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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11화 (12/158)

(EP.11)다시금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도 동의했었잖아, 나의 스승님을 타락시키는 일에 대해서.”

쿵!

거칠게 발을 내지르며 화이트가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커헉!”

금색의 마왕이 한 차례 또다시 신음을 내뱉으며 두 눈동자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지금 이놈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스승?

타락?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눈빛에는 그러한 속내가 뻔히 드러나고 있었으나.

지금의 화이트에게는 그런 것 따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퍽!

다리를 공중에서 꺾으며 화이트가 금색의 마왕의 관자놀이를 쎄게 후렸다.

콰가가가가각!

그 단순한 발길질에 금색의 마왕은 지면을 거칠게 긁으며 옆으로 튕겨 나갔고.

아직 일방적인 폭력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발을 내지르고, 주먹으로 턱을 올려치고.

어떨 때는 창을 사용하고, 또 어떨 때는 마나로 만들어낸 화살로 온몸을 찔리게끔 하며.

화이트는 그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해 금색의 마왕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페인 오더pain order」

우웅-

급기야는 고통의 술식마저 금색의 마왕의 전신에 새겨넣기까지 하는 화이트.

“…….”

금색의 마왕은 이제 더 이상 일말의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는 상태였다.

“……반쯤 정신을 잃었나.”

그런 금색의 마왕의 모습을 한 차례 살피며, 화이트가 작게 혀를 찼다.

이러한 형태의 기절이라면, 치유 마법인 리커버리로는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다.

아예 정신에 간섭하는 마법을 사용해야만 그를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을 터.

시간이 넘쳐났다면, 화이트는 분명 그리 하였겠으나.

“…….”

화이트의 그 푸른 눈동자가 한 차례 의미심장한 기색으로 번뜩였다.

……자신에게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곧 이변을 눈치챈 마탑의 생존자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올 것이고.

어쩌면 제국 황실의 마법사들, 혹은 자신의 가문인 클리포트의 마법사들이 먼저 도착할지도 모른다.

……금색의 마왕과의 전투 중에 사방으로 퍼뜨려져 나간 마나를 눈치채지 못할 그들이 아닐 터.

“…….”

그리고, 한 가지 더.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한 차례.

화이트의 뇌리에 검은 머리칼의 소녀가 스치고 지나갔고.

후욱!

바로 직후, 화이트의 표정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으니.

우우웅…….

그의 의지가 하나로 합일됨과 동시에, 그의 청아한 마나 역시 그에 따라 공명하기 시작했다.

화이트의 오른손에 들린 푸른빛의 창에 마나가 서서히 실리고 있었다.

‘……이보다 더한 고통, 수십, 수백 배의 고통을 안겨주어도 모자라지만.’

화이트의 살벌한 눈빛이, 이미 정신을 잃은 금색의 마왕에게로 내려꽂혔다.

“…….”

어쩔 수 없다.

아직까지 자신은 어렸고, 성장 중인 상태.

사실상 금색의 마왕을 이리도 간단히 제압하는 게 가능했던 것도, 그의 방심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였다.

그렇기에, 더 이상은 어떠한 이변이 생겼을 경우 자신으로서는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남은 마나의 양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보아도 그렇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끝을 보아야만 했다.

“─그렇게 되었으니, 이만 죽어라. 금의 마왕.”

“…….”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신을 잃고 기절한 자는 입을 열 수가 없으니.

괘념치 않고, 화이트가 서서히 푸른 궤적을 남기며 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툭, 투둑.

그의 창에 살벌하고도 강렬한 기세가 서리기 시작하면서.

투두두두두둑.

이윽고, 음속을 돌파한 속도로.

화이트가 금색의 마왕을 향해 정확하게 그 자신의 창을 내질렀고.

당연하게도 그 심장을 꿰뚫어 완벽하게 금색의 마왕의 목숨을 끊을 것이 분명했던, 그 창의 일격은.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개입에 의해 가로막혔으니.

쾅!

“……!”

갑작스레 정면에 나타난 푸른빛의 방어막에, 화이트가 몸을 흠칫하며 고개를 뒤로 홱 돌렸다.

“…….”

그의 시야에 한 소녀가 들어왔고.

천천히, 아주 서서히.

조심스럽게, 화이트의 두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에 담긴 소녀의 정체란, 다름 아닌.

“……스승님?”

분명 금의 마왕의 속내를 캐내기 위해 금색 마탑의 지하로 향했던, 화이트의 스승.

아셰라였으니.

“……제자님.”

소녀, 아셰라가 두 눈을 차갑게 가라앉힌 채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았다.

이윽고 그녀의 두 시선이 온전하게 화이트에게로 향했고.

“……읏.”

어째서인지 냉랭한 기색이 느껴지는 아셰라의 차가운 시선에, 화이트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고 말았다.

화이트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변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겁니까?

그런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을, 어째서 제게 향하게끔 하냐는 말입니다.

화이트가 혼란에 빠졌으며, 그와 동시에.

“……허억.”

화이트는 어째서인지 모르게, 그 자신의 심장이 섬짓하게 저려오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이, 게. 무슨?’

……그리고, 동시에.

그 고통에 화이트가 의아함을 느끼고 두뇌를 굴려보기도 전에.

“……제자님, 이건.”

“…….”

아셰라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시선이 한 차례, 화이트를 스쳐 지나가면서.

이윽고 쓰러진 채 전신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금색의 마왕에게로 향했다.

“…….”

그녀의 두 눈동자가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가라앉았다.

‘……분명한 금의 마왕, 그 본인이 틀림없군요.’

잘못 봤을 가능성이 잠시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긴 하였으나.

그 가능성은 금세 그녀 자신에 의해 부정되고 말았다.

비록 반쯤 연을 끊은 상태라고는 하나, 같은 12마왕에 속해 있는 자였으니.

‘……제가 그들의 얼굴을 잊어버릴 리는 없죠.’

아셰라가 얕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지금 저기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사내는 분명한 금색의 마왕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건 자연스레, 한 가지 의문이 파생되게끔 하였으니.

“…….”

아셰라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조심스럽게 화이트에게로 되돌아갔다.

“제자님.”

“…….”

아셰라의 부름에도 대답하지 않는 화이트.

그에 한 차례 아셰라의 눈썹이 불쾌한 기색으로 까딱거렸다.

“제자님!”

“……!”

두 번째 부름에서야 드디어 화이트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허억, 허억…….”

그야말로, 고통에 잠긴 듯한 신음성과 함께.

그러나 그러한 화이트의 묘한 상태를 눈치채지 못한 채.

“설명해야 할 겁니다, 제자님. 아니, 화이트.”

저벅, 저벅-

아셰라가 천천히 화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가 금색 마탑의 지하로 파고드는 동안, 마탑의 마법사들을 상대하고 있기로 약속했잖아요. 화이트.”

아셰라의 표정이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일그러졌고, 동시에 그녀가 이를 얕게 악물었다.

그녀의 얼굴 위로 서서히 분노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금색의 마왕이 이러한 상태가 되었는지. 어떤 방식을 사용했길래, 그 금의 마왕을 이런 상태로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는지.”

아셰라의 목소리가 점차 격해지기 시작했다.

“제게 설명해야 할 겁니다, 화이─”

언성을 높이며, 그녀가 고개를 팍 치켜들고는 화이트와 그 시선을 맞추고자 했다.

“……!”

……아니, 시선을 맞추며 말을 끝맺으려 했으나.

“……화이트?”

“…….”

끝내 그녀의 말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헉, 허억.”

한 차례 화이트의 몸이 비틀거렸다.

그야말로 금방이라도 지면에 그 몸을 눕힐 것만 같은 모습.

“……화이트.”

그제서야 그 상태를 온전하게 인지하게 된 걸까.

아셰라가 표정을 심각하게 굳히고 팔을 파르르 떨어댔다.

“……큭, 헉.”

그때까지도, 화이트는 그저 몸을 비틀거리며 연신 신음성을 흘릴 뿐이었으니.

“……화이트, 아니, 제자님!”

그제야 아셰라가 표정을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일그러뜨리며 화이트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

-제…….

-님……!

그리고, 그런 아셰라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받아야 할 화이트는.

그저 머릿속으로 얕게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결국은, 끝내.

“……허억.”

털썩!

마지막으로 얕은 신음성을 내뱉으며, 쓰러지기에 이르렀다.

“……!”

화이트의 그 육체가 힘없이 정면으로 쓰러지자, 그 바로 직후.

“……제, 제자님!”

아셰라의 눈가가 물기로 젖기 시작했다.

“…….”

그리고.

‘……꿈, 일까.’

아셰라가 눈물을 한 방울 흘리는 모습을 흐릿한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꿈이라도.’

화이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꿈이라 하더라도.”

“제자님……?”

……아니, 그 자신은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어느새 화이트의 입술이 슬며시 떼어지며, 그 사이를 비집고 힘 빠진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셰라의 표정이 자연스레 굳어졌다.

그러나, 그러한 그녀의 표정을 더 이상은 보지 못한 채로.

“당신의.”

화이트가 천천히 감기기 시작하는, 무거운 눈꺼풀의 감각을 느끼며.

“당신의 그러한 모습을 다시금 보게 돼서, 볼 수 있게 되어서.”

화이트가 아련한 목소리로 말을 끝맺었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아셰라. 나의 스승님.”

“……!”

그 목소리에 담긴 심상치 않은 감정들의 향연에, 아셰라의 두 눈에 혼란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어째서?

‘어째서, 제자님은.’

그러한 목소리로.

……그러한 말을 내뱉는 건가요?

“……제, 제자님─”

아셰라가 애써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무어라 말을 꺼내고자 했으나.

툭.

그러한 그녀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화이트의 고개는 이내 힘없이 떨구어졌고.

“……제자님!”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불필요한 상념을 재빠르게 지워내며.

아셰라가 일그러진 표정을 띄우며 쓰러진 화이트를 향해 손길을 뻗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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