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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는 제 빵에 완벽히 홀린 모틸라의 넋 나간 모습에 숨죽여 키득거렸다.
뱀파이어를 만날 때마다 그들이 자신의 빵으로 홀리는 것은 꼭 한 번씩 일어나는 이벤트였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드는 이벤트였기도 하고.
자신의 제빵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기분이랄까.
로나는 자신감과 함께 올라가는 장난기를 감추지 못한 얼굴로 모틸라가 내민 손에 모닝빵을 딱 한 개씩만 올려 주었다.
그리고 모닝빵 맛에 넋이 나간 모틸라는 로나가 자신을 놀리는 것도 모른 채 행복하다는 얼굴로 또 손을 내밀 뿐이었다.
로나는 옆에서 은근슬쩍 같이 손을 내미는 모나한에게도 모닝빵을 한 개씩만 건네며 웃겨 죽겠다는 얼굴을 했다.
입에 하나 집어넣으면 바로 내미는 모틸라의 급한 손이 완벽히 식욕에 모든 욕망을 바친 뱀파이어의 자태였다.
“이건 도대체 뭐야? 뭐로 만들면 이런 맛이 나는 거야?”
“그냥 마늘 모닝빵인데요? 모닝빵에 칼집을 내서 크림치즈랑 버터 마늘 소스를 올리고 오븐에 구운 것뿐이에요.”
“그럼 이건? 이 점점이 박혀 있는 초록색은?”
“그건 그냥 보기 좋아지라고 뿌린 파슬리……?”
“파슬리……. 파슬리가 뿌려진 모양조차 아름다워. 너 진짜 엄청난 사람이었구나!? 아니, 아니지. 이건 신이야. 넌 제빵의 신이라고.”
“뭐, 세상을 지배하려고요.”
“할 수 있을 것 같아!”
로나는 농담이라고 던진 말이 진담으로 돌아와 눈을 데굴 굴렸다.
하여간 뱀파이어들이란.
“이 식욕의 노예들.”
“로나도 분명 식욕의 노예가 됐는데, 스스로 만들 수 있어서 그런가? 별 반응이 없단 말이죠.”
“한식이 그리워서 그런가? 빵은 실컷 만들고 먹어서 그 정도는 아니에요. 물론 예전보다 식욕이 늘긴 했지만, 스스로 만들면 되잖아요.”
로나는 이게 별거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고, 모나한과 모틸라는 그런 그녀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어딘가의 용사나 선구자라도 되는 기분이라서 로나는 비실거리며 올라가려는 입가를 조심스레 가리며 그들의 눈을 피했다.
아니, 사람들을 구원했다거나 마왕을 물리쳤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빵을 만든다는 것으로 이런 눈빛을 받다니.
으으음. 상당히 부끄럽고 매우 좋군! 더 해, 더 하란 말이야!
모틸라는 입가를 가리고 히죽거리는 로나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로나가 아공간에서 하나씩 꺼내 주는 마늘 모닝빵을 놓치지 않고 쏙쏙 받아먹었다.
받자마자 입 안으로 욱여넣고 바로 내미는 손이란.
모닝빵을 씹을 때마다 얼굴이 환하다 못해 승천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핫!’ 하고 엄청난 것을 깨달았다는 얼굴이 되어 로나를 바라보았다.
“나 이제 너랑 헤어지면 이거 못 먹는 건가?”
“어, 그렇죠?”
“허어어억. 저기, 로나! 혹시 뱀파이어 하나 종속으로 삼을 생각 없니!?”
어, 과거 어딘가에서 들었던 적이 있는 말인데.
“내가 이래 봬도 체력도 좋고, 지치지도 않고 꽤 똑똑하거든! 종속으로 삼으면 절대 배신하지도 않지!”
명령만 내려 주면 내가 다 해 줄게!
모틸라가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묘하게 순종적이면서도 엄청나게 예쁘고 유혹적인 얼굴을 하며 말했다.
와, 어디서 정말 많이 들어 본 말에다가 정말 많이 본 표정이다.
“음, 모틸라 씨?”
“응응!”
“제가 뱀파이어 하나를 이미 종속으로 두고 있어서요.”
“……앗.”
“그것도 저도 뱀파이어가 돼 버려서 정말 평생 제 종속이 되어 버린 뱀파이어가- 당신 뒤에 있네요.”
“아아앗……. 혹시 하나 더 들일 생각……?”
가전제품 파는 상인처럼 말하지 말아 줄래요, 모틸라 씨?
모나한은 성인 용품 파는 잡상인 같더니, 당신은 가전제품 파는 영업 사원 같아…….
“괜찮아요. 하나로 충분해요.”
“허어억…….”
모틸라가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실망한 사람이 되어서 쭈그러졌다.
그녀가 그러고 있기도 잠시, 모틸라가 표적을 모나한에게 돌렸다.
“너 사실 그런 거지!”
“예?”
조용히 마늘 모닝빵만 우물거리고 있던 모나한이 모틸라의 날 선 눈꼬리에 반사적으로 표정을 확 구겼다.
‘이 자식이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거지?’라는 표정이었다.
“평온과 평화, 햇살 같은 사람 어쩌구는 핑계지!”
“무슨 소립니까, 그게.”
“이 빵! 이 빵 때문에 로나를 뱀파이어로 만든 게 틀림없어!”
“하, 사람을 뭐로 생각하면 그런 결론을 내립니까. 제 마음에 있는 것은 사랑! 단지 사랑뿐입니다!”
모나한이 연설이라도 하는 듯한 몸짓과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쳤다.
한쪽 손을 가슴에 올리고 진중한 표정을 짓는 것이 사랑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외치는 사이비 신관 같았다.
“어쩐지.”
“로나!?”
“하긴 처음부터 제 빵이 목적이었죠? 당신은 내 빵밖에 원하지 않았어!”
“예!?”
로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모닝빵을 나눠 줄 때부터 한껏 올라온 장난기를 온 얼굴에 내비치며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나한이 당황하며 이때다 하고 그를 놀리는 로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파렴치!”
로나가 자신의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외쳤다.
모나한이 그 모습을 보며 배신당했다는 얼굴을 하였다.
“제가 마치 몸만 노린 것처럼 굴지 마세요!”
“그럼 뭘 노린 건데요!”
“빵하고 몸하고 마음?”
“결국 빵은 노린 거네요?”
“전부를 노린 거죠! 알잖아요? 질 높고, 깊고 깊은 관계.”
“질 낮고 평평하고 아- 무것도 없는 관계가 아니라요?”
“정확히 반대를 노렸죠.”
“흠.”
“흠.”
모나한이 어깨를 으쓱거렸고, 로나는 키득거리며 잠시 웃었다.
완벽하게 합이 맞은 선문답이 둘 사이를 오가는 것은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
둘 다 아주 즐기는 일이기도 했고.
대화와 농담이 통하는 상대란 어쩜 그리 재밌고 소중한지.
어느새 소외된 모틸라만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왜 커플 사이에 끼어 있는가……’ 하며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튼, 모틸라 씨. 종속을 더 만들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빵은 언제든지 드릴게요.”
“와, 정말?”
“네. 정말요.”
“그럼 죽을 때까지 네 옆에 꼭 붙어 있어야겠다.”
커플 사이에 끼는 것 따위 무슨 상관이람!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데!
이게 대가면 모나한의 토 나올 것 같은 연애질 정도야 얼마든지 봐 줄 수 있다.
로나는 괜찮아! 만난 지 얼마 안 됐고, 내가 미안한 것도 있으니까.
모나한은 안 괜찮아! 쟤는 그냥 평생 안 괜찮아! 아무 이유 없어! 그냥 싫어!
“그래요, 그래요. 우선은 아직 배가 덜 찼을 것 같으니까, 마늘 모닝빵 말고 다른 빵도 좀 드릴게요. 뭐가 있지? 단팥 크림빵?”
“난 네가 만든 거면 뭐든 다 좋아!”
로나는 모나한이나 모틸라나 뱀파이어라는 것들은 달콤한 말을 참 잘한다고 생각하며 아공간에 넣어 두었던 단팥 크림빵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모틸라에게 건네다가 손끝이 닿았다.
그리고.
띠링-!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청량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감각이 예민한 로나는 다른 사람과 닿지 않게 매우 조심하는 중이었다.
모닝빵을 줄 때는 모틸라가 내민 손 위에 빵을 올려 주던 거라 피부가 닿지 않았었다.
그러나 단팥빵은 빵을 들고 있던 로나의 손에서 모틸라가 가져갔으므로.
모나한에게 언제나 속도로 이겼다는 그녀의 말처럼, 모틸라의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
자신이 뱀파이어가 된 것을 눈치챈 모틸라가 제 속도를 늦추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로나는 새삼 모나한이 자신과 있을 때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자신이 피할 수 있도록 조심해서 움직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배려를 생각하기도 잠시, 로나는 푸르른 상태창을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인생을 다시 한번 뒤집어엎었다.
-축하합니다! ‘가지 말아요, 그대여’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이후 주인공과 접촉할 시 그 이야기에 포함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모틸라가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량의 경험치와 102 빵 코인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와 조우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김치 레시피’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업적을 얻었습니다.
-<‘가지 말아요, 그대여’의 빵집 - ‘가지 말아요, 그대여’의 주인공과 만났습니다. 관련 이벤트가 빵집에서 벌어질 확률이 올라갑니다. 주인공에게서 얻는 경험치와 빵 코인이 상승합니다.>
-<경고 : 아직 빵집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빵집을 만들지 않으면 경험치와 빵 코인을 제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이른 시일 안에 빵집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번에 모틸라와 만났을 때는 다른 이야기 속에 있어서 알림이 울리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모틸라와 닿았던 적이 없어서?
아냐, 그녀가 내 어깨를 만졌었어. 닿았었다고.
그럼 아실라의 이야기가 끝나서 알림이 울린 걸까?
로나는 몰려오는 혼란이 가득 담긴 얼굴로 모틸라를 바라보았다.
모틸라는 크림 단팥빵에 정신이 팔려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모나한은 로나의 표정을 알아차리고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로나는 그런 모나한을 눈치채고, 그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모틸라를 가리키며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주인공’이라고.
모틸라가 아실라가 그랬던 것처럼, 어떠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라고.
그녀의 앞에 이제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고, 이제부터 우린 거기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그걸 전부 알아들은 모나한의 선홍색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겨울 하늘은 높고 푸른색으로 청명했지만, 로나는 순간 모나한의 등 뒤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 번개가 ‘우르르릉- 쾅!’ 하며 내리치는 환영을 보았다.
어쩌면 인생이 뒤엎어진 것은 자신이 아니라 모나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