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3화 (14/158)

(EP.13)첫 포옹

“……!”

휘익!

그야말로 순간적으로 확 정신을 차린 듯이.

급하게 눈을 뜨며, 화이트가 그 손날에 푸른빛을 담아 거세게 휘둘렀다.

카앙!

“……제자님?”

그러나 그 살벌한 공격은, 아셰라의 검지 손가락에 의해 가로막혔으니.

그녀가 내민 검지 손가락에는 청아한 푸른빛의 마나가 담겨 있었다.

“……아셰라?”

흐릿한 시야에 담기기 시작하는 아셰라의 모습에, 그제서야 화이트가 살벌한 기색을 지워냈다.

그러고는, 바로 직후.

“……아셰라!”

“으앗!”

아셰라를 향해 확 달려들어 그녀를 꽈악 끌어안았다.

그런 갑작스런 화이트의 접촉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나.

“하, 하아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셰라가 당혹스러움에 양 뺨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뭐지?

지금 제자님이, 나를 안은 건가?

이 나를?

제자님이?

“제, 제자님? 이게 무슨.”

최대한 침착함을 담아 아셰라가 중얼거리듯이 물었으나.

“……아아, 아셰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화이트는 그저 멍하니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눈을 물기로 젖게 만들 뿐이었다.

“……제자님.”

그쯤에서,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었을까.

아셰라가 어딘가 걱정스런 기색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스승님! 이거 봐요, 제가 만든 고유 마법이에요!

“…….”

그녀가 떠올리고 있는 것은, 언젠가의 소년이 자신을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그런 말을 꺼내던 시절이었으니.

‘……그랬던 화이트가, 어쩌다가 이렇게.’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아셰라의 표정이 조금은 침울한 기색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셰라, 아셰라…….”

“…….”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광경을 목격하고 온 걸까.

어느 시점부터 달라진 그녀 자신의 제자의 모습을, 그녀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말해줄 수는 없는 걸까.

‘조금이라도, 그 걱정을 제가 덜어줄 수는 없는 걸까요? 제자님.’

아셰라의 눈동자가 슬며시 우울한 빛을 띠기 시작했으나.

“아셰라…….”

“……후후.”

……그건 그거고.

“제자님.”

아셰라가 환한 미소를 그 얼굴 위로 띄웠다.

그건 그야말로, 미의 여신이 강림하기라도 한 듯한 미소였으나.

“……아셰─”

그런 아셰라를 향해, 화이트가 고개를 들어 올리려는.

바로 그때.

쩌어어어엉!

“……!”

청아한 푸른빛의 번개가 화이트를 향해 정확히 내리꽂혔다.

“……어딜 하늘 같은 스승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나요. 처맞고 싶은 걸까요?”

아셰라가 조금은 살벌한 미소와 함께 그리 말을 내뱉었고.

“죄, 죄송합니다. 아셰─”

그에 화이트가 무의식적으로 사죄를 입에 담으려 했으나.

쏴아아아아아!

“…….”

이번에 그를 향해 덮쳐든 건 거대한 물의 폭포였다.

그것도 얼어붙을 것만 같은, 차갑기 그지없는 폭포였으니.

한순간에 물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이 된 화이트가, 어딘가 떨떠름한 기색으로 말을 정정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옳지, 그래야죠.”

그제서야 아셰라의 표정 위로 진심이 담긴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

“…….”

잠시 묘하게 불편하고, 또 애매한 듯한 정적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화이트는 그저 설명하기 곤란한 일들에 대해 떠올리며 조금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금색의 마왕을 흘겨보았고.

‘……안, 안았었죠. 진짜로 꼬옥.’

아셰라가 속으로 떠올리고 있는 생각은, 그 결이 한층 달랐으니.

-……아셰라!

“……음, 으음.”

그야말로 환한 미소를 띠고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화이트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화악!

아셰라가 슬며시 그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목덜미까지 빨개진 상태로, 아셰라의 두 눈동자가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자님은, 설마 저를……?’

“……아, 으앗.”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가능성에, 아셰라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런 그녀의 손가락 사이의 틈새로 보이는 얼굴은.

그야말로 홍당무와도 같이 붉어져 있다는 부분이었으니.

‘……저, 저는 어떻게 해야.’

아셰라가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려댔다.

“…….”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 불편한 침묵을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

아셰라가 눈동자만 슬며시 굴려 화이트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래도 자신의 제자님은 먼저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럼 어쩌겠나.

무슨 말이라도 꺼내서,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풀어봐야 하는 건.

자신의 역할이 되리라.

“……제자님─”

그렇기에, 아셰라가 입을 열어 대충 아무 말이나 내뱉어 보려는데.

“저쪽이다! 저쪽에서 마나의 흔적이 끊어졌어!”

“……!”

어느 남성의 중후한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 건 그쯤이었다.

화이트와 아셰라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스승님.”

“……네.”

화이트의 부름에 아셰라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순간에 그 표정에서 동요의 감정을 지워냈다.

다 큰 제자가 자신을 꼬옥 안아온 것은 분명 놀랄 만한 일이었으나.

그 정도 감정의 동요는, 아셰라에게 있어서 차단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간단할 정도.

그 정도의 감정 조절조차 불가능했다면, 그녀가 지고의 경지에 오르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후우.”

아셰라가 표정을 진중하게 바꾸어 내며, 재빠르게 화이트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곧바로 몇 가지의 마법을 외기 시작하였으니.

「사일런트silent」

「하이드hide」

우웅-

두 가지의 마법에 따라, 아셰라와 화이트의 주변에서 소리라 할 만한 것이 그 모습을 감추었고.

사아아-

동시에 두 사람의 형태가 서서히 흐릿하게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로 직후.

“……이건!”

고급스러운 정복을 차려입은 몇 명의 마법사가 화이트와 아셰라의 근처로 도착하였으니.

당연하게도 두 사람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하는 그들이었으나.

“…….”

단 한 명, 아셰라가 펼친 은신 마법에 해당되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아차!’

아셰라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떠올리고는 표정을 굳혔다.

“…….”

화이트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한쪽 방향으로 돌렸다.

……어느새 숨이 끊어진 채 쓰러져 있는 금색의 마왕의 모습이 화이트의 두 눈동자에 담겼다.

“틀림없습니다. 금의 마왕, 그 본인입니다.”

“……죽었다고?”

클리포트 가의 문양을 의상 왼쪽 가슴 부근에 새기고 있는 한 중년의 사내가 무척이나 당황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그 금의 마왕이, 대체 누구에게……?”

사내의 표정이 심각한 기색으로 가라앉았다.

이건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금색 마탑에서 마나의 폭주가 감지되었기에, 급하게 파견 나온 것이었으나.

정작 마주한 광경이 금색의 마왕의 죽음이라면.

……알려질 경우, 최소 대륙이 뒤집힐 사안이었다.

“…….”

“……어떻게 할까요, 단장님.”

“잠시, 기다려봐.”

부하의 조심스런 질문에, 단장이 입술을 얕게 깨물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건 자신.

클리포트 가문의 제2 마법사단 단장인 자신의 유일한 상급자인 테이칸 클리포트 공작이 이 자리에 없는 이상, 오롯이 자신의 자체적인 판단만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리라.

“…….”

단장의 뺨을 타고 한 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온갖 상념과 잡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었고, 그만큼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클리포트 가문의 마법사단 단장으로써, 수도 없이 많은 심각한 사안들을 처리해 온 그였으나.

그 ‘12마왕’의 일좌를 차지한 마왕 한 명의 죽음은, 그러한 것들과 비교한다 하더라도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압도적으로 내리찍고도 남으리라.

“……죽은 게 확실한가?”

도저히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었기에, 단장은 우선 그리 말문을 열었다.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조심스레 쓰러진 금색의 마왕에게 다가갔다.

“…….”

사방에 긴장감이 넘치는 침묵이 내려앉았고.

“단장님, 이건…….”

이내, 부하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죽은 게 확실합니다. 심장의 박동도, 뇌의 활동도 아예 정지한 상태입니다.”

“……!”

단장의 두 눈이 그 이상 없을 정도로 크게 떠졌다.

……진짜로 죽었단 말인가?

그 금(金)의 마왕이, 대체 누구에게?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단장이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입을 꾹 다물었고.

“──.”

그쯤, 한 차례 부자연스러운 바람이 작게 일었으나.

금색의 마왕이 시체에 집중하고 있던 단장은, 한 끗 차이로 그러한 부자연스러운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

“…….”

그저 입을 일자로 다문 채로, 화이트와 아셰라가 재빠르게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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