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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5화 (16/158)

(EP.15)도망치면 2배

“그래요, 뭐. 일단 기다려는 주겠는데.”

“예?”

술집을 빠져 나와, 클리포트 가의 저택으로 되돌아가는 길.

아셰라가 그렇게 말문을 떼어냈다.

“기다려주겠다고는 했다지만, 그게 언제까지고 지속될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크흠, 흠.”

조금은 위험하게 번뜩이는 그 자신의 스승의 눈빛에, 화이트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나.

“제 눈 똑바로 봐야죠, 제자님. 네?”

콰악!

“……아, 잠시만. 스승님?”

순간적으로 어깨에 가해지는 강한 압력에, 반강제적으로 끌려가지는 화이트.

어느새 마나의 밧줄에 의해 한쪽 손목이 묶인 채로, 화이트가 떨떠름한 표정을 띄우며 아셰라와 마주했다.

“후후.”

아셰라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무척이나 아름답기 그지없는 미소였으나…….

화이트는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 속에 감춰져 있는, 어딘가 모르게 살벌하고도 가학적인 기색을 말이다.

자연스레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사납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아셰라가 말을 이어나갔다.

“약속대로, 기다려주긴 할 겁니다.”

한 차례 그렇게 말을 멈추고, 그녀가 숨을 골랐다.

그래, 기다려는 주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덧붙이며, 아셰라가 환한 미소를 얼굴 위로 띄웠다.

“그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저도 모르게 살짝 화를 내고 말지도 모른다고요?”

“……스, 스승님.”

“처신 잘할 수 있도록 하세요, 제자님.”

“…….”

고작해야 한 줄기 흘러내리던 식은땀은, 어느새 화이트의 전신을 물들여가고 있었다.

그럴 것까지는 없지 않으냐, 라고 물을 수도 있는 문제일 터지만.

화이트는 그녀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모를 수가 없지 않겠나.

그녀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스승님은 기본적으로 순한 성격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게 꼭 언제까지고 유지될 거라고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자신이 그녀의 신경을 거슬렀을 때, 혹은 그녀의 분노를 이끌어낼 만한 장난을 쳤을 때.

아셰라는 그야말로, 흑의 마왕이라는 이명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왔으니.

포악하고, 위협적이고, 그야말로 자기중심적이기 그지없는.

그런 12마왕의 외부적인 이미지와 아주 똑같은 모습을 말이다.

혹시 아는가.

그녀 자신의 입으로 기다려주겠다고 하였으나, 그게 심할 정도로 길어진다면.

진정으로 참지 못하게 될 날이 올지도.

……그리고, 만약 그러한 상황까지에 이르게 된다면.

아마 자신은.

죽음보다도─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을 안겨드리죠, 제자님.”

“……!”

순간적으로 정면에서 들려온, 막 조금 전까지 그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말에 화이트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하하…….”

“…….”

얕은 웃음소리를 잔잔하게 흘리고 있는 아셰라의 모습에, 화이트가 몸을 한 차례 움찔 떨었다.

그러고는 이내 그녀와의 거리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하는 화이트.

“……뭡니까, 스승님? 독심술이라도 쓰시는 겁니까?”

화이트가 떨떠름한 기색을 잔뜩 담아 그리 물었으나.

“예? 독심술이요?”

정작 돌아오는 것은,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과 함께 날아온 아셰라의 짤막한 대꾸였으니.

“…….”

화이트가 한 차례 이마를 탁 짚었다.

……무슨 질문을 해도 그딴 질문을 한단 말인가.

정녕 이게 한때 대마도사의 경지에 올랐던 지고의 마법사가 맞는 걸까.

몸이 어려졌다고, 진정으로 정신마저 퇴화하고 만 것인가?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

화이트가 조금은 자괴감이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고, 그에 아셰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제자님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그녀가 한 차례 속으로 픽 웃음을 흘렸다.

조금은 어이가 없는 질문이긴 하였으나.

그런 그의 모습마저도 귀엽게 보이는 건, 심하게 콩깍지가 씌인 결과일까.

……뭐, 어찌 되든 좋지 않겠나.

“뭐, 그건 그렇다 치고요.”

아셰라가 옅은 미소와 함께 재차 입을 열었다.

그에 화이트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 올렸고.

“……아.”

그제서야 화이트는 눈치챌 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과 그 자신의 스승이, 클리포트 가의 저택에 도착했다는 것을.

“그럼, 수고하시길. 제자님.”

“……스승님?”

아셰라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입 밖으로 꺼내 들었고, 그에 왜인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화이트가 몸을 한 차례 흠칫거렸다.

……뭘까, 이 정체 모를 감각은.

뭔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듯한─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예?”

화이트가 채 생각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아셰라가 다시금 입을 열어왔다.

그녀가 조금은 짓궂은 표정을 얼굴 위로 띄운 채,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가주께서는 분명, 제자님께 무척이나 화가 나 계실 테니까.”

……그래, 무척이나 느긋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으나.

“─아.”

그런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는, 화이트로 하여금 한순간에 정신을 번쩍 차리게끔 만들 정도였으니.

‘……맞다.’

화이트가 서서히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지금의 짧은 여행길이 어쩌다가 시작되었는가.

복수심에 불타올라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지금 자신의 신분은 클리포트 공작가의 평범한 공자이자, 후계자.

그런 자신이, 아직까지는 가문과 가주에게 순종해야 할 자신이.

무려 장장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그것도 무단으로 저택을 비웠다.

“…….”

……그 자신의 아버지, 테이칸 클리포트가 분노하는 모습이 화이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화이트가 매우 심각한 기색으로 재빠르게 두뇌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만 이 상황을, 무사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화이트가 그러한 고민을 시작했고.

……잘못을 한 것에 있어서 사죄를 빌 생각을 하지 않고, 상황을 모면할 생각만을 하는 시점에서 무언가가 심히 잘못된 것 같긴 하였으나.

아무튼.

‘……그래, 일단은.’

끝내 화이트가 결론을 내렸다.

결정을 내린 순간, 행동은 무척이나 재빨랐다.

“텔레포트!”

화이트가 급하게 짤막한 주문을 외웠으나.

“네~ 안티 텔레포트~”

쩌엉!

“……!”

아셰라가 장난스런 표정을 띄운 채 그런 화이트의 시도를 초장부터 봉쇄했다.

“스승님……!”

화이트가 당황한 기색으로 아셰라를 돌아보았으나.

“뭐, 어쩌라고요?”

아셰라는 평범하게 당당하기 그지없었으니.

그도 그렇지 않겠나.

적어도 겉으로는, 옳은 행동을 한 것은 그녀의 쪽이었기에.

아셰라가 피식 웃음을 내뱉으며 눈을 흘겼다.

“도망치다가 걸리면 두 배로 혼난다고요?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래요?”

“…….”

아셰라의 말에 화이트는 그 무슨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래, 그야말로 그저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도망치다가 걸리면 죽어요?

-어? 도망쳤네요? 맞아야죠, 그럼.

“…….”

그도 그럴 것이.

도망친 자에게 배의 처벌을.

그러한 사고방식은, 그러한 보복 방식은.

……당장 그런 말을 내뱉은 그녀 자신이 자주 하던 짓이었기에.

“……이런, X발.”

화이트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바로 직후.

쩌어어어어어어어엉!

“……!”

클리포트 가문의 저택, 그 내부에서부터.

거대한 마나의 폭발이 터져 나왔으니.

“화이트 클리포트──!”

그와 동시에, 아주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졌다.

“……아, 망했다.”

화이트가 그저 안쓰럽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고.

“아하하, 그럼. 수고하세요? 제자님!”

아셰라는 그저 그냥 흘러가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재밌기 그지없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입가에 걸 뿐이었다.

“감히! 아무런 말도 없이! 이 중요한 시기에! 저택을 빠져나가서, 일주일을 자리를 비워!”

쿵, 쿵, 쿵!

“네가 그러고도 클리포트의 후계자냐! 나의 아들이 맞느냐!”

저택에서부터 거대한 육체를 가진 사내가 쿵쿵거리며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내의 정체는 다름 아닌, 클리포트 가문의 가주이자.

화이트의 아버지인 테이칸 클리포트 공작이었으니.

“……또 텔레포트를 시도하면, 스승님께서는 다시 막으실 생각입니까?”

화이트가 심란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툭 내뱉었고.

“아하하, 어떻게 할까요~”

아셰라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동시에 환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 번쯤은 빠져나가게 해줘도 좋겠지만, 으음…….”

그녀가 고민하는 기색으로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에 한 차례 화이트가 기대감을 품었으나.

……이내 화이트는.

‘……이런, 씨─’

그녀의 표정에 서린, 무척이나 작위적인 태도를 눈치챌 수 있었으니.

“……후후.”

이윽고 아셰라가 짓궂은 미소와 함께 재차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저도 제자님께 나름대로 화가 나긴 했으니까!”

“……스승님?”

“그럼, 수고하세요? 힘내요!”

“스승─”

묘하게 불길한 그녀의 말에, 화이트가 그녀를 붙잡고자 했으나.

파앗!

“…….”

한마디의 시동어도 없이 시전된 텔레포트에, 화이트는 그저 황망하게 내뻗은 손을 떨어댈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마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기색으로, 한 차례 화이트가 중얼거렸고.

“…….”

이내 완벽하게 말렸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화이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스승, 아니. 아셰라……!”

원망을 담아 화이트가 소리를 내질렀으나.

돌아오는 대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하.”

그렇기에, 그저 한 차례 분노가 담긴 웃음을 흘리며.

‘……다음에 만나면 머리에 뇌전을 꽂아버린다, 그 꼬맹이.’

화이트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속으로만.

“…….”

아무리 그래도 겉으로 ‘꼬맹이’라는 말을 내뱉었다가, 혹여나 근처에 남아있을 그 자신의 스승에게 걸렸을 경우의 후폭풍을 감당하기는 두려웠으니.

“하아…….”

그저 얕게 한숨만을 내쉬는 화이트.

“화이트, 네 이놈─!”

그리고 이내.

쿠과과과과과광!

8서클, 대마도사 급의 경지에 오른 테이칸 클리포트의 분노가 물리적인 형태로 변해 화이트에게로 떨구어져 내렸다.

‘……인생, X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는 그 자신의 부친의 분노에, 화이트가 허탈하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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