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89화 (90/158)

(EP.89)마법 대전

제국, 황제의 탄생일 축제.

제도의 한복판에서는 마법 대전의 예선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마지막 날, 본선의 결승전이 끝나면 황제가 직접 그 모습을 드러낼 축제의 메인 이벤트였다.

황제의 중대 발표 역시 그때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와그작!

입에는 간식거리를 물고, 화이트와 아셰라는 그런 마법 대전의 예선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으니.

“제자님은 저기에 나갈 생각 없으신가요?”

“예?”

막대 사탕을 깨물며 묻는 아셰라의 말에, 화이트가 한 차례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라 함은 분명 마법 대전을 말하는 것일 터.

화이트의 떨떠름한 시선이 광장의 정중앙을 향한다.

“……불덩이여, 내 마나를 집어삼키고 현현하라!”

“막아내라, 번개의 방벽이여!”

……기껏해야 3, 4서클의 마법을 써 가며, 그마저도 기나긴 영창을 통해 전투를 이어나가는 마법사들을 바라본다.

화이트의 표정이 자연스레 일그러졌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고, 그리 말하는 듯한 시선이 아셰라에게로 향한다.

“파이어 볼트!”

“라이트닝 배리어!”

불덩이가 날아들고, 스파크가 튀기는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콰아앙!

직후, 두 개의 마법이 사납게 맞부딪히며 폭음을 터뜨렸으니.

불덩이를 쏘아낸 마법사가 숨을 헉헉대며 힘겹게 서 있었고, 번개의 방어막을 생성해낸 마법사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승자, 스트링거 가문의 카이사르 스트링거!]

와아아아아아!

광장 여기저기서 대전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게 그리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는지, 화이트는 그저 시끄럽다는 듯이 귀를 가로막을 뿐이었다.

“저보고 지금 저 대전에 끼어들라는 말씀입니까, 스승님?”

화이트의 말에 아셰라가 뭔 문제가 있느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왜요, 나갈 수도 있는 거죠. 그렇게 불쾌한 표정을 지을 필요까지 있나요?”

그렇게 내뱉으면서도, 그녀의 입가에는 진한 장난기가 담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런 아셰라의 짓궂은 표정을 한 차례 직시하던 화이트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는 약자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습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게 툭 내뱉는다.

무척이나 진지하게, 그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지며.

……그러나.

“푸흡!”

“……?”

정작 돌아온 건 비웃음에 가까운 아셰라의 웃음소리였으니.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화이트가 고개를 살짝 꺾었다.

지금, 비웃은 건가?

무엇을?

자신을?

아니면, 자신의 말을?

“……스승님?”

화이트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셰라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아하하하!”

아니, 오히려 미소를 더욱 짙게 만들며, 그녀가 화이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니, 별로 비웃으려는 생각은 없었는데요. 후후, 제자님의 말이 조금 웃기게 들린 탓에.”

“…….”

“약자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다, 라…….”

침묵하는 화이트를 바라보며, 아셰라가 막대사탕을 크게 깨물어 반으로 쪼갰다.

그 달달한 맛을 즐기면서, 그녀가 재차 입을 연다.

무척이나 재밌다는 듯이, 혹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여전히 입가에 건 채로.

“그냥, 자신이 없는 건 아니고요?”

“예?”

화이트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으나, 아셰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미소는 짙어져만 갔고, 반대로 화이트의 표정은 일그러지다 못해 찌그러지고 있었다.

“아, 물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제자님이라지만, 클리포트 가문의 후계자라는 입장으로서 이런 마법 대전에서 패배하는 건 아무래도 크나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자신은 이해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그렇게 덧붙이며.

“뭐, 그럴 수 있죠!”

무척이나 아름다운, 환한 미소와 함께 아셰라가 그리 말을 끝마쳤다.

“…….”

그리고.

……그리고.

그런 아셰라의 미소에, 묘하게 안쓰러운 감정이 섞인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뚝!

화이트는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감각을 반강제적으로 느껴야만 했다.

……알고는 있었다.

이건 그녀가 판 함정이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기 위한, 굳이 말하자면 그저 놀려먹기 위해서 장난을 치는 것뿐이다.

짓궂으나, 그냥 평범하게 웃어넘기면 될 일.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어느새 발은 움직이고 있었다.

눈은 초점을 잃고 흐릿하게 번뜩이고 있었으며.

“……참가하겠습니다, 마법 대전.”

입은 자연스레 그런 말을 내뱉기에 이르렀다.

화이트의 푸른 눈동자가 결연한 의지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

“……저 녀석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제도의 전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즐기던 와중, 세레나 리이칸테르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제도 중앙의 어느 한 광장.

커다란 부지를 자랑하는 그 광장의 중앙에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백금발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감은 말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맞노라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소년이, 바로 저 백금발의 주인일 것이라고.

자연스레, 세레나의 표정이 오묘하게 바뀌기 시작했고.

“뭐가, 뭐가?”

“뭔가 재밌는 거라도 있나요?”

그녀와 함께 축제를 즐기던 두 소녀 역시 그런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쫓아간다.

그리고 그녀들도 보았다.

볼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무척이나 의욕에 찬 기색으로 눈빛을 이글거리고 있는.

……그런 모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느 한 마법 가문의 후계자의 모습을.

“어, 화이트?”

오르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소년의 이름을 입에 담았고.

“……어머.”

레이아 가문의 후계자이자, 성녀라고 불리우는 페르시아가 흥미롭다는 듯이 탄성을 내뱉었으니.

이내 세 명의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광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어떻게 너 같은 어린 소년이 여기까지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전의 상대들처럼 그리 쉽게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

눈앞에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거구의 사내를 멍하니 바라보며, 화이트가 한 차례 인상을 찌푸렸다.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공허한 감각에.

묘하게 그 자신이 한심해지는, 뒤늦게 현실을 자각한 것 같은 그런 허무한 감각에.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속으로 그런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화이트가 멍한 시선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왜 여기서, 나는, 이런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무척이나 허탈한 듯이, 화이트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완벽하게 당하고 말았다.

아셰라의 함정에, 그 짓궂은 장난에.

일순간 이성의 끈을 놓치고, 저도 모르게 어느샌가 마법 대전의 본선에 올라서고 말았다.

“…….”

화이트의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허망하게 바뀌었다.

……예선을 통과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몇 명의 ‘진짜’들을 빼면, 예선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대체로 3서클에서 4서클에 머물러 있는 초짜들이었으니.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 4서클의 마법을 대충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이트는 금세 본선 진출 자격을 거머쥘 수 있었다.

……있었으나, 그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화이트의 공허한 시선이 뒤편을 향한다.

대전에 나서는 마법사들의 대기실, 그곳의 한쪽 구석에 아셰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적당히, 화이트의 눈에는 보일 정도의 수준으로 은신 마법을 건 채로 말이다.

화이트의 눈가가 가늘게 좁혀졌다.

‘화이팅, 제자님!’

“…….”

입 모양으로 그리 말해오는 아셰라를 한 차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흘겨보는 화이트.

순간 약간의 원망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하였으나.

‘……어쩔 수 있나, 뻔한 도발에 넘어간 내 잘못이지.’

이내 그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킨다.

그렇지 않고서는 너무나도 그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것만 같아서.

……고작해야 몇 마디, 그런 얄팍한 도발에 넘어가 이런 마법 대전 따위에 참가한 그 자신이 참으로 한심한 인간이 되는 것만 같아서.

“……하아.”

그렇게 스스로를 다스리고, 화이트가 눈앞의 사내와 적당히 마법을 섞다가 자연스레 패배할 준비를 하려는데.

-들려요?

“……?”

전언 마법이 머릿속에서 웅- 하고 울린 건 그 순간이었다.

화이트의 고개가 다시금 뒤로 돌아갔다.

당연하게도, 그에게 말을 건 자는 아셰라였으니.

화이트가 표정으로 의아함을 나타냈고, 그에 아셰라의 입꼬리가 살짝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있잖아요, 제자님.

참으로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그려 보이며, 그렇게 아셰라가 말을 이어나간다.

-뭐, 이렇게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만들어 줬으니까 하는 말인데…….

조금은 고혹적이게, 마치 유혹하기라도 하는 듯이.

눈꼬리는 유려히 휘게끔 만들고, 미소는 더욱 짙게.

그리고 전언 마법에 담는 목소리를 한층 간드러진 기색으로 바꾸기 시작하는 아셰라.

그리고는, 이내 내뱉는다.

-제자님이 이번 마법 대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말이죠.

화이트로 하여금, 절대 그냥 흘려넘길 수 없는.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

……그런 한마디를 말이다.

“……!”

화이트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아셰라를 향하는 그의 눈빛이 한순간에 묘한 빛을 띠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그 말이 진짜냐고, 그리 묻는 듯이 화이트가 입술을 달싹였고.

-네, 그럼요.

그런 화이트를 향해, 아셰라가 작게 손뼉을 치며 환한 미소를 얼굴 위로 띄웠으니.

-그게 그 무슨 소원이라도, 무슨 요구라도. 딱 하나, 무조건 들어드리도록 할게요.

“…….”

-어때요? 이 정도면, 제자님도 조금은 의욕이 나겠죠?

……그리 덧붙이면서, 아셰라가 말을 끝맺었고.

“……하.”

우웅!

바로 직후, 화이트의 심장에 맺혀 있는 8개의 중첩된 고리가 격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공허하기만 하던, 그저 피곤해 보이던 낯빛은 어느새 한순간에 그 성질을 바꾸었다.

‘소원이라니……. 제가 애도 아니고, 그런 거에 넘어가겠습니까?’

속으로는 그리 내뱉었으나.

어느새 화이트의 눈동자 위로는 감출 수 없는 의욕의 빛이 떠올라 있는 채였다.

‘하하, 스승님도 참…….’

속마음과는 완전히 반대되게, 그의 한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

[황제 폐하의 탄생일을 맞아, 전 대륙 곳곳에서 모인 마법사들이 펼치는 제국 마법 대전! 그 본선, 32강이 지금 시작됩니다!]

삐이이이이!

사회자의 휘슬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콰아아아아아아!

그야말로 일말의 간격조차 두지 않으며, 바로 다음 순간 화이트가 거칠게 마나를 끌어올렸으니.

“……뭐, 이게 무슨─”

화이트의 대결 상대이자, 마법 대전 본선까지 올라온 5서클의 실력자인 거구의 사내는 그 패도적인 마나의 압박감에 당황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내가, 채 마나를 움직여 전신을 강화하며 방어를 준비하기도 전에.

“─터져라.”

화이트의 입술을 비집고 짤막한 시동어가 새어 나왔으며.

바로 직후, 경기장의 정중앙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끄아아아아악-

……전신이 불타오르는 감각에 휩싸인 어느 한 사내의 처절한 비명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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