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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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실라가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제 주위에 걱정을 가득 담은 채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옆에는 걱정이 가득한 프리먼, 굳은 얼굴인 질란 라이언, 분노한 니켈스, 그리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폴먼 리앙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자신이 학원에서 특히 친했던 사람들이 제 주위를 모두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하는 행동은 꼭 자신을 보러 온 것보다는 소중한 사람이 쓰러져 보호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프리먼이 부른 것인지, 왕족 전용 신관이 제 침대 옆에 새파란 얼굴로 겨우겨우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기억이 안 나는 건가? 그대는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신관이 말하기를 독을 먹고 쓰러진 거라고, 죽을 뻔하였다고 말하더군.”

“제, 제가요?”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그들의 소중한 사람일 게 분명한 자신이 독을 먹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아실라는 놀라 가슴에 손을 올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다행히 프리먼 님이 왕족 전용 신관을 불러 주셔서, 몸은 회복되셨습니다. 다만 아직 기운이 없을 테니, 무리하지 마십시오.”

“그보다 도대체 어떻게? ……왜?”

“처음엔 네가 마신 차에 독이 타 있는지 의심했는데, 네 시녀도 같이 마셨고, 시녀는 몸에 아무 이상이 없었지. 그래서 네가 먹은 빵을 의심 중이다.”

“빵요?”

“그렇습니다. 그 빵에 독이 검출되기는 했습니다만…… 그 독은 매우 약한 독입니다. 겨우 해 봤자 식중독을 일으킬 뿐이죠. 피를 토하거나 목숨이 위험할 독은 전혀 아닙니다. 지금은 차에 뭔가 있나 검사하는 중입니다.”

“제 차에는 아무것도 안 들었어요!”

아실라는 갑자기 날카롭게 파고들어 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화려하고 진한 금발을 완벽한 세팅과 함께 늘어트려 놓은 여학생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틸로테 피아나. 틸로테 공작가의 공녀.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

“저…… 피아나 님은 왜 여기에.”

“지금 검사하고 있는 차에 뭐가 들어 있을지 몰라서 불렀다. 그녀는 억울하다고 하고 있지만, 아직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이 학원에서 너를 가장 싫어했던 인물이니.”

“저는 그저 아실라에게 사과하려고 차를 선물한 것뿐이에요! 제 사과를 의심하다니, 너무해요! 저는, 저는…… 제가 드린 차를 아랫사람과 마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치스럽기만 한데!”

“피아나 님…….”

“어떻게 제가 준 차를 시녀와 마실 수 있죠!? 그건 절 모욕하는 짓이에요! 저를 무시한 거라고요!”

“지금 아실라가 죽을 뻔했는데 그런 게 중요한가?”

“윽……! 아, 아무튼. 제 차는 아무 이상 없어요!”

피아나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반쯤 울먹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정말 억울해 보였다.

실제로 자신보다 높은 귀족이 사과의 의미로 준 선물을 시녀와 마신 것은, 매우 모욕적인 일이었으므로, 그녀의 억울함은 타당해 보였다.

“프리먼 님, 검사가 끝났습니다.”

“그래. 무엇이 검출되었지?”

프리먼이 문을 열며 들어온 조사단 단원에게 물었다.

그의 입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단원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평범한 차였습니다.”

“봐요! 전 억울하다고요!”

“다만, 유행하는 차의 레시피와는 약간 다른 비율이었습니다.”

“음?”

“하지만 그냥 평범한 말린 잎일 뿐이어서…… 독을 가지고 있는 식물은 아닙니다.”

“전 그냥 조금 더 맛있게 드셨으면 해서, 제가 생각하는 제일 좋은 레시피를 만들어 드렸을 뿐이에요! 전 정말 억울하다고요!”

피아나는 제 가슴에 손을 얻은 채, 크게 말했다.

자신은 거리낄 게 조금도 없고, 오히려 모욕당했다고 외쳤다.

아실라는 그 상황들을 보면서,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고민했다.

생각보다, ‘어떻게’는 궁금하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에게 독을 먹인 건지, 누가 그런 건지, 같은 것보다.

왜?

왜 나를 죽이려 한 걸까?

멍하니 생각하는 아실라를 두고 피아나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그 빵! 그 빵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약한 독이 들어 있다고 했는데, 아실라가 먹은 빵에는 독한 독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빵집에 병사를 보내서, 샅샅이 뒤져야 해요!”

“이미 병사를 보내 놓았다.”

“……네!?”

멍하니 있던 아실라가 깜짝 놀라 질란 라이언을 바라보았다.

질란은 자신만 믿으라는 듯,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실라 님의 단골 빵집에 사람을 보내 놓았습니다. 아실라 님이 그곳을 보물처럼 여기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당신의 몸이 위험했습니다. 저는…… 저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을 정중하게 대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아니에요!”

“네?”

“저는 오늘 거기서 빵을 사 먹지 않았어요! 다른 곳에서 사 먹었어요!”

“네!?”

* * *

로나는 일요일 장사를 끝내고, 왜 아실라가 오지 않았을까 잠깐 고민하며 모나한의 손을 잡고 시장을 향했다.

수도에 가기 전에 모나한과 말했던 틸레아 학원 도시 관광을 하기 위해서였다.

축제 기간에도 관광을 제대로 못 했으니,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보자고 상의한 둘은 저녁 장사를 끝내면 언제나 손을 잡고 구경을 하러 갔다.

맛있는 저녁 식사와 가로등에 반짝거리는 야경은 좋은 데이트 코스였다.

모나한은 정말 훌륭한 데이트 상대였다.

숨은 맛집을 잘 알아내는 코는 최고였고, 사람이 적어 이야기하기 편한 곳을 찾아내는 귀는 끝내줬으며, 세심한 배려심, 달콤한 목소리, 잘생긴 얼굴, 훌륭한 몸, 비바-!

아, 중간부터 사심이 엄청 들어갔던 것 같기도 하고.

내 남자인데 사심 좀 들어가면 뭐 어때!

로나는 흐뭇한 얼굴로 모나한을 바라보았다.

모나한도 흐뭇한 얼굴로 로나를 바라보았고.

물론 로나도 자신이 데이트 코스를 짜 보겠다고 말하곤 했지만, 모나한은 자신의 기쁨을 빼앗지 말라는 기특한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로나는 데이트 코스 대신에 야식으로 먹을 빵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모나한은 그 말에 절대로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양손을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훌륭한 식욕의 노예다운 모습이었다.

그 뒤로 데이트 코스가 더 휘황찬란해진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빤히 보이는 놈.

그날도 로나와 모나한은 훌륭한 데이트를 끝내고 가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게에 가까운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병사들이 횃불을 든 채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위에 무슨 사건이라도 터졌나 봐요.”

“구경하러 갈까요?”

“으음…… 화제면 대피해야 할 필요가-”

“집이 타는 냄새는 하나도 안 나요. 불난 것 같진 않은데요. 그보다는 범죄자 체포에 가까운? 주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게 그런 말들 이네요.”

“아, 그럼 안 갈래.”

“로나 씨는 그런 거엔 관심 없더라.”

“괜히 휘말리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둘은 그렇게 말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가게가 병사와 불타오르는 횃불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발견해 버렸다.

“헐, 사건의 주인이 나였냐?”

“왜 우리 가게를 저러고 있죠?”

“제가 알아요? 모나한 사고 쳤어요?”

“아뇨. 저 로나 옆에 꼭 붙어 있었는데요.”

“그럼 아실라가 사고 쳤나?”

“오늘 아실라는 오지도 않았잖아요.”

“그게 이상한 거죠. 분명 매주 일요일마다 와야 하는데, 안 왔으니까.”

“흠.”

“흠.”

로나와 모나한은 잠시 가게에 다가갈까 고민했다.

훌륭한 데이트를 끝내고 왔더니 이유 모를 사고에 휘말려야 한다라…….

둘은 동시에 한숨을 푹 쉬고는 결국 횃불 가득한 곳에 다가가 물었다.

“저기, 무슨 일이죠?”

“이 가게의 주인과 아는 사이입니까?”

“음……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야 저도 뭔가 말해 주죠. 가게 주인이 무슨 짓을 했길래요?”

“아, 틸레아 학원에서 독살 미수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빵집에서 판 빵에서 독이 검출되었습니다. 빵집 주인을 구속하고, 빵집 안을 샅샅이 뒤지라는 명이 내려왔습니다.”

“……네?”

“혹시 이 가게 주인이 어디 있는지 짚이는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도주한 것 같은데…….”

아뇨. 저인데요.

아뇨. 도주 안 했는데요.

데이트하고 왔는데요.

도시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을 뿐입니다.

로나는 진지하게 저입니다, 라고 말할지 말지 고민했다.

오늘은 아실라가 오지 않은 게 이상하다 싶었더니, 드디어 대망의 독살 이벤트가 터진 모양이다.

로나는 고민하다가 굳은 얼굴이 된 모나한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새 제 옆에 서서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자신을 보호하려 하고 있었다.

흠. 믿음직하구먼.

로나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곤, 눈빛 형형한 병사를 향해 똑바르게 말했다.

“저예요.”

“네?”

“제가 이 빵집 주인이라고요. 도주한 것도 아니고, 저녁 장사 끝나고, 잠깐 나갔다 왔을 뿐이에요.”

“정말입니까?”

“그럼요. 정말 도주했다면 여기 이렇게 오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저희 가게 빵에서 독이 검출되었다고요? 그럴 리가. 모나한, 저희가 외출하기 전 가게에 이상한 거라도 있었나요?”

로나가 모나한을 보며 물어보았다.

그 의미는 혹시 누명을 씌우기 위해 집에 몰래 침입한 사람이라도 있냐는 의미였다.

모나한은 가볍게 로나의 말을 알아듣고,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뇨. 매일 있는 맛있는 빵들뿐이죠. 이상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만…… 저희가 잠깐 외출한 사이에 무언가 생겼다면, 글쎄요. 저희는 모르는 일이죠.”

“잠깐 들어가서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봐도 될까요?”

“……누명을 쓰게 됐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두 분만 먼저 들어가는 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불가능합니다.”

“그럼 당신과 함께 들어가죠. 어떻습니까.”

모나한이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제안했고, 그는 정중하게 대하라는 질란의 말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로나가 가게 문을 열었고, 셋이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흐음-”

로나는 모나한이 평소보다 살짝 숨을 깊게 들이쉬는 것을 곁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까지.

“외출하기 전과 달라진 건 딱히 없는 것 같네요. 원하신다면 안을 둘러보아도 좋아요.”

로나는 달라진 것이 없나 둘러보는 척을 하고 나서, 모나한의 팔을 잡고 구석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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