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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는 자신의 손등을 핥은 붉은 혀가 모나한의 입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유혹적이다 못 해 그대로 넘어가면 무언가 피해를 볼 것 같을 정도로 충격적인 색감이었다.
“……처음의 모나한은 엄청 무해해 보였는데! 무해한 성직자 어디 갔어요?”
“예전에는 그랬죠. 로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해해야 했으니까.”
“그럼 지금은 뭔데요.”
“유해한 모나한요, 이제 유해한 짓 하고 싶으니까.”
로나가 모나한의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든 그 유혹적인 얼굴에서 벗어나려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혼자서 다른 색감을 뿜어내는 듯한 모나한에게서 눈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아주 평범한 풍경이었다.
등 뒤에서 따끈한 온기를 내며 돌아가는 오븐, 커다란 창가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 저 멀리 밀가루 포대와 보울, 밀대와 깨끗이 정돈된 싱크대.
돌로 만들어진 바닥, 나무 기둥, 평범한 나무 조리대, 나무 의자, 그리고 모나한.
“이렇게 평범한 풍경과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그런 말 하는 거예요?”
“어떠한 대단한 계기를 기다리기에는 당신과 만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걸요.”
“말도 잘하기는.”
“분위기를 타거나 순간의 충동으로 선을 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허락받고,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싶은걸요.”
모나한이 긴 속눈썹을 아련하게 내리며 예쁘게 말했다.
“그러니까 전 지금, 허락받는 중인 거죠. 저는 이런 마음이니까, 로나도 이런 마음이면 좋겠다고.”
“분위기는 아니지만, 얼굴로 유혹하면서요?”
“행동도 곁들여서요. 알잖아요? 그런 거 아주-”
“잘하죠.”
“그럼요.”
모나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꾸어서 혹하게 만드는 걸 주저하지 않는 자였다.
그리고 로나는 그것에 넘어가기로 했다.
피해를 볼 것 같다고 생각하고, 유해해 보인다고 말했지만 그러지 않을 걸 안다.
얼굴의 모든 근육과 온 행동을 이용해 자신을 유혹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암묵적으로 허락받았다는 것을 알면서 하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꺼내는 배려심에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욕심이 살짝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게 영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로나는 그 영악함의 대가로 모나한의 코끝을 살짝 밀면서 말했다.
“좋아요.”
“음?”
“모나한이 말한 허락, 모나한의 유해함, 농밀한 사랑.”
해 보자고요.
그리고 모나한의 얼굴을 민 만큼 다가가며 속삭였다.
모나한이 그랬던 것처럼, 달콤하고 진득한 목소리로.
모나한의 눈이 살짝 커지는 것을 본다.
“그럼, 방으로 갈까요?”
“……전 여기서 해도 좋은데.”
“네?”
“방까지 가면 오븐 속에 있는 빵이 전부 타 버릴 것 같거든요.”
“……조리대 위에서요?”
“으음, 의자 위에서요.”
마차에서 처음을 할 수 없다는 사람 어디 갔어!?
마차보단 조리대 위가, 조리대 위보단 나무 의자 위가 더 엄청나지 않아?
갑자기 난이도가 휙 뛴 것 같은데!?
“여기서요?”
“네.”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곳에서요.”
“그럼요. ……로나, 설마.”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모나한이 벌린 입을 손으로 가리며 작위적인 놀란 표정을 했다.
그 표정을 본 로나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뭐죠? 그 표정 아주 불안한데.”
“설마 엄청난 생각을 한 건 아니죠?”
“엄청난 생각요?”
“제가 하고 싶은 건 그냥-”
“그냥?”
“좀 더 진한-”
키스였는데요.
모나한이 장난기를 전혀 숨기지 않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을 때, 로나는 미간을 와락 구기고 말았다.
“아니, 농밀한 사랑 어쩌구 하면서 엄청나게 야하게 굴어 놓고선! 선을 넘고 싶다고 했잖아요!”
“드디어 서로의 몸 안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혀가요. 선을 넘는 거죠.”
“와. 언제부터 낚시였던 거지? 어디서부터 계획한 거냐!”
“하하. 월척을 낚고 말았군! 낚시의 신이 될 수 있겠어!”
“아니, 진짜로 키스를 말한 거였어요? 분위기가 절대 그게 아니었는데!? 허락한 나는 뭐가 돼!”
“로나가 되는 거죠.”
모나한이 피식피식 입꼬리를 올리다 못해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웃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로나가 너무 집중하길래.”
“이때다 하고 놀려먹은 거군요.”
“그렇죠. 너무 분해하진 말아요. 나도 아쉬우니까.”
모나한이 로나의 구겨진 미간을 톡톡 건드려 펴 주며 말했다.
그 목소리에 정말 아쉬움이 담겨 있어서 로나가 슬그머니 눈썹에 힘을 풀었다.
“허락해 준 건 정말 기쁘지만, 로나 감각으로는 아직 못 버틸 거예요.”
“30분이 지났는데요.”
“……정말 그걸 30분으로 끝낼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아니죠?”
“못 끝내요?”
“……제 인내심을 시험할 생각이라면, 전 이미 졌어요. 절대 30분으로 참지 못한다고요.”
“그래요?”
“그래요.”
“흠-”
“전 힘세고 강하고 긴 뱀파이어라고요.”
모나한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로나의 감각이 못 버텨서 중간부터 아프거나 불쾌해하거나 소름 끼쳐 하면 전 정말…….”
“슬퍼지나요?”
“슬프다 못해 절망할걸요. 그러니까 우선은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차근차근 가자고요.”
“그래요, 키스요.”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니까-”
“왜요, 싫어요?”
“아주 좋네요.”
모나한이 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항복했다는 듯이 살짝 든 양손도 함께였다.
아직도 잡고 있는 손이 그 손짓에 따라 쭉 끌려갔다가 내려왔다.
“자, 그럼 해 볼까요?”
모나한이 마치 간식이라도 먹자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방금까지 서로 티격태격하던 게 사라진 것은 아니라서 가벼운 분위기만 가득했다.
절대로 키스를 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로나가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자신과 모나한을 왔다 갔다 가리키며 말했다.
“분위기, 낭만, 로맨스. 그 어떤 것도 안 보이네요.”
그 말에 모나한이 로나와 똑같이 손가락으로 자신과 그녀를 왔다 갔다 가리키며 말했다.
“저, 로나, 그리고 우리 사이에 사랑. 충분히 로맨스죠.”
“……느끼한 모나한 같으니.”
“소금은 쳤답니다.”
“좋아요, 가염 버터.”
“로나는 그거잖아요.”
밀 빵.
최고의 조합.
모나한이 잡고 있던 로나의 손을 제 심장께에 대며 말했다.
이것 보라며, 여기에 로맨스가 있다고 속삭이며.
그 말대로 로나의 손에 느껴지는 것은 빠르게 뛰고 있는 모나한의 심장 박동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매우 긴장되고 기대된다는 것을 나타내면서.
모나한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살짝 내려앉은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에는 순종보다는 장난기가.
장난기보다는 애정이.
로나가 그 감정들을 보며 턱을 들었다.
수십 번, 어쩌면 백번은 훌쩍 넘었을지도 모르는 입술이 닿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감각이었다.
차갑고 부드러운,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가 느껴지는.
모나한은 입술이 닿으면, 언제나 조금 웃었으니까.
로나는 눈을 감은 채로 익숙한 그 감각을 반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장난기가 섞인 혀가 그녀의 치아를 톡톡 건드렸다.
젠장. 로나는 제 심장이 모나한만큼 뛰고 있는 걸 눈치챘다.
심장 소리가 귓가에서 쿵쿵거리고 있었으니까.
뱀파이어가 돼서 차가워진 체온이 거짓말이라는 듯이, 창백해진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게 느껴진다.
괜히 오기가 생겨서 이를 앙다물어 버리자, 모나한이 키득거리며 잘게 웃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무는 이가, 허락해 달라는 듯이 뭉개지듯 비비는 입술이, “로나-”라고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들리는 것이.
로나는 모나한의 심장께에 있는 손에 꼬옥 힘을 주었다.
모나한이 그에 응답하듯 자신의 손에도 힘을 한번 주었다가 풀었다.
그리고 그 응답에 로나는 조금, 이을 열고 말았다.
모나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이였기에, 로나는 모나한이 살짝 턱을 기울이는 것과 들어오는 혀.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간지럽히듯이 비비다가 그토록 원했다는 듯이 진득이 비벼 오고.
입천장을 간지럽혔다가, 로나가 너무 간지러워 물러나면 그러지 말라는 듯이 아랫입술이 깨물리고.
코끝이 닿았다가 더 깊어진 각도에 떨어졌다가.
숨 쉬는 것을 잊어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떨어지는 일도 없고.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것도,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모나한이 겨우 입술을 뗐을 때는, 빵이 다 구워진 후였다.
그는 로나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대고 눈을 감은 채로 어느새 거칠어진 호흡을 정리했다.
로나가 겨우 눈을 떠 그런 모나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긴 회색 속눈썹이 떨리는 것이나, 이내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나, 평소보다 더욱 진해진 색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이거, 생각보다 더 위험하네요.”
“……선을 넘을 뻔했나 보죠?”
로나가 부러 도발하듯이 물었다.
“네. 제 머릿속이 로나로 꽉 차 있지 않았다면요.”
빵이 다 구워지는 냄새를 맡는 순간, 그게 타 버리면 로나가 아주 슬퍼할 거란 생각도 같이 들었거든요.
“그런 것에도 제 욕망을 늦출 수 있을 만큼, 당신이 좋나 봐요.”
“……타 버려도 꾸중하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요. 열심히 만드셨잖아요.”
모나한이 애교 부리듯 이마를 살짝 비볐다가 떨어졌다.
그러고는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자신을 보고 웃었다.
“오븐에 있는 빵, 꺼내러 갈까요?”
그게 어떤 웃음이었다고 정의하기에는 로나는 자신의 감정조차 결정하지 못해서.
여기서 끝나서 다행인지, 아니면 아쉬움인지.
자신을 이토록 사랑하는 것에 대한 고마움인지, 그 순간에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냐는 원망인지.
아니면 그 전부턴지.
로나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그만두고, 입술을 삐죽거렸다가 그만두고, 조금 웃었다가 그만두었다.
제 얼굴 근육이 움직이는 걸 보면, 아쉬움이 더 큰 듯해서.
“그래요. 꺼내러 가요.”
“네.”
“저거 빼놓고 다른 거 구워야죠.”
“네.”
“그러고서 다시 이 의자에 앉으면 되겠네요.”
로나가 모나한과 아직까지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그 정도면 다시 감각도 평온해졌겠죠. 또 손잡고 있어도 30분 넘게는 괜찮을 거고.”
또 평범한 풍경일 것이다.
등 뒤에서 돌아가는 오븐, 창문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
깨끗한 싱크대, 돌바닥, 나무 기둥.
나무 조리대, 나무 의자.
“전 아쉽거든요.”
로나는 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귓가가 뜨거운 것 같기는 한데, 그건 아까부터 그랬으니 괜찮다.
“그러니까 한 번 더 해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 같은데.
“……그것참.”
모나한이 못 참겠다는 듯이 입술을 한번 깨물고 말했다.
“직접적이고 아주, 마음에 드네요.”
분명 모나한도 그럴 테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