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58화 (59/158)

(EP.58)교육

“제가 제자를 잘못 교육했네요, 미안합니다.”

“……스, 스승님.”

아셰라가 테이칸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화이트가 연신 식은땀을 흘려대며 그런 스승을 제지하고자 했으나.

“씁.”

“…….”

아셰라가 한 차례 혀를 차는 것만으로, 화이트는 그 모든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딱히 이번에는 언령을 건 것도, 무언가 마법적인 요소가 적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하면 몸에 각인된 반응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가 눈을 날카롭게 흘기자 화이트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화이트가 침묵했고, 그에 한 차례 아셰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조금은 난감한 듯이 그녀가 이마를 짚었다.

“저를 믿고 화이트를 맡겨주셨는데, 이런 결과를 보여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 아닐세. 아셰라 선생의 잘못은 아니지 않나.”

어쩐지 상당히 당황한 기색으로 테이칸이 손을 내저었다.

그의 시선이 한 차례 움찔거리며 아셰라에게 닿았다가, 이내 화이트에게로 옮겨졌다.

“굳이 말하자면 내 아들이니, 내 잘못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그대에게 잘못은 없네.”

“……그런가요, 감사한 말씀입니다.”

테이칸이 무척이나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을 끝맺었고, 아셰라가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반쯤 강제적으로 직시할 수밖에 없었던 화이트의 심정이란.

‘억울하다…….’

그냥 그저 심란하기만 할 뿐이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나.

애초에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 가면서까지 테이칸에게 반항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부 당신을 위해서라고요, 스승님.’

화이트가 입술을 얕게 깨물며 억울하다는 듯이 눈가를 짓눌렀다.

“…….”

들키면 안 되는 일, 들켜서는 안 되는 숨겨진 진실을 들켰다.

물론 언젠가는 들통이 나리라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그 시기가 지나치게 빨랐기에.

굳이 말하자면 화이트로서도 당황하고 말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색과 회색, 두 마왕을 죽인 존재가 그 자신이라는 것을 제국에 들켰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고 말았다면.

그에 더해, 혹여나 그 자신의 스승의 정체마저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솔직히 맞을 만한 일은 아니지 않았나?’

화이트가 실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색으로 턱을 괴었다.

……그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가며, 애써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무시하기 위해.

‘그래,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이내 결론이 나왔을까, 화이트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셰라를 눈으로 흘기며, 화이트가 들키지 않게 혀를 찼다.

‘하아, 그렇게까지 때릴 것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끝까지 테이칸에게 의미없이 반항한 그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는 화이트였다.

*****

“조금은 진정되었느냐, 화이트.”

“예…….”

테이칸의 물음에 화이트가 애써 반성하는 기색으로 대꾸했다.

적어도 겉으로만큼은 그런 태도를 취하는 화이트를 오묘한 시선으로 훑으며, 테이칸이 재차 입을 열었다.

“네가.”

……무척이나 진지하기 그지없는 음성으로.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지 알고 있느냐.”

“…….”

그에 자연스레 화이트의 표정이 굳어졌으며.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셰라, 그리고 프리드리히와 루시펠의 표정 역시 진중한 기색으로 바뀌어 갔다.

“네가 감추고 있던 경지, 혹은 마왕을 죽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으마. 이제 와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니.”

천천히 화이트에게 다가서며, 테이칸이 잔잔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12마왕을 죽인다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마법사의 죽음으로 끝이 맺어질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

“……그런 건 알고 있습니다.”

화이트가 입술을 얕게 깨물며 대꾸했다.

그로서도 할 말이 없지는 않았기에.

결연한 태도로 테이칸의 시선을 마주하며, 화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금의 마왕과 같이 위치가 명확하게 파악된 12마왕을 구태여 제국 측에서 건드리지 않는 이유, 만약 그러할 경우 생길 후폭풍 또한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녀석이 그렇게 위험한 짓을 저질렀더냐.”

테이칸이 한숨을 내쉬며 꾸짖듯 내뱉었으나, 화이트는 일말의 물러섬도 없었다.

“예, 전부 알고도 행한 일입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 행동이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으니.”

“……뭐라?”

테이칸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뒤편에 서 있는 나머지 세 인물도 표정을 살짝이나마 찌푸렸으니.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당당한 태도로 화이트가 말을 이어나갔다.

“결국 제가 제국 측의 인물이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암살자가 암살을 위한 길에 나설 때, 그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어째서인지 아십니까?”

“…….”

테이칸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화이트는 그저 태연했다.

“당연히 아시겠지만요. 그 정체, 혹은 대외적인 신분을 들킬 경우 위험해지는 건 오히려 암살자 그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암살자가 어째서 목격자를 지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

물론 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화이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축에 속하는 이유였으니.

“12마왕과 제국의 관계와도 비슷하죠. 금의 마왕이 죽었음에도 샤사르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명확하게 제국의 소행이라고는 특정하지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금의 마왕의 죽음에도 12마왕이 아직까지도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은 것입니다.”

“…….”

“비록 암살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을 크게 벌리긴 했으나, 결국 저는 제 정체를 12마왕 측에 들키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요.”

한 차례 말을 끊으며, 화이트가 숨을 골랐다.

……암살이라고 평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난장판을 만들기는 하였으나, 실제로 화이트는 마왕의 죽음이라는 대사건의 범인이 그 자신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다.

최소한 12마왕 측에게는 들킬 만한 일말의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화이트가 입매를 비틀며 푸른 안광을 빛냈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의아한 일입니다. 12마왕마저도 파악하지 못한 범인을, 제국 측에서 먼저 파악할 줄은.”

“…….”

테이칸이 침묵했고, 그에 화이트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제국 역시 분명한 물증을 얻지는 못했을 테죠. 제 경지를 알고 있는 분들이 이렇게나 계시니, 아마 추측에 의거한 결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이트가 찬찬한 시선으로 네 명의 인물을 훑었고, 그에 처음으로 테이칸이 아닌 다른 쪽에서 반응이 돌아왔다.

“내가 설명하도록 하마, 화이트.”

“…….”

느긋한 걸음걸이로 앞에 나서는 프리드리히의 모습에, 화이트가 한 차례 몸을 움찔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부친인 테이칸보다는 그가 더욱 껄끄러웠을까.

화이트가 긴장하는 기색으로 마른침을 삼켰고, 그리 늦지 않게 프리드리히가 재차 입을 열었다.

“회의가 끝맺어지고 난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리이칸테르 후작가에서 연락이 먼저 왔었다.”

“……연락입니까.”

프리드리히가 꺼낸 한 단어에, 화이트가 난감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비록 검술명가라 불리우는 리이칸테르 후작가라 하더라도 마법사는 존재할 터.

그런 만큼, 그 자신과 스승이 사용한 마차보다도 빠른 연락 수단이 있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다.

“외견으로만 보았을 때, 기껏해야 10대 후반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소년과 소녀가 후작가의 저택을 반파시키고, 그 시점부터 리이칸테르의 기사단장이 모습을 감췄다고 하더구나.”

“…….”

“……아마 그 기사단장이 정체를 감춘 12마왕이었겠지. 내 말이 틀렸더냐?”

프리드리히가 떠보듯이 화이트에게 물었고, 그에 화이트가 한 차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이내 언제까지고 숨길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을까.

“……회색의 마왕, 아파르가 그의 진정한 정체였습니다.”

“…….”

화이트가 기사단장이 감추고 있던 정체를 입에 담았고, 그에 프리드리히는 물론이고 뒤편의 리이칸테르 후작마저 표정을 심각한 기색으로 굳힐 수밖에 없었다.

“…….”

“…….”

한 차례, 싸늘한 정적이 좌중에 내려앉았다.

리이칸테르 후작은 그 자신의 동생의 정체가 실은 마왕이었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깨물었고, 테이칸이 그런 그의 옆을 지키고 섰다.

그리고 정적은 언제까지고 이어지지만은 않았으니.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나, 최초에 제국은 어차피 12마왕과 정면으로 대적하고자 할 생각이 없었지 않습니까?”

“…….”

화이트가 나름 진지한 태도로 재차 입을 열었고, 그에 프리드리히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런 프리드리히를 당당하게 마주하면서, 화이트가 말을 이어나갔다.

“루시펠의 정보로 리이칸테르, 그리고 밤피르 가문에 마왕이 숨어 있다는 것을 파악했음에도 쉽게 움직일 수는 없었을 테죠. 제국이 진정으로 12마왕의 일좌를 차지한 자를 죽이게 되면, 그때야말로 샤사르에게 빌미를 주게 되는 꼴이 될 테니까.”

그로 하여금, 12마왕을 동원해 전면전을 펼칠 만한 명분과 빌미를 말입니다.

“…….”

화이트가 싸늘한 목소리로 덧붙였고, 프리드리히는 그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화이트의 말이 어린 소년의 치기 섞인 헛소리에 불과했기에?

“……네 말이 다 맞다.”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말이 실로 틀림 하나 없는 진실이었기에.

그렇기에, 프리드리히는 일말의 부정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프리드리히가 심란한 표정으로 다시금 말문을 떼어냈다.

“제국이 움직일 생각이 없었기에, 그렇기 때문에 네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풀어 말하자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애초에 화이트가 꺼내려고 했던 말도 그와 그리 틀리지 않았으니.

화이트가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고, 그에 프리드리히의 표정이 한층 심각해졌다.

“…….”

“…….”

그리고, 그쯤에서 다시 한 차례의 침묵이 사방에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한층 더욱 긴 침묵이 지속되었고, 그럴수록 화이트의 표정이 살며시 찌푸려지기 시작했으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

화이트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적을 깨뜨렸고, 그에 프리드리히를 비롯한 제국 측의 인물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의표를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혹은 애써 감추고자 한 것을 들키기라도 한 듯이.

그리고 그 반응에, 화이트는 더욱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에드발트 경께서는, 별달리 저를 처벌할 생각이 없어 보이십니다.”

“…….”

“……다시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화이트가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에드발트 경, 아버지, 마지막으로 리이칸테르 후작 각하.”

그리고 이내, 무척이나 진지하기 그지없는 음색으로 화이트가 하나의 질문을 던졌으며.

“세 분께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

“……이렇게 거창한 마법진을 그려가면서까지, 워프를 통해 조심스레 저를 맞이하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당연하게도, 프리드리히와 나머지 두 인물의 표정은 그 이상이 없을 정도로 굳어졌으니.

[크흐흐. 크하하하……. 들켰구나. 다 들켰어, 프리드리히.]

그저 루시펠만이 기분 나쁜 음성으로 그 특유의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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