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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한은 얼굴이 선해 보여서인지, 아니면 그냥 얼굴이 작아서인지 묘하게 왜소하게 보이는 면이 있었다.
키가 커서인가?
그는 커다랗기보다는 길어 보이곤 했다.
하지만 가까이 가 보면 생각보다 어깨도 넓고, 덩치도 컸다.
사냥꾼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되는 크기랄까.
허리가 얇아서 왜소해 보이나?
로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모나한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운동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뱀파이어라서 그런지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폭신하고 탄탄한 가슴 근육도.
로나는 검은 마음을 딱히 숨기지 않고 모나한의 가슴에 볼을 비비적거렸다.
잘생기고 탄탄하고 예쁘고 달콤하고-.
모나한에 대한 칭찬들이 머릿속에 와글와글거렸지만 절대 밖으로 내뱉진 않을 테다!
로나는 이상한 오기를 부렸다.
그리고 로나를 품 안 가득 안은 모나한은 그동안은 허리에 가만히 손을 올렸거나, 그냥 꼭 끌어안기만 했던 손을 로나의 셔츠 위에 살며시 올렸다.
산장을 치우느라 겨울 외투를 벗어 버려 그의 손을 막는 두꺼운 천도 없었다.
청소하느라고 달아오른 피부가 따끈따끈했다.
로나가 차가운 손끝에 살짝 움츠러드는 것을 느끼며, 모나한은 로나의 목덜미에 손을 대었다.
긴장을 풀라는 듯이 가볍게 몇 번 주무른 손은 등을 타고 내려와 날개뼈 끝을 더듬었다.
새하얀 셔츠 위로 동그란 날개뼈를 매만지는 손길이 적나라했다.
두꺼운 겨울 셔츠였지만, 고급 옷감으로 만들어서일까 이상할 정도로 느낌이 선연했다.
날개뼈를 만지는 손끝, 척추뼈를 따라 훑는 손길, 잠시 올라와서 어깨선을 훑어 내리다가 다시 넓게 온 손바닥으로 만지며 내려가는 느낌.
살며시 간지럽히는 등허리, 허리의 들어간 부분을 매만지는 손, 점점 내려가서 슬며시 눌러 내리는 꼬리뼈……!
“잠깐!”
“네?”
“인제 그만! 끝! 끝이에요!”
로나가 생각보다 야하게 느껴지는 손놀림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모나한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모나한이 얼마나 단단하게 안고 있는지,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전 아직 만족 못 했는데요. 골반 뼈끝도 만져 보고 싶고, 날개뼈가 동그란 게 예쁘던데 한 번 더-”
“이,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네?”
“어디서 그런 손놀림을 배워 와서는!”
“흠.”
로나가 “떽!” 소리치며 모나한의 품에서 바르작거렸지만, 다시 모나한이 허리 오목한 부분을 만지작거리자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로 눈동자를 바르르 떨며 모나한은 올려다보았다.
“우, 우리 아직 청소 다 안 했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그렇죠! 아이고오! 먼지가 가득하네! 아후, 콜록콜록! 이것 봐요! 기침이 다 나네!”
“흠.”
“콜록, 콜록! 아이고오오! 코 간지러워라!”
덜덜 떨리는 말끝에 얼굴엔 애원이 가득했다.
어색한 연기와 어색한 기침이 아주 볼만했다.
모나한은 그 모습을 빤히 보면서 은근슬쩍 손을 올려 날개뼈 끝을 더듬었다.
“으아아! 로나 살려! 먼지 때문에 죽는다!”
“큭-!”
“웃었다! 웃었죠?! 그럼 이제 끝! 만지기 타임 끝!!”
“웃으면 끝나는 거예요?”
“네!! 웃으면 끝나는 거예요!”
모나한은 로나의 필사적인 말에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박은 채 웃으며 어깨를 떨었다.
어깨에 닿는 웃음이 간지러웠음에도 로나는 모나한이 또 제 허리를 만지작거릴까 봐 그대로 굳어 있었다.
모나한은 한참을 웃고는 로나의 허리를 몇 번 토닥이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 토닥임에도 흠칫거렸던 로나가 떨어지자마자 날카로운 눈초리로 모나한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여 주고는 뻔뻔한 얼굴로 어깨만 한번 으쓱거렸다.
로나는 제가 만져도 된다고 하여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입술이나 삐죽거렸다.
정말로 통상적으로 ‘허리’라고 부르는 부분만 만져서 더더욱 뭐라고 못 하게 되었다!
“청소할까요?”
“……네.”
그리고 모나한이 물은 질문에 한껏 삐진 목소리나 낼 뿐이었다.
로나는 이 분노를 청소에 풀겠다는 듯이 전투적으로 먼지를 쓸고 닦았고, 모나한은 뒤에서 키득거리며 그녀를 바라보며 청소했다.
로나보다 모나한이 청소한 부분이 훨씬 많았으므로, 로나는 모나한의 괘씸함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제 허리를 넘기지 않겠다고 중얼거렸다.
모나한은 또 언제 만질 수 있을까 기회를 노리며 눈을 빛냈고, 말이다.
* * *
장사 시작할 때 매일 쓸고 닦은 경험이 어디 간 건 아닌지 둘은 하루 만에 집 청소를 끝냈다.
“으어어어-”
체력이 완전히 방전된 로나가 반짝반짝한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로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에 모나한이 따뜻한 레몬티를 예쁜 컵에 담아 로나의 앞에 놓아 주었다.
“이거 마시고 이불 속에 따뜻한 물주머니 넣어 놨으니까 가서 먼저 자요.”
“모나한은요?”
“으음. 주위에 어떤 생물이 있는지 좀 보려구요.”
“그래요? 전 피곤해서 안 되겠어요. 먼저 잘게요.”
“네네. 아침에 일어나면 제 잘생긴 얼굴이 바로 옆에 있을 거예요. 완벽한 모습으로 말이죠.”
“아, 네.”
로나가 모나한의 주접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하루 이틀 들은 주접도 아니었으니, 대충 넘기는 데 도가 튼 로나였다.
모나한은 로나가 완전히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를, 그녀가 폭신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목 끝까지 이불을 덮는 것을, 그리고 잠시 후 숨소리가 작게 가라앉는 것을 들었다.
그녀가 완전히 잠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모나한은 발소리 없이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갔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인해 닫히는 문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빠른 속도로 주위의 생명체들을 지워 나갔다.
절벽 안쪽에 생긴 공동은 산장의 마법으로 인해 어떤 동물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공동을 벗어난 바위틈에는 아직 많은 생물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변하게 될 로나의 코에 그들의 피 냄새가 맡아지게 되겠지.
모나한은 자신이 산장에서 맡을 수 있었던 모든 동물의 냄새들을 찾았다.
자잘한 생쥐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보다 큰 생물들은 전부 다 잡아 냄새의 경계선 밖으로 던져 버렸다.
바위 속으로 숨어 버렸던 마지막 토끼 한 마리를 잡아 경계선 밖으로 던져 버렸을 때는 저 멀리에서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모나한은 빠르게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버리고 집으로 달려가 재빠르게 씻었다.
땀 한 방울 나지 않은 몸이었지만, 밖에서 묻은 먼지를 가지고 로나에게 갈 수는 없었다.
그는 머리를 완전히 말리지 않아 물기가 살짝 남게 해서 로나가 딱 좋아하는 촉촉한 미남을 완성했다.
그러고는 2층으로 올라가 곤히 자는 로나의 옆으로 조용하고 신속하게 파고들었다.
로나는 한번 잠들면 잘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녀의 옆으로 파고드는 것은 기민한 몸놀림을 가진 모나한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모나한은 그대로 창문을 등지고 머리를 팔로 지탱한 채로 옆으로 누워 로나를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에서 아침햇살이 서서히 쏟아졌다.
로나의 기상을 몇 번이나 본 모나한이 로나의 눈에 비치는 햇빛의 밝기를 가늠했다.
모나한이 아는, 로나가 잠에서 깨는 밝기의 햇빛이 그녀의 눈에 머물렀을 때, 로나가 와락 미간과 코끝을 찡그리며 신음했다.
“으으으…….”
그 모습에 모나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그녀의 오글오글해진 주름 끝을 문질렀다.
그 손길에 로나의 주름이 펴졌다가, 모나한이 손을 치우자 다시 햇빛에 오그라들기를 반복했다.
몇 번이나 그랬을까, 드디어 로나가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갈색 속눈썹 아래로 아직 멍한 기운이 가득한 눈동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햇빛이 반사되어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모나한은 그 멍한 눈동자가 천장을 보고 몇 번 느릿하게 깜박였다가,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로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로나.”
“으에.”
모나한의 인사에 로나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이상한 신음으로 답했다.
“잘 잤어요?”
“으에에.”
“오늘 아침은 베이컨에 계란프라이로 할까요? 밥은 새하얀 흰밥으로요.”
“으에에에.”
“좋아요. 저 먼저 내려가서 준비하고 있을게요. 천천히 씻고 와요.”
모나한은 로나의 개떡 같은 대답을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답하고는, 그녀의 볼에 잔 키스를 날리고는 침대에서 산뜻하게 일어났다.
로나는 그런 모나한의 길쭉하고 우아한 걸음걸이를 멍한 얼굴로 보다가 뒷머리를 베개에 뭉기적거리며 더 자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머리 위의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빛은 밝디밝아서 눈을 감아도 앞이 환했다.
로나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로나가 크게 하품하고 몸을 씻고 터덜터덜 1층으로 내려갔을 때, 모나한이 이미 아침상을 완벽히 차려 놓은 후였다.
“간단한 식사라 그냥 제가 만들었어요. 여기 앉아요.”
“와아아. 아침밥 해 주는 사람이 있다아-”
“뭐예요? 지금까지 계속 같이 만들었잖아요.”
“하지만 아침밥 만드는 게 가장 귀찮다고요. 게다가 혼자 만들었으니까.”
“앞으로도 제가 만들까요?”
“괜찮아요. 같이 만드는 시간도 좋아하니까.”
“……그래요?”
“그래요.”
모나한은 로나에겐 아주 평범한 목소리와 말투로 두근거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중얼거렸지만, 로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계란 노른자를 톡 터트렸다.
딱 알맞게 익은 계란 반숙이 황홀했다.
“으으음-”
“오늘 밤에 뱀파이어가 되는 게 좋겠어요.”
“오늘요?”
“하루라도 겨울이 긴 게 로나가 편할 테니까요. 아무래도 겨울엔 웬만한 동물들이 활동을 줄이니까요. 특히 이런 바위산에서는 더더욱 개체 수가 줄고요.”
“흠. 좋아요. 어차피 해야 할 거 빨리 끝내는 게 좋겠죠.”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러 가는 것도 미뤄졌는데, 김치 레시피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변하는 게 좋겠다.
로나는 새콤 짭잘한 김치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가 그만두었다.
“수도에서 사 온 회색 잠옷을 입어야겠어요.”
“아, 그거. 뱀파이어가 되는 날을 기념해서 입겠다고 아직 안 입으셨죠.”
“맞아요! 부들거리는 그 촉감을 두고 얼마나 눈물을 곱씹었는데!”
로나가 진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모나한이 순간 로나가 그 잠옷을 입기 위해서라도 뱀파이어가 되려고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