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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01화 (102/158)

(EP.101)효시

“……황제의 이름으로, 이번 마법 대전의 우승자를 축복한다.”

“……감사합니다, 폐하.”

황제와 화이트.

둘 모두 떨떠름한 표정으로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기실, 서로를 모르는 척해야만 서로가 편하였기에.

황제는 화이트의 어깨를 친히 두드렸고, 그에 화이트는 고개를 깊숙이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기쁜 티 정도는 내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하였으나, 역시 영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에, 화이트는 그저 표정이 드러나지 않게끔 고개를 직각으로 꺾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만으로도, 관객석은 열광했으니.

흔히 볼 수 없는 7서클 마법사들의 대결이기도 하였고, 하물며 그 우승자가 고작해야 10대의 소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이 흥분하는 것도 마냥 무리는 아니리라.

정체가 무엇일까, 어느 가문의 자제일까.

단순히 그런 추측에서부터, 클리포트 가문의 이름마저 간간이 오고 갔다.

알 만한 자들은 대충이나마 화이트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런 관객석의 떠들썩거림을, 화이트는 다 듣고 있었다.

‘……후우.’

이내 속으로 얕게 한숨을 내뱉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끝내 우승을 손에 거머쥐기는 했으나, 찾아오는 허무함은 예상했던 그대로였으니.

괜히 눈에 띄게 행동한 것 같기도 하였다.

동시에, 그게 무슨 문제가 되기라도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이제는 굳이 정체를 감출 이유도 없나.’

애써 편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을 택한 화이트.

그런고로, 화이트는 그저 무기질적인 표정을 유지한 채 황제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봤자 하나같이 의미 없는, 의례적인 형태의 대화일 뿐이었으나, 아무튼.

이내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나고, 화이트는 우승 상품이었던 고대 문명의 스태프를 받아들고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화이트와 황제의 표정이 살짝은 진지하게 굳어졌다.

둘 모두, 이후의 일정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황제가 화이트를 가리듯이 움직이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직후,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모든 관객들을 가볍게나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으니.

그 신분이 어떠하든, 평민이든, 귀족이든.

혹은 타 국가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제국의 황제에게 예를 갖추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 차례, 서늘한 정적이 경기장 전체에 내려앉았다.

황제의 눈빛이 선명하게 번뜩였다.

그리고 이내, 그가 입을 연다.

무척이나 진지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우선, 나의 탄생일을 기념하여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깃들기를 바라지.”

처음은 그저 그런 형식적인 말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관객석의 웅성거림은 서서히 커져만 간다.

이전에 마법 대전을 몇 차례 겪어 본 적이 있는 자들은 알고 있었다.

본래, 우승자를 축복하고 상품을 전달한 이후 황제는 금방 그 모습을 감추었다는 것을.

그러나, 이번의 마법 대전은 무언가가 달랐다.

분위기부터가 심각하게 가라앉아 있었으며, 동시에 황제의 태도 역시 심상치 않았다.

관객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나의 소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축제가 시작되기 이전, 제국을 비롯한 대륙에는 하나의 소문이 떠돌아다녔으니.

어지간히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자가 아닌 이상, 그야말로 길가의 떠돌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진 소문이었다.

이윽고, 관객들의 뇌리에 하나의 단어가 스치고 지나간다.

‘12마왕.’

……이어서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진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이리라.

그들은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현재, 말을 이어나가고 있는 황제가 곧 꺼낼 주제는.

……필시 대륙에 크나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걸.

서늘하고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침묵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했다.

*****

“……그리하여, 나는 이 자리에서 하나의 사실을 공표하고자 한다.”

황제가 읊조리듯이 내뱉었고, 관객석의 웅성거림이 한순간에 멈춰졌다.

누군가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이, 또 다른 누군가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이.

각자가 형형색색의 표정을 얼굴 위로 띄운 채 황제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사상에 따라, 혹은 신념에 따라.

모두가 다른 기색을 표정 위로 띄우고, 다양한 태도로 황제의 말을 기다렸으나.

단 한 가지, 그들 모두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자면.

……그것은, 그들 모두가 곧 황제가 내뱉을 말이 무엇인지를 대강이나마 예상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예상은, 추측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틀리지 않았으니.

“……수백, 수천 년 동안 대륙을 혼란스럽게 만들던 자들이 있는 걸 잘 알고 있을 터.”

황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자그마한 목소리였으나, 조용해진 경기장에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는 없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들은 여러 이명으로 불려왔으나.”

“결국 끝내 고정된 명칭은 하나지.”

“……그들은 어느 때는 대륙에 전란을 몰고 왔고, 어느 때는 대륙에 재앙을 몰고 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그리 부르기로 했다.”

……한 차례, 의도적으로 말을 멈추는 황제.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황제의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단순히 비유가 아닌, 실제로 그리 오래지 않아 황제가 재차 입술을 떼어내고자 했으니.

이윽고, 그가 하나의 단어를 입에 담는다.

“──마왕(魔王).”

마법의 군주.

절대 좋게는 들리지 못하는, 대륙인이라면 누구나가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흉악한 열 둘의 마법사들을 부르는 이명을.

황제의 눈빛이 서늘한 빛을 번쩍였다.

그건 결연한 의지라 표현해도 좋고, 또는 단순한 살의라고 말해도 좋을 만한 것이었다.

분명한 건, 그저 황제의 표정이 진지하기 그지없었다는 것.

꿀꺽-

누군가가 피어오르는 긴장감을 참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누군가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일자로 꾹 다물 뿐이었다.

……그리고 그쯤에서, 황제가 다시금 말을 잇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세 명의 마왕이 그 목숨을 잃었지.”

황제가 느긋한 움직임으로 찬찬히 주변을 둘러봤다.

관객석에 앉아있는 자들 하나하나의 표정을 살피듯이, 시선을 살벌하게 번뜩인다.

“지금껏 말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밝힐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네.”

……또다시 한 차례 간격을 두는 황제.

간단한 제스쳐조차 취하지 않는 그였으나, 그저 자연스레 내뿜는 압박감만으로도 그는 모든 이목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옥좌에 오른 자로서 가지는, 단순히 기본적인 황제(皇帝)의 기세라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일 테다.

“금의 마왕, 회색의 마왕, 그리고 녹색의 마왕.”

세 마왕, 조금 더 상세히는 이미 그 목숨을 잃은 세 명의 마왕의 이름을 황제가 입에 담는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한 어조로 그가 말을 이어나간다.

“그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그들의 목숨을 거둬들인 것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제국 측의 인물이자, 숨겨진 칼날이었다고.

황제가 그렇게, 어쩌면 조금은 가볍게 들릴지도 모르는 어투로 말을 끝맺었고.

관객석은, 자연스레.

그 이상이 없을 정도의 충격과 경악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12마왕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대륙을 혼돈의 시대로 이끌 것을 공표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

관객석의 구석진 곳.

그곳에서, 한 청년이 진중한 눈빛으로 황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식 저해 마법을 걸고 있어 주변의 관객들은 그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으나.

청년의 정체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조금 전까지 결승전을 치른 칼 폰 아지다하카였으니.

“……제국의 황제도 참 간사하군.”

어딘가 씁쓸한 듯이, 그러나 모순되게도 흥미를 느끼는 듯이.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조금 전 있었던 황제의 공표.

그건 곧 전쟁을 의미하였고, 지금껏 전례가 없었던 대혼란이 대륙을 찾아올 것이다.

……그 험악한 폭풍의 눈 속에서는, 마도왕국 역시 재액을 피해 가지 못 하리라.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칼이 턱을 괴고 진지하게 고민을 머릿속에 띄우기 시작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타국의 인물들도 계산을 해나가고 있을 터.’

그건 틀림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비록 그 방식이, 가감 없이 말해 ‘간사하다’ 라고 표현해도 좋았으나.

이미 힘의 저울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12마왕 측은 벌써 세 마왕을 잃었으며, 제국 측은 온전히 그 전력을 보존하고 있을 터.

실제로 지금껏 마도왕국 측에서 알아본 바로도 세 명의 마왕이 죽을 당시 다른 시체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

그게 의미하는 바는, 제국이 별다른 손실 없이 셋이나 되는 마왕을 죽였다는 것.

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진실이었으나, 기실 이미 일어난 일인 이상, 그닥 중요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적어도 칼에게 있어서 지금 현재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앞으로의 일에 있어서, 12마왕과 제국의 전면전에 있어서.

마도 왕국은 대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아버지께 먼저 보고가 들어가긴 할 테지만.’

그럼에도, 왕국의 후계자로서 고민을 할 필요성은 충분했다.

“흐음…….”

얕게 침음성을 흘리며, 칼이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고민과 상념을 이어가면서도, 딱 한 가지.

머릿속으로 자꾸만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었으니.

‘……누구일까.’

다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하나, 칼이 궁금한 것은 단 하나였다.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셋이나 되는 마왕을, 반쯤 암살이나 다름없는 형태로 죽였는가.

어떻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드러난 제국 측의 강자가 움직였다면, 마도왕국에서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제국 측이 벌인 일이라는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더라면, 12마왕이 가만히 있을 이유도 없었을 테지.

그렇기에 의아했다.

‘황실의 대마도사는 아닐 테고.’

그는 황궁의 대결계를 지킬 의무가 있었다.

만약 그가 직접 나섰더라면, 대결계가 소멸되는 걸 금방 관측할 수 있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아니다.

그럼, 달리 누가 남는가.

제국 측의 또 다른 대마도사 급, 9서클의 카르세인.

한때 제국의 마법사 서열 1위에 위치했었던 카르세인 대공인가.

“…….”

이내 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는 상당히 늙었고, 더 이상 전면에 나설 능력이 되지 못했다.

……이후로도 수많은 제국의 강자들이 칼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클리포트 가문의 가주, 화염계의 테이칸 클리포트.

혹은 제국제일검이라 불리는 리이칸테르 후작.

가장 유명한 그 둘부터 시작하여, 마법사와 기사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강자가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칼이 알 정도의 강자라면, 어지간해서는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존재였던 탓에.

그런 자들이 움직였더라면, 마도왕국이든 12마왕이든 간에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칼의 표정이 자연스레 심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진실되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국 측에서 비밀스레 키운 암살자라도 있었던 것인가.

마왕쯤 되는 존재를 그리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게끔 만들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었다.

칼의 고민은 깊어지고, 또 깊어졌으나.

결국 유의미한 해답은 얻을 수 없었으니.

“……후우.”

낮게 한숨을 내쉬며, 칼이 그 자신의 금색 머리카락을 한 차례 거칠게 쓸어올렸다.

구름 한 점 떠 있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심란한 기색이 떠올라 있는 채였다.

‘……전쟁, 인가.’

속으로 낮게 중얼거리며, 칼이 입술을 얕게 깨물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리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 것만 같은 감각에 휩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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