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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47화 (148/158)

(EP.147)최후의 전투

“때가 되었다.”

“……샤사르.”

다시금 고성 내부로 들어선 샤사르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에, 바이올렛이 진중한 표정을 띄웠다.

그런 그녀를 한 차례, 이어서 모인 마왕들을 훑어보며, 샤사르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가장 먼저 제도를 섬멸한다. 그다음으로 아셰라를 사로잡는다. 이의 있나?”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당연히 반발 따위는 있지 않았다.

마왕들로서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셰라를 사로잡아 샤사르의 목표를 이루거나, 혹은 역으로 전멸당하거나.

결국 결말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꼴사납게 투항할 게 아닌 이상에야, 그들로서는 샤사르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눈빛들은 마음에 드는군.”

피식 웃음을 흘리며, 샤사르가 손을 휘저었다.

우웅-

마나가 공명한다.

샤사르의 손끝에서부터 흘러나가는 붉은빛의 아지랑이에 따라, 하나의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샤사르의 두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워프 마법진으로 제도의 상공으로 이동,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을 몰살하겠다.”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었다.

마법진이 완성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내 고성의 정중앙에서 붉은빛의 섬광이 발했다.

화아아악!

그리고, 그러한 붉은빛의 파동은.

마치 마왕들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은 형태로, 깔끔하게 그들의 모습을 지워냈다.

*****

후욱!

제국, 수도.

그 상공.

한 차례의 붉은 일렁임과 함께, 총 다섯의 마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턱을 쓸며, 샤사르가 오연한 시선으로 제도를 내려다봤다.

그 뒤를 바이올렛이 조용히 지켰다.

은발의 사내가 조용히 마나를 끌어올렸고, 소녀의 모습을 한 또 다른 마왕은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음울한 인상을 가진 노인은, 지팡이를 든 채 술식을 그려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마법을 전개해도 되겠나? 샤사르.”

노인의 말이었다.

질질 끌리는 듯한 그 불쾌한 음성에도, 샤사르는 그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여 긍정을 표할 따름이었다.

“마음대로 해라. 저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면, 그 수단은 어찌 되든 상관없으니.”

“끌끌끌……. 그거 마음에 드는 말이로군.”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동반하여 대꾸하며, 노인이 스태프를 높이 들어 올렸다.

우우웅-

어두운 색채의 마나가 스태프의 끝자락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점차적으로 그 크기를 불려 나가며, 하나의 구체를 형성했다.

마치 온 세상의 악의가 한 곳에 집합되기라도 한 듯이, 그 구체는 어두운 마나를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암흑의 구.”

노인이 나직이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였다.

쿠구구구궁……!

지진이 나기라도 한 듯한 진동이 사방을 강렬하게 울리며, 어두운 빛깔을 띠는 구체가 지상으로 떨구어 내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구체가 정확하게 지면에 닿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구체가 폭발하며, 굉음과 함께 시야를 어두운 빛무리로 물들였다.

단 한 번의 마법이었다.

고작해야 술식 하나에, 제국의 한쪽 구역이 완벽하게 초토화되었다.

그야말로 모든 생명을 섬멸하기라도 한 듯이, 그곳에서는 살아있는 자의 기척이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음?”

다만.

정작 그런 광경을 만들어낸 노인과, 그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고 있던 마왕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노인의 눈가가 가늘게 좁혀졌다.

“허, 이건 또 놀랄 일이로군.”

이내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차마 감추지 못한 감탄이 서려 있었다.

휘오오오-

바람이 불어온다.

암흑의 구체가 만들어낸 파멸의 현장을 가리고 있던 흙먼지들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이란, 예상대로 처참하게 파괴된 모든 것들이었으나.

그곳에 죽은 자의 기운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다르게 말해, 사망자가 없었다.

노인의 눈동자 위로 이채가 떠올랐다.

“설마 제도의 주민들이 전부 내 마법을 견뎌낼 정도의 경지를 이룩했을 리는 없을 테고. 미리 대피시켜 놓은 건가. 전쟁을 대비해서.”

헛웃음을 흘리며, 노인이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샤사르를 바라봤다.

“어쩔 텐가? 샤사르. 그대가 바라는 몰살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었는데.”

“…….”

샤사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물며, 섬뜩한 기세를 은연중에 드러낼 따름이었다.

노인 역시 그가 드러내는 불쾌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저 미소만 지을 뿐 그 이상 말을 잇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예상했던 걸까요. 저희가 이렇게 제도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걸?”

바이올렛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녀의 미간이 살며시 좁아졌다.

이어서 그녀가 바라보는 건, 당연하게도 결정권자인 샤사르였으니.

그녀의 입술이 조심스레 떼어졌다.

“샤사르, 어떻게 할 건가요? 이렇게 되면, 계획이 상당 부분 틀어질─”

그 순간이었다.

후욱!

“……!”

일순 지상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몇 개의 기척에, 모든 마왕이 입을 다물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바로 직후.

쇄애애액!

바람을 가르고, 허공을 꿰뚫는 소음과 함께, 하나의 창이 그들을 향해 날아 들었다.

“……이건!”

바이올렛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청백색의 창.

그 창의 정체는 알고 있었다.

그 주인이 누구인지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큭……!”

그 자신을 향해 오롯이 날아드는 창을 바라보며, 바이올렛이 다급히 방어 술식을 준비하는 순간이었다.

스윽-

바이올렛과 창의 사이를 막아서는 한 인영이 있었다.

“……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혹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공허한 웃음을 흘리며, 샤사르가 주먹을 거세게 틀어쥐었다.

그리고.

콰아앙!

그저 한 차례 주먹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청백색의 창을 측면으로 튕겨내는 모습.

동시에, 그런 샤사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시점이었다.

“─기다리게 했나?”

“…….”

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사르의 고개가 옆으로 틀어졌다.

다섯.

총 다섯 명의 인물이, 마찬가지로 공중에 떠오른 채 그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 제일 정면에 서 있는 것은, 언젠가 한 차례 본 기억이 있는 백금발의 소년이었다.

“감히…….”

샤사르의 눈동자 위로 분노의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함부로 입을 놀리는구나, 화이트 클리포트.”

싸늘하게, 마치 짓씹듯 내뱉으며, 샤사르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찬가지로, 그에 대응하듯이 화이트 역시 마나를 끌어올렸다.

샤사르의 눈매가 사납게 찢어졌다.

“내게 당한 기억을 벌써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라도 한 건가?”

전신에서 기운을 끌어올리고, 살벌하게 중얼거리면서도.

샤사르는 차분하게 반대편의 다섯 명의 면면을 살폈다.

가장 먼저 화이트의 옆에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리치가 하나.

‘서쪽의 엘더 리치인가.’

샤사르의 눈동자가 더욱 깊게 가라앉았다.

……제국 측에 가담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역시 9서클의 대마도사이니만큼, 단연코 쉬운 상대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 뒤편으로는 두 중년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샤사르는 그들의 정체 역시도 알고 있었다.

제국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두 명가의 가주들.

클리포트 공작과, 리이칸테르 후작이었다.

비록 기껏해야 8서클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들이라지만, 마찬가지로 무시해도 좋을 만한 자들은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고는 하나.

샤사르는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시선을 한 번 주었을 뿐, 그 이후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 전체를 아득히 넘어서는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 한 명.

그들의 뒤편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매를 비틀며, 샤사르가 그 존재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아셰라.”

“…….”

그 부름 아닌 부름에 응답하듯, 검은 머리칼의 소녀가 정면으로 나섰다.

그 특유의 금빛 눈동자를 차분하게 가라앉힌 채로.

“오랜만입니다, 샤사르.”

“…….”

샤사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을 억누른다.

끓어오르려는 감정을 애써 짓누르면서, 그가 마나를 일으켰다.

─감정은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흥분해선 안 된다.

지금 이 상황은, 좋게 말한다고 해도 유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다른 떨거지들은 상관없었다.

어떻게든 죽일 수 있었다.

여차하면 혼자의 힘으로도 전부를 상대해낼 자신이 있었다.

“…….”

……그러나, 아셰라만큼은 아니었다.

샤사르는 그녀의 힘을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지 않겠나.

그녀는 처음 만났을 당시부터, 그 자신과 동급 그 이상의 힘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그 찬란하고도 특별한 마나가 자신의 목을 옥죄어 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샤사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방심하지 않는다.

방심해서는, 오히려 역으로 물어뜯길 수도 있었다.

그 정도의 일이었다.

이미 그 자신의 세력은 힘을 잃었다.

열 둘의 마왕 중, 남은 건 고작해야 다섯.

이들을 이끌고 아셰라를 깔끔하게 제압해내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반대로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후우.”

샤사르는 얕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야가 좁아진다.

점차적으로 주변이 어두워지며, 보이는 것은 그저 아셰라 한 명뿐.

그 이외의 존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신경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저번에는 신세 졌다.”

“……?”

그건 그릇된 판단이었다.

아셰라에게만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녀만을 바라보고, 그녀만은 시야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눈치채는 것이 늦었다.

그 아셰라의 바로 옆에서, 한 소년이 심장에 새겨진 아홉 개의 고리를 거칠게 회전시키고 있는 것을.

‘……무슨?’

처음에는 당황했다.

두 번째로는 경악했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룰 수 없는 경지였다.

적어도, 그 나이대에 오를 수 있는 경지는 절대 아니었다.

아홉 개의 서클이라함은 그러한 것이었다.

‘분명 8서클에 불과했을 텐데?’

의문을 떠올린다.

속으로는,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한 차례 본 적 있었던 화이트 클리포트를 되새겨본다.

고작해야 8서클치고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었으나, 달리 말하면 그뿐이었다.

그래봤자 8서클을 넘기지 못했다.

그 자신에게는 당해내지 못했던, 무력한 소년에 불과했다.

……지금은 달랐다.

무언가가 달라졌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본능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무시해선 안 된다고.

얕보아서도 안 된다고.

지금 당장 마나를 일으키는 저 푸른 눈의 소년을 저지하라고.

“──.”

샤사르는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였다.

손을 앞으로 뻗는다.

마나를 끌어올리며, 술식을 그려내고, 마법을 전개한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만들어진 마법은 금방이라도 화이트를 향해 쏘아질 것만 같았다.

……그랬으나.

“늦었어.”

화이트는 그런 샤사르보다도 먼저 마나를 운용하고 있었다.

마법의 시전 속도가 그보다 더 빠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고유마법.”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동시에, 그런 화이트의 벽안이 서슬 퍼렇게 번뜩였다.

“푸른 섬광의 안식.”

화이트의 손끝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푸른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노리는 것은 샤사르뿐만이 아니었다.

이 한순간을 위해,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고자 다짐했다.

끝을 본다.

한꺼번에 쓸어버린다.

생각하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중첩.”

마지막으로 읊조리듯 내뱉는 것과 동시였다.

화아아아악!

광휘가 일었다.

그저 환하기 짝이 없는 푸른빛의 섬광이 수십 갈래로 갈라졌다.

당연히 그 섬광의 끝이 향하는 곳은, 마왕들이 있는 장소였다.

“……!”

마왕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뒤늦게나마 상황을 인식하고, 재빠르게 방어를 위한 마법을 전개한다.

그런 마왕들을 바라보면서도, 화이트는 그저 싸늘하게 내뱉을 따름이었다.

“죽어.”

그 짤막한 한마디와 동시에, 푸른빛의 섬광이 마왕들을 향해 쇄도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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