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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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반죽하는 방법이 어렵진 않아요. 반죽이 탱탱해지는 느낌이 될 때까지 해 볼래요?”

“그냥 주무르면 되나요?”

“네. 고르게 섞어서 뭉갠다는 기분으로. 네, 그렇게요.”

모나한은 체온이 낮으니까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로나가 속삭이며 아직 밀가루와 반죽이 묻어 있는 손으로 모나한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자신의 체온보다 훨씬 높은 손가락이 검지에 닿았다.

따뜻한 체온과 그 사이에 말랑한 반죽의 느낌이 검지 손가락을 감쌌다가,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저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손이 따라갔다.

그 후에는 말랑말랑하고 수분기 있는 뽀얀 반죽 위에 손이 올라가 있었다.

“모나한은 힘이 세니까 많이 힘들진 않을 거예요.”

“어…… 네.”

“왜 멍하니 있어요? 움직여요.”

모나한은 로나의 말에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기 있는 반죽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가 돌아오고, 뭉개지고, 늘어나는 감각이 손바닥 가득 들어왔다.

그는 새삼 자신의 손바닥에 많은 신경이 있다는 헛생각을 잠깐 하다가, 로나가 어깨에 기대는 바람에 뇌를 정지시켰다.

와. 손에 있던 신경이 모두 어깨로 이동한 줄.

“모나한?”

“아, 네. 계속할까요?”

“음…… 적당한 거 같으니까 가운데 좀 열어 봐요.”

“이렇게요? 동그란 모양으로…….”

“네. 버터 넣어 줄게요.”

톡.

반쯤 녹은 노란색 네모난 버터가 뽀얀 색의 반죽 한가운데 떨어졌다.

모나한은 왠지 멍한 기분으로 그걸 보다가 로나가 다시 머리를 어깨에 기대자 반사적으로 다시 반죽을 시작했다.

진득한 반죽 아래에서 미끄러운 버터가 뭉개지는 게 느껴지고, 동시에 로나의 앞머리가 살랑거리며 피부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감각이 예민해서 다행인지 아닌지, 모나한은 헷갈렸다.

그러다가 셔츠 위로 로나의 부드러운 볼이 닿아 뭉개지는 감각을 느끼고선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다 보면 반죽 표면이 매끄러워져요. 그러면 발효시키는 거죠.”

“음.”

“자, 동그랗게 만들어 봐요. 좋아요. 매끈하네요. 여기 보울에 넣을까요.”

모나한은 로나의 말에 따라 반죽을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 보울 안에 넣었다.

로나가 그 위로 공간을 살짝 남기고 뚜껑을 덮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놔둬야 하나요?”

모나한이 로나의 뒤를 졸졸 따라가 따뜻한 곳에 보울을 놓으며 말했다.

“한 시간 정도? 이거 식빵 반죽이거든요.”

“오…… 근데 팔기에는 양이 조그맣지 않아요?”

“우리 오늘 저녁으로 먹을 거예요. 꿀 식빵이라 구워만 먹어도 맛있어요.”

“꿀요? 식빵에 꿀을 넣어요?”

“안 먹어 봤어요?”

“네. 안 먹어 봤어요. 로나 씨가 안 해 줬잖아요.”

“응? 내 탓인가?”

“로나 씨 탓이죠. 저의 빵 인생은 로나 씨 손으로 일궈지는 건데.”

“뭐지? 미안해야 하나요?”

“네. 빨리 미안해해요. 당신은 모나한에게 꿀 식빵을 먹여 주지 않은 죄가 있다!”

“아, 그런…… 죄송합니다.”

로나가 눈썹을 끝을 내리고 입꼬리도 쭈욱 내리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만들다가, 이내 표정을 풀며 크게 웃어 버렸다.

“아하하. 맞아요. 제 잘못이네요. 모나한에게 꿀 식빵도 안 먹여 봤다니.”

“사과를 받아들이죠. 식빵에 꿀이 들어갈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이거 맛있어요. 식빵은 고소한데 꿀이 은근히 달콤하거든요. 향도 좋고요. 특히 살짝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으으으. 말만 하지 말고 빨리 먹게 해 주세요.”

“빵은 인내가 필요한 음식이죠. 발효해야 해요. 기다려요.”

모나한은 저녁까지 어떻게 기다리냐며 투덜거리다가 로나가 어느샌가 가져온 초코칩 쿠키를 넣어 주자 입을 다소곳이 다물었다.

“또 주세요.”

모나한이 애교를 담아 말하며 입을 딱 예쁠 만큼 벌렸다.

“혼자 먹어요.”

“싫어요. 먹여 주세요.”

장난기와 애교가 가득 담긴 미소로 씨익 웃더니 다시 입을 벌리는 모나한은 한 마리의 끼 부리는 여우와 똑 닮아 있었다.

살짝 얇은 피부가 웃을 때마다 약간 주름지며 올라가는데, 그게 어찌나 매력 포인트인지.

잘생겼구만.

로나는 순순히 모나한의 입에 쿠키를 넣어 주었다.

오물거리는 입술, 데굴 하고 주위를 한번 돌아봤다가 마주치는 눈동자.

깜박이는 회색 속눈썹과 결국엔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잘생겼다.

평소에는 성직자에 퇴폐미 한 방울 느낌이던 사람이 오늘은 장난기 가득해 보이네.

음. 귀엽구만.

잘생겼는데, 귀여워. 귀여운데 섹시해.

좋아 좋아. 약간 덕질 하는 기분인데?

로나는 왠지 뿌듯한 마음으로 모나한의 얼굴을 감상하며 쿠키를 먹였고, 모나한은 쿠키 하나 먹을 때마다 씨익 웃다가, 코끝을 찡긋거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등 끼를 실컷 발산했다.

마지막 하나가 끝나자 로나는 쿠키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넣어 놓고 손을 휘휘 저었다.

“자, 끝.”

“아주 맛있었어요.”

“누가 만든 건데요.”

“제 주인님께서 손수 만드셨죠.”

로나가 손 터는 걸 끝내자, 모나한이 그녀의 그 두 손을 꼭 붙잡고 마지막 끼를 부렸다.

“뭔데요.”

“입술.”

“네?”

“흐흐.”

“어, 뭐지. 얼굴이 음흉해졌는데? 성직자 어디 갔어?”

“없어요. 갔어요. 지금 전 가염 버터예요.”

“아, 느끼해!”

로나는 모나한이 들이미는 입술을 피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결국엔 고개를 저 멀리 빼고 완전히 찡그린 채로 뽀뽀를 당했다.

“흐흐흐, 귀여워라. 고양이 같네요.”

“네? 뭐가요?”

“고양이들이 입술 들이밀면 그렇게 피하던데. 얼굴 완전히 찡그리면서, 턱이 두 개 되면서.”

“턱이 두 개 됐어요!?”

“네. 만져 봐도 돼요. 되게 뽀얗고 보들보들하게 생겼네.”

“싫어요!”

로나가 기겁했다.

아니 턱살은 뱃살이랑 마찬가지 접촉 금지 구역 아니야? 어딜 만지려고 그래?!

“아, 한 번만.”

“죽는다, 진짜. 반성의 벽?”

“포기하겠습니다.”

“쓰읍.”

로나가 눈을 번뜩이며 말하자, 모나한이 손을 다소곳하게 웅크리며 답했다.

“진짜 고양이처럼 귀여워서 그런 건데.”

“그건 고양이니까 귀여운 거고요. 전 사람입니다, 사람!”

“로나 씨 귀여운데.”

“노노노. 그거, 당신, 콩깍지.”

로나가 단호히 음절 하나하나 끊어 말하며 부정하고 손을 씻으러 개수대로 향했다.

모나한은 그 뒤를 졸졸 따라가며 아닌데, 귀여운데, 진짠데라고 투덜거렸다.

“아, 몰라! 그래요, 귀엽다고 쳐요! 와아- 나 귀엽다- 로나 귀엽다-”

“흠. 스스로 인정하다니, 훌륭해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 법이죠. 앞으로 매일 스스로 되뇌도록 해요.”

“헐. 미쳤나 봐.”

“음음음. 그거 아니야. 뭐라고 해야 한다 했죠?”

“로나, 귀엽다.”

“네에.”

“나, 귀엽다.”

“정답이에요!”

모나한이 잘했다며 박수쳤다.

아직 그의 손에 남아 있던 반죽이 개수대 안으로 투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손이나 씻어요!”

“좋아요. 귀여운 로나가 명령한 거니까 들어야지!”

모나한이 로나가 어이없다는 얼굴에 즐거워하며 깐죽대면서 손을 씻었다.

손을 씻으며 한 번씩 부딪히는 팔꿈치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아니, 이 사람 그 잘생긴 여우는 어디 갔어?

로나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모나한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틀어 로나를 보면서 웃었다.

장난기와 애정을 가득 담아, 씨익-.

잘생겼다.

“잘생겼다.”

그만 생각과 말이 동시에 나왔다.

아니, 근데 저건 진짜 잘생겼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잘생겼어!

그냥 잘생겼다는 말만큼 잘생겼어!

“더 웃을까요? 저 끼 잘 부리는데.”

“어어. 계속해요. 아주 좋네.”

이 자식 얼굴 근육 잘 쓰네. 모든 짜증과 화가 풀리는 힐링템인걸?

로나는 끼 부리는 모나한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괜찮네, 미남.

뇌가 비워지는 기분인데?

아니, 잠깐만. 이놈 이렇게 가까웠던가?

로나가 멍하니 모나한의 얼굴을 구경하다가 어느새 그의 양팔과 세면대 사이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흠칫 놀랐다.

“언제!?”

“흠. 로나 씨가 제 얼굴에 한눈 팔렸을 때?”

“뭐 하려고요!?”

“제가 끼를 부린 값을 얻는 거죠.”

“이 영악한 놈!”

로나가 벗어나려고 몸을 뒤로 무르며 모나한의 팔을 밀었지만, 뱀파이어인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슬슬 다가오기만 했다.

“아으, 진짜! 왜 이렇게 스킨십 좋아하는데!?”

“몰라서 물어요? 저 대답해요?”

“악! 하지 말아요! 저리 가라, 이놈!”

“왜? 또 피해 보시지? 고양이 얼굴 해요. 귀여운 턱 보게.”

“내 턱은 안 안 된다, 이놈!”

“입술에 못 하게 하면 턱에 할 거야. 턱 이리 내놔.”

“아아아, 안 돼. 내 거야.”

결국, 로나는 모나한은 로나의 입술과 턱에 실컷 자기 입술을 비비고서야 로나를 놔 주었다.

로나가 모나한의 품에서 벗어나 씩씩거리며 그를 째려보았지만 모나한은 배부른 여우 얼굴을 한 채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턱살을 물다니!”

“말랑거렸어요.”

“이빨 자국 남은 건 아니죠?”

“괜찮아요. 내일 아침까진 사라질 거예요.”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모나한이 빙글거리면서 하는 말에 로나가 눈을 크게 뜨고 제 턱을 만지작거렸다.

손 끝을 예민하게 하고 만져 보니, 이럴수가! 정말로 뭔가 자국이 있잖아!

“진짜잖아!”

“전 거짓말은 안 했어요.”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물어요!?”

“전 뱀파이어예요. 사람이 아니죠.”

“악! 이리 와요! 나도 물어 버릴 거야!”

“정말요? 그럼 볼에다가 부탁해요.”

“뭐요!?”

“전 내일 아침까지 자국이 남아 있도록 물어 주세요. 다른 사람이 왜 이빨 자국이 남아 있냐고 물어보면-”

“제가 했다고 할 거죠!?”

“애인이 물었다고 할 거예요.”

“절 보면서 그럴거죠!?”

“그럼요. 로나 씨가 제 애인이잖아요.”

모나한이 뻔뻔하게 웃으며 볼을 들이밀었고, 로나는 씩씩거리면서 그 볼을 손바닥으로 쭈욱 밀었다.

“싫어요! 안 돼요! 꺼져요!”

“흐으응?”

“뭐예요? 꺼지라니까 왜 더 다가오는 거죠!?”

“이번엔 로나 씨 볼이 맛있어 보이는군요.”

“악악!”

“괜찮아요. 전 내일 아침이면 자국이 사라질 만큼만 물 거니까.”

“제가 안 괜찮아요!”

얼굴이 새빨간 로나가 모나한을 피해서 부엌 한가운데 놓여진 탁자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모나한은 로나가 딱 도망갈 수 있을 만큼의 속도로 같이 빙글빙글 돌았고.

로나가 드디어 헉헉- 거친 숨을 쉬며 뱀파이어의 마수에서 벗어났을 때에는,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모든 발효가 끝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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