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4화 (5/158)

(EP.4)이 감정의 정체는.

“아하, 아, 아하하하!”

“…….”

대충 상황을 파악한 화이트가 폭소를 터뜨렸고, 그에 아셰라의 목덜미가 붉게 물들었다.

“그만, 그만 웃어요. 제발. 제자님.”

“아, 아하하.”

“제자니이임……!”

숫제 울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려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화이트가 웃음을 멈추었다.

“……아, 아하. 죄송합니다. 딱히 비웃으려는 의도는 아니고요.”

한 차례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내며, 화이트가 손을 내저었다.

정말이지 비웃을 의도는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 말이 그대로 통하겠나.

“으, 으으……!”

빈말임이 틀림없는 화이트의 한마디에 아셰라는 그야말로 인간 홍당무가 되기까지에 이르렀으니.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물기에 젖기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제자님이 오해할 만한 말을 했잖아요오!”

“아, 잠만. 일단 이건 놓으시고요. 스승님?”

“제, 자, 니임!”

아셰라가 화이트의 멱살을 부여잡고 막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양손에는 푸른 빛의 마나가 담겨있었기에, 화이트로서도 쉽게 풀어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잊어! 잊으라고요! 저는 어차피 아무런 말도 안 했잖아요?!”

“……아, 머리. 머리가 어지럽. 흐업.”

“잊어, 이 새끼야!”

흔치 않게 그녀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스승님?”

“……앗.”

그에 화이트가 상당히 당황한 기색으로 그녀를 불렀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아셰라가 붉어진 얼굴로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스승님도 그런 말을 내뱉기는 하시는군요?”

늘어난 상의를 조심스레 갈무리하며 화이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흘깃거리는 눈짓에, 아셰라는.

“아, 아으으…….”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반쯤 녹아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거…….’

그에 화이트의 장난기가 조심스레 발동되기 시작했다.

“……뭐, 설마하니. 스승님.”

화이트가 묘하게 짓궂은 미소를 입가에 건 채로, 슬며시 입술을 떼어냈다.

직후, 그의 입술을 비집고 장난스런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으니.

“저랑 약혼이라도 맺고 싶으신 건 아니죠?”

“──.”

그러나 그 장난스럽고도 단순한 한마디에, 심히 충격을 받는 한 소녀가 있었기에.

“무, 무, 무슨 소리, 를.”

아셰라가 심각할 정도로 말을 더듬었고, 그에 화이트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아하하!”

“……!”

또다시 터져 나온 화이트의 웃음소리에, 아셰라가 몸을 움찔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뒤로도 한동안 화이트의 웃음은 제법 길게 이어졌고.

“……아, 아하하. 스승님?”

……화이트의 그런 웃음이 점차 줄어들 때 즈음에는.

어느새 아셰라가 고개를 힘없이 떨굴 채로 무어라 홀로 중얼거리고 있었으니.

“……제가 교육을 잘못했던 걸까요? 어쩌다가 그 귀엽던 아이가 이렇게 된 거죠?”

“스승님? 작아서 안 들립니다만……?”

화이트가 눈가를 찌푸리며 물었다.

“……하하, 아하하. 아하하하.”

그러나 아셰라는 대답하지 않았고.

작게 들려오는 힘없는 웃음소리에, 화이트가 그녀를 향해 한 발짝 내밀 즈음.

촤아아악!

“……스, 스승님?”

날카로운 예기를 번쩍이는 바람이 한 차례 화이트를 향해 날아들었으니.

당연하게도 그건 마법이었고, 그 시전자가 누군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우선 재빠르게 움직여 그런 날카로운 바람을 피해내긴 했으나.

“후, 후후후…….”

“……스승님?”

묘하게 불길한 아셰라의 웃음소리에 화이트가 물었지만, 여전하게 대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어느새 아공간에서 꺼내는 완드를 유려한 궤적을 남기면서 휘저으며.

“그거 아세요, 제자님?”

아셰라가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뭘 말인가요?”

그에 화이트가 불길한 기척을 애써 무시하며 대꾸했고, 아셰라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제자님은 옛날부터, 꼭 한마디를 더해서 화를 불러일으키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그랬나요……?”

화이트가 애매한 표정으로 의문을 드러냈다.

그랬던가?

……자신의 기준으로 옛날이란, 회귀 전을 포함해 수십 년 전 즈음이었으니.

잘 기억이 안 날만도 했다.

‘……아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화이트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어째서 지금 그녀가 그러한 말을 꺼내 들었는가.

이러한, 오묘하기 짝이 없는 타이밍에 말이다.

그리고.

“왜, 제가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지 모르겠어요?”

“스승님?”

“후후후…….”

그런 화이트의 속내를 아셰라는 완벽하게 읽어내고 있었다.

한 차례 얕은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고.

뚝-

이윽고, 한순간에 웃음소리가 끊어지며.

“─죽어.”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클리포트 저택 근방의 어느 숲속에서, 거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 소리와 함께 말이다.

*****

“읊어 보세요, 화이트.”

“……뭘 말이죠?”

“할 얘기가 있다고 했잖아요. 우리들의 앞날에 대해서.”

“아, 그랬죠.”

아셰라의 살벌한 눈빛을 받아내며, 화이트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려댔다.

……그녀, 자신의 스승이 자신을 이름으로 부를 때는.

대체로 머리끝까지 열이 받았다는 의미였기에.

이런 경우 그녀를 거슬렀다가는, 대부분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한동안은 순종할 필요성을 느끼는 화이트.

“……어, 그러니까.”

그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어내며 말문을 열었다.

조금 전보다는, 그 표정을 한층 진지하게 굳히면서.

“스승님께 말씀드릴 게 하나 있어서요.”

“네, 말해봐요. 들어는 줄게요.”

“…….”

그러나 돌아온 것은 그저 차갑기 그지없는 대꾸에 불과했으니.

생각 이상으로 자신의 스승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화이트가, 한 차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러니까, 말이죠.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그렇지만, 그런 스승이 두려운 건 두려운 거고.

……할 말은 해야 했기에.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

회귀한 이후, 어차피 언젠가는 꺼내었어야 했던 이야기.

그렇기에, 굳이 지금 꺼내지 못할 이유 또한 없을 테다.

……분노한 스승이, 조금, 아주 조금 무섭긴 하였으나.

아무튼.

“……크흠.”

한 차례 헛기침을 내뱉는 화이트.

“스승님.”

“……네.”

이내 그가 진중한 눈빛을 빛내며 입을 열었고.

그 기색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던 아셰라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아셰라를 향해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화이트가 끝내 말을 꺼내 들었다.

……아셰라로 하여금, 그 이상이 없을 정도로 당황하게 만들 정도의 말을 말이다.

“전, 12마왕 전부를 죽일 계획입니다.”

“……예?”

“물론 그 첫 번째 희생자는, 금색의 마왕이 될 예정이고요.”

“……잠깐, 화이트. 아니, 제자님?”

아셰라가 급히 손을 내저으며 화이트를 제지했으나,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한번 말을 꺼낸 이상, 어차피 끝을 맺어야 할 이야기였기에.

비록 그녀가 당황할지라도, 언젠가는 꺼내야 할 이야기였기에.

“……그러한 목적을 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승님께는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저의 이 생각은 아버지조차 모르는 종류의 것입니다.”

“……그.”

아셰라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다가.

“…….”

이내 열었던 입술을 다시금 닫았다.

과연 화이트의 말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떠한 생각을 품었을까.

그건 그녀가 입을 열지 않으면 화이트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기에, 화이트는 그저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의 입이 다시금 열리기를 기다렸고.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제자님.”

침묵이 깨지며, 아셰라가 표정을 진지하게 고치며 입을 열었다.

“제자님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한 목표를 품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

그건 당연한 말이었기에, 우선 화이트는 고개를 한 차례 끄덕거렸다.

“후우…….”

그리고 그런 화이트를 흘겨보며 한 차례 신음을 흘린 아셰라가, 이내 미간을 찌푸리고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정말이지 난감한 표정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이 말이다.

“……괜찮으십니까, 스승님?”

“네……. 일단은요.”

화이트의 물음에 대충 대꾸하며, 아셰라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째서 이 아이가, 그런 생각을.’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실시간으로 여러 상념이 휘몰아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생각들의 폭풍에 숫제 어지러움까지 느끼며, 아셰라가 어딘가 흐릿한 시선을 화이트에게로 향하게 했다.

“…….”

그녀의 눈동자에 떠오른 감정은, 과연 어떠한 것이었을까.

화이트는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으나, 감히 물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느낄 수 있었던 감상은.

그런 그녀의, 마치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눈빛이.

지극히도.

자신의 가슴을 애달프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