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78화 (79/158)

(EP.78)루이 밤피르

“…….”

마을에 진입하고 난 이후.

화이트는 물론이고, 뒤따르던 오르카의 표정 역시 오묘하게 바뀌었다.

무언가 이해하지 못할 광경을 보고 있는 듯이, 둘의 얼굴이 살며시 일그러진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굳이 표현하자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의 마을에 불과했으나.

그러한 마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위화감에.

우웅!

화이트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나를 끌어올려 청백색의 창을 만들어냈다.

눈가는 가늘게 좁혀지고, 사방을 둘러보는 눈동자에는 감출 수 없는 살의가 번들거린다.

“……화이트, 이건.”

“…….”

그리고 그쯤에서 오르카 역시 당황을 금치 못하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으니.

화이트가 침묵했고, 그럼에도 딱히 대답을 바란 건 아닌지 오르카가 천천히 손을 까딱거렸다.

미세하게나마 핏빛 기운이 그녀의 손날에 깃들 듯이 일렁였고, 그에 따라 사방에 사나운 분위기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라.”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며 화이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딱히 마을의 입구를 가로막는 경비병이 없다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애초에 밤피르 후작령 내부에서도 끝자락에 자리한, 그야말로 변방의 자그마한 마을이었기에.

그러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최소한 사람의 인기척 정도는 느껴져야 하지 않겠나.

화이트와 오르카가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은 그 부분이었다.

밤피르 후작령의 끝자락에 존재하는 마을, 벨티아에서는.

사람의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버려진 마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실상 사람이 떠난 지 수 년은 훌쩍 넘은 것만 같은 그런 기색이 묻어나온다.

“…….”

저벅, 저벅.

천천히, 그러나 확실한 걸음걸이로 화이트가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무척이나 긴장감이 들 만도 하였으나,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눈살을 찌푸릴 뿐, 화이트는 최소한의 긴장을 제외하고는 일절 두려움을 품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에 나름대로의 안도감을 품으면서도, 마른침을 삼키며 오르카가 화이트의 뒤를 약간의 간격을 두고 쫓는다.

그리고.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이 마을을 거닐다가, 이내 마을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즈음.

오싹-

“……!”

마치 경기를 일으키듯, 오르카가 한순간에 몸을 흠칫거렸으니.

“오르카?”

몸을 슬쩍 비틀며, 화이트가 눈가를 가늘게 좁힌 채로 오르카를 쳐다봤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인상은 찌푸린 상태로.

그녀가 무척이나 긴장한 기색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화이트의 표정 역시 굳어지기 시작했다.

“……뭔가.”

오르카가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수십 초 정도가 지난 이후였다.

그녀의 붉은 동공이 흔들리며 화이트를 천천히 담아낸다.

“뭔가, 느껴지지 않는 거야? 너는?”

“…….”

그리고, 그렇게 내뱉는 오르카의 목소리에 담긴 약간의 두려움에.

적나라하게 묻어나오는 긴장감에.

화아악!

화이트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법을 전개시켰다.

「디텍팅detecting」

화이트를 중심으로 푸른빛의 파장이 사방으로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건 그야말로, 그 자그마한 마을을 뒤덮고, 그 너머의 아득한 멀리까지 휩쓸어 버릴 정도의 밝은 광휘였으니.

“……!”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무언가를 발견한 건지.

화이트의 두 눈이 한순간에 크게 떠졌다.

그리고, 바로 직후.

“──.”

쐐애애애애액!

화이트와 오르카.

두 사람은 동시에 무언가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무언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접근해오고 있었다.

“온다, 오르카.”

그리고 그 기척에, 초음속을 방불케 하는 아득한 속력에.

화이트가 나직이 중얼거렸고, 그에 오르카가 두 눈동자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그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렬 마법의 폭풍을 떠올리게끔 만들 정도의 거대한 굉음이, 두 사람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터져 나온 것은.

“…….”

휘오오오-

아주 짧은, 그야말로 눈을 깜빡할 사이면 접근할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을 두고.

화이트와 오르카, 두 사람의 정면에서 인 먼지구름을 흩어지게 하며.

한 청년이 조심스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리고 그렇게 등장한 청년의 모습에.

그 익숙하고도, 동시에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외관에.

오르카가 짤막한 침음성을 흘리며, 당황감으로 물든 두 눈을 거칠게 흔들기 시작했으니.

“……오, 빠.”

이내, 오르카가 무척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렸고.

“…….”

그에 예상했다는 듯이, 화이트가 청백색의 창을 더욱 거세게 움켜쥐었다.

시선은 정면에서 나타난,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청년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무얼 고민할까.

확신할 수 있었다.

단순히 오르카의 반응뿐만이 아니라, 정면의 청년에게서부터 느껴지는 기운, 그리고 그 불쾌한 기척.

그 이외에도 여러 정황들과 요소를 고려해, 끝내 화이트가 내린 결론은.

“──.”

대화 따위는 시도조차 할 생각 없이, 우선 창을 휘두르고 보는 것이었다.

후욱!

“……!”

한순간에 청년의 코앞까지 접근한 화이트가, 서늘한 눈동자를 빛내며 창을 거칠게 휘둘렀다.

카아아앙!

“……하하.”

그러나, 그 단순하다지만 화이트의 강력한 마나가 담긴 일격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아니, 루이 밤피르는.

그저 태연히, 손을 슬쩍 뻗어 핏빛의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 창격을 막아낼 뿐이었다.

“인사가 참으로 거칠기 짝이 없네.”

씨익!

루이 밤피르가 입꼬리를 섬뜩하게 끌어올렸다.

“마왕을 상대로 이 정도 인사면 상냥한 축에 속하는 게 아닌가?”

“하하, 그렇게 되나?”

화이트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루이 밤피르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콰악!

그 바로 다음 순간, 화이트로서도 눈에 익은 핏빛 기운이 일렁이며 사방을 흐릿하게 만들다가.

이내.

콰가가가가가가각!

“…….”

정면으로 뻗어져 나온 핏빛 기운의 폭발은, 화이트가 막아낸 범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을 한순간에 일소시켰으니.

눈썹을 한 차례 까딱거리며, 루이 밤피르가 기괴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지.”

그러고는 무척이나 태연한 어조로 그리 내뱉기 시작한다.

“……예상은 했다만, 조금 의외의 인물이 섞여 있어서 살짝은 당황하고 말았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루이 밤피르는 연신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있었다.

당황은커녕, 아무런 긴장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천연스러운 웃음을 한 차례 흘리며, 루이 밤피르가 천천히 고개를 꺾어 오르카를 직시했다.

“오랜만이네, 오르카.”

“……읏.”

그리고 그렇게 내뱉어진 이질적인 인사말에, 오르카가 복잡한 기색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껏 가족이라고 생각해 왔던, 오빠라고 생각해 왔던 인물이 사실은 마왕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지 고작해야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겨우 납득은 했다지만, 이렇게 다시금 조우하며.

그 익숙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와 어투로 그 자신을 부르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그러나 오히려 철천지원수에 가까운 마왕의 한마디.

어떻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루이 밤피르는, 그저 가족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마왕일 뿐이라고.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카는 눈을 떨어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표정은 일그러지고, 입술을 강하게 깨물게끔 되고 만다.

붉은 입술을 비집고 천천히 피가 새어 나왔다.

“아하하.”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서, 루이 밤피르는 다시금 입을 열기 시작한다.

“왜 그래, 오르카. 오랜만에 만난 오빠가 반갑지 않은 거니?”

“…….”

까득!

거칠게 이를 악무는 오르카.

당황하던 기색을 한순간에 지우며, 그녀가 천천히 표정을 표독스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자는, 내 오빠가 아니야.’

헷갈릴 이유조차 없을 것이다.

이미 진실은 알고 있는 채였고, 새삼스레 외관이 똑같다고 한들 동요할 필요는 없다.

그저 올곧게 살의만을 품으며, 복수심을 연료 삼아 기운을 끌어올려 저 흉악하기 그지없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될 뿐이다.

“…….”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오르카의 표정에서 망설임이 사라진 것은.

콰아아아아아!

그녀가 핏빛 기운을 사납게 끌어올렸고, 그에 따라 주변이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그녀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세의 끝자락.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

그런 생각을 품으며, 오르카가 그 자신의 양손과 양다리에 강렬한 핏빛 기운을 부여했다.

……그리고.

“……흐.”

그렇게 망설임이 사라진 눈빛을 빛내는 오르카를 앞에 두고, 루이 밤피르가 한 차례 헛웃음을 내뱉었으니.

그의 표정 위로 참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한 이죽거림이 떠올랐다.

“다 알고 왔구나, 오르카.”

“……그 입 다물어, 마왕.”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매를 비트는 루이 밤피르를 향해, 오르카가 살벌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붉은 눈동자 위로는 감출 수 없는 살의가 떠오른 채였다.

“─죽여버릴 거야.”

콰앙!

직후, 오르카가 지면을 박살 내듯 거칠게 짓밟으며 공간을 주파했다.

핏빛 아지랑이만이 그녀의 뒤를 쫓듯이 일렁거렸고, 그녀가 루이 밤피르의 정면까지 향하는 것에는 채 1초가 걸리지 않았다.

후욱!

팔을 뒤로 쭉 뻗으며, 그녀가 오른손에 강렬한 핏빛 구체를 만들어냈다.

당연하게도 그 구체가 향할 대상은 눈앞의 마왕이었으니.

대응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오르카가 핏빛 구체를 강하게 움켜쥔 채로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살벌한 폭발음과 함께, 마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구조물이 거칠게 터져나갔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