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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66화 (67/158)

(EP.66)호감

“네가 얼마나 무모한 짓을 하려고 했는지, 이제는 좀 알겠는지 모르겠네.”

조금은 유해진 어투로 화이트가 내뱉었고, 그에 오르카가 한 차례 볼을 붉혔다.

수치심으로 물들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애써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그건 잠시 판단 실수를 한 것뿐이지……! 나, 나도 애초에 12마왕이랑 1대1로 만날 생각은 없었거든?!”

그렇게 말은 하였으나, 그 자신도 스스로의 말에 오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인지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자기 잘못이 뭔지 알기는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화이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연하게도 오르카의 표정은 더욱더 붉게 변하였으니.

무언가 반박을 하고는 싶지만, 결국 무어라 말을 꺼내지는 못한 채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리고 그런 그녀를 한 차례 뒤돌아보고는, 화이트가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걸음을 계속해서 옮겼다.

그녀를 진정시키고, 제도로 다시금 되돌아가고 있자니 벌써 밤이 찾아왔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한 차례 받아가며, 화이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오르카.”

이내 나직한 목소리로 뒤따라오는 붉은 머리칼의 소녀를 부르는 화이트.

“뭐, 뭔데?”

그에 오르카가 조금 지나칠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였으나, 잠시 고개를 갸웃할 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은 채 화이트가 말을 이어나갔다.

“당분간 잠자코 있는 편이 좋을 거라는 건 잘 알고 있겠지. 나는 네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했지, 네가 개죽음을 당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

“……알고 있다고.”

조금은 거친 화이트의 말에 오르카가 툴툴대며 지면을 한 차례 발로 짓밟았다.

그녀의 눈동자 위로 조금은 씁쓸한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던 화이트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걸음만 계속 옮길 뿐이었다.

가족을 잃는 고통이란 단순하게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상태의 그녀를 함부로 자극할 이유는 없다는 최소한의 상식적인 판단이 가능했기에, 화이트는 묵묵히 다리를 움직였다.

*****

제도의 성문은 굳게 걸어 잠겨져 있었으나, 신경 쓰지 않고 화이트와 오르카는 성벽을 가뿐히 넘었다.

“……이거 제도 경비대에 안 걸릴까?”

다리에 흘려 넣은 핏빛 기운을 다시금 회수하며, 조금은 우려스럽다는 듯이 오르카가 내뱉었다.

“뭘, 고작해야 불법 침입에 불과한데. 걱정하지 마라, 잡힐 일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화이트는 태연할 따름이었고, 그에 오르카가 한 차례 쓴웃음을 흘렸다.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제도를 넘어, 황궁으로까지 조심스레 움직이는 두 소년 소녀.

누군가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황궁에 침입을 시도하려는 암살자로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밤은 깊었고 화이트와 오르카의 움직임을 눈치챌 정도의 실력자는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결국 황궁의 입구까지 도착하게 된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표정 위로, 한 차례 의문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다름이 아니라, 그 자신들을 막아선 한 청년의 모습에.

“……화이트.”

“에이단?”

황궁의 입구, 그 근처의 벽면에 등을 기대고 있던 에이단 케실이 피곤해 보이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결국 데리고 돌아오긴 했구나. 상당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묘한 악센트로 말을 끝맺으며, 에이단이 떨떠름한 시선을 오르카에게로 향하게끔 했다.

“오르카.”

“…….”

그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는 있었던 걸까.

상당히 불편한 표정으로, 오르카가 에이단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이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는지,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어 사죄의 말을 꺼내 들었다.

“미안해, 민폐를 끼쳤어.”

“……후우.”

간결하지만 분명한 사과의 말.

그에 한 차례 이마를 짚으면서도, 에이단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사히 돌아왔으면 된 거지. 다른 녀석들도 걱정한답시고 아직까지 잠에 안 들고 있다. 얼른 가 봐라.”

“아…….”

에이단의 말에 한층 더 죄책감으로 물드는 오르카의 표정.

평소의 쾌활한 그녀를 생각하면, 영 어울리지는 않는 표정이었다.

그렇기에, 구태여 피식 웃음을 흘리며 에이단이 재차 입을 열었으니.

“단, 그전에 밤피르 후작 각하부터 뵈러 가는 게 좋을 것 같군.”

“……어?”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던 부분인지, 오르카가 순간적으로 멍한 목소리를 내었고.

“많이 걱정하시고, 또 격하게 분노하고 계신다. 알아서 하도록.”

짓궂은 기색으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에이단이 그리 말을 끝맺었다.

“어, 어어…….”

그리고 그 자신의 이후의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오르카가 여전히 멍한 목소리를 내고는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결국 황궁의 입구에 남게 된 건 두 청년, 화이트와 에이단이었고.

한 차례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가, 이내 에이단이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혹시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해석해도 되냐, 화이트?”

“……?”

그리고 그렇게 그가 내뱉은 한마디에, 화이트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에이단이 한 차례 미간을 찡그렸으나, 그 진실성을 눈치챌 수 있었을까.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에이단이 화이트를 향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겠어? 그리 늦지 않게 나선 걸로 아는데, 그녀를 데리고 돌아온 게 늦은 밤이라니. 아니, 거의 새벽이라고 표현해도 좋으려나.”

실실 웃음을 흘리면서, 에이단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르카의 눈가가 약간 붉어져 있던데,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 생각해 본 결과, 너와 오르카는─”

퍼억!

“커헉.”

에이단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한 차례의 가벼운 타격음과 함께, 에이단이 힘없이 몸을 무너뜨렸다.

“헛소리를 하는구나, 에이단.”

한 차례 손을 털어내며, 화이트가 싸늘한 미소를 그려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어진 설명에도 에이단의 생각을 읽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았기에.

깊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화이트가 손목을 한 차례 꺾었다.

“……야, 나는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라고? 그런 나를 상대로, 위대하신 마법사 님께서 폭력을 휘두르면─”

에이단이 얼굴을 문지르며 애써 무어라 말을 꺼내고자 했으나.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건 잘 모르는 터라.”

“야, 야?”

화이트는 그저 우직했다.

퍼억!

“이런, 씨…….”

조금 전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큰 타격음이 울려 퍼졌고, 이내 에이단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픽 쓰러졌다.

“흠.”

그리고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화이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니.

“……쓸데없는 호기심은 화를 불러오는 법이지.”

싸늘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화이트가 쓰러진 에이단을 그저 지나치며 걸어갔다.

*****

“……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

“……있느냐? 오르카, 오르카?”

“……아, 어. 아버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군.”

어딘가 멍해 보이는 오르카의 표정에, 밤피르 후작이 깊게 한숨을 내쉬며 눈가를 짓눌렀다.

……처음에는 하나뿐인 딸이 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금방이라도 찾으러 나가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추적에는 영 자신이 없었기에.

‘클리포트 공작 각하께까지 찾아가려다가 말았는데, 다행히 돌아오긴 했다만…….’

밤피르 후작이 떨떠름한 시선으로 한 차례 그 자신의 딸을 훑었다.

……그래, 돌아오긴 돌아왔으나.

어째서인지 그 자신의 딸인, 오르카의 상태가 영 심상치 않았다.

멍한 눈빛을 여전하게 빛내고 있고, 표정 역시 어딘가 모르게 이래저래 다양한 형태로 바뀌는 모습.

뺨은 왜인지 상기되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영 힘이 없었다.

“……이만 돌아가 봐라. 더 말을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군.”

“……아, 응.”

끝내 밤피르 후작이 축객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르카는 그저 멍한 목소리로 대충 대꾸할 뿐이었다.

“…….”

뒤돌아 걸어 나가는 오르카의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며, 밤피르 후작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왜 저런 흐리멍텅한 상태가 되어 돌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돌아왔으니 다행이라고 해둘까.’

습관인 건지, 다시금 눈가를 얕게 짓누르며.

밤피르 후작이 창밖을 향해 씁쓸한 시선을 던졌다.

머릿속으로는, 아주 오래전 어린 나이에 죽었을 그 자신의 장남을 떠올리며.

“…….”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그가 절제된 분노의 감정을 눈동자 위로 띄우기 시작했다.

밤피르 후작이 12마왕에 대한 명백한 적의를 품게 된 시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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