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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와 모나한은 적당한 길에 자리 잡고 장사를 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드디어 빵집 마차를 선보일 시간이 되었다.
로나는 오랜만에 제대로 장사할 생각에 아침부터 열심히 빵을 구웠다.
시범 삼아 몇 번 마차의 오븐을 써 본 적이 있었지만, 제대로 여러 빵을 왕창 구워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신상 오븐은 로나의 두근거림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빵 만드는 거 너무 좋아! 언제나 새로워! 짜릿해! 최고야!”
모나한은 거의 마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빵이 오븐에서 뿅뿅뿅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저것을 말려야 하지 않을까.
수도에서 하는 첫 장사인 만큼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을 텐데, 빵이 너무 많이 남는 것 아닌가.
그러나 마음속 식욕의 노예가 조용히 속삭였다.
많이 남으면 내가 많이 먹을 수 있다.
“크루아상을 좀 더 만드시는 건 어때요? 저번에 그게 인기가 많았잖아요.”
“그럴까요?”
마음속 속삭임에 넘어간 모나한은 로나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기 시작했고, 그 부채질에 훌륭히 넘어간 로나가 온갖 빵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렸다.
“……너무 많이……. 만들었다……!”
로나가 이성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모나한이 빵들 한가운데서 세상 행복하다는 얼굴로 웃고 있었을 때였다.
“크윽-!! 새로운 오븐의 성능에 눈이 멀고 말았어!”
“와아! 주위에 빵밖에 안 보여요!”
“이거 어떻게 다 팔지? 이거 오늘 하루 만에 팔 수 있는 거 맞아? 내 신조는 ‘오늘 만든 빵은 내일 팔지 않는다!’인데!”
“로나, 이거 너무 행복한 풍경이에요! 감동적이야!”
로나는 모나한이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박수를 짝짝짝 치는 것을 배경으로 삼고 좌절했다.
이건 모나한도 먹다가 배가 터질 것 같은 양인데……!
저 자식은 말리지도 않고! 부추기기만 하고!
“나 자신이 이렇게 칭찬에 약했던가……!”
옆에서 계속 ‘너무 잘 만든다! 와, 이 오븐 최고다! 냄새만 맡아도 황홀하다!’라며 칭찬하니까 더 신나 버렸잖아!
“……오늘 안에 다 팔 수 있을까?”
“하하하. 무리죠.”
모나한이 행복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웃었다.
“남은 건 전부 제 위장으로! 알죠?”
“먹다가 배 터져 죽을 것 같은데.”
“에이! 뱀파이어의 위장을 뭐로 보고! 다 먹을 수 있어요.”
“……우선 팔 수 있는 데까지 팔아 보고, 모나한의 위장에 넣을 수 있는 양까지 넣어 본 다음, 남은 것 신전 같은 곳에 기부해야겠어요.”
“남은 건 다 제 건데요!”
“욕심부리지 말아요, 모나한.”
“제 겁니다!”
“남편, 착하지? 내일은 내일의 신선한 빵이 기다리고 있단다?”
“후. 어쩔 수 없군요. 전 착한 남편이니까.”
“그래요, 그래요.”
모나한이 남편이라는 말에 순순히 물러나자 로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떡이고는 마차에 장사 중이라는 팻말을 걸었다.
이미 입고 있던 로나 빵집의 유니폼이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제 장사 하는 거요? 아까부터 엄청나게 맛있는 냄새가 나더구만!”
“네네. 장사 시작했어요. 어떤 빵으로 하실래요?”
“글쎄……. 우선은 기본적으로 저기 우유식빵부터…….”
빵 냄새에 홀려 다가온 손님을 로나가 익숙히 받아들이고, 그런 로나의 뒤에서 모나한이 빠르게 손님이 고른 빵들을 담았다.
손님은 기본적인 빵만 사겠다고 말하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더 맛있어 보이는 빵들에 눈이 돌아가 이것저것 골랐고, 결국 커다란 빵 봉투를 들고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빵 봉투에서 흘러나오는 황홀한 냄새는 훌륭한 광고가 되었고, 로나의 빵 마차 앞에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이기 시작했다.
모나한이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을 지었을 때 즈음에는 이미 만들어 놓은 많은 빵 중 3분의 2가 팔린 후였다.
“확실히 수도가 인구수가 많아서 그런지 잘 팔리네요. 학원 도시 빵집에서 하루 정도 팔았을 때와 비슷한 양인 거죠?”
“……네.”
“해가 지기도 전에 그 정도로 팔린다면, 오늘 안에 이 빵을 모두 팔 수도 있겠네요.”
“……네, 그렇죠. 아주아주 잘 팔리네요.”
“사람이 많은 것도 많은 거지만 이상하게 대량으로 사 가는 사람이 많네요. 신기하네.”
로나는 모나한의 좌절한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장사가 잘돼서 기쁘다며 다음 손님을 맞이했다.
모나한은 로나가 기뻐하니까 자신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점점 줄어드는 빵의 산에 슬퍼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기쁜데 슬퍼! 슬픈데 기뻐!”
“헛소리하지 말고, 거기 크루아상이나 좀 더 주세요. 크루아상 다섯 개면 될까요?”
“네네. 그거랑 옆에 치즈타르트도 세 개 주세요.”
“감사합니다, 손님!”
로나는 이 정도면 아예 여기 가게를 차려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학원 도시가 아니라 수도에서 가게를 냈어야 했나.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요.”
“네?”
“방금 여기 가게를 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안 돼요.”
“……이젠 제 표정도 읽어요?”
“뻔하죠, 뭐. 로나의 장사 사랑.”
“음……. 뭐, 잘 팔리니까.”
“이 길거리가 원래 마차 상인들이나 좌판 상인들이 주로 장사하는 곳이잖아요. 수도에서 사는 게 아니라 장사하고 나면 원래 자기 살던 곳으로 돌아간단 말이에요. 아니면 다른 곳으로 장사하러 떠나거나.”
모나한이 한 손님이 고른 빵을 봉투에 담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빵을 또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미리 많은 양을 사 가는 거죠.”
“아하.”
로나는 모나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 봉투를 손님에게 건네주었다.
“게다가 이 빵 마차도 마차 상인이니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빵집이죠. 한 곳에서 장사를 오래 하면 오래 할수록 매출이 줄 거예요. 이 마차가 내일도 여기 있겠거니 생각할 테니까.”
로나 씨 빵이라면 계속 인기 있을 수도 있지만…….
모나한이 작게 중얼거리는 말까지 들은 로나는 자신의 빵에 대한 자신감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깐 홀린 거지 진짜로 여기 가게를 낼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모나한이 만나기로 한 이들을 만나면 바로 장사 접을 거니까.”
“좋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모나한도 로나의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결국 빵을 거의 다 팔게 되었고, 로나는 더더욱 입꼬리를 올리고 들어온 매출에 기뻐했고, 모나한은 별로 남지 않은 빵에 슬퍼했다.
다른 뱀파이어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나한은 최소 일주일 최대 한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지만, 장사한 지 3일 만에 새로운 뱀파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진짜 냄새 끝내준다. 생긴 것도 어쩜 이렇게 맛있게 생겼을까?”
“와……. 진짜 입에 침 엄청 고이네.”
로나는 눈앞에 황금색 눈동자를 반짝이는 검붉은 머리 색의 미남 미녀들을 바라보았다.
머리 색과 눈동자 색이 꼭 닮아서 가족이라고 생각될 수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얼굴 생김새가 완전히 달라서 가족은 아닌 듯싶었다.
“어떤 걸 사 먹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
“전부 사 먹어야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이야기에 그들은 진지한 얼굴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검붉은색 머리를 높게 틀어 올린 여성이 황금색 눈동자를 로나와 마주쳤다.
날카롭게 올라간 눈꼬리와 반짝인다기보다는 번뜩인다는 말이 어울리는 눈동자는 쉬이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뒷골목 상자 위에 다리 꼬고 앉아서 손가락 까닥이면서 희생자를 찾는 보스 같은 사람!
로나는 조금만 더 날카롭게 바라보면 모나한을 불러야겠다는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황금색 눈동자를 황홀하게 휘었을 때, 로나는 다른 의미로 모나한을 부르고 싶어졌다.
이거 네 동족이지?!
선홍색 눈동자는 아니지만 창백한 피부에 엄청난 외모!
퇴폐를 쏟아부은 것 같은 분위기!
그리고 웃자마자 무지막지하게 아름답고 화사한데 묘하게 위험해 보이는 미소까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모나한 동족이구만!
로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모나한을 부르려고 했을 때, 붉은 머리 여성이 손가락을 우아하게 들었다.
손끝의 손톱까지 완벽하게 아름답고 우아한 동작.
붉은 입술이 분위기 있게 벌어지고 붉은 혀가 넘실거리고.
혀끝까지 달짝지근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로나는 순간 모나한의 주문과 모틸라의 주문을 들었던 그때를 떠올렸다가-.
“여기부터 저기까지, 전부 다- 살래.”
“감사합니다, 손님!!”
그런 것 따위 상관없이 그냥 내용에 행복해졌다.
동족이고 뭐고 대박 손님이시다!!
“어떻게 하나하나 포장해 드릴까요? 아니면 저택이나 머무시는 곳으로 배달해 드릴까요?”
“으음……. 배달도 가능한 거야?”
“그럼요, 그럼요. 이거 딱 보면 마차잖아요! 마차 통째로 끌고 가면 되지요!”
“어머나, 좋아라. 그럼 주소가 어떻게 되냐면-”
“뭐 하는 겁니까, 실리.”
그리고 어느새 로나의 머릿속에 까맣게 잊혔던 모나한이 다가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앗! 모나한이다.”
“네. 모나한입니다. 늦은 밤에나 몰래 다가올 줄 알았더니, 이렇게 대놓고 오십니까?”
“어, 음.”
모나한의 말에 실리라고 불린 여성이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
그리고 로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로나는 그녀가 모나한의 정체를 아는지 살피는 것 같다는 것을 눈치채고 간단히 말했다.
“알고 있어요.”
“으, 응?”
“어……. 같은 뭐랄까……. 크앙?”
“뭡니까, 그건? 설마 그게 제 정체를 나타내는 행동은 아니죠?”
로나가 뱀파이어라는 단어를 광장에서 말할 수 없어서 몸짓으로 나타낸 것에 모나한이 당황하며 물었다.
무슨, 피를 빠는 것 같은 모습도 아니고 고양잇과 맹수가 사냥감을 덮치는 듯한 묘사 아닌가, 저건.
“대충 뜻만 통하면 되잖아요.”
로나도 그 행동은 아닌가 싶었던지 눈을 피하며 투덜거렸다.
무안했던 모양인지 볼이 살짝 붉어진 채였다.
모나한은 매우 그 볼을 만지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랐지만, 광장 한가운데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이라는 것에 참고 있었다.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 로나가 접근 금지를 내릴 게 분명했다.
단둘이 있을 때는 어떤 느끼한 유혹이라도 받아 주곤 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경멸하는 눈초리로 멀어지곤 했으니까.
물론 그 경멸하는 눈초리도 좋지만…….
모나한은 로나는 귀여워해 주고 싶다는 욕망을 간신히 부여잡고, 자신들을 구경하는 실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