죠.”

“……제자님?”

그리고 그렇게 꺼내진 말에, 아셰라의 표정이 일변했다.

명백하게 당황한 기색이었으나, 그런 그녀를 설득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화이트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기다리다가는, 폭주에 휘말릴 뿐입니다. 차라리 물러나서─”

─최대한 전력을 온존하고, 또 다른 기회를 노리자고.

그렇게, 내뱉으려고 하는.

그 순간이었다.

쩌어어어어어어엉!

“……!”

그건, 그야말로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광휘가 내려앉는다.

세계가 순백색으로 물들었다.

아득할 정도로 밝고, 청아하기 짝이 없는 백(白)색이었다.

“……뭐, 무슨.”

화이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사납게 바뀌었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그건 아셰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

그리고, 그들은 이내 볼 수 있었다.

“──.”

한 명의 사내가, 허공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광경을.

찬란한 백금발과, 바다를 담은 듯한 푸른빛을 띠고 있는 눈동자를 가진 사내의 모습을.

화이트와 아셰라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이게, 무슨.”

화이트는 불신의 목소리를 내었다.

“…….”

아셰라는 침묵하며, 동시에 동공을 사정없이 떨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사내는 그저 차분하게, 샤사르의 곁으로 내려앉을 뿐이었다.

우웅-

그 사내의 손 위로 백색의 창이 생성되는 건 일순간이었다.

푸욱!

“……!”

……그다음 순간 일어난 일 역시, 한순간에 벌어진 것이었다.

사내가 내지른 창에 의해, 샤사르의 심장이 꿰뚫렸다.

“신이 되고자 했으며, 불가능한 꿈을 꿨던 자의 말로는 이러한 모습이지.”

이어서 그렇게 심장이 꿰뚫린 샤사르를 무기질적인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사내.

아니.

백의 마왕, 화이트는.

“애초부터 인간의 몸으로 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게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라는 걸, 이 자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알지 못했을 거다.”

그저 싸늘한 무표정을 얼굴 위로 띄울 따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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