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77화 (78/158)

(EP.77)벨티아

“그, 아셰라……. 님은 안 따라오시는 거야?”

“……그건 왜?”

어색한 어조로 물어오는 오르카를 향해, 화이트가 한 차례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시선이 잠시 뒤편의 상공을 향했으나, 오르카는 눈치채지 못한 듯 재차 입을 열었다.

“아니, 그래. 네가 강한 마법사라는 건 알았는데. 그분도 같이 가신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한 차례 말을 끊고는, 그녀가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 너무 추측성이 짙었나? 아무래도 너라는 마법사를 키워낸 당사자이실 거고, 동시에 너랑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아서 물었는데…….”

오르카가 그리 말을 늘어뜨렸고, 그에 화이트가 잠시 고심하는 기색으로 턱을 쓸었다.

깊은 관계, 라.

부정하고자 하면 할 수도 있었으나, 굳이 그럴 이유까지는 없어 보였기에.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그저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하며, 화이트가 계속 걸음을 옮겨나갔다.

움찔.

……그 태연한 긍정의 표시에, 오르카의 몸이 한 차례 불안정하게 흔들린 것은 보지 못한 채로.

“……야, 같이 가.”

“……?”

뭘 하다가 뒤처졌는지, 재빠르게 기운을 일으켜 뒤로 따라붙는 오르카의 모습에 화이트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묘하게 볼이 부풀어 있는 것만 같아 보이는 것은 과연 그만의 착각이었을까.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굳이 파고들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화이트가 계속해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면서도 떠올리는 것은, 그 자신의 스승인 아셰라였으니.

화이트의 푸른 눈빛이 한 차례 상공의 어느 한 부분을 향했다.

“…….”

저번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7서클에 머물고 있던 그였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이질감, 혹은 위화감.

그러한 것들이 지금은, 속속들이 감각에 걸려들고 있었다.

씨익!

자신감으로 넘치는 미소가 화이트의 입가에 떠올랐다.

시선은 오롯이 허공의 한 지점으로만 향해 있었다.

‘……후후, 제법이네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지점에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아셰라 역시 그런 화이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기분 좋다는 듯한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는 채였고, 눈꼬리 역시 유려하게 휘어 있었다.

제자의 성장이 기쁜 듯이, 그러면서도 어딘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기색으로 그녀가 헛웃음을 흘렸다.

……사실 지금까지도 아직 의아한 부분이 없잖아 있긴 하였다.

──8서클.

‘……오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단 말이죠.’

그렇지만, 그게 이렇게까지 급진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추측은 아니었다.

시간을 두고, 차분히, 자신의 도움을 100% 받아가면서.

그렇게 하는 것으로, 상당한 시간을 들여 8서클에 오르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제자는, 그저 오롯이 그 자신의 능력만으로 대마법사 급에 도달했다.

그게 조금은 아쉽다고, 아셰라는 생각했다.

약간이나마, 조금이라도 제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스승의 도움 없이 온전히 혼자의 힘만으로 8서클에 오른 제자가 대견하다면 대견하면서도, 약간은 아쉬운 감정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그렇긴 하지만.

‘……뭐,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려나요.’

결국 결론은 그런 식으로 맺어진다.

약간의 아쉬움 따위 가볍게 날려버리며, 그녀가 화이트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단한 제자님이라니까요.”

무척이나 따스한 시선으로 화이트를 내려다보던 아셰라, 그러나 이내.

“……아, 그러고 보니 저 은신 마법을 걸고 있었죠.”

그 자신의 기척은 느낄 수 있어도, 표정까지는 읽지 못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바보 아니에요……?”

화이트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 그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아셰라가 머리카락을 슬며시 배배 꼬고는 얼굴을 붉혔다.

‘흐음.’

그렇지만, 그것마저 화이트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으신가.’

여전히 은신 마법을 유지하는 아셰라의 기척에, 화이트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납득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기에.

우선 첫 번째로, 그녀가 12마왕을 죽이는 일에 관여되어 있다는 것은 알려져선 안 되었다.

그건 자신이 제국 측 인물이었다는 것을 들키는 것보다도 더한 문제가 될 터였기 때문이니.

‘……샤사르가 스승님의 존재를 눈치채서는 안 된다.’

한 차례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화이트가 슬며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사실 속마음은 아셰라가 따라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쩌겠나.

그녀가 그렇게 하고자 마음을 먹은 이상, 자신에게는 말릴 힘이 없었다.

그녀의 의지를 존중해주고 싶기도 했고, 사실 어지간히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할 뿐일 테니.

‘협정’의 존재도 있는 탓에, 어차피 그녀는 깊게 관여하지 못한다.

“…….”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12마왕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다면.

‘……결국 내가 잘하는 수밖에는 없지.’

으득.

한 차례, 화이트가 거칠게 이를 갈았다.

그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하였고, 동시에 조금 더 의지를 결연하게 다지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들킬까 보냐.’

그들에게 아셰라의 존재가 들킬 경우,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회귀 전의 일에 대해서, 화이트 그 자신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지금 시점에서 아셰라의 존재가 12마왕들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 따위는 몰랐다.

그러나 그 ‘계획’이란 것에, 회귀 전에는 분명히 아셰라가 이용되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건 12마왕들의 실착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자신에게 있어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 그야말로.

자신이 12마왕 전부를 몰살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기 전까지는.

……그녀의 존재는 감출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감출 필요가 있었다.

바다를 품은 듯한 화이트의 벽안이, 살벌하기 그지없는 살의를 고요하게 머금기 시작했다.

*****

“오르카,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뭔데?”

화이트가 진지한 어조로 내뱉었고, 그에 오르카가 화이트 쪽을 향해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머리카락을 귀 뒤쪽으로 넘기며 경청의 자세를 갖추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은 만족한 듯이 화이트가 재차 입을 열었다.

“루이 밤피르의 정체가 뭔지는 나도 몰라. 그 정체가 어떠한 ‘색’을 상징하는 마왕인지도, 혹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그야말로 아는 거라곤 그저 그가 루이 밤피르라는 소년의 몸을 빼앗은 마왕이라는 것뿐.

그렇기에, 지금까지 두 차례 있었던 마왕과의 전투보다는 더욱 고난스러울 것이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고, 여차할 때 너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으니…….”

그러니까, 돌아가고 싶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그렇게 말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거기까지.”

“…….”

오르카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내뱉은 한마디에, 화이트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새삼스레 그녀의 기세에 짓눌렸다거나,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어. 네가 나를 지켜줄 필요도 없어, 화이트. 여기까지 데려와 준 것만 해도 나는 네게 은혜를 입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오르카의 붉은 눈빛에, 그 안에 담긴 절제된 살의에.

화이트가 한 차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괜한 걱정이었나.’

속으로만 그리 중얼거리며, 화이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다면, 내가 말을 더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

“아하하, 당연하지.”

한 차례 웃음을 흘리면서, 살짝 무거워진 분위기를 풀고자 오르카가 화이트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쳤다.

“가보자, 화이트. 이제 와서 돌아가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고?”

……그러니까.

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끌어올려지며, 환한 미소를 그려냈다.

“……마왕을 죽이러, 가자.”

“…….”

이내 오르카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을 끝맺었고.

화이트 역시 마찬가지로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으니.

화이트와 오르카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정면으로 향했다.

……보이는 것은 하나의 마을.

밤피르 후작령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벨티아’라는 마을이었다.

‘……루시펠의 정보가 정확하다면, 분명 이 근처에 루이 밤피르가 있을 터.’

화이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훑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걸음을 멈추진 않는다.

최소한의 긴장감만 내버려 둔 채로, 화이트가 천천히 마나를 끌어올린다.

푸른빛의 광휘가 미세하게 그의 양손에 맺히기 시작했다.

“……아.”

그러다가, 이내.

무언가를 깜빡하기라도 했을까.

화이트가 고개를 슬쩍 꺾음으로써 오르카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에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오르카.

“뭐 할 말이라도 있어?”

“…….”

그렇게 물어오는 오르카를 향해, 화이트가 한 차례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오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미리 언질을 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오르카.”

“응?”

여전히 고개를 요리조리 갸웃하는 오르카에게로, 화이트가 슬며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런 그 자신의 행동에 몸을 움찔거리는 오르카를 향해.

“──.”

정확히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화이트가 무어라 짤막한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알겠지?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뭐, 뭐……?”

그리고 그렇게 내뱉어진 정체 모를 한마디에, 오르카가 당황한 듯이 눈을 연신 깜빡거렸으니.

“너, 너. 진심이야……?”

눈동자를 사정없이 요동치게 하며, 오르카가 살며시 뺨을 붉혔다.

그건 과연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붉어짐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었을까.

그건 알 수 없었으나, 화이트는 그저 태연할 따름이었다.

“중요한 건 그런 상황이 될 때까지 전투가 이어지지 않는 거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기에 살짝 암시를 해두었다고 덧붙이며.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오르카를 뒤로 하고, 화이트가 다시금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가, 같이 가!”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얼굴을 붉히면서도 어떻게든 쫓아가고자 오르카가 뒤따랐으니.

……서서히, 태양이 지평선 저 너머로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시간대였다.

어두운 적막이 고요하게, 그리고 싸늘하리만치 차갑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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