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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09화 (110/158)

(EP.109)겁화

마나가 폭주하면 어떻게 되는가.

아마 그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건 화이트 그 자신일 것이다.

이미 겪어보았기에.

한 차례,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마법사가 폭주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학자보다도 마나의 폭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노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한때는 그에 관련된 연구만을 수개월 동안 진행한 적도 있었으며, 직접 그 자신의 몸에 적용해 보기까지 했으니까.

그 탓에, 마나가 폭주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마나를 폭주시킨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륙의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마나를 ‘안정적’으로 폭주시킬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떤 심정으로, 무슨 생각을 품으며 연구에 매진했는지 너는 알지 못할 거다.”

공간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화이트가 샤사르를 바라봤다.

우연찮게도, 그의 오만한 눈동자와 무척이나 닮아있는 오연한 시선으로.

과연 알 수 있을까.

대륙이 실시간으로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도, 그저 마나의 폭주에 대해서만 연구했던 자신의 심정을.

비단 샤사르뿐만이 아니었다.

그 누구라 할지라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테지.

……그녀의 폭주를 눈앞에서 겪고, 그 이후 자신이 어떻게 미쳐갔는지.

어떤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그로 인해 얼마만큼의 절망을 맛보았는지.

그녀를 되돌리기 위해 무슨 수라도 쓰고 싶었다.

필요하다면 악마와 계약을 해서라도, 그녀를 원상태로 되돌리고자 했다.

그렇지만, 결국 한 번 폭주한 그녀를, 그녀의 마나를 되돌릴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애시당초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 시간대의 아셰라는 단순히 마나만이 폭주한 것이 아니었다.

타락의 술식이 완벽하리만치 적용되었고, 동시에 이성 역시 잃어버렸기에.

그렇기에, 되돌릴 수단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간을 도로 감는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그래, 그랬지만.”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화이트가 공허한 눈동자를 번뜩였다.

……방법은 찾지 못했다.

본래의 목적이었던, 아셰라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얻을 수 있는 건 있었다.

연구의 부산물이라 표현해도 좋으리라.

후욱-

한 차례, 바람이 일었다.

“…….”

……동시에, 화이트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순간에 눈동자가 침체된다.

동공은 빛을 잃었으며, 표정은 그저 무기질적인 형상으로 바뀌어 간다.

그렇지만 마나만큼은 선명한 푸른빛으로 번쩍이고 있었으니.

오직 마나만이, 올곧게 피어오르고 있는 그 마나만이.

화이트의 상태가, 곧 그 자신이 의도한 것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허어.”

그리고 그쯤에서, 샤사르의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온 건 조금은 놀란 기색이 담긴 탄식이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화이트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놀랍군. 마나는 분명 폭주하고 있는데,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

물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답을 하지 않은 걸까, 그도 아니면 하지 못한 걸까.

그건 알 수 없었으나, 이내 샤사르는 어찌 되든 좋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저 중요한 건, 지금 현재 눈앞의 어리디어린 소년이 9서클 급의 마나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것만큼은 분명한 진실이었으며, 동시에.

“……재밌구나.”

그러한 현상은, 곧 샤사르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샤사르가 입꼬리를 짙게 끌어올렸다.

이어서 손을 앞으로 뻗는다.

“과연 바이올렛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의 경지야. 어떤 방법을 쓴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

입매를 사납게 비트는 샤사르.

콰아아아아!

직후, 그의 전신에서 붉은빛의 기운이 폭발적인 기세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숫제 마나의 폭풍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의 패도적인 기운.

그 누구라 할지라도 그의 마나를 눈앞에 두고 멀쩡하지는 못할 것이었으나.

“…….”

화이트는 그저 담담할 따름이었다.

평온하다고 해도 좋았다.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화이트가 샤사르를 마주 봤다.

그리고 마찬가지의 형태로, 손을 들어 올린다.

응집된 마나는 손바닥의 중심부에 모이며, 거칠게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한 차례, 푸른빛의 스파크가 튀겼다.

이어, 화이트의 전신에서부터 푸른 광휘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동시에 찬란하며, 눈을 떼기 힘든.

“……하하.”

……그런 광휘를 눈에 담으며, 샤사르가 얕게 웃음을 흘렸고.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

콰과과과과과광!

폭음이 일었다.

말 그대로, 화약이 터뜨려지기라도 한 것만 같은 굉음이었다.

화이트의 손끝에서부터 뻗어져 나간 푸른빛의 섬광이 샤사르를 덮친다.

이전, 중첩하여 시전했던 고유마법과도 궤를 달리하는 위력이었다.

‘부족하다.’

그랬으나, 그럼에도 화이트는 만족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이 정도 수준으로는, 이 정도 수준의 공격으로는 그를 어떻게 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었다.

끽해봐야 약간의 시간을 버는 정도일까.

적의 마왕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허명이 아니었다.

명실상부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이자, 전력을 끌어낸 아셰라가 아니라면 견제조차 불가능한 존재가 바로 그였으니.

비록 마나를 폭주시킨다는, 비장의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술을 꺼내 들긴 하였으나.

그럼에도, 한참 모자랐다.

8서클의 수준으로는, 그 상태로 마나를 폭주시킨다 한들 의미 있는 경지를 창출해내지는 못했다.

고작해야 9서클에 가까운 수준일까.

물론 그러한 상태만으로도 어지간한 대마도사 급들은 다 쓸어버릴 자신이 있었으나, 샤사르만큼은 예외였다.

회귀 이전의 경지를 되찾는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하기가 힘들진대.

어찌 지금의 수준으로 승리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만 했다.

──기적이 내려오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상태로는 샤사르를 이길 수 없다.

……죽일 수 없었다.

화이트의 눈빛이 다시금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알고 있었다.

죽일 수 없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샤사르를 죽일 수 없었다.

……없었으나.

그럼에도, 해야만 했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죽일 수 없다면 죽일 수 있게끔 만든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죽인다.

오직 그것만을 떠올리며, 그를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으득!

이를 거칠게 갈아가며, 화이트가 다시금 마나를 일으켰다.

콰앙!

지면을 내리밟는다.

자세를 고정시키고, 동시에 시선은 정중앙을 향하게끔.

바라보는 것은 피어오르는 흙먼지의 저 너머.

……에, 존재하고 있을 한 사내.

적의 마왕, 샤사르를 눈에 담는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이 공간에 있었으며, 필시 불쾌한 웃음을 흘리고 있으리라.

그 꼴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화이트의 눈빛이 살벌한 색채로 번뜩인다.

동시에, 재차 푸른빛의 광휘가 일었다.

“──.”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문다.

시야에 담는 것은 오직 하나.

목표 그 이외의 것은 바라볼 이유가 없었다.

이외의 쓸데없는 요소들은 차단한다.

섬광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공간, 그 너머에 서 있을 샤사르만을 직시한다.

후우-

짧게 숨을 고르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강림하라.”

그리고, 말을 엮어내기 시작한다.

술식을 그려내기 위한 영창을 시작한다.

마법진을 만들어내기 위한, 최대한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는다.

“내 안에 깃들라.”

“내 마나를 거칠게 먹어 치우며, 동시에 나로 하여금 저 너머의 경지에 닿을 수 있게끔.”

“지금 이 자리에 현현하여, 현세에 내려앉는 하나의 겁화(劫火)로 화하라.”

“……하여, 눈앞의 적을 물리칠 나의 검과 창이 되어라.”

한 차례 간격을 두고 말을 멈춘다.

어느새, 피어올랐던 흙먼지는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이끌어내라.

모든 것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위의 마법을 전개해라.

그래야만, 그 정도는 되어야만 눈앞의 사내를 죽일 수 있을 터이니.

……이내, 술식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어서 내뱉는다.

“──게헨나 플레어(Gehenna Flare).”

마법을 완성시킬 마지막 시동어를.

……현세에 멸망의 불길을 불러올, 지금은 잊혀진 고대의 마법을 시전한다.

화이트가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며, 그렇게 내뱉은 직후였다.

─────!

사방이 선명한 검붉은 빛으로 인해 일그러졌다.

고막을 찢어발기는 것만 같은 굉음은, 이윽고 순간적으로 청각을 상실하게끔 만든다.

화이트의 시야에 검붉은 불꽃이 들어왔다.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모조리 불태워버릴 것만 같은, 겁화(劫火)가 들어왔다.

쩍, 쩌적!

……공간이 접힌다.

그리고, 그 바로 다음 순간.

화아아아아악!

세계가 환한 색채로 물들여졌으니.

지옥의 경계선, 그 저편에서부터 끌어온 멸망의 불길이 세계에 내려앉았다.

……말 그대로, 강림(降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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