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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28화 (129/158)

(EP.128)이인자

“……화이트.”

측면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이트가 고개를 돌렸다.

두 중년의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테이칸 클리포트, 그리고 리이칸테르 후작.

제국의 두 기둥의 모습에, 화이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맺혔다.

“오랜만입니다, 아버지.”

우선은 인사.

“음.”

그에 테이칸의 표정이 약간이나마 환해졌다.

“뭐라 더 인사를 나누고 싶지만…….”

이어서 중얼거리며, 테이칸이 고개를 돌렸다.

따라서, 화이트와 리이칸테르 후작의 시선 역시 돌아간다.

셋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는, 실시간으로 뼈로 이루어진 창날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쯧.”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검을 다시금 들어 올린다.

직후, 야라크가 사납게 이를 갈며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진한 푸른빛의 검막이 허공을 메우며, 떨구어지는 뼈의 창날들을 막아낸다.

캉! 카가가가강!

“…….”

야라크의 시선이 주변을 한 차례 훑었다.

트라마르 역시 분위기를 살피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

야라크가 이를 악문 것은, 검은 로브를 두른 루시펠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서쪽의 엘더 리치.”

[위대하신 청의 마왕께서 나를 알아봐 주다니, 이거 영광이군.]

‘크흐흐’하고 웃음을 흘리며, 명백하게 비꼬는 어조로 루시펠이 대꾸했다.

“제국에 가담하고 있었나.”

[가담이라, 굳이 말하자면 동맹이라고 해두지.]

“말장난이로군. 보복이 두렵지 않은가?”

야라크가 짓씹듯 내뱉었으나, 그럼에도 루시펠은 태연자약했다.

뼈로 이루어진 턱을 부딪히며, 루시펠이 대답했다.

[그것 또한 우스운 이야기가 아닌가. 지금 그대들은 보복을 논할 입장이 아닐진대.]

“…….”

그 말에 야라크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고오오오-

이어서, 그의 마나가 주인의 감정에 따라 형체화되어 요동치기 시작했다.

명백한 분노의 표시였으나, 그에 움츠러들 루시펠이 아니었다.

[12마왕 중 셋이 그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제 둘이 더 떠날 예정이지. 그대들은 보복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어. 그 반대라면 모를까.]

불쾌한 웃음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루시펠의 안광이 흐릿하게 일렁이며 불꽃을 튀긴다.

[자, 사후세계로 건너갈 시간이다. 마왕들이여.]

그 말로 대화는 끝이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듯이 루시펠은 손을 들어 올렸다.

이어지는 건, 허공에 맺히는 칠흑의 마법진들의 향연이었다.

하나하나가 9서클의 대마도사가 펼침에 있어서 모자람이 없는 위력을 담고 있었다.

야라크와 트라마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스릉!

리이칸테르 후작은 검을 빼들었다.

오러가 불길과도 같은 형태로 일렁였다.

화르륵!

테이칸은 그 자신의 특기인 화염계 마법을 손 위에 전개했으며.

우웅-

화이트는 가만히 침묵하고서는 청백색의 창을 만들어낼 따름이었다.

전투가 개시되는 건 일순간이었다.

화이트, 루시펠, 테이칸, 그리고 리이칸테르 후작.

총 넷의 제국 측 전력들은, 망설임 없이 두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

“오만이 지나쳤다, 청의 마왕.”

콰아아아앙!

불꽃의 포격을 쏘아내며 테이칸이 꺼낸 말이었다.

“전쟁이 선포되고 난 이후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거늘, 비록 동맹국은 아니라고는 하나 명백하게 제국의 우방인 마도왕국을 공격하다니.”

콰가가가가각!

쏘아지는 오러 블레이드는 트라마르의 어깻죽지를 베고 지나갔다.

“제국의 지원이 도착하기 이전에 마도왕국을 섬멸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던 건가?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안일했어.”

이렇게 보란 듯이 자신들이 도착했으니.

그리 덧붙이며, 테이칸이 입매를 비틀었다.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테이칸이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붉은색의 마법진들이 야라크와 트라마르를 포위했다.

리이칸테르 후작이 쏘아내는 검격은 두 마왕의 퇴로를 깔끔히 차단했으며, 사방에서 쏘아지는 뼛조각들은 야라크의 빈틈만을 노렸다.

“네놈들…….”

이를 아득바득 갈아가며, 야라크가 마나를 더욱 거세게 일으켰다.

“……감히!”

……상황은 이해하고 있었다.

명실상부, 불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야라크의 사나운 시선이 네 명의 존재를 훑었다.

서쪽의 엘더 리치, 루시펠.

클리포트 가문의 가주이자, 8서클의 대마법사 테이칸 클리포트.

제국 최강의 기사, 리이칸테르 후작.

……그리고, 아셰라의 제자 화이트 클리포트까지.

“…….”

한 차례 소리를 내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야라크의 표정은 심각하게 가라앉아만 갔다.

……방심했는가.

떠오르는 생각은 그러한 것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금세 고개를 가로젓는다.

‘오만’은 야라크의 정체성 그 자체였기에.

그 어떤 상황이라고 한들, 정체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그렇기에 입술을 깨물더라도, 분노는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그것을 행함에 있어서 망설임은 없었다.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살벌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야라크가 두 손바닥 위로 마나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간단한 마나의 운용, 그러나 그게 만들어낸 결정체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야라크의 안광이 시퍼렇게 번뜩였다.

“나는 청의 마왕, 야라크다.”

그리고 그 광경에, 화이트와 루시펠을 비롯한 넷은 즉각 움직임을 보였다.

각자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야라크와 트라마르를 향해 달려든다.

그랬으나.

“너희들 같은 버러지들에게, 당해줄 성싶더냐.”

마법은, 이미 완성되었다.

화아아악!

야라크가 두 팔을 사나운 기세로 뻗는 것과 동시였다.

시퍼런 섬광이 번쩍였다.

순간적으로 시야를 새파랗게 물들일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큭!”

더 이상 나아가는 걸 가로막는 듯한 기운의 흐름에, 화이트가 침음성을 흘렸다.

……뭔지는 모른다.

어떤 마법이 작동된 건지, 그게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고유 마법!’

지금 야라크가 시전한 마법이, 결코 평범한 마법은 아니리라는 부분이었으니.

“──!”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끝을 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필시 귀찮은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마리라.

화이트는 망설임을 지웠다.

이제와서 흔들릴 이유 따위는 하등 없었기에.

‘죽인다.’

야라크가 마법을 끝맺는 그 순간을 노린다.

미세하지만, 분명한 빈틈이 생길 것이었다.

아무리 숙련된 마법사라 한들, 약간의 빈틈이 생기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화이트는, 그 미약하기 짝이 없는 빈틈을 파고 들어갈 자신이 있었다.

우웅!

마나를 전신에 휘감는다.

서클이 거칠게 회전하며, 육체에 마나를 공급시킨다.

동시에, 손을 앞으로 뻗는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뻗은 팔을 붙잡으며, 움직임을 보조한다.

콰득, 콰드드득!

무리한 마나의 운용으로 팔이 뒤틀리는 감각이 들었다.

그랬으나, 그럼에도 멈추지는 않는다.

도중에 멈출 생각이었더라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

화이트의 벽안이 섬뜩한 색채로 빛났다.

앞으로 쭉 뻗은 손바닥으로, 마나가 집결하기 시작한다.

‘압축.’

첫 번째 단계는 마나를 끝없이 압축시키는 과정이었다.

손바닥의 중앙으로, 그저 작게, 하나의 점의 형태를 띠게 될 때까지 압축시킨다.

‘변환.’

이어지는 건 마나의 성질을 조금씩 뒤트는 것.

조금 더 사납게, 조금 더 맹렬하게.

응축시킨 마나를 더없이 흉폭한 맹수가 되게끔 형상을 변환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출.’

일점으로 모은 마나의 광선을, 포격의 형태로 쏘아내는 것.

다행스럽게도, 마법은 무리 없이 작동되었다.

“……고유 마법.”

『푸른 섬광의 안식』

찬란한 푸른빛의 광휘가 일었다.

조금 전 야라크가 만들어냈던 시퍼런 빛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환하게.

그저 세상을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

이어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지축을 뒤흔들며,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동시에 경로상의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푸른빛의 광선이 쏘아져 나갔다.

“……쿨럭!”

쏘아낸 직후, 화이트가 피를 토해냈으나.

그럼에도, 마법은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화이트가 해낼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공격 마법.

그것이 야라크와 트라마르를 향해 날아갔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 그 자체로.

“…….”

……그러했으나.

한 가지.

화이트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그건.

“……일그러뜨려라.”

화이트가 푸른빛의 섬광을 쏘아내기 이전에, 이미 야라크는 마법을 완성해 두었다는 것.

“나의 세계여.”

야라크가 싸늘하게 읊조리는 것과 동시였다.

화아아아아아악!

직후, 공간이 거칠게 뒤틀리는 것과 함께.

세계가 한 차례 반전되었다.

화이트가 만들어낸 푸른빛의 섬광마저 집어삼키며, 세계는 시퍼런 색채로 물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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