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42화 (43/158)

(EP.42)불멸의 엘더리치

“서쪽의 엘더리치.”

[…….]

“그게 네 정체로군, 망자여.”

테이칸이 그리 말을 끝맺으며 리치를 향해 다시금 손을 뻗었다.

쿠궁, 쿠구궁…….

테이칸의 손바닥에서부터 화염계 마법진이 천천히 생성되고 있었다.

저번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건 그 마법진의 정교함과 들어가는 마나의 양에 있을 것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강렬한.

그런 붉은빛의 마법진을 눈앞에 두고, 그제서야 리치가 태도를 진지하게 고쳤다.

[제법이군. 아직 8서클에 불과할 텐데. 내게 이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게끔 만들다니.]

“새삼스레 칭찬이라니, 고맙다고 예를 표해야 할까.”

테이칸이 입매를 비틀며 비꼬았다.

[크흐흐…….]

리치가 한 차례 공허한 웃음을 터뜨렸다.

[오만방자하구나. 이래 봬도 너희 제국의 정점에 서 있는 프리드리히와 동급의 존재가 바로 나일진대.]

“그건 지금부터 차차 확인해 가면 되겠지. 엘더리치라는 거창한 이명에 어울리는 힘을 진정으로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말이다.”

[크큭…….]

리치가 다시금 웃음을 흘렸고,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캬아아아아악!

리치가 손을 들어 올리며 검지로 황궁을 지키는 대결계를 가리켰고, 그에 따라 지면에서 솟아난 수백의 망자의 군단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가라, 에인헤랴르Einherier의 군세여.]

짧게 내뱉음과 동시에, 리치의 전신에서부터 강렬한 악의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왔고.

캬아아아아아아악!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이, 망자의 군단이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했으니.

“온다, 후작.”

“하하, 피를 토하는 저더러 다시 검을 들라는 말씀입니까?”

테이칸의 말에 리이칸테르 후작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금 검을 뽑아 드는 리이칸테르 후작.

그의 시선이 잠시 한 차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세레나에게로 향했다.

“떨어져 있거라, 세레나. 너를 지켜줄 틈도 없을 테니.”

“……읏.”

딸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오는 리이칸테르 후작의 말에, 세레나가 입술을 얕게 깨물었다.

그녀의 표정이 무력함으로 천천히 물들기 시작했다.

“저, 저도 싸울 수 있어요. 아버지.”

그러나 그런 표정과는 정반대로, 떨리는 몸을 애써 부여잡고 그 얇은 레이피어를 들어 올리는 그녀.

“……세레나.”

그런 그녀를 향해 한 차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인 리이칸테르 후작이 재차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가 상대해야 할 저 해골은 그리 가벼운 상대가 아니다. 너도 들어는 봤겠지, 불멸이라고 불리는 서쪽 지역의 엘더리치에 대해서.”

“……!”

세레나의 두 눈이 경악으로 한 차례 크게 떠졌다.

서쪽의 엘더리치.

그 이름은 그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니.

잠적한 9서클 대마도사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며, 그 자신의 흥미 본위와 상관이 없다면 대체로 서쪽 지역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고 알려진 존재.

그것이 바로 서쪽 지역의 리치이자, 리치 중에서도 최고위급의 위험도를 지닌 자였으니.

세레나의 표정이 자연스레 긴장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그런 존재가 어째서 지금 제도에 있는 겁니까, 아버지?”

세레나의 물음에 리이칸테르 후작이 한 차례 옅은 미소를 입가에 걸어 보였다.

“글쎄, 그건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 분명한 12마왕에 새삼스레 흥미가 생기기라도 한 건지.”

“…….”

“……아무튼, 알아들었으리라 믿겠다. 물러나라, 세레나.”

샤악!

“……!”

그렇게 말을 끝맺으며, 리이칸테르 후작이 지면을 긁듯이 검을 휘둘렀고.

얇은 선이 마치 경고선처럼 세레나의 앞에 쭉 새겨졌으니.

“……뒤는 맡기겠네.”

“아, 아버지?”

세레나가 급히 고개를 들었으나, 리이칸테르 후작의 말은 그녀에게로 향한 것이 아니었다.

“알아들었다. 네 딸을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될 일이겠지?”

“……!”

어느새 도착한 밤피르 후작가의 가주가 세레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다 놓았다.

그리고는 이내, 그가 한 차례 붉은 눈동자를 번뜩였고.

화악!

“……읏!”

핏빛을 띠는 물방울이 세레나를 지키듯이 감싸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자연스레 물방울에 가둬지며 뒤로 밀려나게 생긴 세레나.

그녀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밤피르 후작 각하! 이것을 풀어주십시오!”

세레나가 핏빛의 물방울을 거칠게 흔들며 소리를 질러 보았으나.

“쯧, 숙녀가 그리 표정을 구기면 쓰나.”

정작 돌아온 것은 그런 가볍기 그지없는 대꾸였다.

밤피르 후작이 미간을 좁히며 세레나를 향해 안광을 번뜩였다.

“이봐, 세레나 리이칸테르. 내 친우의 딸이 아닌, 그저 한 명의 기사로서 대우하며 얘기를 나눠볼까.”

“……그 말씀은.”

세레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눈가를 찌푸리며, 밤피르 후작이 정면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저 뼈다귀가 눈에 들어올 테지.”

“……예, 그렇습니다.”

“그 정체 또한 들어서 알고 있을 테고.”

“…….”

이어지는 질문에, 세레나가 표정을 무력함으로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서쪽의 엘더리치다. 에드발트 경과 동급의 괴물이라고. 그런 자를 상대로 고작해야 네가 무슨 힘을 쓸 수 있을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알 수 있는 문제일 텐데.”

“……그, 것은.”

마치 자신의 말이 틀렸냐는 듯이 지그시 쳐다봐오는 밤피르 후작의 시선에, 결국 세레나가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쯧.”

그리고 그쯤에서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까.

묘하게 찌푸려진 표정으로 밤피르 후작이 몸을 돌렸다.

“너도 마찬가지다, 오르카.”

“……아앗.”

살금살금 몸을 움직이던 붉은 머리칼의 소녀가 들켰다는 듯이 몸을 움찔거렸다.

“……아, 아하하. 아버지, 그게. 이것에는 다 이유가─”

우선은 변명을 내뱉고 보는 그녀였으나.

“이유는 무슨. 그저 호기심에 불과했겠지.”

화악!

“으앗!”

밤피르 후작은 완고했다.

변명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오르카 역시 핏빛 물방울 속에 가둬두는 밤피르 후작.

“너도 마찬가지다. 슈나이더의 아들아. 저 둘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겠다.”

“……후작 각하.”

율리안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세레나와 오르카를 힐끔거렸다.

……다행히 그에게는 최소한의 상황을 파악할 만한 이성이 남아있었던 걸까.

피를 흘리는 리이칸테르 후작과, 테이칸 클리포트 공작을 한 차례 훑어보고.

이내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 엘더리치까지 흘긴 율리안이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아들었습니다, 밤피르 후작 각하.”

“옳지.”

한 발짝 물러나는 율리안을 쳐다보며, 밤피르 후작이 대견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슈나이더의 아들치고는 그나마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가 보구나. 거기서 지켜보고 있거라.”

통보하듯이 내뱉고는, 이내 밤피르 후작이 몸을 한 줌의 핏물로 바꾸며 리이칸테르 후작 쪽을 향해 날아갔다.

“…….”

“…….”

그리고 그렇게, 핏빛 물방울 속에 갇힌 두 소녀와 율리안 사이에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야, 율리안.”

그리고 먼저 입을 열어 침묵을 깬 것은 오르카였다.

그녀가 억지로 눈웃음을 그려 보이며 율리안을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것 좀, 풀어주면 안 될까? 아버지도 진심으로 가둬둔 게 아니라서, 네가 힘을 쓰면─”

어쩌면 생각보다 간단히 풀려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말을 마무리 지으려던 오르카였으나.

“미안하다. 물방울 속에서 말해서 그런지 잘 안 들리는군.”

율리안은 그저 태연히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뻔뻔할 정도로 철면피를 깔면서 말이다.

“……야, 야! 안 들릴 리가 있나!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야, 율리안!”

오르카가 분노로 붉어진 얼굴로 거칠게 소리를 내질렀고.

“안 들린다, 나는 안 들린다.”

그런 오르카의 목소리를 율리안은 애써 무표정으로 무시했으며.

“야! 내가 이거 나가기만 하면 네 몸뚱이를 한 줌의 핏물로 만들어 버릴 거다! 어? 나 진심이야!”

“일단 거기서 나온 다음에서야 말하지그래. 그렇게 쫑알대봐야 시끄럽기만 할 뿐인데.”

“아, 역시 들리잖아! 야, 임마! 진짜 죽고 싶냐!”

“……아, 너네들 진짜 시끄러워어.”

그런 두 사람의 촌극 비슷한 무언가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세레나는 그저 열이 잔뜩 오른 표정으로 핏빛 물방울을 검으로 쿡쿡 찔러댈 뿐이었다.

*****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그에 대해 밝힐 생각이 있는지 우선 물어보고 싶군.”

[…….]

콰앙, 콰아아앙!

새하얀 해골들을 화염으로 뒤덮어 태워버리며 테이칸이 입을 열었고.

그런 테이칸의 물음에 한 차례 고심하듯이 엘더리치가 턱을 괴었다.

정확히는 턱뼈이긴 했으나, 아무튼.

잠시 고민을 거듭하는 듯이 침묵을 유지하던 리치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너희들로는 안 된다. 내가 찾아온 것은 너희가 아니라, 내 친우 프리드리히 에드발트이니.]

“교섭은 결렬인가?”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 그도 아니면, 프리드리히나 황제를 내 앞에 데리고 오던가.]

“……황제 폐하를?”

테이칸이 미묘하게 눈썹을 까딱거렸다.

……에드발트 경은 그렇다고 치고, 어째서 지금 이 상황에서 황제 폐하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인가.

그 의도를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었기에, 테이칸이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마나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애초에 악의를 가지고 결계에 접근한 시점부터, 네놈은 척살 대상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부터 따져보자면, 애초에 리치라는 존재 자체부터가 제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들이었으니.

“처음부터 정해진 싸움이 아니겠나.”

“맞는 말씀입니다, 공작 각하.”

테이칸과 리이칸테르 후작이 눈빛을 선명하게 빛내며 리치를 노려봤고.

[크흐흐…….]

한 차례 공허한 웃음소리를 흘려대며, 리치가 칠흑과도 같은 안광을 번뜩였다.

리치의 어두운 시선이 황궁을 지키는 대결계로 향했다.

[프리드리히, 그놈도 참 쓸모없는 걸 만들었어. 무조건적인 악의에 반응하게끔 설정하니,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게 아닌가.]

“……오해?”

서걱!

해골 하나를 베어내며, 리이칸테르 후작이 한 차례 눈썹을 움찔거렸다.

우웅-

엘더리치가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마치 기계가 정지하듯이, 한순간에 그 움직임을 멈춰 세우는 해골들.

[한 가지 정정해주고 싶은 게 있군.]

잠깐의 소강상태를 틈타, 리치가 재차 입을 열었다.

[나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그저 대화를 나누고자 온 것일 뿐.]

“……하.”

리치의 말에 리이칸테르 후작이 한 차례 코웃음을 쳤다.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리이칸테르 후작이 입매를 비틀었다.

“대화를 나누고자 왔다는 놈이, 다짜고짜 결계를 공격하고 시작하다니. 그걸 우리더러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그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않겠는가. 리이칸테르여.]

그러나 그런 리이칸테르 후작의 말에도 태연함을 유지하며, 리치가 그 자신의 검은 로브를 한 차례 바람에 흩날리게 했다.

[내가 결계를 공격한 이유부터 설명해야 하는가. 애초에 프리드리히, 그가 만든 결계는 미완성이다. 악의뿐만 아니라, 나 같은 리치의 검은 마나에도 반응하며 번개를 뿜어대니 말이다.]

물론 그 번개가 그 자신에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다고, 리치가 덧붙이며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그저 계속 막아내기엔 귀찮고, 한 번쯤 나의 존재감을 인식시켜줄 필요성도 느꼈기에 결계를 공격했을 뿐. 금방 복구가 되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지 않나?]

“…….”

이어지는 리치의 설명에, 리이칸테르 후작과 테이칸이 서로 묘한 시선을 한 차례 주고 받았다.

과연 저 말을 믿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당연하게도 이성은 후자를 선택하라고 종용하고 있었으나.

“……우선, 계속 말해봐라.”

이내 테이칸이 꺼낸 한마디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으니.

우선은 폭발적으로 끌어 올렸던 마나를 가라앉히고, 마법진 역시 천천히 지워내며 테이칸이 리치를 향해 차분한 시선을 향하게끔 했고.

[크흐흐…….]

그에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리치가 또다시 한 차례 공허한 웃음소리를 흘려댔다.

[내 목적은 간단하다.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 지금 현재 대륙에 전란의 기세가 고요하게 감돌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

리이칸테르 후작과 테이칸이 동시에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던 부분이었으나, 막상 리치의 입에서부터 그에 관한 얘기가 튀어나오자 묘한 감상이 들었다.

“……그래서? 12마왕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과, 네놈이 이렇게 제도에 흙발을 들이는 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크흐흐.]

테이칸의 말에 무어라 대꾸하지는 않은 채, 우선 리치가 한 차례 손을 내저었다.

망자의 군단을 재차 움직이려는 걸까, 테이칸이 다시금 긴장을 끌어 올리며 눈가를 가늘게 좁혔으나.

“……무슨 짓이지?”

정작 직후 벌어진 광경은, 리치가 스스로 그 자신의 전력을 깎아내리는 광경이었으니.

파스스스-

리치가 손을 연신 휘젓자, 새하얀 해골들이 그 힘을 잃고 무력하게 몸을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언제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에, 테이칸과 리이칸테르 후작은 계속해서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좋은 자세야. 이 나를 상대로 그 정도 침착함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니.]

그리고 그런 두 사내를 향해, 리치가 섬뜩한 느낌으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프리드리히나 황제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깊은 얘기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리치가 다시금 턱을 괴고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칠흑과도 같은 검은 마나는 흩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내, 고민을 끝내고 결론을 낸 것일까.

[좋다. 짧게나마 내 의도를 설명해주도록 하지. 현 세대의 리이칸테르와 클리포트여.]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리치가 양손을 펼쳐 들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로브가 흩날리면서 그의 뼛조각들이 드러났기에, 리이칸테르 후작과 테이칸이 한 차례 불쾌한 기색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우선은 얘기를 들어볼 생각인 듯이, 각자의 기세를 천천히 누그러뜨리는 두 사내.

리이칸테르 후작이 그 자신의 검을 검집으로 집어 넣었고, 테이칸 역시 깔끔하게 마나를 흩어지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쯤에서 대화를 진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일까.

[내 의도는 이러하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무척이나 진지한 기색을 그 해골 바가지 위로 띄우며, 리치가 입을 열었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12마왕과, 언제가 되었든 커다란 충돌이 일어날 이 대륙의 정세에 있어서─]

─아니, 입을 열려고 했으나.

“……잠깐, 저건 뭐지?”

[……?]

테이칸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꺼낸 한마디에, 리치가 의아한 기색을 해골 바가지 위로 띄웠다.

그리고, 바로 직후.

“──어떤 개같은 자식이 중대한 이벤트를 방해한 건가 했더니.”

[……!]

쿠콰과과과과과과광!

어느 한 소년의 분노 섞인 한마디와 함께, 엘더리치를 향해 푸른빛의 번개가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렸으니.

“……곱게 죽지는 못할 거다. 해골 바가지 새끼야.”

살벌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그 입가에 걸친 채로, 화이트가 입매를 사납게 비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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