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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32화 (33/158)

(EP.32)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권리

“…….”

어딘가 모르게 풀린 표정을 지으며, 화이트가 속으로 지금쯤 제도를 돌아다니고 있을 그 자신의 스승을 떠올렸다.

‘……귀여웠지.’

솔직한 감상을 속으로 중얼거리는 화이트.

그의 얼굴 위로 기뻐 보이는 감정이 떠오르며.

천천히 눈을 감고, 화이트가 어제의 일을 다시금 떠올려 보기 시작했다.

*****

“……그, 그건.”

“…….”

화이트의 직설적인 질문,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집요한 시선에.

결국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아셰라가 얼굴을 살며시 붉히고 말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한 차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화이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셰라.”

“뭐, 뭐요.”

차마 그에 대해 지적하지도 못하고 아셰라가 몸을 움찔거렸다.

이성은 지금이라도 그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제자를 벌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었으나.

어디 세상일이 이성만으로 진행이 되겠는가.

‘으, 으윽…….’

……아니, 대마도사 급 마법사라면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런 상황, 이러한 간질거리는 분위기에는 전혀 면역이 없는 아셰라로서는 당황하지 않고 버텨낼 수가 없었기에.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아셰라가 우물쭈물하며 눈동자를 굴려댔다.

“…….”

“…….”

한 차례, 화이트에게 있어서는 그저 즐겁지만.

아셰라에게 있어서는 두근거리면서도 부끄럽기 그지없는 침묵이 흘렀다.

“……그, 건.”

그리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아셰라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에 화이트가 더욱 눈을 반짝였고, 묘한 부담감을 느낀 아셰라가 재차 몸을 흠칫거렸으나.

어쨌든 꺼낸 말은 끝맺어야 했기에.

그녀가 힘겹게 입술을 떼어냈다.

“……제자님이 그다음을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죠.”

“그랬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화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푸른빛 눈동자 위로는 어느새 묘한 기대감이 서린 채였다.

“…….”

한 차례 말을 끊고는, 화이트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심호흡을 하는 아셰라.

그리고 이내, 그녀가 조금은 차분해진 기색으로 화이트와 시선을 마주했다.

“한 가지, 방법이 없진 않아요.”

“……!”

아셰라가 묘하게 긴장한 듯이, 그러나 분명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고.

그에 화이트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크게 떠졌다.

“……방법, 이라 하시면?”

“…….”

화이트가 조심스레 되물었고, 또다시 의도적으로 말을 멈추는 아셰라.

‘……버릇없는 제자님이라니까요.’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셰라가 차분하게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때라 함은.

“……스승님?”

그녀 자신의 제자가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느끼는 그 타이밍이었으니.

자신을 부르는 제자의 목소리에, 아셰라가 슬며시 짓궂은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알고 싶어요, 화이트?”

“……예.”

어느새 그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이름으로 바뀌었으나,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화이트가 조금은 긴장하는 기색으로 대꾸했고.

“그 방법이라는 거, 엄청 간단해요.”

이제는 완벽하게 침착을 되찾은 태도로, 아셰라가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올렸다.

“…….”

화이트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살짝 눈가를 좁혔고.

“그저, 화이트가.”

이내 아셰라의 입술을 비집고, 화이트가 원하던 대답이 튀어나왔다.

“저와 조금 더 깊은 관계가 되면 될 일이죠.”

그리고, 그 짤막한 한마디에.

“──!”

화이트가 몸을 움찔하며 얼굴을 화악 붉혔다.

“…….”

“…….”

조금 전과는 정반대인 침묵.

이번에는 아셰라가 여유를 되찾았고, 화이트가 몸을 살짝 떨어대는 구도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리 늦지 않게.

“……깊은, 관계인가요.”

어딘가 모르게 심하게 긴장하는 기색으로 화이트가 입을 열었고.

“네에, 물론 지금도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긴 하지만요. 그보다도 조금 더 나아간 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아셰라가 그리 대답하면서 쿡쿡 웃음을 흘렸다.

‘……귀엽기는.’

새삼스레 긴장하면서 말을 떨어대는 그 자신의 제자에게 그런 감상을 품으면서, 말이다.

잠시 한동안 침묵이 내려앉았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아, 밤이 늦었네요.”

“……스승님?”

의도적으로 그리 말하며, 아셰라가 몸을 홱 돌렸다.

그에 화이트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불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제자님.”

“예?”

어느새 다시금 호칭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제서야 지금까지의 묘한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화이트.

‘……어째서 어울리지 않게 이름으로 불렀던 거지?’

무슨 의미인 걸까.

뭐지, 무엇을 뜻하는 거지?

화이트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후후.”

그리고 그런 제자의 속내를 다 짐작한다는 듯한 웃음을 한 차례 흘리고는, 아셰라가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화이트가 있는 쪽과는 반대방향으로.

……굳이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 정도의 경지라면, 손가락을 한 차례 튕기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이 가능할 텐데.

“……자, 잠깐. 스승님!”

“…….”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쉽게 깨달을 수 있는 문제였으나.

적어도 지금의 화이트에게는 그러한 것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왜 부르시나요, 제자님?”

그야말로 기다렸다는 듯이 아셰라가 몸을 살짝 돌렸고.

“…….”

그녀의 유려한 눈웃음에, 한 차례 화이트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러한 화이트의 반응에 아셰라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으니.

“아무 말도 안 할 거라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갈 거라고요?”

“……아.”

아셰라의 짓궂은 목소리에, 화이트가 몸을 움찔하며 입술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

그러한 고민 아닌 고민들이 머릿속을 심각할 정도로 헤집기 시작했으나.

“…….”

당장이라도 떠날 것만 같은 그 자신의 스승의 모습에.

그 푸른빛의 눈동자를 한 차례 아련하게 반짝이며.

“……그, 깊은 관계라는 거 말입니다.”

화이트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서서히 입술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네에~”

“…….”

아셰라가 환한 눈웃음과 함께 대꾸했고, 이내.

“……정확하게 무슨 관계를 뜻하는 건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화이트가 진지하게 표정을 굳히며 그리 말을 꺼내들었고.

“…….”

잠시 침묵하는 아셰라.

“……후후.”

이내 그녀가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한 차례 웃음을 흘렸다.

무어라 대답을 해줘야 할까.

‘……아니, 정확하게는.’

무어라 대답을 해줘야만, 자신의 사랑스러운 제자님이 귀여운 반응을 보여줄까.

서서히, 그녀의 표정 위로 장난스러운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웅-

어느새 꺼내든 완드를 한 차례 유려한 궤적과 함께 흔들며, 아셰라가 마나를 움직였다.

“제자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예?”

“그 ‘한층 깊은 관계’라는 거 말이에요.”

푸른빛을 띠던 마나의 색이, 천천히 다른 색깔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붉은 빛으로.

그러나 천천히 그 붉은색은 옅게 변해갔으니.

어느새, 무척이나 연한 붉은빛을 띠는 마나가 아셰라의 주변을 맴돌기에 이르렀다.

우웅-

“……뭐,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죠.”

그 완드를 다시금 한 차례 잔잔하게 휘두르며.

아셰라가 옅은 미소를 입가에 건 채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깊은 관계. 거기에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

……어느새, 그 연한 붉은 색의 마나가 깜찍한 하트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긴장하는 감각을 느끼게 되는 화이트.

그런 그 자신의 제자를 눈앞에 두고.

“……남녀 간의 깊은 관계.”

“……!”

아셰라가 조금은 부끄러운 기색으로 그리 말을 내뱉었다.

아셰라의 얼굴이 슬며시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건 화이트 역시 다르지 않았다.

“…….”

“…….”

또다시 한 차례 정적.

그러나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은, 묘하게 간질거리는 그런 침묵이었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

이내 아셰라가 애써 태연한 태도를 가장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남녀 간의 깊은 관계라 하면, 하나밖에 없잖아요?”

“……스승님. 그, 말은.”

“……후후.”

화이트가 당황하는 모습을 두 눈에 담으며, 아셰라가 입꼬리를 진하게 끌어올렸다.

‘귀여워라.’

정말이지, 실로 그랬다.

벌써 10대 후반, 이제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갈 시기에 들어선 그녀의 제자.

‘이미 제 작은 키 따위는 일찍이 넘어서서, 어엿한 남자가 된 제자님이지만.’

그럼에도 귀엽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귀엽다’라는 감상에 담겨 있는 감정은, 과연 스승으로서의 감정일까.

……혹은.

“…….”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어딘가 모르게 설레이는 의문에.

아셰라가 다시금 몸을 돌려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제자에게 그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만약, 만약에 말이죠. 제자님.”

“……네, 스승님.”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아셰라가 말을 이어나갔다.

“저와 제자님, 저희가 정말로 그런 관계가 되는 날이 온다면.”

“…….”

“……그때는.”

천천히, 그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그때는, 제자님이 원하던 대로.”

최선을 다해 태연함을 가장하면서, 아셰라가 그렇게 말을 마무리지었다.

“제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권리를 주도록 할게요.”

“──!”

반응은 즉각 돌아왔다.

“스, 스승님?”

화이트가 그 이상이 없을 정도로 당황하며 저도 모르게 그 자신의 스승을 향해 손을 뻗었고.

“……후후.”

그런 제자의 손길을 짓궂은 미소와 함께 일부러 무시하며.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아셰라가 가볍게 완드를 휘둘렀고.

우웅-

한 차례, 마나가 조심스레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파앗!

“……스승님?”

아셰라가 한순간에 그곳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

그리고 이내, 홀로 남게 된 화이트는.

-그저, 화이트가 저와 조금 더 깊은 관계가 되면 될 일이죠.

-남녀 간의 깊은 관계라 하면, 하나밖에 없잖아요?

-저와 제자님, 저희가 정말로 그런 관계가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제자님이 원하던 대로.

-제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권리를 주도록 할게요.

“……하아.”

뇌리를 떠나지 않는, 그 자신의 스승이 내뱉었던 달콤한 말들을 되새기며.

그저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쉴 뿐이었으니.

“…….”

두근, 두근.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심장의 박동 소리와, 붉어진 얼굴에.

“아, 정말. 내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묘한 자괴감을 느끼며, 화이트가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

……서서히, 그리고 고요하게.

화이트의 얼굴 위로 묘한 기대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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