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36화 (137/158)

(EP.136)실험 대상

“……콜록, 콜록.”

기침을 내뱉으며, 화이트가 아셰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괜찮으십니까? 스승님.”

“…….”

잠시 멍하니 뒤편을 바라보던 아셰라가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아, 네. 일단은요.”

멋쩍게 웃음을 흘리며, 그녀가 화이트의 손을 마주 잡고 몸을 일으켰다.

이어서 뒤편을 바라보는 화이트와 아셰라.

두 사람의 표정이 미묘하게, 그리고 오묘하게 바뀌어 갔다.

“……마크 콘테스라는 마법사 말입니다.”

“네에…….”

“혹시 미친놈이었답니까?”

“…….”

침묵하는 아셰라.

그녀의 표정이 구겨진 건, 다만 답을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살며시 인상을 찌푸리며, 화이트가 중얼거렸다.

“……분명 고문서에 기록된 방식으로 조합하고, 마법진과 술식을 그려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단 말인가.

화이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때였다.

후욱!

[……뭔가 영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 같은데.]

일순간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이더니, 검은 로브의 리치가 한 소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히 오랜만에 만나는 인물이었기에, 화이트의 눈이 살며시 커졌다.

“오르카?”

“화이트, 오랜만이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오르카가 총총걸음으로 화이트에게 다가갔다.

미묘하게 몸을 기울이며, 그녀가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한 번도 안 찾아오고. 결국 이렇게 내가 먼저 찾아오게 만들다니.”

“……음.”

“괘씸해.”

손가락을 이용해 화이트의 어깨를 쿡쿡 찌르는 오르카.

그런 그녀의 행동에 잠시 움찔한 화이트가 이내 손을 휘저어 그녀를 밀어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루시펠.”

“야, 나랑 얘기하고 있었잖아.”

오르카의 말은 애써 무시한 채, 화이트가 태연함을 가장하고 루시펠에게 말을 걸었다.

[흐음…….]

그러나 루시펠은 대꾸하지 않으며 잠시 한동안 화이트의 뒤편을 가만히 살필 따름이었다.

이윽고 그가 무척이나 떨떠름한 기색으로 툭 하니 내뱉었다.

[완전히 박살 났군.]

“……크흠.”

“흠, 음.”

무안하다는 듯 헛기침을 내뱉는 화이트와 아셰라.

두 사람의 낯이 미약하게나마 달아올랐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 프리드리히가 연구 목적으로 양도해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랬지.”

[그걸 이렇게 처참하게 부숴먹은 건가? 대체 뭘 어쩌다가?]

그리 내뱉는 루시펠의 목소리에서는 감출 수 없는 얼떨떨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기에, 화이트의 고개는 더욱더 떨구어져만 갔다.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화이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작게 내뱉었다.

“……어쩌다 보니, 그리됐군.”

[허어…….]

무책임하다면 무책임한 그 발언에, 루시펠이 이마를 슬며시 짚었다.

그런 루시펠의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 화이트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스승님.”

“네, 제자님.”

“에드발트 경께 사과와 상황 설명을 하고 오겠습니다. 연구는 그다음에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죠.”

“……넵.”

고개를 끄덕이며 힘겹게 답을 해내는 아셰라.

그런 그녀를 힐끔 살피고는, 화이트가 루시펠을 향해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마침 잘 왔다, 루시펠. 생각해 보니 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음?]

그 말에 루시펠이 살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턱을 삐걱거렸으니.

[화이트, 네가 내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실로 흥미롭기 그지없는 상황이구나. 그래, 무슨 도움이 필요한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말이 길다. 거기까지 하고 따라와라.”

[알겠다.]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펠이 화이트의 뒤로 따라붙었다.

“……어?”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자리에 남는 건 두 사람뿐이었다.

“……괘씸하다, 라.”

“…….”

묘하게 나직하게 들려오는 울림에, 오르카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녀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서서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오르카 영애. 오랜만에 뵙지만, 안타깝게도 마냥 반갑게 인사는 못 해 드리겠네요.”

“……아, 아하하.”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오르카가 애써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무척이나, 그야말로 무척이나 살갑기 그지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아셰라의 모습을.

“……히끅.”

다만 그녀는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아셰라의 미소가, 단지 좋은 의미만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 본 사이에 다시금 제 가르침을 망각하고 계신 것 같던데…….”

아셰라의 눈꼬리가 유려하게 휘었다.

이어서 그녀가 내뱉는다.

“잠깐, 저랑 단둘이 사이좋게 얘기나 나눠볼까요?”

오르카의 입장에서는 실로 끔찍하기 그지없을, 그런 한마디를.

오르카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

[……그러니까, 마크 콘테스라는 인물이 남긴 마법을 재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그래. 마법적인 계약을 부수기 위한 술식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눈에 들어왔던 탓에.”

[근데 그거랑 연구실을 부숴 먹은 게 무슨 상관 관계가 있지……?]

“…….”

화이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화이트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루시펠이 재차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화이트. 내게 말해봐라, 비밀은 지켜주도록 하지.]

“…….”

다시금 침묵하는 화이트.

다만, 침묵이 그리 오래가지만은 않았다.

“……후우.”

얕게 한숨을 내뱉으며, 화이트가 눈가를 짓눌렀다.

무척이나 피곤한 기색으로.

그러고는 조심스레 입술을 떼어낸다.

“드래곤 하트, 그리폰의 깃털, 정령의 혈청을 잘 조합해서 마법진을 그릴 재료를 만들고 있었다.”

천천히, 화이트가 아셰라와 함께 행했던 행동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발걸음은 여전히 내딛어가며, 화이트가 고개를 살며시 가로저었다.

표정 위로는 곤란함이 가득 차 있는 채였다.

“조합 도중, 일정 단계에 도달하자 재료들이 하나같이 이상 반응을 보이더군.”

[이상 반응이라.]

루시펠이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떠올리는 것은 처참히 파괴되었던 연구실이었다.

[폭발인가?]

“그랬지.”

쯧-

한 차례 혀를 차며, 화이트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마크 콘테스라는 작자는 마법사가 아니라 연금술사였던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면 그딴 식으로 마법을 만들지는 않았겠지.”

애초에 그 어떤 마법사가 주술적인 재료들을 가지고 술식을 창조한단 말인가.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와 같은 말을 덧붙이며, 화이트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크흐흐, 난감해 보이는군.]

“……그럼 난감하지. 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름 중요한 문제거든.”

[마법적인 계약을 부수는 걸 말하는 건가?]

“그래.”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하고는, 화이트가 입술을 살며시 짓씹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듯이 턱을 쓸며,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일단 에드발트 경에게 먼저 가도록 하지. 연구실 문제도 있고 하니…….”

[새로운 연구실을 받을 심산인가?]

“……어쩔 수 없지 않나.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을 텐데.”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화이트의 말에, 루시펠이 기껍다는 듯 불쾌한 웃음을 흘렸다.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황실의 건물을 부숴 먹었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군.]

“…….”

침묵하며, 화이트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네 도움이 필요하다. 루시펠.”

[흐음.]

이어서 화이트가 뱉은 말에, 루시펠이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살짝은 난감한 듯 보였기에, 화이트가 슬며시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힘들겠나?”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고개를 가로저으며, 루시펠이 말했다.

[네 스승인 소녀와 네가 함께 연구해 시도한 게 아닌가. 너와 네 스승의 마법적인 경지는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으니…….]

잠시 말을 끊고는, 루시펠이 미묘하게 미간을 좁혔다.

[내가 가세한다고 해서 무언가 도움이 될지, 나는 그게 걱정이군.]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음?]

생각 외로 곧바로 돌아온 즉답에, 루시펠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생각해 둔 게 있나?]

“당연하지. 아무 계획도 없이 도움을 요청했을 것 같나, 내가?”

씨익 웃으며, 화이트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루시펠을 위아래로 훑었다.

[……뭐냐, 그 눈빛은.]

묘하게 오한이 드는 시선이었기에, 한 차례 몸을 파르르 떨며 루시펠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딱히 별 건 아니고.”

그런 루시펠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며, 화이트가 중얼거리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상 가장 중요한 건 하나인지라.”

[……무엇이지?]

떨떠름한 음성으로 묻는 루시펠.

그런 그를 향해, 화이트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실험 대상이 없다.”

[…….]

“재료들을 조합하고, 마법진을 다시 그려내는 거야 어떻게든 해낼 수 있어. 한 차례 실패를 겪었지만, 그 정도야 내게는 아무 문제도 아니지.”

자부심이 넘치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화이트가 고개를 두어 차례 까딱거렸다.

다시금, 그 벽안이 루시펠을 훑고 지나갔다.

“다만 중요한 게, 내가 재현하고자 하는 마법이 은근히 위협적인 종류의 것이어서.”

그런 탓에.

덧붙이며, 화이트가 루시펠의 검은 로브의 끝자락을 슬며시 부여잡았다.

마치 도망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처럼.

“뭐, 달리 말하자면 그런 거지.”

[…….]

침묵하며 슬금슬금 몸을 뒤로 물리던 루시펠이 멈칫했다.

화이트를 바라보는 그의 안광이 살며시 떨리기 시작했다.

“몸으로 마법을 받아내 줄 자가 한 명 필요한데, 어지간한 마법사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그렇기에 네가 필요하다며, 화이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유명한 서쪽의 엘더 리치이자, 9서클의 대마도사인 너라면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루시펠.”

그리고 그렇게 내뱉어진 말에, 루시펠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그저 침묵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그러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는 바뀌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어떻게든 입을 열어서, 루시펠이 음울한 목소리를 꺼내 들었으니.

[사실 내가 많이 바쁜 몸인지라, 다른 마법사를 찾는 건 어떠한가? 지금 막 해야 할 일이 떠오른 참이라서…….]

이어 내뱉는 말은 그러한 것이었다.

그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도 화이트는 그저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싱그럽게.

“안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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