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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26화 (27/158)

(EP.26)대마도사와 대마도사

“아하하~”

그 특유의 실없는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아셰라가 완드를 한 차례 휘둘렀다.

「쉴드」

쩌어어어어어엉!

그 즉시 생성된 방어막에, 노란빛의 뇌전이 가로막히며 사방으로 굉음을 울려 퍼지게 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그저 잔잔한 미소만을 입가에 건 채, 아셰라가 눈꼬리를 휘게 했다.

그녀의 금빛 시선은 어느 한 노인에게로 향하고 있었으니.

“……오해. 그래, 오해란 말인가.”

노인, 황실의 유일한 대마도사 급 마법사.

프리드리히 에드발트가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신의 스태프를 다시금 들어올렸다.

“진심으로 그리 말한다면, 나 역시 진심으로 그게 사실이기를 바라지.”

우웅-

프리드리히의 스태프에 점차 거대한 마나가 집결되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동자가 형형하게 번뜩였다.

“나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대마도사 급 마법사가 은신 마법을 걸고 황궁 내부를 거니는 상황 따위, 나 역시 바라지 않으니.”

“……아하하.”

말을 그렇게 하였으나, 그 눈빛에만큼은 살벌한 살의를 담고 있는 프리드리히의 모습에.

아셰라가 실없는 웃음소리를 다시 한 차례 흘렸다.

……그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오해를 정정해주고 싶었지만.

“흐음…….”

아셰라의 표정이 서서히 미묘하게 변해갔다.

‘마냥 틀린 말은 또 아니란 말이죠.’

그래, 그도 그렇지 않겠나.

실제로 자신이 그와 동급 그 이상의 대마도사 급 마법사인 것도 맞았고, 은신 마법을 걸고 마음대로 황궁 내부를 돌아다녔던 것도 맞다.

……자칫하면 황실에 대한 반역자로 몰릴 수도 있는 행위였으나, 그 행동에는 나름대로의 근거들이 존재했다.

우선, 그녀는 그 자신의 은신 마법이 이리도 간단하게 간파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황실의 대마도사가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게 실책이라면 실책일까.

‘제 은신 마법에 위화감을 느낄지언정, 완벽하게 간파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아셰라의 표정 위로 어딘가 모르게 호전적인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오랜만이네요. 이런 감각도.”

그러나 우선은 한 차례 고개를 털어내는 것으로 아셰라가 감정을 갈무리했다.

새삼스레 호전성에 잡아먹혀 미쳐 날뛰기에는, 그녀가 살아온 세월이 지나치게 길었다.

……그렇지만.

호전성이라는 것이, 또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 않겠나.

“좋아요, 황실의 대마도사.”

“……무슨 말이지?”

아셰라가 옅은 미소를 입가에 걸며 입을 열었고, 그에 프리드리히의 표정 위로 다시금 긴장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비록 소녀의 외견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안에는 과연 어떠한 괴물이 자리를 잡고 있을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 역시 좋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

한 차례, 프리드리히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긴장감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군.’

그의 눈가가 자연스레 가늘게 좁혀졌다.

프리드리히의 연로한 눈동자에 검은 머리칼의 소녀가 온전히 담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이기에.

황실의 유일한 대마도사 급 마법사이자, 현 제국 제일의 마법사인 자신을 이리도 긴장하게끔 만든단 말인가.

‘12마왕 중에서도 그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마왕? 혹은, 아주 옛적에 은거한 대마도사 급 마법사라던가.’

프리드리히의 머릿속에 그 자신이 알고 있는 대마도사 급 마법사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한다 해도 마땅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으니.

그도 그렇지 않겠나.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바로는, 검은 머리칼과 금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의 외견을 하고 있는 대마도사 급 마법사는 없었다.

‘……물론, 마법을 사용한다면 외견을 변형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프리드리히가 얕게 입술을 깨물며 스태프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만약 마법을 사용해 외견을 변형시킨 대마도사 급 마법사였다면, 그 자신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변형 마법이 주력인 대마도사라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아는 한 그런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이러한 상념은 지금 필요 없는가.’

한 차례 고개를 얕게 가로저으며, 프리드리히가 천천히 다시금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흠, 흠흠.”

……그쯤에서, 아셰라가 재차 입술을 떼어내며 말문을 열었다.

“잠깐 정도라면 괜찮겠죠. 상대해줄게요, 대마도사.”

“……그것참 눈물 나게 고맙군.”

“아핫.”

프리드리히가 입매를 비틀며 대놓고 비꼬았고, 그에 아셰라가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

그리고, 직후.

“─우선 하나 말해두자면, 전 황실이나 당신을 적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귀여운 제자님이 걱정돼서 따라온 것뿐.”

우웅!

아셰라의 금빛 눈동자가 선명한 푸른빛을 담아내기 시작했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군. 좀 더 풀어서 설명해 줄 수는 없는 건가.”

사아아아-

프리드리히의 스태프에 청량한 느낌을 주는 마나가 일렁이기에 이르렀으니.

“──.”

「레이 오브 브라이트니스

ray of brightness」

「꿰뚫어 파쇄하는 가시의 창」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아셰라의 광휘와, 프리드리히의 검붉은 빛 창이 중간 지점에서 거칠게 부딪혔다.

*****

“……하, 저 녀석. 대체 무슨 속도야, 저게.”

레이피어를 빼들고 달리며, 세레나가 한 차례 입매를 비틀었다.

그녀의 시선 끝자락에는 어느새 아득히 멀리까지 떨어진 화이트의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그대를 압도적으로 패배시킨 마법사가 아닌가. 그럴 만도 하지 않겠어?”

그에 에이단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으나.

“……압도적?”

“크흠.”

세레나의 살기등등한 시선을 받아내자, 에이단은 자연스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한 박자 늦게 한숨을 내뱉으며, 세레나가 미묘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압도적, 이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반응하고 말았으나, 또 마냥 틀린 말은 아닌가.

그 화이트 클리포트에게, 자신은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지기만 하였으니.

압도적이라 표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짜증나.’

세레나가 한 차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입꼬리만큼은 어째서인지 조금 올라가 있었기에.

과연 그 자신이 정확히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녀 본인은 알고 있을까.

“……하하.”

한 차례, 세레나가 얕은 웃음소리를 흘렸고.

콰앙!

“윽……!”

바로 직후, 그녀가 지면을 거세게 내리찍으며 정면을 향해 쇄도해 나갔다.

“허…….”

그에 에이단이 한 차례 허탈하게 헛웃음을 흘렸다.

……화이트의 속도에 대해 무어라 중얼거리더니만, 그 자신의 속도도 그야말로 흉악하기 그지없다는 걸 과연 그녀는 알고 있을까.

아니, 아마 알고 있었다면 그런 말을 내뱉지는 않았겠지.

에이단의 표정 위로 어처구니가 없는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모르는데,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지. 화이트에게 싸움을 걸 때도 생각했지만, 참 조급한 성격이군.’

……라고 생각하는 그였으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아하하. 재밌을 거 같으니까, 나도 따라가봐야겠는걸?”

“……뭐?”

후욱!

오르카가 그 자신의 육체를 한 줌의 핏물로 바꾸어 재빠르게 허공을 주파하기 시작했고.

“전쟁이 일어나려는 건지, 정말. 황궁 한복판에서 그런 폭발이라니…….”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속도를 한층 더 높여 뛰쳐나가는 율리안 슈나이더.

“다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저도 어서 가봐야겠네요.”

페르시아 레이아 역시 마치 기도를 하듯이 양손을 꼭 모으며 신성력을 운용하기에 이르렀으니.

“…….”

“…….”

이내 둘만 남은 장소에서.

에이단과 조슈아가 한 차례 미묘하기 짝이 없는 시선을 교환했다.

참고로 제국의 막내 황녀인 크리스는 화이트가 뛰쳐나가자마자 바람을 일으켜 따라간 상황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잠시 두 소년 사이에 불편한 정적이 감돌았고.

“……뭐,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라도 빌려줄까?”

“아니다…….”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조슈아의 말에, 에이단이 허탈한 기색으로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괜히 끼어들지 말자.’

에이단이 속으로 짧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그 속도를 오히려 더욱 줄여갔다.

-에이단, 나라의 행정을 담당하는 자는 언제나 신중해야만 한다.

……그 자신의 아버지, 케실 공작의 말을 떠올리며.

“먼저 가라, 조슈아. 나는 천천히 가도록 하지.”

“……뭐, 그래라.”

조슈아가 미묘한 표정으로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직후, 그가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 무언가를 마치 팔찌처럼 손목에 착용하고는.

후욱!

“……!”

깜짝 놀라는 에이단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조슈아가 기계의 힘을 빌려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아.”

……홀로 남은 에이단은, 그저 깊은 한숨만을 푹푹 내쉴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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