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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13화 (114/158)

(EP.113)시계태엽

‘……미안해요, 제자님.’

절연을 예고한 후, 아셰라는 그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입술을 꾹 깨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만큼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까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랬기에, 죄악감을 애써 내리누르며 그리 내뱉은 것이었다.

‘저라고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자님과 헤어지는 일 따위, 원하지 않는다고요.’

어떻게 헤어짐을 원하겠는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하나뿐인 제자이자.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소년일진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절연 따위 원치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래도,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나뿐인 이 제자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대체 무엇인지, 지금 알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그렇기에, 망설임을 지운다.

고개를 다시 들고, 눈을 올곧게 빛내며, 화이트를 똑바로 직시한다.

아셰라의 표정 위로 결연한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스승님.”

“…….”

그 자신의 부름에도 대꾸하지 않는 아셰라의 모습에, 화이트는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강제적으로 깨달아야만 했다.

자연스레, 몸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손끝이 경련하며, 동공은 요동친다.

‘……사제 관계를, 끝내겠다고.’

바로 조금 전 그녀가 내뱉었던 말을 되새기며, 화이트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 아셰라가 자신과의 관계를 끊어버린다고 생각하니 시야가 어지럽게 회전한다.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해서, 그것만큼은 절대 싫다고 저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어서.

“…….”

……화이트는, 끝내 결심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짓씹듯 깨문다.

‘……말하자.’

이내, 속으로 다짐한다.

……말하도록 하자.

시답잖은 변명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녀가 바라는 진실을 말하는 거다.

애초에 네 번째 마왕을 죽인 이후, 라는 조건을 내건 것도 반쯤 시간 벌기에 불과했지 않나.

그저 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결심을 내릴 만큼의 여유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

……그러니까, 굳이 거부하지 말자.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가 바라는 대로.

진실을.

지금껏 감춰왔던 비밀을.

……얘기하도록 하자.

후우-

짤막하게 숨을 들이쉬고, 도로 내뱉는다.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함이었다.

격하게 요동치는 속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내, 화이트의 두 눈동자 위로 결심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색을, 당연하게도 아셰라는 눈치챌 수 있었으니.

“말할 생각이 들었나요?”

애써 담담함을 유지하며, 그녀가 싸늘한 어조로 내뱉었다.

“……예.”

그에 화이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척이나 괴로운 표정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읽어내지 못할 리가 없었기에, 아셰라가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입을 연다.

“대체 뭘 감추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괴로워하나요.”

“…….”

“……무슨 대단한 비밀을 가지고 있어서, 저한테마저 이렇게 꽁꽁 숨기는 건가요?”

아셰라의 이어지는 물음에 화이트가 이를 악물었다.

이내, 완벽히 마음을 다잡은 기색으로 화이트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말하겠습니다. 당신께서 그걸 바란다면.”

스승이란 호칭을 애써 빼내며 내뱉은 말이었다.

그에, 화이트는 물론이고 아셰라의 표정 역시 착잡하게 바뀌었다.

바뀌었으나, 적어도 화이트는 그러한 그녀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그저 천천히 숨을 고르며, 화이트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저는.”

……진실을 꺼내 들 시간이었다.

순간적으로나마 그의 벽안 위로 망설임이 떠올랐으나, 이내 빠르게 사라진다.

이윽고, 격해지려고 하는 감정을 억지로 내리누르며, 화이트가 내뱉었다.

“──10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지금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지금껏 감춰왔던, 그 자신의 비밀에 대해서.

*****

모든 걸 얘기했다.

털어놓았다고 해도 좋았다.

반쯤 강제적이었으나, 그럼에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모든 걸 꺼내 들 수 있게끔, 억지로나마 등을 떠밀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된 겁니다.”

힘겹게 내뱉으며, 화이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시간을 거스른 것부터 시작해, 모든 인과를 입에 담았다.

타락의 술식의 정체, 12마왕의 음모, 멸망을 맞이하게 된 대륙.

이번에야말로 감추는 것 하나 없이, 모든 진실을 낱낱이 고했다.

자신은 시간을 거슬러 이 시대로 돌아온 것이라고.

12마왕이 당신을 노리는 것을 막지 못해, 끝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 되었다고.

굳이 말하자면, 미래를 보고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당신이, 타락에 이르며 폭주해 대륙을 종말의 길로 들어서게끔 만든 미래를 보고 왔노라고.

“──.”

그 부분에 대해 입에 담을 즈음에는, 도저히 아셰라의 눈을 쳐다볼 자신이 없었다.

다시금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하며, 그저 입술만 달싹였다.

얘기만 꺼내 들었다.

모든 것에 관해, 반쯤 어떻게든 되라는 심정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괴로워하겠지.

어쩌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없어진 일이고, 기실 그녀 자신의 의지로 저지른 게 아니라고 해도.

……그녀, 아셰라라면 분명히.

괴로워하고, 또 고통받을 것이다.

알고 있음에도, 내뱉었다.

언젠가는 꺼내야 할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다.

와중, 그녀가 강압적인 태도로 나오자 어쩌면 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말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진실을 끝끝내 감추기만 해서는, 결국 그녀를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에.

어차피 언젠가 해야만 하는 얘기였다면, 지금 얘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렇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알지 못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있었고, 동시에 그녀에게서 애써 신경을 쓰지 않고자 했던 탓에.

두려워서,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어서, 그저 지레 겁을 먹고 외면했던 탓에.

……끝까지,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

툭-

“……?”

그랬기 때문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아래를 향하고 있는 시야에 그 무언가가 잡혔다.

……순간적으로 그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 탓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

……그리고.

그제서야.

그때가 돼서야, 드디어.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떠올리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스, 승님.”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동공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에, 어쩌면 속으로는 어느 정도나마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몰랐을 그 광경에.

도저히 당황스러운 감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

조금씩, 천천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자,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감정을 차마 조절하지 못해서.

“아, 아아…….”

……아셰라의 입술을 비집고, 흔들리며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화이트의 표정 위로 감출 수 없는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그녀가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이건.”

……그 때문은 아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만의 이유는 아니었다.

볼 수 있었기에.

……그녀, 아셰라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시계태엽의 문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스승님.”

저도 모르게, 그녀를 불렀다.

끽, 끼릭-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들려오는 것은 그저,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소음뿐이었으니.

화이트의 표정이 한순간에 돌처럼 굳어졌다.

……알고 있는 소리였다.

모를 수가 없는, 어쩌면 그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소리였다.

“아셰라.”

다시 한 차례 그녀를 불렀다.

“…….”

……불렀으나,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의 눈동자가 이내 공허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동시에, 표정은 무기질적으로 바뀌었다.

화이트의 낯빛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아셰라!”

다급히 외치며, 아셰라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랬으나.

쩌어어어어어엉!

“……!”

……닿지 못했다.

닿을 수 없었다.

“……컥!”

순간 그녀를 감싸듯 내려앉는 백색의 광휘에, 한 차례의 짧은 침음성과 함께 화이트가 튕겨 나갔다.

“……무슨.”

표정 위로는, 경악과 불신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게, 대체.”

중얼거리며, 저도 모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문양이자, 동시에 알고 있는 소리였다.

시계태엽, 톱니바퀴, 그리고 시간.

“…….”

이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게도 하나밖에 없었다.

시간에 간섭하는 마법.

……다름 아닌 그 자신이 만들어냈던, 신의 권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마법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 생각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헉, 허억.”

“……!”

순간 들려오기 시작하는 신음성에, 화이트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표정을 고통으로 일그러뜨린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아셰라가 보였다.

거친 호흡을 연신 내뱉고 있는 게 보였다.

……동시에, 여전하게도 그녀를 감싸고 있는 시계태엽의 문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으득!

화이트가 거칠게 이를 갈았다.

……예상이 가는 게, 딱 하나.

추측이 가능한 것이 하나 있었다.

하나의 단어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부작용.’

……어쩌면, 세상에서 그 자신밖에는 알지 못할 개념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신의 권능에 닿고자 한 것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

억지로 세계의 섭리를 비틀고자 한 것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

시간 마법을 연구하고, 또 만들어낸 게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기에,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지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왜, 내가 아닌.”

……어째서 그 부작용이, 그 대가가.

“……당신이.”

자신이 아니라, 그녀에게로 향하는 것에 대한 의문일 것이리라.

“아셰, 라.”

힘겹게 목소리를 내뱉는다.

그러며 동시에, 화이트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악!

다시금 광휘가 일었다.

순백색의, 그저 새하얗기만 하여 눈을 멀게끔 만들 것 같은 그런 광휘가 일었다.

“──아.”

다시 한 차례, 아셰라가 공허한 목소리를 흘렸다.

‘이게, 무슨.’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가 화이트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면.

촤라라라락!

……그것은, 이윽고 눈앞에 떠오르는 어느 한 화면의 탓일 것이었으니.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무척이나 사악한 기척을 흘리며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그 정체를 도저히 알 수가 없는, 무언가가 보였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하였다.

……그건 그 존재가, 어둡기 그지없는 검은 마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그 자신과 닮은 검은 머리카락과 금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기에.

‘……아니, 아니구나.’

이어서 부정하는 이유는, 곧 자연스레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셰라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손끝이 천천히, 얕게 떨리기 시작했다.

‘저건, 저 존재는.’

그 어떤 다른 존재도 아니었다.

어두운 검은 마나를 흩뿌리며 종말을 이끌어내는 저 존재는.

흑발과 금안을 가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멸하는 저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어.’

그 자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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