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네 정체는 대체 뭐지?
“─죽어라.”
콰아아아아아!
금빛의 넝쿨에 묶여 있는 화이트를 향해, 금색의 마왕이 거대한 마나가 담긴 주먹을 내질렀다.
파공음이 한 차례 터져 나오며 그 강대한 주먹은 화이트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 들어갔고.
“…….”
넝쿨에 묶인 채 움직이지 못하는 화이트는, 그러한 금색의 마왕의 주먹을 피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그 주먹에, 마치 언젠가의 여인처럼 그 머리통이 터뜨려질 터.
‘분명 그럴 테지.’
……라고.
금색의 마왕은 생각했고.
그 예상은, 무척이나 보기 좋게 빗겨나갔다.
파앙!
“……!”
어느새 넝쿨을 풀고 나온 화이트가, 푸른빛의 마나를 전신에 새겨넣으며 금색의 마왕이 내지른 주먹을 측면으로 회피해냈다.
“……이 무슨!”
금색의 마왕의 표정 위로 경악의 빛이 서렸다.
주먹을 피해서 경악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 이전의, 그 자신의 고유 마법인 ‘금빛의 넝쿨’을 풀고 나왔다는 부분에서 금색의 마왕은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건 그야말로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고.
자연스레, 그러한 충격은 금색의 마왕으로 하여금 잠시간 몸을 굳히게끔 하였으니.
“틈을 보였구나.”
화이트는 그러한 틈을 그저 허망하게 놓칠 정도로 미숙하지 않았다.
꽈악-
화이트가 그 자신의 오른손에 강렬한 푸른빛을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직후.
마치 조금 전의 금색의 마왕이 보인 모습과 비슷한 형태로.
후욱─!
화이트가 그 자신의 주먹을 있는 힘껏 내질렀고.
“──있을 수 없다!”
이번만큼은 허무하게 당해줄 수 없다는 듯, 금색의 마왕이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다시금 마나를 끌어 올렸다.
콰아아아아앙!
금색의 마왕과 화이트의 마나가 중간 지점에서 거칠게 부딪히며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쿠구궁!
“……!”
“크아아아!”
그 여파로 마탑의 또 다른 벽면이 처참하게 깨부숴지며.
우웅!
두 마법사가 각각 스스로의 몸을 마나로 지킨 채 마탑 외부로 튕겨 나갔다.
*****
“큭, 크아아악!”
“으아, 으아악! 내 팔, 내 팔이!”
“아아악!”
……금색 마탑의 외부.
쿵, 쿠구궁!
쿠과과과과광!
그 자신들의 본거지인 금색 마탑이 실시간으로 무참하게 파괴되어 가는 광경을 오롯이 두 눈에 담으며.
금색 마탑의 마법사들이 각자의 얼굴 위로 허망한 빛을 띄웠다.
“……아, 아아.”
어느 한 마법사는 그저 절망에 젖은 표정으로 얕은 침음만을 흘렸고.
“마, 마왕께서는. 마왕께서는 어디 계시지?!”
또 다른 마법사는 반쯤 이성을 놓은 기색으로 금색의 마왕만을 찾아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연신 찾아대는 금색의 마왕은, 현재.
콰아아아아아!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
경악에 찬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며, 금색 마탑 근방의 상공에서 마법을 연속적으로 난사하고 있었으니.
그 하나하나의 마법에는 한 마을을 전멸시킬 정도의 거대한 마나가 담겨 있었으나.
그러한 마법의 폭격들은 하나같이.
우웅, 우우웅-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어, 금색의 마왕.”
화이트가 펼쳐낸 푸른빛 방어막에 의해 허무하게 그 힘을 잃어갈 뿐이었다.
한 차례 입꼬리를 작게 끌어 올리며, 화이트가 잔잔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 들었다.
“뭐, 경악하는 심정도 이해는 한다. 네 마법을 이토록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으니…….”
“…….”
화이트가 대충 납득한다는 기색으로 그리 중얼거렸으나.
“……다.”
“뭐?”
정작 돌아온 것은.
“……그게 아니란 말이다!”
금색의 마왕의 포효와, 또 다른 마법진의 전개였다.
웅, 우우우우웅!
“어떻게 내 ‘금빛의 넝쿨’에서 빠져 나왔지?! 그것도 그리 오래지 않아서!”
그 자신의 뒤편에 수십 개의 마법진을 떠올리게 하면서, 금색의 마왕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런 일 따위, 나와 같은 12마왕 중에서도 할 수 있는 자가 몇 없을 텐데!”
우웅-
한 차례, 그의 뒤편에 생성된 마법진들이 동일한 시점에 공명하였다.
그리고 바로 직후, 그 마법진들에서 수천 개의 금빛 화살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오!
“……하하.”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화살들을, 화이트는 그저 고요한 눈동자로 직시했다.
수천 개의 화살들이 살벌한 빛을 띠고 자신에게 날아들고 있었으나, 화이트는 그저 태연자약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그건, 그래.
이번에야말로, 분명하고도 근거가 있는 자신감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안타깝지만, 금의 마왕.”
사아아아아-
그 양손을 유려한 움직임으로 한 차례 휘저으며.
화이트가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 말문을 열었다.
“……내 스승님이나 다른 12마왕에 비하면, 너는 한참 모자라. 네 자체도, 네 고유 마법도. 전부 말이지.”
화이트가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그리고 바로 직후.
번쩍!
그 찬란한 벽안에 태양빛을 담아내며, 화이트가 양손을 일순간에 펼쳐 하나의 마법을 전개했다.
화이트 클리포트 - 고유 마법
『푸른빛의 파도』
콰아아아아아아아!
화이트의 양손에서부터, 그야말로 강렬하기 짝이 없는 마나가 터져 나왔고.
선명한 청색을 띠는 마법진과 함께, 화이트의 정면에 거대한 파도가 생성되기에 이르렀다.
“──.”
……그 거대하고도 푸른 파도를 두 눈에 담아내는 금색의 마왕.
“……있을 수 없다.”
조금 전부터 계속해서 내뱉었던 말을 다시금 중얼거리며.
“있을 수 없단 말이다……!”
그가 경악에 찬 표정으로 거친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
……그러나, 그런 금색의 마왕의 발악에도 불구하고.
화이트가 만들어낸 ‘푸른빛의 파도’는, 그 금빛 화살들을 전부 집어삼키며.
끝내는, 그 화살을 쏘아 보낸 금색의 마왕마저.
그야말로 허무하기 그지없게.
깔끔하게 쓸어버리기에 이르렀다.
*****
투둑, 투두둑.
쏴아아아-
자연스러운 빗줄기라고는 보기 힘든, 푸른빛을 띠는 빗줄기가 상공에서부터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그리고.
금색 마탑에서부터 그리 떨어지지 않은 어느 한 평원.
그곳에서, 한 사내와 소년이 서로를 지그시 직시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평범한 공작가의 후계자와, 12마왕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금의 마왕이었다.
과연 그들이 어떠한 경위로 만나게 된 걸까,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단둘이 마주하게 되었는가.
포악하기로 유명한 그 금색 마탑의 주인은, 도대체 공작가의 어린 소년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인 것일까.
아마 누군가가 그들이 서로를 마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필시 그런 생각을 품었겠지.
“…….”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보았더라면.
그러한 얕은 생각 따위는 일절 품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하지 않겠나.
공작가의 후계자와 금색 마탑의 주인.
그 누가 생각하더라도 힘의 격차가 압도적일 터인 두 존재는, 지금 현재.
그 힘의 격차가 역전된 채로, 역전되어버린 구도로.
서로를 향해 반전된 감정이 담긴 눈동자를 향하게끔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너는 누구지?”
“…….”
무기질적인 눈빛을 한 차례 힘없이 빛내며, 금색의 마왕이 허탈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었다.
놀랍게도, 그러한 금색의 마왕의 목소리에는.
명확한 ‘두려움’의 감정이 서려 있었으니.
그건 그 누구라 해도 쉽게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대마법사, 그중에서도 최흉이라 불리우는 12마왕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금색의 마왕.
포악하기 그지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그가,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마법에 갓 초입한 1서클 마법사라 할지라도 그러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면, 코웃음을 치며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손을 내저으리라.
……그렇지만.
지금 현재, 금색 마탑 근처의 평원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명확한 현실이었으니.
그것만큼은 화이트도, 금색의 마왕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금색의 마왕이 힘빠진 기색으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 전신에서 붉은 피를 철철 흘려가면서 말이다.
……또다시 한번, 그 누구라 할지라도 쉽사리 믿지 못할 현실을 하나 얘기해보자면.
그건 금색의 마왕이,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죽음을 분명하게 예감하고 있을 터인 금색의 마왕은 오히려 역으로 태연하기 그지없었으니.
그저 목소리에 얕은 두려움만을 담으며, 금색의 마왕이 떨리는 눈동자를 화이트에게로 향하게 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소년이여.”
“…….”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오연한 시선으로 그 자신을 내려다보는 화이트를 마주 보고는.
“……너는.”
금색의 마왕이, 경외의 감정이 서린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었다.
“네 정체는, 대체 뭐지?”
“…….”
화이트의 표정에, 어딘가 모르게 싸늘한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