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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승님이 사실은 흑의 마왕이었습니다!-3화 (4/158)

(EP.3)나만의 작은 스승님

“…….”

화이트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그건, 회귀하기 전의 삶에서.

세계가 막 혼란의 도가니 속에 빠져들던 시점이었을 적의 일이었다.

12마왕은 그 일좌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최강의 마왕이라 불리는 흑색의 마왕.

즉, 자신의 스승인 아셰라를 함정에 빠뜨렸다.

그것도 12마왕 중 9명이 동의한 일이었으니.

사실상 2명만을 제외한다면, 그 최흉의 마법사들 전부가 자신의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셰라의 마나를 강제로 폭주시켰고, 정신계 마법을 사용해 그녀의 정신마저 타락시키기에 이르렀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화이트의 두 눈동자가 분노의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비록 그 12마왕의 일각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스승은.

아셰라는, 순하기 그지없는 소녀였다.

……그녀의 나이가 실제로 소녀라 불려도 될 정도의 나이인지는, 일단 둘째치고서 말이다.

아무튼, 그녀는 대부분의 마왕이 저지르는 악행에도 손을 대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한때, 대전쟁에서 활약했던 업적 때문에 12마왕에 포함되었을 뿐.

비록 살생의 죄를 그 등에 업고 있다고는 하나, 다른 12마왕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였는데.

그런 그녀를, 그 마왕 놈들은.

정신을 조종하기까지 해가면서 폭주를 시켰고.

‘……멍청한 놈들이었지.’

그들은 아셰라의 마나를 지나치게 얕봤다.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그녀를 폭주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지나치게 강대한 아셰라의 마력은 세계를 종말으로 이끌었으니.

당연하게도 12마왕 전원이 사망했었던 거로 안다.

“……아둔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들.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나의 스승을.”

쿵, 쿠궁-

“…….”

화이트의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저택이 마치 지진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흔들리기에 이르렀다.

“뭐, 뭐야?”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잠깐 땅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만…….”

“……난 괜찮아.”

걱정스러운 손길을 뻗어오는 사용인을 부드럽게 밀어내며, 화이트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정을 가라앉히자.’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역으로 그 감정을 이용하고, 옭아맬 줄 알아야만 일류 마법사라고 부를 수 있을 터.

비록 한때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대마도사의 경지에까지 올랐던 자신이 이렇게 간단히 감정에 휩쓸려서야 쓰겠는가.

“…….”

……뭐, 그만큼 자신에게 있어서 아셰라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는 할 테지만.

조금은 쑥스러운 감정이 들었기에, 한 차례 볼을 긁적이며.

화이트가 창문에 팔을 걸치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예쁜 하늘이네.”

감상에 젖어서 그리 중얼거린 건, 반쯤 무의식 중에 행한 일이었다.

중2병 말기 환자의 고유한 성질이라고 해야 할까.

혼잣말이 많아지는 것도, 짐짓 표정이 굳어지는 것도 전부.

‘이번만큼은. 스승님이, 아셰라가 폭주하게끔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그녀에게 다시금 그런 죄를 짓게 만드는 짓 따위는, 자신이 반드시 막아내리라.

“……반드시.”

모든 것이 중2병의 탓이었고…….

“‘예쁜 하늘이네’.”

“……!”

그렇기에, 화이트로서는 부득이하게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스, 스승님?”

뒤에서 들려온, 조금 전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똑같이 읊는 익숙한 목소리에.

화이트가 급히 뒤를 돌아보았고.

“후후. 제자님도 참, 정말 귀엽다니까요? 혼자 감상에 젖어서 그런 대사를 중얼거리기나 하고.”

“…….”

아셰라의 이어지는 말에, 화이트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잊어주시죠, 좀.”

“에이, 그런 걸 어떻게 잊어요?”

아셰라가 은근한 표정을 지은 채 팔꿈치로 화이트를 찔러댔다.

“……‘예쁜 하늘이네’, 라니. 무슨 15살 소년도 아니고. 제자님은 이제 곧 20살을 앞두고 있다고요? 알고는 있는 거죠?”

“……아, 좀. 스승님.”

“그러고 보면 제자님의 이름이 ‘화이트’라고 정해진 것도, 전부 다 제자님이 어릴 적에─”

“으아악!”

“……아, 깜짝이야.”

자괴감에 잡아먹혀 버린 걸까.

화이트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아셰라가 재차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면, 분명 가주께 불려갔던 거로 아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

그제서야 정신줄을 다시금 부여잡는 화이트.

“그거 말이죠.”

그가 허탈함에 찔끔 눈물을 흘려가며 대꾸했다.

그래.

그야말로 태연하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태도로.

화이트가 그 입에 한 단어를 담았다.

“12마왕 중에 한 명이 움직였다고 하던데요.”

“…….”

아셰라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가, 재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화이트는 그러한 그녀의 변화를 분명하게 눈치챘으나, 적어도 겉으로는 그러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은 채.

느긋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12마왕 중 전부가 그 정체가 드러난 건 아니지만……. 이번에 움직인 건 ‘그’인 것 같습니다.”

“……‘그’, 라고 한다면?”

아셰라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내뱉었다.

그에 화이트가 대수롭지 않은 기색으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마 스승님도 아실 테죠. 그 ‘금’의 마왕 말입니다.”

“……‘금색’인가요.”

아셰라가 심상치 않은 기색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충분히 의아하게 느낄 만한 반응이었으니.

“어라, 뭔가 반응이 묘하네요. 스승님?”

“……어, 네?”

정말 아무렇지 않게, 화이트가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그가 옅은 미소를 그 입가에 걸치며 말을 이었다.

“뭔가 아는 거라도 있으신 것 같은 반응이길래.”

“……!”

화이트가 태연자약하게 내뱉은 한마디에, 아셰라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

그에 한 차례 눈을 가늘게 좁히며.

“……혹시.”

화이트가 그녀의 의표를 찌를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 ‘금색’의 마왕과 아는 사이라던가?”

“…….”

아셰라의 얼굴에서 표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귀엽기는.’

그리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화이트가 속으로 얕게 웃음을 흘렸다.

적어도 이러한 문제, 즉 12마왕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녀를 리드하는 쪽은, 다름 아닌 자신이 되게끔 되어 있으니.

아주 가끔씩 오는 행운에, 화이트가 속으로 가학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기회에 잔뜩 괴롭혀 놔야지.’

……그런 식의, 적어도 스승에게 품을 만한 생각은 절대 아닌 것을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말이다.

*****

“……뭐, 아무튼 그래서 아버지는 가문의 마법사들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 같아요.”

“으음…….”

화이트의 설명이 끝맺어지자, 아셰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침음을 흘렸다.

정말이지 곤란하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띄우며 말이다.

“……하아.”

“…….”

연신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셰라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화이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하루 전. 제국의 동부, 그러니까 금색 마탑에서부터 강렬한 마력 반응이 느껴졌고, 그에 황실 측에서도 여러모로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럴 만도 하겠죠…….”

아셰라가 힘겨운 한숨을 푹 내뱉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그저 잠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일진대.

그녀는 상당히 지친 듯한 기색이었다.

‘……좀 지나치게 괴롭혔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차례 품으며, 화이트가 얕은 죄책감에 볼을 긁적였다.

그래, 또 한가지 알아내기는 했으니까.

정보 하나, 스승님은 12마왕의 일에 대해서라면 무척이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걸 위안으로 삼기로 하자.

“……뭐, 아무튼 그래서 스승님.”

“아, 네?”

그녀를 위해 우선은 화제를 전환할 필요성을 느낀 화이트.

그가 걸음을 옮기며 서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고로, 아무래도 한동안은 제국이 여러모로 시끄러울 것 같네요. 사안이 사안인지라.”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셰라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 앓아댔다.

아무렴, 그 금색 마왕이 움직였다면.

그저 해프닝으로 넘어가지는 않으리라.

분명 무언가 크고 작은 사건이, 한두 개쯤은 터져 나올 터.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혼란스러운 제국의 동향을 이용해 가며.

화이트는 속으로 한 가지 계획을 품고 있었으니.

‘……이번 기회에, 금색의 마왕을 처리한다.’

화이트의 그 푸른빛 눈동자가, 한 차례 살벌한 빛으로 번뜩였다.

그러나 재빠르게 그러한 기색을 지워내며.

“……스승님.”

“네?”

화이트가 고개를 돌려 아셰라와 그 시선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셰라.

그녀를 향해 진중한 표정을 띄우며, 화이트가 아주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진지하게, 스승님과 나눌 얘기가 있습니다. 스승님과 저의, 앞으로의 일들에 관해서.”

“…….”

그리고, 그 한마디에.

아셰라의 표정이 잠깐 멍해졌다가, 굳어졌다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고, 두 눈을 깜빡거리기까지 하며.

“……어, 네? 제자님, 지금 뭐라고?”

이내 그녀가 묘하게 볼을 상기시키며 떨리는 목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 들었다.

도대체 화이트의 말을 어떤 식으로 해석한 걸까.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붉은빛으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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