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23화 (24/158)

(EP.23)일곱 가문, 그 후계자

“……읏!”

콰앙, 콰과과과광!

시도때도 없이 몰아치는 마나의 폭풍에, 세레나가 한 차례 몸을 뒤로 굴리듯이 물렸다.

어떻게든 틈을 타 한숨을 돌리고자 하는 그녀였으나.

“……!”

후욱-

어느새 화이트의 신형은 전방에서 사라진 채였으니.

“……어디?!”

세레나가 두 눈을 가늘게 좁히며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하자마자.

“여기.”

“……!”

그녀의 뒤편에서 짤막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바로 직후.

쩌어어어엉!

“……아!”

등의 중앙 부근에서 전신으로 퍼지는 뇌전의 기운에, 세레나가 한 차례 두 눈을 부릅떴다.

직후 그녀의 몸이 힘없이 쓰러져 내렸고, 그 뒤편에는 어느새 화이트가 서 있었다.

그야말로 태연하게, 피곤하다는 눈빛으로.

연신 숨을 고르는 세레나와는 다르게, 일말의 지침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이쯤이면 됐지? 세레나 리이칸테르.”

“…….”

꽈악-

조용히 울려 퍼지는 화이트의 목소리에, 세레나가 분하다는 듯이 이를 악물었다.

‘……이 정도의 차이라고?’

그녀의 동공이 점차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현 클리포트 가문의 후계자, 화이트 클리포트는 불세출의 마나를 타고난 마법사라고.

천부적인 마법사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그야말로 마법사가 되기 위한, 마법명가 클리포트에 어울리는 후계자라고.

……그래,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단순히 사교계에서 떠들어대는 소문뿐만 아니라, 그녀는 그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자에게서 그러한 말을 들어 왔기 때문에.

-클리포트 공작 각하의 아들이 벌써 5서클에 올랐다더군. 너도 정진하도록 하여라.

“…….”

생생하게 머릿속을 울리는, 그녀 자신의 아버지, 리이칸테르 후작의 목소리에.

세레나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단순한 한마디, 별다른 의미는 담겨 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한 말에 무언가 의도를 담는 것은, 그 자신의 아버지인 리이칸테르 후작의 방식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저 사랑하는 딸의 의욕을 키워주기 위해 내뱉은 말에 불과했겠지만.

……그렇지만.

‘열등감, 인가.’

이건 열등감일까?

세레나가 속으로 한 차례 의문을 품었다.

나는, 지금 화이트 클리포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나?

아직까지는 고작해야 5서클에 불과한, 마도사 급의 바로 밑에 자리한 자신과 또래의 소년에게.

아무리 자신과의 압도적인 차이를 절감했다지만.

‘이 내가, 열등감을 느낀다고?’

“하하.”

……우습게도,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점점 세레나의 얼굴 위로 짙은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이야, 화이트. 나는 더 할 수 있어.”

어느새 그를 부르는 호칭에서, 가문의 이름이 떨어져 나갔다.

과연 그 사실을 그녀 자신은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저 무의식적으로 그리 부르고 만 것일까.

그도 아니면.

적어도 지금만큼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느끼고 있는 걸까.

“……여기서 더 해보겠다고? 진심으로?”

검을 들고, 다시금 자신을 향해 겨눠오는 세레나의 모습에 화이트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이쯤이면 되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도 그렇지 않겠나.

적어도 겉으로는 5서클에 올랐다고 알려진 자신이기에, 그에 한정된 마법만을 사용했으나.

5서클에게 허용된 마법뿐이라고는 하나, 그 사용자가 한때 대마도사 급에 올랐던 마법사라면.

그 위력도, 응용법도, 마나의 적절한 운용도.

한결 달라지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비록 훗날 제국 최강의 기사가 될 그녀라고는 해도 자신에게 당해내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힘의 차이, 격의 차이는 압도적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알려주었다.

전신에 꽂아넣듯이 하였다고 해도 좋다.

그녀의 의지를 꺾고자, 일부러 그렇게 적극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럴진대.

“…….”

아무래도 그녀는 그리 간단하게 납득하고 넘어가질 못하는 듯했다.

“후우…….”

화이트의 일방적인 마법 폭격에 의해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세레나가 힘겹게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우웅-

다시 한번 그녀의 검에 금빛 오러가 맺히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쯤에서, 화이트는 한 가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이 녀석은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단순한 시비에 불과하지 않았나.

애초에 그 자신의 말이 원인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게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전투에 임할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고작해야 한마디, 비록 그녀로서는 신경에 거슬리는 한마디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정도로 진지하게 검을 휘둘러올 이유는 없을 것이다.

후욱!

“…….”

한 차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금빛 검기에, 화이트가 몸을 살짝 비트는 것으로 가볍게 회피해냈다.

“……아, 정말!”

그에 상당히 열이 받쳤는지, 세레나가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도 눈빛은 점차 의욕적으로 변해가고 있었으니.

그건 무척이나 의아하다고 할 만한 것이었다.

“다시 한번……!”

콰과가가각!

“……흐음.”

우웅-

지면을 갈아가며 날아드는 검기에, 화이트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려 마나를 움직였다.

「쉴드」

콰과광!

가벼운 폭발음과 함께 검기는 방어막에 막혀 힘없이 흩어졌다.

“……하하.”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자신의 공격이 전부 봉쇄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레나의 미소는 짙어져만 갔다.

‘……자존심, 인가?’

그 미소를 담는 화이트의 두 눈동자에 한 차례 이채가 서리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왜인지 모르게 감정이 고조되어 가는 감각이 들었다.

그 자신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화이트는 알고 있었을까.

‘솔직하게 감정을 부딪쳐 오는 건 좋지.’

눈빛을 사납게 번뜩이며, 화이트가 양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이윽고.

툭.

투둑, 투두두두둑.

“……허.”

그의 뒤편에 수도 없이 많은 푸른빛의 구슬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니.

그 하나하나의 구슬에 담겨 있는 파괴적인 마나의 기운에,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가문의 후계자들의 표정이 슬며시 굳어졌다.

……이쯤에서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저렇게 검과 마법을 서로에게 겨누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반쯤 이성을 놓은 자들의 모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렇지 않겠나.

‘……누가 저렇게 싸워대면서, 저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냐고!’

케실 공작가의 후계자, 차기 재상으로 내정된 에이단 케실이 속으로만 소리를 버럭 질렀다.

클리포트의 후계자도, 리이칸테르의 후계자도.

둘 다 얼굴 위로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아무리 봐도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쯤에서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기에 에이단이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며 그리 말을 꺼냈으나.

“뭐, 어때? 흥미진진해서 좋네. 뭔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밤의 지배자라 불리우는 뱀파이어의 핏줄을 이은 밤피르 후작가의 후계자, 붉은 머리칼과 적안의 오르카 밤피르.

“나도 동감. 솔직히 그 클리포트와 리이칸테르의 싸움이라니, 쉽사리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기계공학을 파고드는 괴짜 가문인 하이젠 백작가의 후계자, 조슈아 하이젠.

“리이칸테르 후작 각하나, 클리포트 공작 각하의 싸움이야 불가능한 거라 쳐도, 그 후계자들의 싸움이라면……. 솔직히 흥미가 안 생길 수가 없지.”

제국 끝자락을 지키는 변경백, 슈나이더 백작가의 후계자인 율리안 슈나이더의 말에.

“…….”

에이단의 표정이 한순간에 암울해졌다.

……7대 가문의 후계자들은 다 정신병자들밖에 없는 건가?

지금 네놈들 눈에는 안 보이냐?

저 두 사람이 내뿜는 살벌한 기세가?

아니, 분명 자신보다도 잘 보고 있을 테지.

당연하지 않겠나.

힘에 있어서는 무력한 자신보다야, 그들이 한층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터.

‘그럼에도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나? 이 미친놈들아?’

……그렇게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어지러움에 도저히 말을 꺼내 들 수가 없었다.

“…….”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에이단이 마지막 희망을 담아 시선을 뒤편으로 옮겼다.

“으음, 혹시 저를 보고 계시나요?”

“……그래, 레이아 영애. 그대가 있었지.”

제국의 종교를 지배하는 신성가문, 레이아 가문의 후계자를 향해 에이단이 어딘가 모르게 미묘한 시선을 던졌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지? 지금이라도 저 녀석들을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음, 으으음…….”

에이단의 물음에, 페르시아 레이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음, 그렇네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그녀가, 이내 상큼한 미소와 함께 다시금 입을 열었다.

“뭐, 좋지 않을까요? 당장 저렇게 싸워대는 두 분도 즐거워 보이는데, 저희가 굳이 나서서 말릴 필요가?”

“…….”

마지막 희망마저 에이단을 저버리고 말았고.

자연스레, 에이단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이곳은 미친놈들의 모임인가, 나는 빠져나가고 싶다.’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에이단이 고개를 푹 떨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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