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6화 (7/158)

(EP.6)금색 마탑

“…….”

저벅, 저벅-

제국, 클리포트 공작령에서부터 동쪽으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어딘가의 도시.

한 소년이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채 일정한 걸음걸이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금색의 마왕의 영역인 금색 마탑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

소년, 화이트가 한 차례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인 클리포트 공작에게는 통보하지 않은 채 저택을 몰래 빠져나와, 제국의 동부로 이동하길 벌써 나흘이 지났다.

그런 만큼, 금색 마탑까지의 거리는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그 목적이 금의 마왕의 척살인 만큼, 굳이 한숨을 내쉴 이유는 없을 터.

“하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는 연신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기 때문일까.

금색의 마왕과의 일전이 두려워서, 짐짓 겁을 먹고 한숨을 내쉬는 것일까?

혹은, 금색 마탑까지의 이동이 워낙에 험악한 여행길이었던 탓에?

“…….”

둘 다 아니었다.

금색의 마왕은 분명 포악한 마왕 중에 한 명이었으나, 그 무력만을 따지자면 12마왕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하는 자였으니.

그의 세력인 금색 마탑만을 조심한다면, 그를 죽이는 것에 있어서 그다지 어려움은 없을 터.

그렇기에 별달리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일까?

글쎄, 분명히 제국 동부까지의 여행길은 험하기 그지없었으나.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는 그 직전까지도 생존해 있던 화이트에게 있어서, 그 정도 험난한 여행길은 ‘험난하다’라고 표현할 정도도 아니었다.

“…….”

……그렇다면 어째서, 그는 연신 한숨을 내뱉었던 걸까.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일 터.

그리고, 그 문제라 함은.

다름 아닌, 당장 화이트의 곁에 서 있는 존재의 탓이었으니.

“스승님…….”

“왜 부르시나요, 제자님?”

아셰라의 태연자약한 대꾸에, 화이트가 이마를 탁 짚었다.

……어째서 금색의 마왕을 죽이러 가는 길에, 그녀가 동행하게 되었는가.

그건 정말이지, 화이트로서도 실로 바라지 않는 일이었을 텐데.

-저도 같이 가요, 제자님.

“…….”

새벽 중에 가문의 저택을 빠져 나와, 숲속을 지나서 공작령을 빠져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화이트에게.

소녀, 아셰라는 뜻 모를 미소를 입가에 건 채로 말을 걸어왔다.

……그래, 은신 마법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마법들로 그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화이트에게.

그야말로 태연자약하게, 그 정체를 꿰뚫어보고는.

“하…….”

화이트가 미간을 좁히면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처음 그녀에게 말이 걸렸을 때는, 정말이지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아무리 그녀라 한들, 이미 이 시절의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은 자신의 마법실력이 동반된다면.

아무리 그래도 눈치채지 못할 줄 알았다.

……그건 오만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한때 최강의 마법사이자, 최강의 마왕이었던 아셰라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던 자가 바로 화이트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은 사라진 어느 가능성의 세계에서 한때 전 대륙의 정점에 설 수 있을 만큼의 경지에 오르기도 하였으니.

그건 오만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마땅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이 어스름한 새벽을 틈타, 과연 제 제자님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그녀는 아주 태연하게 그런 말로 입을 열었고.

-……금색 마탑으로 향하기라도 하는 건지?

“…….”

화이트의 속내를 완벽하게 꿰뚫어보고 있었으니.

굳이 말하자면, 화이트가 그 자신의 스승을 지나치게 얕보았다고 해야 할까.

그래, 그럴 것이다.

그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큼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였으나, 아직까지는 본래의 마나를 모두 되찾지 못하였다.

동시에 아직까지는 모든 성장을 이루지도 못했고, 소년의 몸이라는 페널티 또한 존재하였으니.

비록 그런 그의 자신감은 합리적이었다고는 하나, 아셰라가 한 수 위였다고 표현해야 할 테지.

“……그, 스승님.”

“네, 제자님.”

“…….”

그저 순수한 표정으로 대답해 오는 아셰라의 모습에, 화이트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그녀를 따돌리고 도망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녀를 동행시킬 수도 없고.

……그렇지만, 그렇지만.

굳이 끝내, 단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길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기에, 화이트는.

“하아…….”

금색 마탑으로의 여행길에 아셰라를 동행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마왕을 데리고 또다른 마왕을 치러 가는 여행길이라니.

참으로 공교롭고도, 동시에 어처구니가 없지 않은가.

‘하하하…….’

속으로 허탈한 웃음을 한 차례 흘리며, 화이트가 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금의 마왕을 포함한 금색 마탑의 모든 마법사들을 상대하게 되는 것보다도 걱정되는 게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그 자신의 스승님을 상대하는 일일 것이리라.

……애초에 그녀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게 동행을 제안하였는지도 아직 알지 못하였고.

아니, 굳이 말하자면 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스승님, 그래서 왜 저와─

-아. 저기 봐요, 제자님. 꽃이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그렇네요. 그래서, 스승님. 여쭤볼 것이─

-달빛이 참 밝은 날이네요. 슬슬 태양도 그 모습을 드러낼 시간대일까요.

“…….”

나흘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화이트가 아연한 표정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가 그렇게 작정하고 입을 꾹 다문다면, 자신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녀가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은 그녀의 입을 강제적으로 열 만한 레벨이 되지 못하고.

그렇기에, 정말이지 부득이하게도.

그녀의 의도, 혹은 목적을 전혀 짐작치 못한 채로.

화이트는 그녀와의 불편한 동행을 지속하게 된 것이었다.

*****

“도착했네요, 제자님.”

“…….”

금색 마탑.

그 바로 앞의 작은 마을에서.

화이트와 아셰라가 은신 마법을 건 채로 금색 마탑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화이트는 그러한 금색 마탑을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

‘……회귀 전에는 이미 부서져 있었지.’

언제쯤이었을까.

아마 딱 이 즈음이었던 것 같긴 하다.

아직 화이트가 10대 후반이었을 쯤, 금색 마탑에서 금의 마왕이 어떠한 연구를 실행하다가 거대한 마나의 폭주를 일으켰다던가.

아직 어렸을 적이고, 그 당시의 자신은 공작령 내에서 마법의 수련만을 지속했었기에.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대륙을 강타할 만큼의 큰 사건이 터졌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면.

그 금의 마왕이 폭주할 정도이고, 그 여파로 제국의 동부 일대가 깔끔하게 날아갔더라면.

그건 분명 그저 그런 작은 사건에 불과한 일이 아니었으리라.

분명 무언가 거대한 음모, 혹은 숨겨진 진실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이트가 높게 솟아있는 금색 마탑을 그 벽안에 온전히 담아냈다.

……이 감각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하나?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기 10년 전으로 되돌아와서, 아직까지 멀쩡하던 대륙의 마탑을 두 눈에 담게 될 줄은.

“……하하.”

어쩐지, 우습게도.

얕은 웃음이 슬며시 새어 나왔다.

“제자님……?”

그에 당연하게도 의문을 느꼈을 아셰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음을 던져왔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스승님.”

그저 옅은 미소로만 화답하며, 화이트가 결연한 표정을 그 얼굴 위로 띄웠다.

‘……금색의 마왕.’

……조금은 살벌한 감정 또한 동시에, 그의 눈동자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12마왕은 그 일익을 잃게 될 것이다.’

누군가 듣는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손을 내저을 생각이었으나.

그 말을 내뱉는 자가, 다름 아닌 화이트 클리포트라면.

세계의 종말을 두 눈에 담고도, 살아 과거로 되돌아온 그 ‘화이트’라면.

어쩌면 마냥 실현이 불가능할 얘기는 아닐 것이다.

“…….”

씨익-

화이트의 얼굴 위로, 조금은 섬뜩한 살기가 담긴 미소가 떠올랐고.

‘……제자님.’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아셰라의 표정이 어딘가 복잡하게 변한 것을, 화이트는 눈치채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작게 입술을 깨물며.

아셰라가 그 두 눈동자에 분명한 걱정이 담긴 빛을 띄웠다.

그 선명한 금빛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화이트에게로였으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제자님은 그런 표정을 짓게 된 건가요.’

……도대체, 어떤 일을 겪고 온 건가요.

제자님.

내게 알려줄 수는 없는 건가요?

나와 함께 공유하고, 내가 같이 고민해줄 수는 없는 문제인 건가요.

“…….”

아셰라의 표정이 조금은 아련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화이트는.

그저 선명한 살의를 담은 눈빛을 이글거리며, 금색 마탑을 우직하게 노려볼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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