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감히 내 딸을 울려?
“……그렇게 해서, 어제의 그 폭음의 정체는 에드발트 경의 마법이 대결계와 충돌한 결과라더군.”
“그랬습니까. 당시에 황궁 밖으로 나가 있었던 터라……. 뒤늦게 귀환한 후 나름대로 알아봤는데, 에드발트 경께서 마법의 실패라니.”
두 번째 날, 두 번째 회의.
아직 황제가 도착하기 전, 케실 공작과 리이칸테르 후작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그 대화에 조심스레 집중하고 있던 화이트.
‘……에드발트 경이 대충 수습해 준 건가.’
폭음이 터지고 난 이후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게 자신이었고, 그걸 크리스를 비롯한 다른 후계자들이 봤던 탓에.
혹여나 의심스러운 시선이 몰려들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적어도 겉으로는 황실의 대마도사의 마법과 대결계가 오류로 충돌한 것으로 처리된 듯했다.
‘자신의 명예에 흠집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상당히 배려가 깊군.’
속으로 프리드리히에 대한 평가를 상향 조정하는 화이트.
어찌 되었든 그 덕분에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으니, 약간의 감사하는 마음 정도는 품어줘야 하지 않겠나.
화이트가 슬며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뭘 그리 실실 웃고 있어?”
“……?”
그런 화이트를 줄곧 지켜보고 있던 소녀가 한 명.
순간적으로 측면에서 들려온 낭랑한 목소리에, 화이트가 고개만 살짝 틀어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왜, 나는 웃으면 안 되는 건가?”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세레나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내 화이트를 빤히 직시하기 시작하는 세레나.
“……뭔데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지?”
그에 묘한 불길함을 느낀 화이트가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으나, 세레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흐음…….”
그저 한동안 화이트를 지그시 바라보던 그녀가, 이윽고 화이트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야, 너…….”
순간 당황한 화이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를 내었으나.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세레나는 그저 한 차례 그 금발을 흩날리며 싱긋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 녀석은 또 왜 이래?’
어째서인지 호의적이기 그지없는 그녀의 눈빛에, 화이트가 미간을 살며시 찌푸렸다.
그녀와의 접점이라고는 어제의 회의가 처음이었고, 그다음으로 바로 이어진 가벼운 대련이었을 터.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 중에, 그녀가 자신을 좋게 볼 만한 계기가 있었던가?
그도 아니면, 적어도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 같은 게 있었다던가.
“…….”
잠시 골몰히 생각하던 화이트가, 이내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대련이 문제였나.’
들리지 않게 작게 혀를 차는 화이트.
그의 표정 위로 귀찮은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나름대로 계산이 있어서 그녀를 압도한 거였는데.
어쩌면 그러한 대련이 그녀로 하여금 어떠한 특별한 감상을 느끼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하아…….”
화이트가 얕게 한숨을 내뱉었다.
정작 옆자리에 앉아 놓고도 무어라 말을 꺼낼 생각은 없어 보이는 세레나의 모습에, 화이트 역시 그저 아무 말도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옆자리에 앉을 테면 앉으라지.
뭐,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기도 했고.
“…….”
“…….”
그렇게, 무언의 합의를 거쳐 두 소년소녀 사이에 잔잔한 침묵이 내려앉았고.
세레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화이트를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게 바라보는 것으로만 보였으나.
그런 그녀의 머릿속으로는 여러모로 상념과 계산이 오가고 있었으니.
‘……분명, 그때의 그 마나의 주인은 이 녀석일 테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세레나가 살짝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굳이 말로 확인을 해 볼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육감을 상당히 신뢰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육감이, 그 마나의 주인이 너라고 얘기하고 있어. 화이트.’
세레나가 턱을 괴고 눈꼬리를 반달 모양으로 휘게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분명 무언가 한 차례 마나가 움직인 건 확실했고, 그게 뜻하는 바는 어떤 형태로든 모종의 충돌이 있었다는 뜻일 텐데.
그리고 오늘 전해 듣게 된, 어제의 폭음의 내막.
‘황실의 대마도사, 프리드리히 에드발트 경께서 마법을 실수해?’
피식-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세레나가 얕게 웃음을 흘렸다.
물론 대마도사 급 마법사라 하더라도, 그 마법의 수준에 따라 실패하게 되는 일이 없지는 않았으나.
만약 그 정도 수준의 마법이 실패했더라면, 고작해야 폭음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에드발트 경께서는, 무엇을 숨기려고 하신 걸까.’
세레나가 슬며시 눈을 가늘게 좁혔고.
그 시선이 향하는 건 당연하게도,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는 백금발의 소년이었으니.
‘아마, 아니, 거의 확실하겠지.’
세레나의 미소가 살짝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 황실의 대마도사께서, 마법의 실패라는 이유까지 대어가며 감추려고 했던 진실에.
분명히, 지금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화이트가 관여되어 있을 것이라고.
“…….”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게 하나 있었으니.
세레나의 표정 위로 처음으로 미묘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래, 좋다 이거다.
어제의 폭음에 관련해서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것에 화이트가 엮여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냈다.
‘그런데…….’
……그래, 알아낸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제 뭘 어떻게 하지?’
세레나가 뻘쭘한 기색으로 한 차례 그 자신의 금빛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았다.
그냥 대놓고 물어보아야 하나?
아니, 그런다고 화이트가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
그렇게 되면, 결국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아무리 리이칸테르 후작가의 후계자인 그녀라고 해도, 제국의 마법사 중 정점에 위치한 프리드리히에게 직접 추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의문을 풀 유일한 열쇠는, 지금 그녀의 옆에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소년일진대.
“…….”
세레나는 약간의 좌절감을 느껴야만 했다.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고, 황실의 대마도사와 화이트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궁금했으나.
도저히 그 의문을 풀 길이 없었기에.
“하아으…….”
그녀가 묘한 침음성을 한 차례 흘렸고.
“……?”
그에 화이트가 별 이상한 녀석을 본다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한 차례 흘겼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시선을 눈치채지 못할 세레나가 아니었으니.
“……야, 너. 지금 뭔가 불쾌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지 않았어?”
그녀가 두 눈을 치켜뜨며 화이트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름대로 압박을 가한다고 하는 모양이었으나…….
“아니, 그냥 네 착각인 것 같은데.”
화이트에게 그러한 종류의 압박이 통할 리가 없지 않겠나.
그저 피식 웃음을 흘리며, 화이트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대련에서 져서 내게 관심이 많은 건 알겠는데, 너무 귀찮게 하지만 마라. 나는 바빠.”
“……뭐, 뭐?”
그런 화이트의 짤막한 한마디에, 세레나가 어이가 없다는 기색으로 얼굴을 붉혔다.
물론 부끄러움 때문은 아니고, 화가 올라온 탓에.
“야! 나는 그런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다니.
아니, 물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상당히 호기심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게 그렇고 그런 식의 관심은 절대 아닌데!
“나는……!”
그렇기에, 세레나가 무어라 말을 꺼내서 부정하고자 했으나.
“……나, 나는.”
“나는, 뭐?”
“…….”
끝내 무어라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세레나가 조용히 고개를 푹 숙였다.
그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비웃음을 흘리는 화이트.
“변명이라도 들어줄까 했는데, 그런 것도 없나 보군.”
“……너, 진짜.”
대놓고 비꼬는 화이트의 태도에, 세레나가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의 두 눈동자에 미약한 살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가며 고민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잖아.’
그런 생각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세레나가 한 차례 굳게 마음을 먹었다.
“화이트.”
“뭐냐.”
세레나의 부름에 그저 대충 대답하는 화이트.
그리고 그런 화이트를 지그시 노려보며, 세레나가 재차 입술을 떼어냈다.
“다음에도 다시 한번, 나랑 대련해.”
“……?”
그 입에서 튀어나온 건, 조금은 의외라고 할 수 있는 한마디였으니.
화이트의 표정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굳이 왜?’라고 묻는 듯한 그의 표정에 한 차례 열이 더 올라오는 것을 느끼는 세레나였으나.
애써 분노를 가라앉히며, 그녀가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그냥. 괜찮잖아, 그 정도는. 너도 기사와의 전투를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해야 할 거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만큼 좋은 상대가 또 있어?”
“흐음…….”
“아니, 뭔가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냥 나는─”
……무어라 설명을 하며 애써 변명을 시도해보려는 그녀의 모습에, 화이트가 한 차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물론 설명에 열중하느라 세레나는 그러한 화이트의 비웃음을 눈치채지 못했으나, 아무튼.
‘……뭐 때문에 나한테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이트가 두어 차례 고개를 까딱거렸다.
‘마냥 방해가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도 그럴 것이, 미래에 최강의 기사가 될 소녀가 아닌가.
지금부터 미리 연줄을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쁜 건 아니었다.
비록 인연을 맺는다는 것 자체가 그 자신의 성향이랑은 맞물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뭐, 어쩌겠나.
지금의 자신은 예전의 그 화이트 클리포트가 아니었다.
적의 마왕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던 그 강대한 마나와, 최강의 마왕이라 불렸던 그 자신의 스승, 아셰라를 상대로 최후의 최후까지 버틴 9서클을 아득히 넘어선 경지도.
지금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었으니.
비록 언젠가는 되찾을 힘이라고는 해도, 적어도 그게 지금 당장 될 문제는 아니었다.
“…….”
한 차례 눈을 감고 고민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는 화이트.
이내, 그의 두 눈이 떠졌을 즈음에는.
그로서도 나름의 다짐을 한 후였으니.
‘세레나 리이칸테르부터 시작해서…….’
화이트가 세레나에게 한 차례 시선을 주었다가, 차분하게 좌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닿는 대상은 제국의 일곱 가문의 후계자들이었으니.
오르카, 조슈아, 율리안, 페르시아, 에이단.
……그리고 마지막으로, 황실의 막내 황녀 크리스까지.
‘뭐. 앞으로의 일에 있어서 도움이 되면 되었지, 방해가 될 만한 인재들은 아니니까.’
픽 웃음을 흘리며 화이트가 그리 생각했고.
“…….”
……이내.
‘……잠깐.’
무언가를 놓친 것만 같은 감각이 화이트를 훑고 지나갔고.
“……크리스?”
그 위화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어제의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황녀 크리스의 존재였으니.
“……화이트.”
눈에 훤히 보이는, 겉으로만 싸늘해 보이게끔 꾸민 표정을 띄운 그녀가 천천히 화이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내 화이트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녀가, 화이트를 한 번 쳐다보고.
“…….”
“……?”
그리고 그다음으로, 그 옆에 자리를 잡은 세레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
으득-
……그녀가 작게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들린 건 과연 착각이었을까.
묘하게 불안한 감각에, 화이트와 세레나가 한 차례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화이트.”
그다음 순간 벌어진 광경은, 화이트와 세레나가 예상했던 전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으니.
잔잔하게 화이트의 이름을 부른 크리스가, 이내.
뚝, 뚝.
“……?!”
천천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
“……잠깐, 크리스?”
그 자신도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눈가를 소매로 닦아내는 크리스의 모습에, 화이트가 흔치 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화, 황녀 저하?”
세레나 역시 심하게 놀라며 두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
“아, 아뇨. 미안해요. 이건……. 그냥.”
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크리스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냥, 어제는 마냥 화가 나고 그랬는데. 그래서 괜히 차갑게 대하고 그랬는데…….”
“……뭐?”
“막상 이렇게, 다시금 화이트를 보게 되니까, 왜인지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이 들어서.”
당황하는 화이트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녀가 아련한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웠다.
툭-
“……잘못했어요, 화이트.”
이내 반쯤 화이트에게 몸을 기대듯이 하며, 그녀가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
당황하다 못해 반쯤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화이트.
“……어, 어어어. 어어?”
그리고 그 옆에서 이어지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묘한 목소리를 흘려대는 세레나.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도 신경 쓰지 않은 채, 크리스가 연신 눈물을 흘려댔다.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화이트.”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이 잔잔한 바람에 따라 살짝 나풀거렸다.
“…….”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화이트의 표정이란,
그야말로 흔하게 볼 수 없는, 진심으로 경악하고 있는 표정이었으니.
“……그, 잠시만─”
일단 떨어지고 얘기하자.
……라고, 애써 당혹스러움을 가라앉히며 화이트가 말을 꺼내려고 했으나.
끼익!
“……!”
……마침 회의실의 대문이 작은 소음과 함께 크게 열린 것은, 그야말로 공교롭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아직까지 내부의 상황을 모르는 시종관이 조용히 중얼거렸고.
“…….”
“…….”
회의실 내부로 들어선 중년의 사내, 황제가 처음으로 보게 된 광경이란.
그 자신의 소중하기 그지없는 막내딸이, 클리포트 가문의 후계자에게 안겨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으니.
“……황제 폐하, 이건.”
화이트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무어라 말을 꺼내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황제가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리며 두 눈빛을 공허하게 번뜩였다.
“시종관, 내 검을 가져오도록.”
황제가 조용하게 그리 명했고.
“예, 폐하.”
시종관은 그저 그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아, 아하하.”
화이트가 허탈한 감정이 담긴 헛웃음을 한 차례 터뜨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던가?
황제에 대한 반역죄로 몰릴 만한, 그런 대죄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짓기라도 했던가?
……그런 기억은 없는데?
“화이트, 화이트…….”
“…….”
그 와중에도 크리스는 그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화이트의 이름을 연신 중얼거릴 뿐이었고.
“…….”
그 광경에 황제의 표정이 더욱 싸늘하게 변한 것은, 그저 화이트의 착각만은 아니리라.
“폐하.”
“…….”
이내 그리 오래지 않아 시종관이 휘황찬란한 검집에 꽂힌 검을 하나 가져왔고.
스릉!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황제가 그 검을 뽑아 들었으니.
“──내 딸을 울리다니, 각오는 되어 있으리라 믿겠다.”
분노한 황제의 목소리가 회의실 내부에 거칠게 울려 퍼졌다.
“……하, 하하하.”
화이트가 허탈함에 이마를 턱 짚었다.
“…….”
그리고, 금방이라도 그 자신에게로 달려들려는 황제와.
“지, 진정하십시오. 폐하!”
“우선은 분노를 가라앉히시고……!”
그런 황제를 막아 세우는 케실 공작, 그리고 리이칸테르 후작을 향해 공허한 시선을 한 차례 날리며.
‘……인생 X발.’
화이트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