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83화 (84/158)

(EP.83)세 번째 복수

“…….”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 감각을, 이 고조되는 기분을, 소름 끼칠 정도로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이 힘을.

오르카는 그것을 표현할 단어를 마땅히 찾지 못했으나.

‘……상관없어.’

이내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중요한 것은 하나.

밤피르 가문의 비기인 ‘피’의 권능은 이미 발동되었고, 그 대상이 바로 8서클의 마법사인 화이트 클리포트였다는 것.

콰아아아아아!

오르카의 두 눈동자 위로 일렁거리는 푸른빛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적안과 마나의 푸른빛이 서로 뒤엉켜 묘한 이질감을 풍기기 시작했으나.

그마저도 오롯이 전신을 가득 채우는 충족감으로 전환시키며.

텁.

“……!”

오르카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한쪽 손을 뒤로 쭉 뻗었다.

다름 아닌, 마왕 에멜이 있는 곳을 향해.

그리고 바로 직후.

터엉!

“뭐……!”

짤막한 타격음과 동시에, 에멜의 몸은 붉으면서도 푸른 전류와 함께 뒤로 밀려나야만 했으니.

파직, 파지직.

“…….”

오르카의 두 눈동자에서부터, 양팔에서부터, 그리고 양다리에서부터.

붉고 푸른 스파크가 점차적으로 그 크기를 불려 나갔다.

“……하.”

그리고 그런 광경을 두 눈에 담아내면서.

그 자신의 피를 ‘흡혈’하는 것으로 일순간에 그 능력을 압도적인 차이로 끌어올린 오르카를 쳐다보면서.

화이트는 그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게 부정적인 의미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기에.

“……화이트.”

“왜.”

자신을 부르는 오르카의 목소리에 대꾸하며, 화이트가 천천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순간적으로 위험에 처할 뻔도 했으나, 그리하여 감추고 있던 ‘마지막 한 수’를 드러내야 하는가를 일순 고민하기도 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르카의 개입으로 인해 무사히 위협을 흘려넘긴 이상, 초조해하거나 당황할 이유 따위 하등 없었다.

그저 살짝 따끔하게 아려오는 목덜미의 감각에 한 차례 눈살을 찌푸리며, 화이트가 다시금 마나를 끌어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오르카에게 향해 있었다.

바라보는 것은 그녀의 전신 곳곳에 깃들어 있는, 붉으면서도 동시에 푸른 모순적인 기운.

그것을 한 차례 지그시 직시하던 화이트가 이내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올렸다.

‘……각성.’

어쩌면 그리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리라.

그녀가 조금 전 보여준 공격의 위력은, 그야말로 최소로 잡아도 7서클 급은 되어 보였다.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공격이 에멜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었으니.

한 발짝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화이트가 서늘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시선은 한 차례 오르카에게 닿았다가, 이내 뒤로 밀려난 채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멜에게로 향한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해. 저렇게 보여도 최상위권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마왕이니까.”

“아, 별 건 아니고.”

화이트의 말에 태연히 대꾸하며, 오르카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째서인지 상당히 자신감이 부풀어 있는 모습이었으나.

기실 현재 그녀의 전신에 맴돌고 있는 강렬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생각한다면, 마냥 근거 없는 자신감을 아닐 것이다.

파직-

한 차례, 다시금 기운으로 스파크를 튀기게끔 만들며 오르카가 재차 입을 열었다.

“우리,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서.”

“뭐?”

순간적으로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미간을 좁히는 화이트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카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그렇잖아?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충족감을 느끼고 있단 말이지.”

“……그게 뭐 어쨌다고?”

“아핫, 이쯤 말하면 그냥 대충 알아먹었으면 좋겠는데.”

쓴웃음을 흘리며, 그러나 마냥 씁쓸하지만은 않다는 듯이.

화이트를 힐끔 흘겨보며, 오르카가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냥, 네 피가 너무 맛있었다는 뜻이야. 멍청아.”

“……뭐?”

“자, 그럼. 할 말도 다 했겠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얼굴 위로 띄우는 화이트는 무시한 채, 오르카가 살벌한 미소를 그려냈다.

서늘한 눈빛이 향하는 건 다름 아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왕, 에멜.

“──.”

오르카의 몸이 한 차례 흐릿하게 변하더니, 이내.

파아아아아앙!

시끄럽기 그지없는 파공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정면을 향해 말 그대로 쏘아져 나갔다.

이윽고 한쪽 손에 맺히는 것은 살벌한 적과 청의 기운.

그 정체란 밤피르 가문의 고유 능력인 핏빛 기운과, 화이트와의 일시적 계약을 통해 얻어낸 마나의 힘이었으니.

어찌 강력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단순히 약간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 수준이 아니었다.

8서클의 마법사, 그중에서도 찬란하고도 선명한 푸른빛의 마나를 타고난 화이트.

그런 자의 피를 흡혈한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아니, 최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의 궁합이라면.

지금 현재 그녀의 무력은, 그야말로 한순간이나마 그녀의 부친인 밤피르 후작마저 뛰어넘었다고 해도 좋을 터다.

“……죽어!”

살벌한 적안을 번뜩이며, 오르카가 에멜을 향해 날카로운 손날을 휘둘렀다.

카앙!

“……쯧.”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저 그냥 맞아줄 리가 없었으니.

아무리 당황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그는 마왕의 일인이자 9서클의 대마도사였다.

한순간에 표정을 원상태로 되돌린 채, 에멜이 그 자신의 녹빛 마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래, 강해지기는 했다만.”

세워두었던 방어막을 해제하며, 그가 뒤편의 허공에 수십 개의 녹색 가시를 생성해냈다.

당연하게도 그 날카로운 끝부분이 향하는 대상은 오르카였고.

“……아직은 부족해.”

에멜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림과 동시에, 녹색의 가시들은 한순간에 일점을 향해 쏘아져 나갔으니.

콰과과과과과광!

고작해야 날카롭기만 할 뿐인 가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가시가 오르카를 향해 쇄도해 들자마자 거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건 그야말로 폭렬 마법을 방불케 할 정도의 폭발이었으나.

후욱!

“……!”

정작 그 폭격의 대상이었던 오르카는 멀쩡했다.

……물론, 몸 여기저기에는 상처가 새겨졌으며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나.

그따위 자잘한 피해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가 이를 악물고 거칠게 다리를 내질렀다.

콰아아앙!

“……큭!”

설마하니 이렇게 사납게 달려들 줄은 차마 예상치 못했을까, 에멜의 표정에 잠깐이나마 금이 갔다.

그의 탁한 녹빛 눈동자에 일그러진 오르카의 얼굴이 담긴다.

무척이나 싸늘한 살기를 띤 채로, 그녀가 재차 기운을 폭발시켰다.

전신을 감싸는 스파크가 더욱 짙게 변했고, 이내 그녀의 손끝에는 얕은 전류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파직, 파지직!

직후, 오르카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붉으며 푸른 전류가 쏘아져 나갔으니.

콰아아아앙!

마치 대포가 그 불을 뿜어내는 것만 같은 굉음과 함께, 에멜을 향해서 살벌한 뇌전이 날아들었다.

“……하.”

그리고 그렇게 자신에게로 쏘아지는, 그야말로 벼락이라고도 표현할 만한 뇌전에.

에멜의 무표정은 점차적으로 일그러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불쾌하군.”

어느새 ‘루이 밤피르’로서 사용하던 말투와 어조는 그 흔적을 깔끔하게 감춘 채였다.

그리고, 이내 에멜의 눈에서부터 녹빛 광휘가 거칠게 터져 나왔고.

“……!”

화악!

그 빛에 한 차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던 오르카를 기다리던 것은, 살벌한 뇌전을 억지로 헤쳐나오며 손바닥을 펼치는 에멜의 모습이었다.

‘이런……!’

한순간 오르카의 표정에 당황이 서렸다.

이내 재빠르게 대책을 꺼내고자 다시금 기운을 운용했으나.

그렇게 그녀가 무언가 대응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에멜의 손바닥은 즉각 불을 뿜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그저 말 그대로,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서부터 살벌한 불길이 휘몰아쳤다.

당연하게도 그 불길이 향할 곳은 오르카가 위치한 곳이었으니.

그 사나운 아가리를 쩌억 벌리며, 불길이 오르카를 집어삼키고자 날아들었다.

에멜의 표정에 확신이 깃들었고, 오르카의 낯빛이 흐려지는 그 순간.

“……!”

오르카의 뒤편에서부터 그 모습을 은밀하게 드러내는 백금발의 소년에.

그런 그가 짓고 있는 섬뜩하기 짝이 없는 미소에.

에멜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고, 그 바로 직후.

“아……!”

차마 불길을 막아낼 만큼의 충분한 기운을 끌어내지 못한 오르카의 표정이 환해지는 그때.

“미안하다, 오르카.”

“?”

화이트가 짤막하게 중얼거렸고.

“……어?”

이내, 오르카를 스치듯이 지나가며, 화이트가 그 자신의 양손에 청백색의 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그가 그 자신을 불길에서부터 회피하게끔 도와주리라 판단했던 오르카는.

“어, 어어?”

화아아아아아악!

한순간에 그 자신에게로 덮쳐드는 불길을 차마 피하지 못했으니.

“꺄아악!”

소녀스러운 비명 소리와 함께, 그녀가 불길에 휩싸여 멀리 나가떨어졌다.

“……뭐?”

그리고 그런 화이트의 행동에 당황한 건 비단 오르카뿐만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오르카를 잡아채 우선 불길을 피하고 볼 것이라 생각했던 에멜 역시, 상당히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몸을 한 차례 흠칫 떨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찰나의 빈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고.

그 미세한 틈을 놓칠 정도로, 화이트는 미숙하지 않았다.

쩍, 쩌저적!

화이트가 그 자신의 양손에 들린 두 자루의 창에 빙결의 술식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일순간에, 에멜로 하여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만한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얼어라.”

간략화된 술식, 그리고 시전어로 스스로의 창을 더욱 살벌하게 바꾸어내며.

후욱!

화이트가 섬뜩하기 그지없는 무기질적인 표정과 함께 두 자루의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당연하게도, 에멜을 노리고.

정확하게는 에멜의 그 강대한 육체의 중심이 되는, 심장을 노리고.

“……이게, 무슨!”

당황하는 에멜의 목소리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화이트의 창은 그저 올곧게 내질러졌다.

푸욱!

“……컥!”

그렇게.

……그렇게.

화이트의 창은, 이윽고 끝내 에멜의 심장을 찌르는 것에 성공하였고.

당연하게도 그것에 그치지 않았으니.

“그리고, 얼어붙어라.”

화이트가 나직하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

쩍, 쩌적.

아주 미세하게, 무언가가 일그러지는 듯한 소음이 얕게 일었다.

“……잠, 깐.”

그리고, 이내.

쩌저저저저저적!

한순간에 그 소음을 거대하게 부풀리며, 에멜은.

정확하게 말하면, 에멜의 심장에 박힌 두 자루의 창날은.

그 모습을 거대한 빙각의 형태로 바꾸어내기까지에 이르렀으니.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각!

지면을, 공간을, 혹은 하늘을.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무언가를 거칠게 긁어내는 것 같은 불쾌한 소음과 함께.

에멜의 육체는 싸늘한 냉기를 풍기는 두 빙각에 의해 정확히 반으로 쪼개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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