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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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는 비척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전생하고부터 해가 뜨면 일어나는 삶이었는데, 창문이 없는 방이라 낮인지 밤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바뀐 몸은 밖에 움직이는 벌레들의 소리와 벽 온도를 느끼며 지금이 한밤중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쏟아지듯 몰려오는 감각들에 지쳐 잠들고, 다시 깨어났다가 잠들기를 반복한 지 3일째.

감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는지, 두통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적어도 심장이 뛰는 감각과 함께 욱신거리던 통증은 사라지고,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두통이 오는 듯한 느낌만이 남았다.

“진통제 먹고 싶다…….”

로나는 전생에서 약을 찾았을 때처럼 중얼거리다가 뱀파이어로 변한 이 몸은 진통제도 안 듣겠다고 생각하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것을 보아 3일 동안 모나한은 계속 밖에 있었나 보다.

로나는 그런 모나한을 걱정했다.

아직도 냄새의 경계선 밖에 있는 걸까.

후각에 집중하면 그 경계선에서 잠깐잠깐 들어왔다 나갔다 움직였던 것 같은데.

내가 잘 있나 알아보기 위해서인가.

로나는 그대로 서서 두 눈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3일 동안 돌아가지 않았던 뇌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모나한은 그럼 계속 바위산에 있었던 건가?

겨울이라 추울 텐데……. 아, 무슨 상관이야.

“내가 지금 죽을 것 같은데, 나부터 살고 봐야지.”

으어어.

로나는 거의 숙취에 죽어 가는 사람 같은 신음을 내며 발을 질질 끌며 허브 화분이 가득 놓인 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허브 잎 사이에 코를 박은 채 숨을 쉬었다.

확실히 모나한의 말대로 허브 향이 제일 맡을 만했다.

매캐하긴 마찬가지였지만, 허브 사이에 있으면 다른 향이 좀 덜한 느낌.

“흡-하. 흡-하. 흐으읍-하!”

로나는 캣잎을 뿌린 고양이나 마약이라도 흡입하는 사람처럼 허브 화분을 손에 들어 코를 킁킁거렸다.

그녀는 그대로 허브 화분을 품에 안고,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허브 향만 흡입했다.

묘하게 풀린 동공과 눈가 근육, 힘없는 몸짓이 어딘가의 중독자들과 똑 닮은 몰골이었다.

그녀는 허브 향을 흡입하며 자신이 얼마나 오래 이러고 있었는지 생각했다.

뱀파이어가 된다고 침대에서 끙끙 앓았던 게, 3일.

뱀파이어가 된 후 감각이 정돈이 안 돼서 끙끙 앓았던 게, 3일.

“……와. 침대에서 6일 동안 안 나왔어?”

비상 안내 문자로 호우 주의보나 태풍 주의보가 떨어져도 뚫고 직장으로 출근하곤 하던 전생의 자신이 뒤에서 유령처럼 나타나 채찍을 철썩철썩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출근해! 출근하란 말이야! 월급! 월급!

게다가 전생에 로나는 대학원생까지 했던, 그야말로 교수님의 전속 노예 시절을 견뎌 내었던 이였다.

쉬는 날 없이 연구실에서 갈리던 전생의 로나, 그 후 직장에서 갈리던 로나, 현생에서 빵집을 하며 꼬박꼬박 장사했던 로나의 영혼이 소리쳤다.

6일이나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니!!

여행한다고 장사도 대충했으면서!!

저어기 경험치 바를 보아라! 6일 동안 미동도 없었음이라!!

로나는 지독한 일 중독이었다.

“더는 침대에 있고 싶지 않아. 내 안의 k-민족의 영혼이 채찍질한다.”

그녀는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이 몸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실리가 주었던 ‘새인간뱀됐지’의 서류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감각들은 점차 익숙해지고 있었다.

3일 동안 침대에서 낑낑거리는 동안 많이 적응된 듯했다.

하지만 그놈의 후각! 빌어먹을 후각!

숨을 길게 들이쉬는 동안 익숙해졌던 냄새들이 숨을 한번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마시면?

으악악! 지독한 냄새가 느껴져요!

코를 막아 보면, 입으로 숨을 쉬어 보면?

들이쉴 때는 익숙해졌던 냄새들이- 이하 생략, 으악악!

로나는 허브 사이에서 코를 빼고 지독한 냄새에 익숙해지려고 했다가 참지 못하고 다시 코를 허브 사이에 박았다.

흡-하. 흡-하. 흐으읍-하!

그녀는 어떻게든 방 밖에 나가고 싶어져서 다시 코를 화분 바깥으로 뺐다가, 지독한 냄새들에 코를 허브 사이로 박는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며칠을 더 침대에서 낑낑거려야 할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포기하면 로나라는 이름이 울지.”

그녀는 온 얼굴을 허브 이파리 사이에 박은 채로 이젠 선홍색이 된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서 궁리하기 시작했다.

로나의 얼굴에 눌린 허브가 그녀의 숨에 애처롭게 떨어 댔다.

허브 화분을 그대로 들고 밖으로 나가 볼까?

코를 허브 사이에 박아 놓고 움직이면 되잖아.

좀 이상한 몰골이긴 하겠지만, 나밖에 없는데. 뭐, 어때.

근데 그러면 손이 봉인되니까 다른 일을 못 할 텐데.

적어도 가서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싶은데.

한 손엔 화분을 든 채로 한 손으로만 모든 행위를 끝내 봐?

그러다가 그녀는 전생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시체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시체 냄새를 덜 맡기 위해 코 밑에 치약을 바르던 장면!

하지만 이 세계에는 치약이 없는데.

기껏 해 봐야 소금이나, 아니면 마법으로 나온 이상한 껌 같은 걸로 이를 닦는데.

그냥 코에 허브잎을 쑤셔 박아?

근데 생각보다 허브 잎에서 향이 일찍 날아가던데?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고민하다가, 자신이 누워 있던 침대의 베개를 빤히 쳐다보았다.

모나한과 자신이 준비했던 베개는 안에 폭신폭신한 솜이 가득 들어 있었다.

“……베개의 솜에 허브즙을 적셔서 코에 쑤셔 박아?”

좋은 생각인데? 당장 하자.

로나는 폭신폭신한 하얀색 베개를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안에 있는 솜을 뽑아내어, 초록색 잎에서 짜낸 즙에 철벅철벅 적셨다.

그리고 코에 쑤셔 박았다.

끼이익-.

코에 초록색 솜을 쑤셔 박은 로나가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방 안은 공기가 어느 정도 차단되고, 허브 화분으로 인한 허브 향이 가득해서 그나마 괜찮았던 공기가 방문을 열자마자 엉망진창으로 바뀌어서 코 안을 찔러 댔다.

“와아아.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눈물이 나오네.”

로나는 어느새 볼로 뚝뚝 흐르는 눈물을 한번 훔치고, 코에서 나온 콧물이 녹색 솜을 적셔서 흐른 녹색 콧물도 한번 훔쳤다.

문득 자신이 지금 엄청나게 못생긴 몰골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가 돼서 미인이 되었을 거란 말은 들었지만, 그보다는 코에 솜을 쑤셔 박고 녹색 콧물을 흘리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몰골밖에 상상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군.”

그러나 로나는 제 몰골을 뒷전으로 넘기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온갖 감각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에 비해 바뀐 몸은 가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휙휙 움직이고 있었다.

허리와 어깨가 이렇게 가볍다니!

로나는 널뛰는 감각만 아니라면 신나겠다고 생각하며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저 멀리 감각의 경계선에 모나한이 살짝 들어온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이 방에서 나온 것을 알아채고 깜짝 놀라는 것도.

자신이 방 밖에 나올 때 조금이라도 괜찮을 방법을 모나한이 생각했는지, 산장의 모든 창문이 두꺼운 커튼으로 막혀 있었다.

그 때문에 로나는 산장 밖의 풍경을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촛불 하나 없는 새까만 집 안이었지만, 로나의 눈은 그 어둠을 뚫고 모든 것을 선명히 보고 있었다.

낮에 보는 것처럼 색감이 있진 않지만, 뚜렷한 회색 세상이랄까.

로나는 모나한의 배려와 경계선에서 어쩔 줄 모르며 당황하는 그의 행동에 키득키득 웃고는 목표했던 산장의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이 문고리만 열면 허브가 가득 핀 정원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한밤중이니까 머리 위로 별빛이 반짝이고 달빛이 살랑일지도 모르지.

그 모든 풍경이 인간으로 보았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모나한의 느낌도 좀 더 가까워지겠지.

비릿한 피 냄새를 더 가까이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다가갈 수도 있을 테고.

그녀는 3일간 보지 못한 모나한이 너무나 그리웠다.

로나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기대감을 느끼며 산장 문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무리!”

닫았다.

아, 이건 무리네. 냄새 완전 지독해!

그리고 너무 밝아!

“달빛과 별빛이 여름 한낮의 태양처럼 느껴질 정도라니……. 죽을 것 같네. 그리고 왜 저렇게 온갖 냄새가 나는 거야? 어휴.”

모나한이고 뭐고, 코 아파! 눈 아파!

이게 말로만 듣던 화생방인가. 화생방이 이런 느낌인가.

아, 기침 나온다.

콜록, 콜록, 콜록! 에, 에에취!

앗! 솜 빠졌다!

“우웩! 냄새 최악!”

로나는 솜이 빠지자마자 더 미친 듯이 쏟아지는 냄새에 패배를 시인하고는 몸을 돌려 2층으로 물러나기로 했다.

저 멀리서 모나한이 자신이 움직이는 걸 느끼고 한숨을 푹 쉬고 있었다.

로나는 왠지 조금 분한 느낌이 되었다.

“두고 봐라. 어떻게든 집 밖으로 나가 주마!”

누구도 그녀를 가두지 않았건만, 로나는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탈옥범이 된 기분으로 외쳤다.

그리고 그날부터 일주일 후 로나는 집 밖으로 나와 모나한의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불렀다.

“만세!”

“로나!”

그리고 그런 로나의 모습을 보며 모나한이 기겁했다.

로나가 집 밖으로 나와 정원에서 돌아다니는 것에 경계선에서 모나한이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던 것도 며칠.

결국 로나가 먼저 비린내를 맡고 다가왔다가, 지독한 냄새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가왔다가, 돌아갔다 하던 것도 며칠.

그리고 결국에 로나가 엉엉 우는 얼굴로 모나한의 앞에서 양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는 오늘.

“집으로 갑시다! 집으로!”

“와, 나 지금 진짜 못생겼겠다.”

“그게 문제예요!? 만세는 무슨 만세예요!? 엉엉 울고 있는 주제에!!”

“일주일 하고도 3일이나 더 걸렸네. 그래도 성공했다. 장하다, 나.”

“아냐! 하나도 안 장해! 울면서 나올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아, 좀 강하게 자극 좀 하고 그래야 알아서 익숙해지죠. 나약하기는. 쯔쯔쯔.”

“로나 씨 몸이거든요!?”

“제 몸이니까 이러죠.”

모나한은 로나의 말에 미치겠다는 표정이 되어서 어쩔 줄 모르고 팔을 휘저었다가, 결국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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