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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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틸라는 다가오는 로나에게 “벌레 구운 냄새랑 반쯤 타 버린 잼 냄새가 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마 고블린하고 사람일 거라고.

로나는 그 말을 들으며 뱀파이어들에게 고블린 냄새를 물어보면 그들이 먹은 가장 최악의 음식을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모나한은 쥐 고기를 먹은 적이 있고, 모틸라는 구운 벌레를 먹은 적이 있는 거지.

“제가 가 볼까요?”

모틸라를 뒤따라 마차에서 나온 발터가 모틸라가 말한 음식을 상상했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물었다.

그 물음에 로나가 코를 킁킁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가 보고 싶지도 않고, 그리고 냄새가…….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요?”

“모닥불 때문이겠죠.”

모나한이 해가 지기 전에는 연기를, 해가 진 후에는 빛을 봤을 거라고 말하며 아공간에서 검을 꺼내 허리에 찼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겨 로나의 앞에 서서 피 냄새가 맡아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발터도 그와 마찬가지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점검하며 모틸라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 사이로 험악한 인상들의 사내들이 헤쳐 나왔다. 약 스무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이들은 고블린과 전투가 있던 게 얼마 되지 않는 듯, 여기저기 검붉은 자국을 묻힌 채였다.

그들은 일행들의 위아래를 흩어보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낄낄거리며 웃는 목소리와 손가락질하는 모양새까지 어디에서 많이 묘사되는 전형적인 도적이나 악당 무리 같았다.

일행들이 별 반응 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하자, 그중에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거들먹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런 시골길에서 뭐 하시나?”

말투까지 전형적인 악당 대사라 로나가 미간을 찌푸리는데, 모나한이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아공간에서 석궁을 꺼내어 겨누었다.

“……!”

허공에서 석궁이 튀어나오자 거들먹거리는 사내가 놀라며 발걸음을 멈췄다. 석궁이 튀어나왔던 아공간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바라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놀랐구나 싶었다.

눈뿐만 아니라 입까지 쩍 벌리며 굳어 있던 사내 뒤로 방금까지 낄낄거렸던 사내들이 마법사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모틸라도 한심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 자신의 옆에 있던 발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아공간에서 손을 넣어 화려한 스태프를 꺼냈다.

“마, 마법사가 둘-!”

“그래, 마법사가 둘이다.”

모틸라가 한심하다는 목소리를 숨기지도 않은 채, 들고 있는 화려한 스태프를 허공으로 까닥거리면서 말했다. 그 까닥거림에 마법이 튀어나올지 알았는지 사내가 “히익-” 하며 머리를 웅크리고 두 손을 위로 올렸다.

로나는 그 모습에 살짝 올라왔던 불안이 완벽히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일행들과 같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나한도 로나의 안심을 느꼈는지, 붙어 있던 몸을 떼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무슨 볼일이라도?”

“아이고오- 저흰 그냥 지나가는 용병입니다!”

사내는 비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이런 시골길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저희가 방금 고블린 무리를 만나서 한바탕하기도 했고요.”

“그래서요?”

“호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하하하. 그래서 접근한 거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요!”

그 말에 일행은 조금도 믿음이 안 간다는 얼굴을 했다.

이런 시골에서 용병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실력이 없다는 의미였고, 게다가 저런 이들은 용병 일을 하다가도 도적으로 변해 길가는 사람들을 약탈하는 일이 많았다.

용병이 일행들의 얼굴에 진짜라는 듯이 품속에서 용병 패를 꺼내 보여 주기까지 했지만, 아무도 그의 용병 패를 유심히 쳐다보는 이가 없었다.

모나한은 오히려 석궁 끝을 까닥거려 사내를 위협하기만 했다.

“됐으니까, 접근하지 마시고 떨어지시죠?”

“그러지 마시고, 딱 봐도 옆 마을에 가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저희가 이틀 동안 호위를 좀……. 밤에 보초 안 서고 푹 주무시는 것만으로 얼마나 편하시겠습니까!”

싸게 해 드리겠다고, 요즘 수입이 없어서 그렇다며. 사내는 허리까지 굽실거리면서 말했다.

그러나 일행 중에 그 말에 솔깃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3일 정도는 안 자도 끄떡없는 이들이 세 명이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눈 뜰 이들도 한가득이었다. 게다가 저런 이들은 얼마나 오래 몸을 안 씻는지, 이만큼 떨어져 있는데도 시큼한 땀 냄새와 지린내가 물씬 풍겼다.

이런 이들과 같이 자라고? 냄새 때문이라도 어서 꺼져 줬으면 하는데.

로나가 상상만 해도 싫다며 고개를 젓고, 어차피 자신은 도움이 안 될 게 분명하고, 다른 이들이 알아서 할 게 뻔해서 그녀는 모나한의 등 뒤에서 물러나 떨어졌던 망토를 주섬주섬 주웠다.

“어어? 로나?”

그리고 그 모습에 사내 무리 중 한 명이 놀라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로나가 갑자기 튀어나온 자신의 이름에 놀라며 망토를 꼭 끌어안은 채로 일어나 사내들을 쳐다보았다.

저런 이들과 말을 섞은 적도 역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단 말인가?

로나는 불안과 혹시 가족들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고 뻗어 나가는 생각에 다시 불안해하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검지로 자신을 가리킨 채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익숙한 얼굴을 찾아냈다.

잘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빛바랜 금발, 푸른 눈, 새하얀 치아가 반짝이는 로날드였다.

“……로널드였나?”

로날드인지 로널드인지 이름이 헷갈린 로나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자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하던 깔끔한 옷차림과 세팅된 머리는 어디 갔는지, 흙먼지와 피로 범벅된 낡은 가죽 갑옷에 주름진 옷차림, 엉망진창으로 뻗은 머리에 턱에 난 수염까지.

고향에서 봤던 깔끔한 미남은 어디 가고 후줄근한 미남만이 남아 있었다.

저래도 미남으로 보이는 걸 보면 진짜 잘생기긴 했단 말이지? 특히 저 더러운 사내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 반짝반짝 빛나 보이기까지 한다.

“로나? 아는 사이에요?”

“조금?”

모나한의 물음에 로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대답하고 옆에 있는 모나한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심하다는 얼굴을 넘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부른 로날드를 보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찌푸린 미간과 거칠어진 눈빛이 평소의 순해 보이거나 능글맞아 보이던 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로나는 살짝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 이게 평소와 다른 모습에서 느끼는 설렘인가?

토끼 같은 얼굴로 여우짓 하던 남자의 거친 모습! 괜찮은데?

로나는 모나한의 거칠어 보이는 모습을 두근거리는 심장께를 잡고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모나한이 조용해진 자신에 의아해하며 내려다보자 볼까지 붉게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애인인지- 참 잘생겼구만, 총각!

“로나?”

“흠흠. 고향에서 알던 사람이에요.”

“음, 친했어요?”

모나한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친했다고 하면 기분 나쁠 거야’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목소리가 평소보다 살짝 거칠어서, 로나는 또다시 공격받은 심장을 달래며 고개를 흔들고는 모나한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빵집에 저 꼬시려고 들르던 진상.”

“아하.”

로나의 대답에 모나한이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이 씨익 웃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시원하게 찢어지는 입꼬리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나보고 유혹 스킬 어쩌구 하더니 자기는 매일, 매시간, 매분 꼬리치면서!

나를 꼬시려는 거지! 이렇게 저렇게 유해한 짓 하려고! 아주 좋아, 계속해!

로나는 오늘도 잘생긴 걸 보고 눈을 정화했다는 흡족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로날드를 바라보았다.

“으응?”

“왜 그래요?”

“아니, 음…….”

“음?”

“갑자기 못생겨 보여서.”

미모가 팍 죽었는데? 빛바랜 금발은 싸구려 초콜릿 껍질쯤 돼 보이고, 깨끗한 푸른 눈은 그냥 파란색 정도? 하얀 이는……. 음, 좋아진 시력으로 말하자면 너 이빨에 고기 찌꺼기 끼였다.

집 나와서 고생했는지, 어깨가 좁아졌다? 눈은 퀭하고.

“원래 못생겼잖아요.”

모나한이 하는 말에 로나는 그건 아니라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저놈의 얼굴이 고향에서 모든 여자애가 한 번씩 로맨스를 꿈꾸게 한 얼굴이오.

하는 행동의 가벼움에 떨어져 나간 여자애들이 한 트럭이고, 드러난 성격에 떨어져 나간 여자애들이 한 트럭이긴 하지만. 성격을 바꿔서라도 꿈꾸지 않은 여자가 없었소.

그렇게 말하려던 로나는 살짝 삐죽거리는 듯한 모나한의 얼굴을 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죠. 원래 못생겼죠.”

응. 네 얼굴 보니까 원래 못생겼다는 게 맞는 소리 같아.

모나한의 얼굴이 옆에 있는데, 저건 못생긴 거지.

로날드 옆에 있는 다른 용병들은 마리아나 해구의 블록 피시 같고, 저놈은 오징어 정도 되는 것 같다.

로나와 모나한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로날드는 엉망진창으로 뻗친 머리를 은근슬쩍 정리하며 앞으로 나왔다.

“하하하. 안녕, 로나. 오랜만이야.”

“음, 뭐. 그렇네요. 오랜만이에요.”

“너 정말 예뻐졌다. 깜짝 놀랐잖아.”

로날드가 씨익 웃으며 말했는데, 시원하기보다는 느끼해서 로나는 찌푸려지려는 미간을 겨우겨우 고정하며 말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로나의 빈정거리는 말투를 눈치챘는지, 로날드가 인상을 살짝 굳히며 불쾌함을 티 냈다가 모나한의 싸늘한 눈빛을 보며 다시 웃는 표정을 지었다.

“수도에 갔다고 들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리 참 깊은 인연인가 봐.”

그 말에 로나는 도저히 긍정하고 싶지 않아서 입을 ‘아, 어, 오’ 움직이다가 겨우겨우 고개를 한 번 위아래로 끄덕였다.

깊은 이별 개뿔이. 어디서 저딴 걸 붙이고 난리야. 오랜만에 뒷골이 띵하면서 분노가 밀려오네. 와씨. 한동안 안 했던 진상 전용 무음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은데?

“어이, 로날드. 마법사님 일행하고 아는 사이냐?”

“하하하, 대장. 아는 사이죠. 고향 친구랄까, 좋은 사이였달까.”

로날드가 하는 말에 모틸라가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낀 로나가 간신히 고정하고 있던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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