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8화 (9/158)

(EP.8)하찮은 놈

“……흡!”

대화는 없었다.

그저 짤막한 기합 소리와 함께, 금색의 마왕이 양손에 맺혀 있던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한 차례 마나가 거친 울음소리를 토해냈고, 그 바로 직후.

콰아아아아아악!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굉음과 함께, 화이트를 향해 금빛 파도가 덮쳐들어 왔다.

“──.”

금방이라도 그 자신을 휩쓸어 순식간에 그 존재 자체를 소멸시킬 것만 같은 금빛 파도를 앞두고.

화이트가 처음 보인 표정은, 그저.

“……하하!”

단순하고도, 또 선명하기 짝이 없는 명확한 미소였으니.

쩌어어엉!

이내 금빛 파도가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는 화이트를 쓸어버렸고.

쿠우웅…….

“…….”

마탑의 한쪽 벽면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와 함께, 화이트의 모습은 어느새 원래 서 있던 그 자리에서 사라진 후였으니.

금색의 마왕이 그 눈가를 한 차례 불쾌한 기색으로 찌푸렸다.

‘……해치웠나?’

그가 옅은 침음을 흘리며 눈매를 날카롭게 바꾸었다.

비록 그가 바로 조금 전 펼친 마법은, 하나의 마을을 한순간에 쓸어버릴 정도의 대규모 마법이긴 하였으나.

……그 자신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마나를 뿜어대던 그 정체 모를 로브가 고작 그러한 마법에 허무하게 쓰러졌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금색의 마왕이 터져 나간 벽면을 오롯이 직시했으며.

“─감이 좋군.”

“……!”

바로 그다음 순간, 그의 뒤편에서부터 어느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콰아아아아!

“……이 무슨!”

거칠게 휘몰아치는 마나의 격동에, 금색의 마왕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재빠르게 양손을 모았다.

이내 급조된 방어막이 그의 양손에서부터 펼쳐졌고.

쩌어엉!

“크아아아!”

방어막을 순식간에 꿰뚫고 덮쳐드는 마법의 폭격에 금색의 마왕이 고통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

“…….”

“…….”

고개를 힘없이 떨구고 있는 금색의 마왕.

그 바로 앞,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화이트가 오연한 태도로 서 있었다.

“이제 설명해주실까, 금의 마왕.”

“…….”

입을 꾹 다물고, 그 표정이 안 보이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금색의 마왕을 향해.

그 벽안을 한 차례 섬뜩하게 번뜩이며, 화이트가 잔잔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 들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그런 방대한 마나를 폭주시킨 거지? 그 결과 어떠한 참사가 벌어질지, 너 정도의 마법사가 모를 리가 없을 터.”

촤아악!

화이트의 손 위로, 어느새 그의 벽안을 닮은 푸른빛의 창이 생성되었다.

처억.

그리고 그 창을 금색의 마왕을 향해 겨누는 화이트.

그의 눈이 가늘게 좁혀지며, 서서히 살기를 내뿜어대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겠다면, 너를 죽이고 내가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화이트가 잔잔한 살의를 담아 살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

그때까지도, 금색의 마왕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상하군.’

그 모습은 화이트로 하여금 상당한 의문을 품게 할 수밖에 없었으니.

화이트가 한 차례 눈 위로 의문스러운 빛을 떠올리며, 창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비록 조금 전의 공격에 상당한 힘을 싣기는 하였으나, 고작해야 그런 수준의 일격에 당할 정도였다면.

그는 ‘12마왕’이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었을 터.

자연스레, 화이트는 속으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끌고,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라면.’

……이내 그의 뇌리에 한 가지의 가능성이 스치고 지나갔고.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 바로 직후.

타앗!

화이트가 지면을 박차고 음속을 뛰어넘은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바로 정면에 쓰러져 있는, 마치 시체를 연상케 할 정도로 굳어 있는 금색의 마왕을 향해서.

후욱!

공중에서 한 차례 몸을 비틀며, 화이트가 생성해 둔 청백색의 창에 서서히 강렬한 마나를 담기 시작했다.

팡, 파파팡!

화이트의 창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이 그의 마나에 공명하며 기하학적인 문양을 떠올렸고.

그 바로 직후, 분명한 의지를 담은 눈빛을 한 차례 사납게 빛내며.

‘……정보를 캐낼 수 없다면, 기회가 있을 때─’

─그 목숨을 끊는다.

화이트가 창을 든 팔에 전신의 힘을 집중시켰다.

……금색의 마왕에게 무언가를 꾸밀 여지조차 줘서는 안 될지니.

조금의 여유라도 주었다가는,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12마왕’이란 존재는 그러한 자들이었다.

하나하나가 그 일신에 엄청난 무력을 품고 있는, 전략 병기나 다름없었으니.

비록 그중에서는 비교적 하위권이라 평가되기는 하나, 금색의 마왕 또한 분명한 그 일익이었다.

그 사실을 화이트는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죽어라, 마왕.”

그렇기에, 일말의 방심조차 품지 않으며.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 화이트가 금색의 마왕을 향해 창을 내질렀고.

“……흐.”

“……!”

얕은 웃음소리가 한 차례 공허하게 울려 퍼짐과 동시에.

촤라라락!

“이건……!”

무언가 넝쿨과도 같은 것이 찬란한 금빛을 발하며 화이트를 향해 덮쳐들었다.

서걱!

우선은 재빠르게 반응하여 넝쿨을 잘라내는 화이트였으나.

“……큭!”

그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채 뒤로 물러서 시간을 벌 틈조차 주지 않고, 금색의 넝쿨이 마치 사슬처럼 화이트를 속박해 나가기 시작했다.

*****

“…….”

고유 마법.

의미는 단순하게 독창적인 마법이라는 뜻이었으나, 그 개념을 조금 더 세세하게 파고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마법진, 혹은 술식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1서클 마법사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고유 마법이었으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고유 마법, 즉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마법이라 함은 대체로.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마도사, 혹은 대마법사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니.

“……하.”

화이트가 이를 으득 갈며 한 차례 몸을 움찔거렸다.

온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 보고자 시도해 보았으나, 금색의 넝쿨은 절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더욱 그를 거칠게 압박해가고 있었으니.

“…….”

우선은 이 넝쿨의 속박을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화이트가 침착한 표정으로 그 눈빛을 한 차례 빛냈다.

……당연하게도, 예측하고 있었다.

12마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법에 뛰어난 작자들이, 고유 마법이라 불릴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리가 있겠나.

금색의 마왕에게도 분명 비장의 수단이 한둘쯤은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는 있었다.

……그래, 충분히 예상하고는 있었으나.

타이밍, 혹은 순간적인 빈틈.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속박력을 가진 금색의 넝쿨.

그러한 요소들이 겹치고 겹쳐서, 끝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크흐흐…….”

넝쿨에 의해 움직임을 제한당한 화이트의 정면에서, 서서히 금색의 마왕이 그 육중한 육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입가에는 어느새 기분 나쁜 미소가 떠올라 있는 채였다.

“그래, 인정하겠다. 정체 모를 소년이여.”

“…….”

그야말로 완벽하게 속박되어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눈빛만은 여전히 선명하게 번뜩이고 있는 화이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금색의 마왕이 한 차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너는 강하다. 금색의 마왕이라 불리는 이 나와 동급이라 취급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그건 무척이나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었고.

알려진다면 필시, 대륙 전체가 놀라서 한 차례 뒤집어질 정도의 사안이었으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뿐이지.”

“…….”

얕은 웃음을 잔잔하게 흘리며, 금색의 마왕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의 목적지는, 금색의 넝쿨에 속박되어 있는 화이트가 있는 장소였으니.

“네게는 이제 미래가 없어. 그 찬란할 것이 분명한 화려한 미래도, 이제는 너와 상관없는 미래라는 말이다.”

쿵.

“……왜인지 궁금하나?”

그 무거운 발걸음을 화이트의 바로 앞에서 내려찍으며, 금색의 마왕이 눈꼬리를 기분 나쁘게 끌어올렸다.

그저 무기질적인 눈빛만을 번뜩이는 화이트를, 바로 눈앞에서 직시하는 금색의 마왕.

“그건 바로.”

이내 그가, 섬뜩한 미소와 함께 재차 입을 열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네 미래를 지워버릴 것이기 때문이지.”

“…….”

“큭, 크크큭…….”

그렇게 말을 끝맺고는, 금색의 마왕이 천천히 낮고도 음울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 얕은 웃음소리는, 폭소로 그 형태를 바꾸어 가려고 하였다.

“큭, 크큭. 크하하……!”

아하하하하하!

“큭, 크하하……?”

……아니, 형태를 바꾸어 가려고 하였으나.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거대한 웃음소리에, 금색의 마왕이 저도 모르게 그 폭소를 중지시키고 말았다.

“큭, 크하하. 아하하하!”

“…….”

어느새 금색의 마왕의 얼굴에서는 미소라고 할 만한 것이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고.

그런 그가 터뜨려야 했을 폭소를, 화이트가 대신 터뜨려대고 있었으니.

“크하하, 아하하하하!”

그야말로 반쯤 이성을 놓기라도 한 듯이 연신 폭소를 내뱉는 화이트를 그저 아연한 표정으로 가만히 노려보며.

“……미쳐 버린 건─”

금색의 마왕이 한 차례, 고개를 갸웃하면서 중얼거리려는.

바로 그 순간.

“──.”

뚝.

그야말로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는 형태로, 화이트의 웃음소리가 한순간에 멈춘 건 그즈음이었다.

“……하하.”

그 대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화이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

그리고, 그런 화이트의 시선을 이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금색의 마왕.

“……!”

그가 순간적으로 흠칫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무슨, 눈빛이.’

그건 그야말로 반사적인 반응에 가까웠으니.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난 자신의 다리를 한 차례 내려다보며, 금색의 마왕이 마른침을 삼켰다.

……분명 묶여 있을 터인 소년이다.

그것도 단순히 하찮은 밧줄에 속박된 것이 아닌, 그 자신의 고유 마법인 ‘금빛의 넝쿨’에 묶여 있는 상태.

그런 소년이 잠시 그 고개를 들었다 한들, 자신이 몸을 떨어댈 이유 따위.

하등 없을지 언대.

“…….”

그렇게 결론은 나왔으나.

그렇다면 자연스레 한 가지 의문이 파생되어 나오게 되어 있지 않겠나.

‘……나는, 어째서 몸을 뒤로 물린 거지?’

금색의 마왕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 하하.”

그런 금색의 마왕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화이트가 비죽 웃음을 흘렸다.

“……네놈.”

마치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만 같은 소년의 웃음에, 금색의 마왕이 그 표정을 일그러뜨렸고.

“내 ‘미래’를 지워버리겠다고?”

그런 그가 채 무어라 분노를 터뜨리기도 전에, 화이트가 잔잔하고도 고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화이트의 그 푸른 눈동자 위로, 서서히 선명한 분노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건 그야말로, 금색의 마왕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분노의 빛이었으니.

“고작해야 12마왕의 끝자락에 걸치고 있는 주제에, 감히 ‘시간’에 대해서 입에 담아?”

화이트가 입매를 비틀며 거친 목소리를 내뱉었다.

“─네 주제를 알아라. 하찮은 놈.”

“……!”

그 노골적이기 짝이 없는 모욕의 말에, 금색의 마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모양인가 보구나.”

그러나 이내 차분하게 분노를 가라앉히며.

우웅-

금색의 마왕이 천천히 마나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죽고 싶다면. 그 소원, 내가 들어주도록 하지.”

그에 지지 않고, 화이트 역시 살벌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할 수 있으면 해봐. 네 그 하찮은 마법으로, 나를 진정한 의미의 죽음에 도달하게 할 수만 있다면.”

“…….”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금색의 마왕이 분노를 담아 거친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었고.

그런 금색의 마왕을 두 눈동자에 온전히 담아내며.

화이트 역시, 그 두 눈빛을 선명한 살의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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