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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04화 (105/158)

(EP.104)자색의 마왕

“……!”

세르피아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무언가, 이변을 느끼기라도 한 걸까.

그녀의 동공이 이리저리 굴러가기 시작했다.

“…왜 그러죠?”

그리고, 그에 반응한 건 다름 아닌 그녀의 옆에 있던 한 여성이었고.

길게 늘어져 있는 보랏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자색의 마왕, 바이올렛이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이내 공허한 눈빛을 빛내며 세르피아가 멍한 목소리를 내었다.

“술식이……. 해제되었습니다…….”

“……!”

그리고 그런 가느다란 목소리에, 바이올렛이 두 눈을 부릅뜨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표정 위로 당혹감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술식이 해제되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그리 가볍지 못했다.

자연스레, 바이올렛의 표정이 굳어졌다.

“……확실한 건가요?”

제대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한 차례 더 물어보는 바이올렛.

그녀의 눈빛은 어느새 연한 자색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정신계 마법을 발동한 것이었다.

“…….”

세르피아가 잠시 침묵했다.

정신계 마법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내, 대답은 그리 늦지 않게 돌아왔으니.

“확실, 합니다…….”

“…….”

확답이었다.

까득!

바이올렛이 이를 거칠게 악물었다.

정신계 마법을 한 차례 더 발동시켜 강하게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답이 돌아온 이상, 그 말의 진의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감정이 격해졌다.

그 복합적이기 짝이 없는 감정들을 무어라 정의 내릴 수는 없었으나, 그저 분명한 것은 명백하게 요동치는 그녀의 눈동자이리라.

바이올렛이 주먹을 거세게 쥐며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술식이 발각됐다고? 어떻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내 그녀가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어느 한 흑발의 소녀였으니.

흑의 마왕, 아셰라.

바이올렛이 떠올린 것은 바로 그녀였다.

당장 그 자신이 눈앞의 여인을 통해 접근해, 은밀하게 타락의 술식을 적용시킨 인물.

한 차례, 바이올렛의 몸이 두려움으로 떨렸다.

……발각되어서는 안 되는 술식이었고, 해제되어서는 더욱더 안 되는 종류의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알아차렸을까.

그 괴물은, 그 괴물 같은 소녀는.

‘……설마, 벌써 제 위치까지 파악한 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이었다.

바이올렛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녀의 요동치는 시선이 이내 눈앞의 여인에게로 향했다.

“…….”

……세르피아, 이 여자를 통해 접근한 것은 자신으로서도 상당히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행한 것은 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나, 이렇게 된 이상 전부 의미가 없었다.

바이올렛의 눈동자가 살벌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흔적을 지워야 한다.

어떻게 알아차렸고, 또 어떻게 해제했는지 따위는 모른다.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에 있지 않았다.

술식이 발각되고, 해제되었다는 결과 그 자체에 중요도를 부여해야만 했다.

‘……한시라도 빠르게, 흔적을 지워야 해요.’

바이올렛이 떨리는 손끝을 애써 감추며 입술을 짓씹었다.

흔적을 지우는 것.

그를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행해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정해져 있었다.

……세르피아를 담고 있던 바이올렛의 눈동자가 섬뜩한 빛을 발했다.

우웅!

마나가 떠오른 건 한순간이었다.

자색의 마나가 바이올렛의 전신에서부터 피어오른다.

이내 그런 마나가 일점으로 압축된 곳은, 그녀의 손날이었으며.

그 직후 벌이는 행동에 있어서, 그녀에게 망설임 따위는 일절 없었다.

촤악!

“……!”

새빨간 액체가 솟구쳐 나왔다.

툭, 투둑!

이어서 그런 액체는 지면을 검붉게 적신다.

다름 아닌 세르피아의 몸에서부터 나온 핏물이었다.

그녀가 힘없이 몸을 무너뜨렸다.

생명력을 잃은 그 육신은 점차 차갑게 식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후우.”

그렇게 한 존재의 목숨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렛의 표정에서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저 담담할 따름이었다.

새삼스럽게 살인의 죄업에 고통받을 만큼 연약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바이올렛의 신경은 이미 죽은 세르피아에게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다.

오직 생각하는 것은 한 가지의 가능성.

‘……만약, 이미 위치가 파악됐다면.’

다름 아닌, 아셰라가 그 자신을 찾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바이올렛이 초조한 기색으로 손톱을 깨물었다.

……당장 떠나야 했다.

이 장소를 벗어나야만 했다.

정확하게는, 세르피아의 육체가 있는 이곳에서 최대한 멀어져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일말의 가능성으로나마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을지도 모르는, 괴물 같은 여자가 찾아오게 될 테니까.

─판단은 한순간에 이뤄졌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웅!

재차 마나를 일으킨다.

자색의 마나는 일순간에 술식을 그려냈고, 이내 마법진은 바이올렛의 전신을 뒤덮는다.

순간이동을 위한 마법진이었고, 도달할 좌표는 다름 아닌 샤사르의 거처.

적어도 그녀가 아는 바로는, 지금 현재 그만큼 안전한 장소는 이 세상에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텔레포트’로는 불가능했다.

‘워프’의 마법진을 사용해야만 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9서클에 오른 대마도사였고, 그런 만큼 술식의 전개는 한없이 재빨랐다.

이내 마법진이 완성될 즈음에는, 바이올렛의 표정 위로 안도감이 내려앉기 시작하였으니.

‘이 장소만 벗어나면, 샤사르에게로 가기만 한다면.’

……그렇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초조해 할 이유도 없게 된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 아셰라를 견제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당연하게도, 적의 마왕 샤사르가 될 테니까.

우웅!

……이내 완성된 마법진은 보랏빛 섬광을 번쩍인다.

광휘는 한순간에 사방을 밝게 비추었고, 이어 술식이 작동했다.

‘……후우.’

바이올렛이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나마 짧게 내뱉었다.

이제 안심할 수 있었다.

이동하기만 하면, 그 누구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게 된다.

그게 설령 그 흑의 마왕, 아셰라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

……그러나.

그러한 판단은, 생각은.

어쩌면 이르다면 상당히 이르다고도 표현할 수 있었으리라.

바이올렛이 안심하며 손을 휘젓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딜 마음대로 도망치려고.”

“……!”

들려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들려와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바이올렛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직후였다.

쩌어어어어엉!

“……크윽?!”

강렬한 굉음이 한 차례 사방을 강타했다.

이어서, 바이올렛이 전개한 마법진이 한순간에 그 형체를 감추었다.

바이올렛의 두 눈동자 위로 경악이 떠올랐다.

“……무슨.”

떨리는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지워진 건가?

자신의 마법진이?

……대체, 누가?

누구에 의해서?

“넌 그게 문제다, 바이올렛.”

“……!”

바이올렛의 고개가 한쪽으로 홱 틀어졌다.

소리가 시작된 근원지였고, 동시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 방향이기도 했다.

……한 소년이 있었다.

이제쯤 청년으로 성장하는 듯한, 고작해야 채 스무 살이 되지 못한 듯한 어린 소년이었다.

바이올렛의 표정이 굳어졌다.

경악과 혼란, 당혹스러움이 그녀의 모든 태도에서부터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것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소년은 그저 말을 이을 뿐이었다.

“술식이 해제된 걸 네가 눈치챌 수 있다면, 역으로 세르피아의 위치를 스승님께서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소년, 화이트가 입매를 사납게 비틀며 짓씹듯이 내뱉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섬뜩한 빛깔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세상 지혜로운 척은 다 해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건 언제고 똑같군, 너는.”

……그건 지금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회귀 이전의 일을 의미하기도 했으니.

그러나 그에 관해서는 입에 담지 않는다.

애초에 꺼낼 이유가 없는 얘기였다.

그저 담담하게 살의를 드러내며, 화이트가 마나를 일으켰다.

촤악!

공간이 찢어지며, 허공에서부터 수십 개의 창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자, 바이올렛.”

나직한 목소리로, 화이트가 입을 열었고.

이내, 떠오른 창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며 바이올렛을 겨누기까지에 이른다.

“네 죗값을 치를 시간이다.”

싸늘하게, 차가운 냉기를 담으며.

폭격과도 같은 형태로, 화이트가 공중에 떠 있던 창들을 일순간에 떨구었다.

당연하게도, 바이올렛이 서 있는 장소를 향해.

“……!”

……바이올렛의 두 눈이 부릅떠짐과 동시에.

콰과과과과과광!

살벌하기 짝이 없는 굉음이 다시금 사방을 거세게 강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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