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0)우승
“……제 일평생, 마법 대전에서 이만한 결승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
리이칸테르 후작의 말에 테이칸이 무언으로 긍정했다.
그 역시 심히 동의하는 바였기에.
7서클과 7서클의 대결.
간혹 7서클 초입의 실력자가 마법 대전에 참가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으나, 그런 경우도 이번 대전의 수준에는 닿지 못했다.
콰르르르르릉!
……번개가 내리꽂힌다.
푸른빛의 광휘가 살벌한 빛으로 번뜩이며, 사방을 거칠게 강타하는 벼락을 몰아낸다.
그러한 광경이 실시간으로, 수 초 간격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사방이 환해지고, 금빛으로 물들었다가, 일순간에 푸른빛으로 그 형태를 바꾼다.
어지간한 7서클의 마법사라 해도 저러한 수준의 마법을 이끌어내지는 못 하리라.
그만큼 격이 높은 경기라고 표현해도 좋았다.
그래, 말 그대로 격이 달랐다.
제국에서 여태껏 있어 왔던 마법 대전, 그동안의 기억이 한순간 잊혀질 정도로 강렬한 장관이었다.
테이칸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슬며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건 어째서였을까.
잘은 모르겠으나, 아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인지 모르게 격정이 휘몰아치고, 무언가 기대를 하게 되는 감각이 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테이칸이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
7서클.
보통 대마법사라 불리게 되는 8서클 급의 바로 아래의 경지였다.
그럼에도 무시당할 만한 경지는 아니었다.
어찌 그럴 수 있겠나.
그들 한 명 한 명이 곧 국가의 전력이고, 수천의 병사들보다도 강력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을진대.
그런 존재였다, 7서클의 마법사라는 것은.
……그러나.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경기장에 서 있는 두 마법사는 그런 7서클 급의 마법사들과 비교해도 한 단계 더 격이 높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7서클의 대략적인 수준을 알 수 있는 눈을 갖춘 자라면,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으리라.
고작해야 소년, 혹은 청년이라 불러 마땅한 자들이 그 어떤 7서클의 마법사보다도 뛰어난 경지를 이룩했다는 사실을.
“……놀랐다, 솔직하게.”
칼이 사나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이 공간은 이미 내가 장악했지. 알고 있겠지만, 내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화이트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긍정하는 의미, 애초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화이트의 올곧은 시선이 칼에게로 향했다.
칼이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소년, 너는 나의 공격을 하나같이 막아냈지. 단순하게 피해내거나. 사실 어느 쪽이든 경악스럽기 그지없어.”
“놀랐나? 새삼스레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던가.”
화이트의 말에 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명백하게 비꼬는 듯한 어조였으나, 그는 불쾌한 기색 따위는 일절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해도 좋겠지. 실제로, 약간이나마 자괴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파직-
칼의 눈동자를 가로지르는 번개가 한 차례 스파크를 튀겼다.
“나는 내가 최고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어. 그 누구도 20대 초반의 나이에 7서클에 오르지는 못했으니까.”
덧붙여, 7서클 중에서도 상당히 격차를 벌렸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7서클의 마법사가 상대라고 한들, 어지간해서는 교착 상태까지 이끌 자신 역시 있었다.
기실 맞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7서클, 그중에서도 격차는 나는 법이었으며, 칼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상위권에 들 만했다.
화이트가 인정하는 의미에서 고개를 한 차례 까딱였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아. 나도 느끼고 있는 바니까.”
“하하, 그것참 고마운 평가군.”
칼이 어깨를 으쓱였다.
실상 그 자신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어투였으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 역시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현재 그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소년, 고작해야 스무 살도 채 되지 못한 소년이 자신보다도 더 뛰어난 마법사라는 사실을 말이다.
“……뭐, 잡담은 이쯤 해둘까.”
그렇게 내뱉으며, 칼이 다시금 번개를 일으켰다.
번개는 천천히 그의 전신을 질주했으며, 이윽고 양손 끝자락에 맺히기까지에 이른다.
마치 벼락이 그대로 깃든 것처럼, 금빛 스파크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
그리고 그 광경을 그저 지켜보면서, 화이트가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놀랐다.
그저 평범하게 눈앞의 청년이 이룩해낸 경지에, 그가 만들어낸 고유 마법의 격에.
살짝은 감탄하기까지 했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7서클에 올랐다면, 그건 그야말로 회귀 이전의 화이트 그 자신과 비교해도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았으니까.
화이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조금 더 진심을 이끌어내자면, 기대가 된다고 해도 좋았다.
과연 이 청년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필시 9서클에 닿는 것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겠지.
그건 반쯤 확정 사항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궁금했다.
지금 현재의 자신을 상대로, 이 청년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 걸까.
“……하하.”
적어도 이 순간, 화이트는 결승의 승패 따위는 잊었다.
조금 더 싸워보고 싶었다.
순수한 마법사로서의 호승심이었다.
단순히 뛰어난 마법사라면 수도 없이 만나본 그였으나, 또래의 인물들 중에서는 아득히 높은 경지를 이룩했었기에.
만나지 못 하리라 생각했다.
그 자신과 대등하거나, 혹은 적어도 나름대로의 승부가 이뤄질 정도의 마법사는.
그렇게 생각해 왔으나.
……결국 끝내 만나게 되었다.
칼 폰 아지다하카라는 청년을.
그 자신과 비교해도 그리 밀리지 않을 마법사.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가 기대되는 천재를.
화이트가 사납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흥분된다고 해도 좋았다.
실제로, 현재 그는 감정이 고조되는 감각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으니.
후욱!
화이트가 재차 심장의 서클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마나는 전신을 감싸고, 이내 술식을 그려내기 위해 손끝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간다.”
화이트와 칼, 두 마법사가 그야말로 동시에 한마디를 중얼거렸고.
“──.”
직후, 경기장은 다시금 환한 광휘로 물들어야만 했다.
*****
수준이 높다.
혹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게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한 경기였고, 결승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승부였다.
번개는 수시로 내리꽂혔고, 그야말로 경기장을 반쯤 박살내기까지에 이르렀다.
푸른빛의 광휘는 파도를 만들고, 섬광으로 쏘아졌다가, 파도를 넘어선 해일마저 일으켰다.
……그리고.
끝내 결판이 났다.
“……큭.”
한 차례 침음성을 흘리며, 칼이 씁쓸한 기색으로 고개를 털어냈다.
……완벽하게 졌다.
보기로는 나름대로의 접전을 이어나간 것처럼 보였을 테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그저 시종일관 밀리기만 했다.
고작해야 스무 살도 채 되지 못한, 굳이 말하자면 동생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한 소년에게.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번개는 그를 연신 쫓아갔고, 그를 불태우고자 내리꽂혔으나, 결국 유효한 타격은 입히지 못했다.
소년, 화이트는 타이밍에 맞춰서 알맞게, 그 어느 선택보다도 옳은 판단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혹은 피해내거나.
사실 어느쪽이든 상관없었다.
실제로 중요한 건, 그 자신이 자랑하는 벼락이, 번개가.
소년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으니.
칼이 허탈한 듯이 헛웃음을 쓸쓸히 흘렸다.
……마지막의 공격을 떠올린다.
계속해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번개를 막아내던 소년이 처음으로 진심을 내보였을 때.
물론 그건 자신이 느낀 바에 불과했으나, 적어도 느껴지기는 그러했다는 의미였다.
최소한 마지막의 그 살벌한 공격만큼은, 소년 역시 진심을 냈으리라고.
‘……내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면, 그야말로 꼴사납기 그지없지만.’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푸른빛의 광휘가.
찬란한 빛을 발하던 화려하기 짝이 없던 섬광이.
……실제로는 그마저도 적당히 봐준 것에 불과하다면.
그때는 정말이지 자괴감에 공허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칼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찌 되었든, 이미 패배한 상태.
더 이상의 상념은 의미가 없었다.
“내가 졌다.”
짤막한 한마디.
칼이 패배를 인정했고, 그다음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
[……마법 대전, 그 결승! 마도왕국 왕실의 칼 폰 아지다하카와, 정체불명의 소년 화이트!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쟁취한 것은……!]
사회자가 한 차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이내, 내뱉는다.
[──화이트! 승자는 화이트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관객석 전체에서 우레와도 같은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경기장의 상공에 거대한 화면이 떠올랐다.
우웅!
마나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화면에 두 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쓰러진 상태로 숨을 고르고 있는 칼과, 그런 칼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화이트.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껏 있어 왔던 그 어떤 마법 대전도 이만한 경기를 탄생시키지는 못했다.
7서클끼리의 대결, 그건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승자가 패자에게 손을 내밀며 우호를 다지는 모습이라면.
그 누구라도 감탄성을 터뜨리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것이리라.
경기장 내부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수고했다.”
“하하…….”
화이트와 칼은 그저 그렇게, 짤막한 대화만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칼이 화이트를 향해 허탈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허탈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시원한 감정 역시 들어있는 듯한 미소였다.
“고맙다, 소년.”
“……?”
화이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고맙다, 라.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에, 화이트가 칼이 다음 말을 내뱉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화이트가 내민 손을, 칼이 부드럽게 맞잡았으니.
“후우.”
그 도움을 받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칼이 쓴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 수련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어. 온전히 네 덕분이니, 감사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지 않겠나.”
“……음.”
생각지 못한 진지한 말이었을까.
화이트가 한 차례 침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시선을 피해낸다.
‘……이러면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마는데.’
속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그러한 것이었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애초에 결승에 올라가며, 품었던 마음이 무엇이었던가.
그저 칼을 내리누를 생각밖에는 없었다.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자였기 때문에.
그렇기에, 압도적으로 찍어누르고자 했으나.
……정작 승부가 난 이후, 그가 이러한 태도로 나오면.
회귀까지 한 마당에, 단순히 정신 연령으로는 20대의 칼보다도 아득히 많은 나이를 먹은 주제에 그딴 하찮은 생각을 품은 자신이 무엇이 되는가.
솔직하게, 꼴사나운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아직 멀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함을 드러내는 칼을 향해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화이트가 볼을 긁적였다.
……불편하기만 했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그는 생각보다 인격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