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50화 (51/158)

(EP.50)첫 번째 고백

“……화이트가 그렇게 바라던, 제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권리.”

“…….”

“만약 지금이 그 마지막 기회라면, 어떨 것 같아요? 잘 대답하는 게 좋을걸요?”

“……스, 스승님.”

화이트의 표정이 숫제 심각한 기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어째서 지금 같은 상황에 그런 말을 꺼내 든단 말인가.

잠시 장난 좀 쳤다고 해서.

아니, 물론 좀 짓궂은 장난이긴 했지만.

“…….”

한 차례, 화이트의 뺨을 타고 한 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래, 장난을 치긴 쳤다지만.

……그게 지금 당장 진심을 고해야 할 정도로 심한 장난이기라도 한 건 아니지 않았나?

화이트의 낯빛이 실시간으로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바뀌어 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흐르고 있었다.

“10초 드릴게요,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제자님.”

“자, 잠깐─”

갑작스레 아셰라가 꺼내 든 제한시간의 존재에, 화이트가 급히 무어라 말을 꺼내려고 했으나.

“이다음부터 입을 열 때, 제가 바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예?”

“……그때는, 저. 진심으로 삐뚤어질 거라고요, 화이트?”

“…….”

이어지는 아셰라의 환한 미소에, 화이트는 결국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으니.

잠시 한 차례 고민의 순간이 찾아왔다.

과연 지금 자신이 꺼내야 할 올바른 대답은 무엇인가.

그녀, 아셰라가 바라는 대답은 무엇일까.

화이트가 최선을 다해 두뇌를 굴리기 시작했고.

‘……귀여워라.’

그런 그를 쳐다보며, 아셰라는 흘러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아내야만 했다.

비록 그 자신의 제자의 짓궂은 장난에 잠시 화가 났기는 했지만.

금방 이어지는 그의 고민하는 표정에 이미 화는 풀린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도 고심하는 기색이라니.

“……하아.”

아셰라가 묘하게 상기된 표정으로 한 차례 달뜬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가학적인 빛을 띠어가고 있었다.

‘이거에요, 이거라고요.’

그야말로 짜릿하기 그지없다는 듯이, 그녀가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 올렸다.

다른 누구도 안 된다.

그 누구라도, 자신으로 하여금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저 제자님만이.’

화이트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스레 위태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셰라가 몸을 살며시 떨어댔다.

정말이지 짜릿하다는 표정으로, 어딘가 모르게 달뜬 숨을 연신 내뱉으면서.

‘제자님만이 제게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끔 만들 수 있다고요.’

그걸 알아야 할 텐데.

자신의 괘씸하기 그지없는 제자님은.

자신으로 하여금, 이토록이나 격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는 그 자신이 유일하다는 걸.

아마 이 아둔한 제자님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제가 얼마나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천천히, 조심스레.

아셰라의 표정 위로 설렘과 쑥스러움의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그리 늦지 않게, 제한시간에 맞춰서.

“……스승님.”

화이트가 슬며시 입을 열며 아셰라를 올려다 봤다.

“네, 말하세요.”

애써 차가운 태도를 유지해 나가며, 아셰라가 태연히 대꾸했다.

‘……과연 무슨 대답을 준비했을까요, 제 제자님은.’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그녀가 약간은 붉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화이트를 응시했고.

이윽고, 끝내는.

“좋아합니다, 스승님.”

“……!”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말입니다.”

아셰라가 진심으로 바랐던 대답이, 화이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기까지에 이르렀으니.

“…….”

“…….”

한 차례, 어딘가 모르게 두근거리는 듯한 정적이 두 남녀 사이에 내려앉았다.

‘……아. 말해버렸다.’

화이트가 이를 악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과연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그 자신이 한심해서였을까.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말해버리고 말았는데…….’

화이트가 작게 이마를 짚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과연 무슨 대답이 돌아올까.

……과연, 그 자신의 스승님은 무슨 반응을 보여줄까.

처음 말을 꺼냈을 때는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정작 이렇게 말을 끝맺고 나니.

어째서일까.

묘하게 불안한 감정이 들고, 어딘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만 같은 감각이 느껴지는 것은.

‘……아, 죽고 싶다.’

한순간에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이며, 화이트가 몸을 굳히고 아셰라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

“…….”

그러나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셰라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니.

‘뭐하냐고요, 스승님. 제자더러 이렇게까지 말을 시켰으면 뭐라도 대답해야 할 것 아닙니까.’

속으로 애써 그런 스승을 원망하면서, 화이트가 끝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스승님,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고.

화이트가 말을 꺼내려고 했으나.

그의 말은 끝맺어지지 못했다.

어째서, 냐고 한다면.

그건 그저, 순간적으로 표정을 멍하니 바꿀 수밖에 없었기에.

도저히 무어라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기에.

“……스승님?”

“……읏.”

극한까지 얼굴을 붉히고 있는 아셰라를 향해, 화이트가 조심스레 중얼거렸고.

그다음 순간, 아셰라가 내보인 반응은.

“테, 텔레포트!”

“……!”

순간적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었으니.

“─안티 텔레포트.”

“……?!”

그러나.

그녀는 그 자신의 제자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제, 제자님?”

화이트가 짧게 중얼거린 말에 의해, 한순간에 순간이동을 제지당한 아셰라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마법에 간섭을 허용했다고?

최강의 마법사라고 불렸던 자신이?

……아직 아득하게 어린 제자님한테?

“어, 어?”

아셰라가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런 아셰라를 향해, 화이트가 천천히 몸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니.

“……스승님.”

작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화이트가 진심을 다해 분노의 감정을 눈동자에 띄웠다.

“네, 네에……?”

저도 모르게 대답하고 마는 아셰라.

그건 실로 귀엽기 그지없는 반응이긴 하였으나.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런 그녀의 반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이, 화이트가 인상을 팍 일그러뜨렸다.

“제자에게 그런 말까지 시켜놓고, 지금 혼자 빠져나가려고 한 겁니까?”

“……그, 그게요. 사실, 저도 모르게─”

“잠깐 다물어봐요, 아셰라.”

“읍……!”

갑작스레 입을 막아오는 화이트의 손길에, 아셰라는 강제적으로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아셰라가 눈짓으로 그리 물었으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채로.

화이트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몸을 낮춰갔다.

이내, 그리 오래지 않아 눈높이를 완전히 맞추며.

화이트가 애써 분노를 꾹꾹 내리누르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말해봐요, 아셰라.”

……그렇지만, 눈빛만큼은 정말이지 위태로울 정도로 살벌하게 빛나고 있었으니.

“……읍, 읍읍.”

아셰라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어대고 말았다.

여전히 입은 화이트의 손에 의해 가로막힌 채로.

그리고 그런 아셰라를 향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제가 제 진심을 말했으니, 이제는 아셰라의 차례가 아닐까요?”

화이트가 상큼한 표정으로 턱을 까딱였다.

“어때요, 아셰라.”

“……읏.”

……천천히,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내면서.

화이트가 입꼬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뭐, 뭘요?”

애써 태연함을 유지해보고자 하는 아셰라였으나, 차마 목소리가 떨리는 걸 막지 못하는 그녀.

그런 그녀를 향해, 화이트가 찬찬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셰라는, 저를.”

“…….”

두근, 두근.

심장의 박동소리.

그 소리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건 알 수 없었으나, 분명한 것은.

화이트가 끝내 그 자신이 원하던 말을 내뱉었다는 것일 거다.

……아셰라로서는 바라지 않았던, 그렇지만 동시에 내심 속으로는 바라기도 했던.

그런 말을, 말이다.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좋아하고 있나요, 이성으로서?”

“……제, 제자님.”

“…….”

아셰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화이트를 불렀으나.

그게 그리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던 걸까.

“……지금만큼은, 화이트라고 불러 주면 안 되나요?”

“……네, 네?”

조심스레 그녀의 뺨을 쓸며.

화이트가 어딘가 아련한 표정으로 아셰라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화이트를 반강제적으로 직시하며.

‘──아.’

아셰라는 이성의 끈이 잠시 끊어지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자신을 바라봐오는 그 자신의 제자의 눈빛에, 표정에.

도저히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말을 꺼내고 싶다는, 그런 욕구를 참을 수가 없어서.

……속으로만 감추고 있던 감정을 내뱉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해요.”

“……아셰라?”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녀가 입을 열었고.

잘 듣지 못했다면서, 화이트가 채 되묻기도 전에.

“─좋아해요.”

“……!”

아셰라가, 끝내 그 자신의 진심을 입에 담았으니.

“좋아하고 있어요, 화이트.”

“…….”

“화이트가 원하던 것처럼, 진심으로.”

두근, 두근.

……다시금, 두 남녀 사이에서.

심장이 조심스레 두근거리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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