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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60화 (61/158)

(EP.60)그녀의 정체

[의아한 일이야, 의아한 일이지.]

“…….”

루시펠의 중얼거림에 프리드리히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그가 루시펠을 흘겨보았고, 그에 루시펠이 재차 입을 열었다.

[비록 불세출의 재능을 타고났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화이트는 어리다. 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프리드리히.]

“……무슨 말을 하려는가 했더니.”

프리드리히가 얕게 숨을 내뱉으며 미간을 좁혔다.

“단지 그뿐인 이유는 아니다, 루시펠.”

[그뿐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그래.”

조금은 뒤늦게 대꾸하며, 프리드리히가 화이트가 떠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그런 화이트를 뒤따라간 한 소녀의 모습이었으니.

“……‘그녀’를 제어하려면, 화이트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흐음?]

어째서인지 상당히 긴장한 듯 내뱉는 프리드리히의 모습에, 루시펠이 한 차례 안광을 흐릿하게 빛냈다.

[조금 전까지 화이트의 뒤에 서 있던 그 소녀를 말하는 건가. 얘기는 들었다만.]

조금은 의구심이 든다는 듯이, 루시펠이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았다.

[9서클, 확실히 경계할 필요가 있는 소녀임은 틀림없어 보이더군.]

“……그래, 그렇기에─”

[다만, 그뿐이지 않은가.]

“…….”

무어라 말을 꺼내 들려는 프리드리히를 제지하며, 루시펠이 음울한 음색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9서클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경지는 아니지만, 이 대륙에는 잠적한 대마도사가 한둘이 아니야.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프리드리히.]

“…….”

[게다가 우리를 적대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9서클이라는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12마왕의 끄나풀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지. 뭐, 그 소녀가 진짜로 12마왕의 일원이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으냐고.

그리 덧붙이며, 루시펠이 말을 끝맺었다.

“…….”

프리드리히가 한 차례 침묵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그가 조심스레 눈꺼풀을 닫았고.

이내 떠오르는 광경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일이었으니.

“……그 찬란한 푸른빛의 마나를, 나는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음?]

천천히 눈을 뜨며 입을 여는 프리드리히의 모습에, 루시펠이 한 차례 의아함이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런 루시펠을 찬찬히 직시하며, 프리드리히가 재차 말을 이어갔다.

“넌 보지 못한 광경이지만,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루시펠이 두개골을 긁적이며 의문을 드러냈고, 그에 프리드리히가 얕게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고, 또 동시에 무언가 기대하는 듯한 감정이 서려 있는 듯한.

……그런 미소를 얼굴 위로 띄우며, 프리드리히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건 단순한 직감에 불과하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통제할 수 있는 존재는 화이트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루시펠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그에는 신경 쓰지 않으며, 프리드리히는 그저 그 자신의 말만을 계속 내뱉을 뿐이었다.

“그녀가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신념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덧붙이며, 프리드리히가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그 소녀에게 있어서, 화이트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 것만도 같군.”

[…….]

또 다시 침묵.

그러나 이내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다가, 그리 늦지 않게 루시펠이 입을 열었다.

[……9서클의 마법사가 총애하는 7서클의 어린 아이라. 그녀의 감정과 화이트의 존재를 이용해 대마도사 급 마법사를 통제하겠다는 생각인가?]

“……참 네놈다운 발상이구나, 루시펠.”

프리드리히가 인상을 팍 일그러뜨리며 혐오감이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러한 의도가 아니었다는 듯이 손을 한 차례 내젓는 그.

“제어, 혹은 통제라고 표현하기는 했으나, 애초에 그녀를 완벽하게 꼭두각시처럼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프리드리히의 눈동자에 약간의 긴장감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래, 그랬다.

제어, 통제, 혹은 이용.

말은 좋으나, 어찌 현실이 이론만으로 진행되겠는가.

9서클의 대마도사를 상대로 하여, 함부로 수작질을 부렸다가는 아무리 동급의 존재라 할지라도 쉽게 넘어가지는 못할 터.

‘……하물며 상대가 나보다도 아득히 높은 경지에 오른 그녀라면.’

긴장감에 주먹을 살짝 쥐며, 프리드리히가 식은땀을 흘렸다.

[……프리드리히?]

그리고 그러한 프리드리히를 바라보는 루시펠의 안광은, 이내 놀라움으로 물들기 시작하였으니.

그도 그럴 만하지 않겠나.

그 오랜 세월 동안, 루시펠로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프리드리히가 짓고 있었기에.

……굳이 표현하자면, 경외감이 서린 표정을 프리드리히가 짓고 있었기에.

루시펠이 안광을 크게 번쩍이며 입과 턱을 쩍 벌렸다.

[……그 정도인가? 네가 그렇게까지 긴장할 정도의 경지에 오른 소녀라는 말인가.]

“…….”

프리드리히는 루시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으나, 그 표정이 곧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

[……허어.]

이윽고 루시펠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탄식이라고 표현할 만한 짧은 음성이었으니.

“과연 짐작이 되는가, 루시펠?”

그런 루시펠을 향해 올곧은 눈동자를 빛내며, 프리드리히가 차분하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를 아득히 뛰어넘는 경지에 오른 그 소녀의 진정한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이내 그의 표정 위로 떠오르는 것은, 상당량의 긴장감과 약간의 흥분이었다.

무언가를 기대하기라도 하는 듯이, 혹은 희망을 두 눈에 담기라도 한 듯이.

프리드리히의 목소리가 점차 열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그 적의 마왕과 비교하여도 그리 밀리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한 수에서 반 수 차이겠지.”

[…….]

루시펠의 안광이 한 차례 흐릿하게 흔들렸다.

비록 두개골밖에 남지 않아 명확한 표정이라 할 만한 것은 없었으나, 프리드리히는 루시펠이 상당히 경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도 그렇지 않겠나.

사실상 현 대륙의 최강자라 불리우는 적의 마왕, 샤사르.

그 붉은빛의 패왕(霸王)과 비견되는 강자라 함은, 수십 년 전과 현재를 포함해 그야말로 채 3명이 되지 않았으니.

[……그 정도라고? 그 소녀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대꾸하며, 프리드리히가 잔잔한 눈빛을 빛냈다.

[…….]

이내 프리드리히가 입을 꾹 닫자, 자연스럽게 루시펠 역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침묵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실시간으로 루시펠의 두뇌가 상당한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는 부분이리라.

알고 있었기에.

그 자신의 친우인 프리드리히 에드발트가, 이러한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허.]

이내 루시펠이 처음으로 내뱉은 목소리는, 허탈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한 탄식이었으니.

그의 두개골 위로 심란한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마냥 없는 말인 것은 아닐 테지.]

“…….”

루시펠이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그리 말했고, 프리드리히의 표정 역시 천천히 굳어갔다.

이윽고 두 대마도사의 표정은, 똑 닮은 형상으로 바뀌어 갔으며.

[…….]

“…….”

프리드리히와 루시펠.

이내 두 존재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아득한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나타난 수많은 강자들의 이름과 모습이었으니.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을 9서클의 대마도사들이 빠른 속도로 그들의 머릿속을 지나쳐갔고.

[……설마.]

“…….”

이내 프리드리히와 루시펠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을 한 가지 떠올리기까지에 이를 수 있었다.

──‘그 존재’를 부르는 이명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적의 마왕조차 뛰어넘었던 최강의 마법사.

그에 더해, 현시점에서는 사실상 죽었으리라고 알려진 존재.

마지막으로 활동한 지 이미 수백, 수천 년이나 더 지난.

……적의 마왕, 샤사르보다 먼저 최강의 마왕이라 불리었던 마법사.

“──흑(黑)의 마왕.”

[……!]

끝내, 프리드리히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 존재의 이명을 입에 담았고.

자연스레, 두 대마도사 사이에 짙은 침묵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

[…….]

침묵, 혹은 정적.

조용하기 짝이 없는 공기가 흐르길,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실제로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으나, 당사자들만큼은 그 시간이 마치 억겁의 세월처럼만 느껴졌으니.

[……설마, 그럴 리가 없지 않겠나.]

“…….”

이윽고 루시펠이 헛웃음과 함께 입을 열어 정적을 깨뜨렸다.

[지금에 와서는 성별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마왕이다. 전례가 없던 최강의 마법사가,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화이트의 스승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하, 하!]

억지로 그러한 생각을 부정하고자 하는 듯이, 루시펠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차라리 화이트가 사실은 12마왕의 일좌를 차지한 마왕이라고 믿었으면 믿었지, 그건 너무 비약적인 망상인 것 같다. 프리드리히.]

“……그런가. 아니, 분명 그럴 테지.”

프리드리히 역시 그런 루시펠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허탈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프리드리히가 긴장을 내려놓았다.

이내 그의 표정 위로 떠오르는 것은, 약간의 수치심이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긴 하군.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대로라면, 그 일신의 몸으로 우리 제국을 몰락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마법사가 그 흑의 마왕일진대.”

……설마하니 그녀, 아셰라가 그 흑의 마왕일 수는 없을 거라고.

그렇게 덧붙이며.

‘……설마, 그러하겠는가.’

프리드리히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기색으로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그리 오래지 않아 흑의 마왕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버리면서, 말이다.

“그보다, 화이트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은가?”

[글쎄, 그건 나로서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리 간단히 거절할 것 같지만은 않군. 애초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지 않나.]

“역시 그러하겠지?”

[9서클이 두 명, 더해 8서클 하나에 대마법사 급의 기사까지. 그러한 자들이 자신을 밀어주겠다는데, 그걸 거절하지는 않을 터. 그저 약간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지.]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만.”

……이윽고 끝내 두 대마도사는, 흑의 마왕에 대한 추측을 깔끔하게 잊어버리며 평범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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